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8. (108/205)

말은 그렇게 했지만, 뾰쪽한 방법은 없었다.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저녁 밥상을 앞에 두고 생각이 많았다.

“무슨 일 있어? 얼굴이 안 좋아 보이는구나.”

“아니요. 아무 일도 없어요.”

“없긴, 고민이 가득한 얼굴인데.”

어머니는 내 얼굴을 살피며 말했다.

“밥 좀 먹게 내버려 둬요.”

묵묵히 밥을 드시던 아버지가 끼어들었다.

“일하다 보면 고민거리가 생기는 게 당연하지. 알아서 잘할 텐데 걱정도 팔자고만.”

“고민을 같이 해결하라고 가족이 있는 거예요.”

어머니가 아버지의 말을 받아쳤다.

“힘들 땐 쉬는 것도 방법이야. 너 요즘 제대로 쉬어 본 적도 없잖아?”

어머니의 말씀대로 제대로 쉬어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휴가를 내기 어려우면 아무 생각 없이 텔레비전을 보는 것도 방법이야.”

“열심히 일하는 아들한테 텔레비전을 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대체.”

“하이고, 당신도 맨날 연속극에 빠져 살면서.”

“나이 먹어서 이런 거 쳐다보는 낙이라도 있어야지.”

아버지는 어머니의 눈치를 보며 조용히 텔레비전을 틀었다.

“밥이나 먹고 봐요.”

아버지는 무안한 듯 헛기침을 했다.

“저게 아버지가 빠져 사는 연속극이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째려보며 말했다. 오랜만에 텔레비전에 눈이 갔다.

드라마 타이틀이 나왔다.

일일 드라마 ‘눈부시게 빛나는 날’이었다.

아픈 상처를 극복하고 자신의 길을 달려가는 여주인공과 주변 인물을 다룬 드라마.

오래전 간접 광고를 집행했던 드라마였다.

농부가 되지 않았다면 드라마에 등장하는 제품을 홍보하고 있었을 것이다.

밥도 드라마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왜 일어나? 밥도 다 안 먹고.”

“입맛이 없어서요.”

“그래도 더 좀 먹지.”

어머니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