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녁엔 설가네 목장 식구들과 저녁 약속이 있었다.
설가네 가족을 위한 집수리가 끝난 날이었다.
목장에 있던 임시 숙소에서 제대로 된 집으로 이사했다.
설강인은 나에게 저녁을 대접하고 싶다고 말했다.
난 체험단 이벤트가 끝나고 다함께 집들이를 하자고 제안했다.
설강인은 막무가내였다.
내 말대로 정식 집들이는 뒤로 미루자고 했다. 하지만 오늘 저녁엔 내가 빠지면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설가네 식구들이 이사한 집으로 향했다.
수리를 마친 집은 제법 그럴싸해 보였다. 처음 봤을 때도 깨끗해 보였는데, 수리를 하니 새집처럼 말끔했다.
“새집에 오신 걸 축하드립니다.”
주명희 여사에게 생활용품 세트를 건넸다.
“빈 몸으로 오시라고 몇 번이나 말씀드렸는데.”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어서 오게, 자네 기다리다 목이 빠지는 줄 알았네.”
설강인이 반가운 얼굴로 맞았다.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드세요.”
“언제 이렇게 준비하셨어요?”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음식이 푸짐했다.
갈비에 잡채까지 잔치에 온 기분이 들었다.
“막걸리 한잔하겠나?”
설강인이 웃으며 말했다.
“내일 체험단 마지막 날이라.”
“자넨 보기보다 고지식한 구석이 있고만.”
“아빠!”
설민주가 아버지를 타박했다. 그녀는 설강인의 손에 들려 있던 막걸리 주전자를 치워버렸다.
설강인은 딸에게 약한 모습을 보였다.
“뭐 오늘만 날은 아니니까.”
식사 중에도 카페 사장들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음식이 입에 안 맞나?”
설강인은 내 얼굴을 보고 물었다.
“아닙니다, 아주 맛있습니다.”
“표정이 영 아닌 것 같은데...”
설강인은 서운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빠!”
설민주의 말에 설강인은 꼬리를 내렸다.
주명희는 그 모습을 보고 조용히 웃었다.
식사가 끝나고 디저트가 나왔다.
“디저트 드세요.”
주명희가 하얀 그릇을 내밀며 말했다.
“이게 뭔가요?”
그릇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릇 안에 눈처럼 하얀 음식이 담겨 있었다.
“그게, 바로 설가네 목장 디저트라네.”
“설가네 목장 디저트요?”
설강인은 껄껄거리며 웃었다.
“연유 아이스크림이에요. 원래는 설탕을 넣어서 만들었는데, 이곳에서는 꿀을 넣어서 만들어 봤어요. 맛이 더 좋아진 것 같아요.”
설민주가 나에게 말했다.
목장 우유와 꿀로 만든 연유 아이스크림이었다.
그 맛이 몹시 궁금했다.
하얀 그릇에 담긴 아이스크림을 크게 한 입 떠먹었다.
설가네 식구들이 내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우유 아이스크림이랑 비교가 안 되네요. 정말 맛있어요.”
나도 모르게 눈을 번쩍 떠졌다. 봉사가 눈을 뜰 정도로 맛이 좋았다.
설가네 식구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아이디어 하나가 반짝 떠올랐다.
카페의 사장들과 협업할 아이디어였다.
바로 연유 아이스크림이었다. 막걸리 요거트처럼 특별한 효과가 있는 건 아니지만, 맛이 좋았다.
검토를 거쳐야겠지만, 충분히 상품성이 있다고 느꼈다.
카페 중에 냉장 시설이 제대로 안 된 곳이 있었다. 냉장이 문제였지, 냉동은 문제가 없었다.
연유 아이스크림을 보관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모두에게 요거트를 줄 순 없어도, 연유 아이스크림은 공급할 수 있었다.
목장의 상품이 다양해지는 일이기도 했다.
연유 아이스크림이 담긴 그릇을 게 눈 감추듯 비웠다.
설민주는 내 모습을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연유 아이스크림을 목장 상품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난 빈 그릇을 보이며 말했다.
목장에 심을 나무
요거트 체험단 이벤트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한기탁과 설강인은 로봇 착유기를 사기 위해 독일로 떠났다.
독일로 떠나기 전, 설가네 목장 사람들과 로열티 부분에 대해 합의했다.
설강인은 목장을 원했다. 수도권에 입성할 목장의 독립적인 운영권이었다.
성공에 따른 조건이었다. 지리산 농부들과 파트너가 되는 조건으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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