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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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를 마치고 목장으로 이동했다.

사무실의 모든 인원이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었다.

유제품 생산을 맡고 있는 목장 팀과도 논의가 필요했다.

아직은 아이스크림의 주문이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방송이 나가고 난 뒤에 반응이 있었다.

목장 아이스크림을 공급받던 모든 매장의 재고가 소진되고 있었다.

멈췄던 아이스크림 생산을 다시 가동해야 할 상황이었다.

목장 사람들도 전보다 제품이 많이 나갈 것을 기대하는 얼굴이었다.

“간접 광고가 나간 뒤로, 목장 제품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현재 인원으로는 생산량을 따라잡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설강인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

“자네 말에 동의하네, 지금도 빠듯한 실정이니까.”

주명희와 모든 동료들이 동의한다는 얼굴이었다.

“인원을 증원하고 싶은데, 목장 식구들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한국 목장 연구회 사람들을 추천하고 싶네.”

그가 예전에 몸담고 있던 연구회였다. 낙농업계 종사자로 이뤄진 모임이었다.

“대부분 나와 함께 낙농업에 종사하던 사람이지. 나와 비슷한 처지가 된 이들도 많고.”

그가 어떤 뜻으로 말을 꺼냈는지 알 거 같았다.

우유 대란 때 목장을 잃었던 사람들이었다.

“이 분야는 일해 본 사람이 적합할 거라고 생각하네.”

“저도 어르신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요거트와 아이스크림이 빠른 속도로 나갈 것을 대비해야 했다.

귀농학교와 연결된 인턴십으로 인력을 충원할 때와 달랐다.

로봇 착유기가 도착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제품이 나가는 양에 따라 젖소도 늘려야 했다.

“말씀처럼 한국 목장 연구회 사람들을 추천받겠습니다.”

인력 충원과 제품에 관한 논의를 마쳤다.

목장 사람들은 곧장 각자의 일터로 돌아갔다.

난 정가희에게 전화를 했다.

“드라마에 우리 목장이 나온 거 봤어. 목장에서 만든 아이스크림을 먹었다는 기사도 봤고. 목장에서 만든 제품들이 아주 많이 나갈 거 같은데, 내 말이 맞지?”

격앙된 말투였다.

“진정해, 아직 시작도 안 했으니까.”

“아직 그 정도는 아닌가?”

실망한 목소리였다.

“곧 많이 나가게 될 거야. 그전에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부탁?”

“양초를 만들어 줘.”

“양초야 매일 만들고 있는데.”

“좀 특별한 양초야.”

“뭔데?”

“아이스크림콘 모양의 밀랍 양초.”

* * *

체험단은 목장에서 생산한 아이스크림 ‘이엘로’에 대한 리뷰를 작성했다.

요거트 때보다 체험단의 규모도 늘어났다.

체험단들은 금민서의 명연기만큼이나 좋은 리뷰를 쏟아내고 있었다.

모두 선물로 주는 밀랍 양초를 탐내고 있었다.

경쟁적으로 포스팅을 올리기까지 했다.

한기탁의 바람대로 웰빙 요소를 끌어내는 내용도 빠지지 않았다.

목장의 인력도 증원했다. 모두 목장 일에 전문가들이었다. 설강인과 손발을 맞춰본 이들이었기에 자연스럽게 목장에 스며들었다.

그때 마침 로봇 착유기도 들어왔다.

제품의 생산량과 더불어 물건을 공급받는 매장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그렇게 이 주일이 지났다.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안녕하세요, 강순복입니다.”

대안이 없으면 곧 카페를 폐업하겠다던 사장님이다.

떨리는 목소리였다.

걱정이 앞섰다.

“무슨 일이시죠? 혹시 제품에 문제라도?”

“아닙니다, 문제라니요. 아무 문제 없습니다.”

“그럼 어쩐 일로?

“목장 제품을 더 받고 싶어서요. 두 배 더 필요할 거 같은데, 가능할까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아이스크림 덕에 저희 매장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내일 제가 직접 물건을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직접 오신다고요?”

“네.”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도약의 순간

임화수가 목장을 찾았다.

포도 문제로 목장에 방문했을 때와 얼굴이 달랐다. 그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올해 농사를 잘 마무리했습니다.”

처음에 10박스만 샀던 포도였다. 아이스크림이 입소문 나면서, 그가 보관하고 있던 포도를 모두 구매했다.

지금은 그가 가진 포도만으로도 제품을 만들기 부족했다.

“약소하지만 받아주십시오.”

“이게 뭔가요?”

“녹차입니다.”

정갈한 종이봉투 안에 말린 찻잎이 있었다.

“차를 하시는 분께 부탁해 조금 얻었습니다. 수제로 정성스레 만든 것이니, 감사의 표시로 받아주십시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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