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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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장 사람들과도 촬영에 대해서 공유했다.

사무실 사람들과 태도가 사뭇 달랐다.

설강인은 촬영팀 때문에 일을 방해받을까 염려하고 있었다.

내가 촬영팀을 커버할 거라고 안심시켰다.

어차피 촬영팀의 일거수일투족까지 지켜봐야 했다. 그래야 드라마 속에 등장할 아이스크림을 우리 것으로 바꿀 수 있었다.

설강인과 목장 식구들을 안심시키고 전화를 받았다.

로케이션 매니저 이호선이었다.

그는 촬영팀보다 먼저 도착했다.

“목장 앞입니다.”

이호선의 하얀 색 울타리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실제로 보니 더 아름답네요.

그는 울타리에 달린 바람개비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음번에도 촬영할 일이 있으면 부탁드려도 될까요?”

“우리 목장은 항상 열려있습니다.”

그때였다. 목장으로 차들이 진입하고 있었다.

“촬영팀이 왔나 보네요.”

일일드라마 ‘눈부시게 빛나는 날’의 촬영팀이 도착했다.

발전차를 포함해 여러 대의 차량이 목장으로 들어왔다.

이호선은 모자를 쓴 남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가 나에게 다가왔다.

“조연출을 맡고 있는 심형선이라고 합니다.”

“김덕명입니다.”

“감사합니다. 바쁘신 와중에 장소를 허락해 주셔서.”

“아닙니다. 저야말로 영광입니다. 목장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만 해주십시오.”

“당연하죠. 최대한 신경 쓰겠습니다.”

심형선은 말을 마치자마자 선글라스를 쓴 남자에게 달려갔다.

“저분이 감독인가 봐요.”

로케이션 매니저 이호선에게 물었다.

“네, 윤종후 피디라고 저와도 인연이 깊죠.”

“그렇군요.”

선글라스를 껴서 얼굴은 잘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기분이 나쁜 것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윤종후는 조연출 심형선에게 신경질적인 말투로 뭔가를 지시하고 있었다.

촬영 팀이 장비를 펼치는 사이에 배우들이 탄 승합차가 도착했다.

금민서를 포함한 배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윤종후는 의자에 앉아 대본을 보고 있었다.

조연출 심형선은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금민서를 포함한 배우들도 촬영 준비로 바빴다.

스텝들과 배우들 사이에서 반가운 얼굴을 발견했다.

쉐도우 작가 성은정이었다.

내가 먼저 다가가 인사를 하려 했다.

“안녕하...”

성은정은 모른 척 지나가 버렸다. 난 무안한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이해 못 할 것도 없었다. 작업을 맡겼던 사람을 이런 곳에서 만날 거라고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게다가 쉐도우 작가라는 그녀의 포지션도 작용했으리라고 생각했다.

“저기 이거 좀 드시고 하세요.”

조연출 심형선을 보고 말했다.

난 아이스박스를 들이 밀었다.

“이게 뭔가요?”

“목장에서 직접 만든 겁니다.”

심형선은 아이스박스 뚜껑을 열었다. 그 안에 아이스크림이 가득 들어 있었다.

“죄송한데, 이런 건 받을 수 없습니다.”

“팔려는 게 아닙니다. 우리 목장 제품이니 맛 좀 보시라고 그냥 드리는 겁니다.”

먼저 아이스크림의 맛을 보여주고 싶었다.

“감사합니다만, 저희도 준비한 게 꽤 많아서요.”

심형선은 트럭에 있는 아이스박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어쩔 수 없네요.”

난감한 상황이었다. 트럭에 있는 아이스크림이 촬영에 쓰인다면 문제였다.

아이스박스를 들고 목장으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뒤통수가 따가웠다. 누군가 날 바라보는 것만 같았다.

고개를 돌렸을 때, 멀리 성은정과 눈이 마주쳤다.

시선이 마주치자, 그녀는 급하게 고개를 돌려버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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