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장을 나와 사무실로 향했다.
오늘 회의가 있었다.
독일에서 돌아온 한기탁이 반겼다.
“출장은 어땠어요?”
“좋았어. 로봇 착유기는 정말 대단하더라. 비싼 만큼 제 역할을 할 거 같았고.”
독일에서 정식으로 계약을 했다. 조만간 한국으로 배송될 예정이다.
“그럼 회의 시작할까요?”
모두 회의실로 들어갔다. 요거트 출시 전 상의할 일들이 몇 가지 있었다.
첫 번째 안건은 요거트를 공급할 매장에 관련한 것이었다. 9개 매장에 요거트와 연유 아이스크림을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연유 아이스크림만을 공급하는 매장은 7개의 매장이었다.
아이스크림은 포도와 우유로 두 가지 종류가 있었다.
포도와 관련한 내용은 한기탁이 독일에 있을 때 정해진 일이었다.
한기탁의 의견이 궁금했다.
냉장고에 포도 시럽을 가미한 아이스크림이 있었다.
그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아이스크림을 건넸다.
한기탁은 포도 시럽이 가미된 연유 아이스크림을 맛보았다.
“포도향이 은은하게 나네요. 맛도 좋고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흡족한 반응은 아니었다.
“포도는 열 박스만 구입했습니다.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고 판단할 계획입니다.”
“저도 동감합니다. 다 잘되리라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한기탁과 시선을 마주쳤다.
내 마음을 읽었다는 듯이 곧 입을 열었다.
“요거트는 분명 고정 고객을 확보할 거라고 예상합니다. 우리만의 차별화 전략 때문이죠. 부산을 넘어 다른 지역까지 확장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하지만, 연유 아이스크림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특별한 매리트가 있는 건 아니라서요.”
한기탁의 말대로 요거트는 차별화 전략이 있었다. 단일 목장에서 나온 우유로 만든 요거트였다. 게다가 막걸리로 발효해 변비에 특별한 효과까지 있었다. 그리고, 꿀을 넣어 요거트의 풍미를 높였다.
그에 반해 연유 아이스크림은 단일 목장에서 나온 우유로 만들었다는 강점밖에 없었다. 요거트처럼 꿀을 첨가했지만 그게 큰 매력 요인이 될지는 미지수였다. 2007년인 현재, 아이스크림에도 웰빙 트렌드가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 목장의 아이스크림은 홍보가 된 상태가 아니었다.
“그래도 한 가지 기대해 볼 요소는 있다고 봅니다.”
한기탁이 내 눈을 바라보고 말했다.
내가 어떤 부분을 염려하고 있는지 짐작하는 눈빛이었다.
“여름이란 특수성이죠. 날이 더운 만큼 아이스크림을 찾는 수요가 꽤 있을 겁니다.”
한기탁이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계절적 요인이 작용하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리스크를 안고 시작하는 만큼 부담이 생겼다. 어떤 방식으로 홍보를 할 것인지 고민을 해보기로 했다.
마지막 안건은 블루베리였다.
포도 아이스크림처럼 한기탁만 맛을 보지 않았다.
경영지원팀의 박태호가 요거트가 담긴 용기를 가져왔다.
요거트 위에 블루베리가 몇 알이 떨어져 있었다.
“이건 블루베리 아닌가요?”
한기탁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블루베리 맞습니다.”
“수입산 인가요?”
“아니요, 우리 마을에서 생산한 겁니다.”
“헉? 우리 마을에서 생산했다고요?”
놀란 눈빛이었지만 이미 숟가락은 블루베리 요거트를 떠먹고 있었다.
“요거트 맛도 살려주고, 정말 좋네요.”
한기탁은 블루베리 요거트를 음미하며 말했다.
“이건 당장 팔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한기탁은 유레카를 외치듯이 소리쳤다.
그의 말에 사무실 사람들은 모두 폭소를 터트렸다.
“다들 왜 웃는 거죠?”
“모두들 경영지원팀장님과 똑같은 소리를 했거든요.”
“정말요?”
그는 멋쩍은 표정으로 남은 요거트를 깔끔하게 비웠다.
사무실 사람들뿐만이 아니었다.
목장 사람도 블루베리 요거트를 매력적으로 봤다.
목장 요거트와 어울린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새콤달콤하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맛도 좋다고 평했다.
한기탁도 상품이 될 물건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는 블루베리 요거트도 함께 출시하자고 말했다.
최대한 빨리 디자인을 뽑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블루베리는 목장에서도 직접 재배할 계획입니다.”
블루베리를 직접 재배할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블루베리가 단독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렸다.
블루베리는 맛보다 특유의 효능이 더 유명했다.
눈의 회복을 돕는 안토시안, 비타민, 아연과 망간 등의 미네랄이 다량 포함돼 있었다.
식이섬유도 바나나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눈과 장 건강을 돕는 기능성 식품이었다.
블루베리를 기르는 일은, 목장 사람들과는 이미 이야기를 마쳤다.
사무실 사람들도 모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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