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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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가 시작되고 삼일 뒤, 서남수 선생님의 전화가 왔다.

“덕명아, 대박이다. 요거트를 없어서 못 팔 지경이야.”

들뜬 목소리였다.

“제가 그랬잖아요. 체험단 때보다 더 잘 팔릴 거라고.”

“이렇게 반응이 좋다니, 기대 이상이구나.”

그의 말대로였다. 요거트는 예상보다 많이 나가고 있었다.

특히, 블루베리 요거트는 비싼 가격에도 불티나게 팔렸다.

“아이스크림은 성적이 좋지 않아서 걱정이구나?”

방금과 달리 조용한 목소리였다.

“우리 매장이야 요거트가 많이 팔리니까 상관없지만. 아이스크림만 받은 매장은...”

서남수 선생님은 말을 아꼈다.

아이스크림이 문제였다.

첫날 제품을 보낸 뒤로는 며칠째 물건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었다.

재고가 남아돌았다.

아이스크림에 희망을 걸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뚫고 나갈 방법을 찾아야 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목장 요거트와 아이스크림을 공급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상품별로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목장 프리미엄 요거트와 블루베리 요거트는 예상 판매량을 초과했다. 반면 연유 아이스크림은 적정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책 회의가 열렸고, 의견이 분분했다.

한기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요거트는 예상했던 대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현재 요거트를 공급하는 매장 말고도 문의가 들어오는 상황입니다. 반면에 연유 아이스크림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죠.”

말을 마치고, 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이쯤에서 연유 아이스크림의 생산을 중단하는 게 어떨까 합니다. 지금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잘 나가고 있는 요거트에 더 힘을 쏟아야 합니다.”

“아직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 어떨까요?”

백민석이 반대 의견을 냈다.

“그럴 시간에 요거트에 집중하자는 뜻입니다.”

“경영지원팀장님이 어떤 뜻으로 말씀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조금만 더 노력해 보면 어떨까요? 우리를 믿고 물건을 받은 사장님들을 위해서라도.”

백민석의 시선이 한기탁에서 나에게로 옮겨왔다.

희비가 갈린 상품처럼 둘의 입장도 달랐다.

내 판단에 따라 방향이 결정될 것이다.

“경영지원팀장의 입장에 동의합니다.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요거트가 반응이 좋은 만큼 더 많은 공을 들여야겠죠.”

한기탁이 고개를 끄덕였다.

백민석의 낯빛이 굳어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습니다.”

동료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경영지원팀장님께 하나 묻죠? 지금까지 한 번이라도 연유 아이스크림을 적극적으로 홍보한 적이 있나요?”

“홍보할 시간은 없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저희에게 주요한 상품은 요거트니까요.”

한기탁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

“따지려고 물은 건 아닙니다. 그저, 노력도 안 해보고 제품을 접어 버리는 게 마음에 걸려서 물어본 것뿐입니다. 방법이 없나 고민해 보자는 생각이 들어서요.”

“혹시, 계획하고 있는 거라도 있습니까?”

한기탁이 내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저에게 일주일만 시간을 주십시오.”

“일주일이요?”

“경영지원팀장의 말씀대로 선택과 집중이 중요한 때입니다. 다른 구성원들은 모두 요거트에 집중해 주세요. 그 사이에 제가 아이스크림을 팔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그 일을 혼자서 하겠다는 말인가요?

백민석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네, 선택과 집중을 위한 방법입니다. 제가 일주일 안에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경영지원팀장님의 말대로 아이스크림 생산을 중단하겠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한기탁이 날 조용히 불렀다.

“어쩔 생각이야?”

한기탁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말한 대로요. 제가 방법을 한 번 찾아보려고요.”

“일주일 만에 방법을 찾겠다고?”

“시도라도 해봐야죠.”

“참고로 광고는 안 돼. 지금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상황이니까.”

억대가 넘는 로봇 착유기를 구매한 상황이었다. 목장에 젖소들도 들였다. 양초 공장이 돈을 벌어주고 있었지만, 여유자금이 많지 않았다.

“알고 있어요. 광고할 상황은 아니라는 거.”

“그럼 안심이고.”

한기탁은 여유를 되찾은 얼굴이었다.

“그런데 어쩔 작정이야? 방법이라도 있는 거야?”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

“고민을 해봐야겠죠.”

“그게 고민한다고 될 일일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지 않을까요?”

한기탁은 가만히 내 눈을 바라보았다.

의심스럽긴 하지만 그래 행운을 빌어 주마, 하는 눈빛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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