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해미와 함께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농원지원 센터 바로 앞에 커다란 공원이 있었다.
우린 공원에 앉아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해미 씨는 녹차에 대해서 잘 아나요?”
“아니요, 관심만 있을 뿐 자세히 알진 못합니다.”
“그렇군요.”
“대표님은 녹차에 대해서 잘 아시나요?”
“아니요, 저도 배워야겠죠.”
노해미는 그 말에 미소 지었다. 오늘 처음으로 보인 밝은 얼굴이었다.
“준비는 열심히 했지만, 녹차가 뽑힌 게 실감이 나질 않네요. 왜 제 아이템을 뽑으신 거죠?”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대표님도 녹차에 대해서 잘 모르신다고 해서요.”
“잘 알아야만 하는 건가요?”
“아니요, 그런 건 아니지만 궁금해서요.”
그녀가 일반적인 녹차를 말했다면 관심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녹차라떼를 준비한 것을 보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목장의 우유를 이용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양봉장의 꿀도 함께 사용할 수 있었다.
녹차에 우유와 꿀을 섞은 밀크티였다.
일반적인 녹차로 밀크티의 맛을 낼 수 없었다.
찻잎을 발효한 우롱차나 홍차여야 했다.
광고기획자 시절에 밀크티 광고를 한 경험이 있었다.
국내 기업이 아니라 대만 기업이었다.
한국에서는 밀크티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곳은 없었다.
밀크티가 한국 사람에 통하겠냐는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젊은 층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한국 시장에 붐을 일으켰었다.
대만 기업이 한국 밀크티 시장을 점령해 버린 것이다.
광고를 집행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노해미가 녹차를 말했을 때, 그때의 일들이 떠올랐다.
아직 시간이 있었다.
녹차로 시작해 밀크티로 범위를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건 노해미 덕분이었다.
그녀는 녹차와 목장 우유를 함께 섞을 생각을 했다.
“노해미 씨의 아이디어가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난 웃으며 말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그녀가 과장된 표정으로 물었다.
“진심입니다. 노해미 씨의 아이디어 덕에 지리산 농부들이 더 성장할 겁니다. 더 많은 청년들이 우리와 함께 일하게 될 거고요.”
“그렇게 생각해 주신다니 영광입니다.”
“그리고 한가지 기억하셔야 할 것은, 해미 씨의 아이템은 저 혼자 뽑은 게 아니라 지리산 농부들 모두가 뽑은 거라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해보고 싶어요.”
“오늘까지는 목장 일을 거들도록 하세요. 내일부터 저와 함께 움직일 거고요.”
“네.”
노해미는 활기 넘치는 얼굴로 대답했다.
그녀와 함께 목장으로 이동했다.
“참, 내일 아침에 갈 곳이 있어요. 제가 데리러 가겠습니다. 식사 함께하죠.”
“아침부터 바쁘네요.”
“등산복 있으시죠?”
“네, 등산복은 있는데... 어디에 가는 거죠?”
“지리산입니다.”
“지리산이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