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장 아이스크림에 대한 수요만 늘어난 것은 아니었다.
프리미엄 요거트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어났다.
부산 지역 이외의 곳에서도 목장 제품을 찾는 문의가 있었다.
제품을 공급할 지역을 두고 회의가 벌어졌다.
경영지원팀장 한기탁이 브리핑했다.
“간접 광고와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여러 지역에서 우리 제품을 받고 싶다는 문의가 들어오는 상황입니다.”
한기탁이 화이트보드를 보고 말했다.
화이트보드에 지도가 걸려 있었다. 문의가 들어온 지역별로 표시가 돼 있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목장 제품의 수요가 많았다.
“우리 물건을 찾는 곳이 늘어나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그렇다고 물건을 전부 공급할 순 없습니다.”
한기탁의 말에 동의했다. 잠시 화제에 올랐다고 무조건 잘되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당장은 목장과 가까운 지역에 제품을 공급하고, 안정화되면 더 확대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그가 말하는 지역은 부산, 대구, 광주였다. 부산으로 시작해 조금씩 범위를 넓혀나가는 방식이었다.
“아이스크림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건 사실입니다. 그에 비해 요거트는 조금씩 꾸준하게 수요가 늘어나고 있죠. 솔직히 그게 좀 걱정입니다.”
“어떤 걱정인가요?”
한기탁에게 물었다.
“갑자기 얻은 인기는 언제 식어도 이상하지 않으니까요. 관심이 꺼지면 반짝하고 끝날 수도 있습니다.”
한기탁의 말에 얼마 전 부산에 갔던 일이 떠올랐다. 폐업 코앞까지 갔던 강순복 사장의 카페였다.
내가 직접 목장 아이스크림을 전달했다.
광고의 힘은 무서웠다. 파리만 날리던 매장에 손님들이 북적였다.
강순복 사장의 말대로 카페가 되살아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한기탁의 말대로 불안 요소도 보였다.
카페인지 아이스크림 가게인지 구별이 되질 않았다.
서남수 선생님의 카페 ‘프렌즈’는 요거트뿐만 아니라 카페의 주력 상품인 커피도 잘 나갔다.
요거트로 관심을 받았지만, 카페에 있는 상품들도 경쟁력이 있었다.
목장 아이스크림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면 다시 경쟁력을 잃고 말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요거트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블루베리 요거트를 주목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리산 목장에서 최초로 만든 요거트는 막걸리 요거트였다.
변비에 특화된 요거트로 체험단 이벤트도 성공적이었다.
부산 지역에서 입소문이 나서 날개가 달린 정도였다.
블루베리 요거트도 처음엔 막걸리를 넣어 만들었다. 지금은 막걸리로 요거트를 만들지 않는다.
막걸리로 만든 요거트와 블루베리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내부의 판단 때문이었다.
이영호가 배양에 성공한 티벳 버섯 유산균으로 요거트를 만들고 블루베리를 첨가했다.
요거트를 책임지고 있는 주명희 여사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였다. 그 뒤로 블루베리 요거트엔 티벳 버섯 유산균만을 넣었다.
소비자들에게도 그 사실을 알렸다.
블루베리 요거트는 자체 개발한 유산균으로 만들었다는 문구였다.
블루베리 요거트에 괄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 고급 요거트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찾기 시작한 것이다.
금민서가 카페 ‘프렌즈’에서 샀던 제품도 블루베리 요거트였다.
“거점 지역이라는 생각으로 우선은 최소한으로 좁히고, 요거트 판매에 집중해야 합니다.”
한기탁의 브리핑이 끝났다. 그 뒤로 크고 작은 안건들을 논의하고 회의를 마쳤다.
“얘기 좀 할까?”
한기탁이 조용히 불렀다.
그와 밖으로 나왔다. 눈 부신 태양이 우리를 비추었다.
“내가 너무 냉정하게 말했나 싶어서.”
그가 조심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목장 아이스크림의 인기가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말.”
“선배 말이 맞아요. 갑자기 얻은 인기는 언제 식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말에 동의해요.”
광고의 효과는 생명력이 그리 길지는 않다. 똑같은 브랜드를 광고하더라도 포장을 달리하는 이유다.
간접 광고와 마케팅의 효과도 어느 순간에는 끝나고 말 것이다.
“선배의 말대로 요거트 고정 고객을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적극적으로 동의해. 지금은 최대한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해. 로봇 착유기며 인력까지 보강한 상황인 만큼.”
“한 가지 아이디어가 있어요. 고정 고객들을 확실하게 잡을 아이디어요.”
“그게 뭐지?”
“요거트를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목장 체험을 시켜주면 어떨까요?”
“목장 체험?”
한기탁은 아이디어를 듣고 마음에 들어했다.
당장 목장 체험에 초대할 주요 고객들을 모을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 * *
목장은 생기가 넘쳤다. 젖소도 더 늘어났다. 이제 젖을 짤 수 있는 젖소가 80마리나 됐다.
젖소들을 착유기 안으로 들어가는 법을 학습했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젖소들은 알아서 로봇 착유기 안으로 들어가 젖을 짰다.
자신의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줄을 서는 경우도 있었다.
젖소를 돌보는 건 설강인의 주도로 이뤄졌다. 인력을 보강한 덕에 젖소 관리에 무리가 따르지 않았다.
목장의 주력 상품인 유제품을 생산하는 곳도 체계가 완전히 잡혔다.
유제품 생산 책임은 주명희 여사가 맡고 있었다.
설민주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함께 제품을 만들었다.
젖소를 돌보고 있는 설강인에게 다가갔다.
“의논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잠시 숨을 돌리고 있던 설강인에게 말했다.
“무슨 일인가?”
“체험 목장을 시험적으로 운영해 보고 싶습니다.”
체험 목장이란 말에 그의 입꼬리가 올랐다.
“기다리던 말일세.”
당장이라도 실행할 수 있다는 말투였다.
“목장 체험 인원은 우리 제품을 구매했던 사람 중 모실 생각입니다.”
“아주 좋은 생각이네. 목장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주면 좋겠네.”
“그래서 말씀인데, 체험을 하러 오는 사람들이 요거트와 아이스크림을 만들어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거라면 문제없네. 내가 실력을 발휘해 보겠네.”
막걸리 누룩 방을 만들 때 놀랐던 기억이 있었다.
목장을 그만두고 목수를 했다고 해도 그 정도 실력일 줄은 몰랐다.
전문가 뺨치는 실력이었다.
목장 체험을 위한 공간도 그의 솜씨가 필요했다.
그를 도울 사람들도 충분했다.
“이렇게 꿈을 이루는 고만.”
설강인이 웃으며 말했다.
체험 목장은 그의 오래된 꿈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