노해미를 목장에 내려 주고 사무실로 향했다.
사물에 들어서자 백민석이 의아한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뭐야? 오늘 외근한다고 하지 않았어?”
“외근 마치고 돌아왔어.”
사무실 자리에 앉았다.
“네가 사무실 책상에 앉아 있는 모습이 좀 낯설다.”
그의 말대로 난 사무실보다 밭이나 목장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
지금은 급하게 확인해 볼 것이 있었다.
임시백과 관련한 내용이었다.
그의 기사를 찾았다. 정보가 별로 없었다. 연화 스님이 들려준 내용 정도였다.
인터뷰 기사도 하나밖에 없었다. 난 기사를 정독했다. 글을 읽다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황유신처럼 광고 기획자 시절 인연이 있던 사람은 아니었지만, 녹차 명인 임시백과 관련한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인터뷰 글과 일치하는 내용이 있었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그는 ‘황금 미네랄 녹차’를 개발한 녹차 명인이다.
‘황금 미네랄 녹차’는 조만간 나올 제품이다.
금가루를 직접 녹차에 넣은 건 아니었는데, 자세한 건 기억이 나지 않았다. 여러 노력 끝에 탄생한 건 분명할텐데.
그 특별한 '황금 미네랄 녹차' 덕분에 각종 상을 수상하고 명인의 반열에 올랐던 게 기억이 났다.
임시백은 녹차의 대중화보다 고급화에 힘쓴 인물이다. 그런 사람에게 유제품을 이용해 녹차의 대중화를 노려보자 했으니 콧방귀를 뀌었던 것이다.
“뭘 그렇게 보는 거야?”
한기탁이 모니터 건너편에서 조용히 물었다.
“놀래긴, 뭐 이상한 거라도 보고 있었던 거야?”
모니터에서 시선을 뗐다.
“해미 씨랑 같이 있는 거 아니었어?”
한기탁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해미 씨는 지금 목장에 있어요.”
“여기 없다고? 잠깐 나 좀 봐.”
긴히 할 말이 있는 표정이었다. 그와 함께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
“어디 갔다 온 거야?”
“녹차 전문가를 만나고 왔어요. 녹차 일을 배워야겠다 싶어서요.”
“이야기는 잘 됐고?”
“아니요,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일이라 안 된다고 하네요.”
“그럼 다른 사람에게 배우면 되겠네.”
그의 말대로 단순히 녹차를 만드는 일이라면, 임시백에게 기술을 전수받을 필요는 없다.
임시백은 녹차의 고급화를 위해 노력했다. 노력의 결과로 나온 건, ‘황금 미네랄 녹차’만이 아니었다.
우롱차와 홍차도 있었다.
목장 우유와 어울리는 밀크티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롱차와 홍차를 만드는 비법을 알아야 했다.
한기탁은 내 얼굴을 가만히 지켜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 사람에게 배우고 싶은 이유라도 있는 거야?”
“하동에선 최고로 알아주는 분이니까요.”
“그럼 어쩔 수 없지. 우리 대표님이 최고로 잘 하는 분께 배우고 싶다는데.”
한기탁이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그건 그렇고 오늘 저녁에 목장에서 모임 있어. 대표님도 반드시 참석해야 하고.”
“무슨 일이죠?”
난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대표님이 이래서 쓰나 직원 생일도 모르고.”
그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오늘은 노해미의 생일이었다. 보통은 모두 함께 생일을 챙겼다.
일에 정신이 팔려 오늘이 노해미의 생일인 것을 깜빡하고 있었다.
“목장에서 깜짝 파티를 열 예정이야. 그리 알고 있으라고.”
경영지원팀장 한기탁다운 배려였다.
오늘따라 그가 든든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넌 내 생일은 아냐?”
그가 짓궂은 표정으로 물었다.
“당연하죠. 선배 생일을 모를까.”
“말해 봐. 몇 월 며칠인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