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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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약속이 있었다.

장소는 서남수 선생님의 카페였다. 카페는 전과 달리 사람들로 북적였다.

카페 안에 스터디 룸처럼 꾸며 놓은 공간이 있었다.

서남수는 그곳으로 안내했다.

기다란 테이블에 열댓 명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그때 말했던 카페 사장님들이고.”

서남수 선생님이 말했다.

“김덕명입니다.”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양석민이라고 합니다. 제가 대표로 김덕명 씨에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양석민은 카페 사장이자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인물이었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였다.

서남수 선생님에게 이야기는 대충 들었다.

그들은 목장 요거트를 납품받기를 희망했다.

고작 요거트 체험단 이벤트를 운영하고 벌어진 일이었다.

판매하는 물건이 나오기도 전에 만남을 요청한 것이다.

그들의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모두 절박한 상황 같았다.

“저를 포함해 여기 모인 분들은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카페 프렌즈가 그랬던 것처럼.”

양석민은 서남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서남수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개인 카페는 프랜차이즈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편이죠. 그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저희도 애쓰고 있습니다. 직접 베이커리를 만드는 카페도 있고, 티 종류를 다양하게 구비해 판매하는 곳들도 있죠.”

양석민은 자리에 앉은 몇몇과 눈을 마주쳤다.

애쓰는 것에 비해 성과가 잘 나오지 않는 듯 보였다.

“대출 문제로 가게를 닫지도 못하는 분도 계십니다.”

그는 구석 자리에 앉은 여자를 보며 말했다.

그녀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해 보였다.

“저희가 김덕명 씨를 보고 싶었던 이유는 요거트를 납품받고 싶어서입니다. 아직 체험단도 끝나지 않았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조만간 요거트를 납품할 것이란 말을 듣고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김덕명 씨가 만드는 요거트가 저희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양석민은 말을 마치고 자리에 앉았다.

서남수 선생님이 운영하는 카페 ‘프렌즈’는 요거트 판매의 거점 매장이었다.

이곳에서 체험단에게 줄 요거트를 나눠주고, 지속적으로 판매할 계획이었다.

협력할 다른 카페를 물색하는 것도 중요한 일 중 하나였다.

카페 사장들이 제 발로 날 찾아온 건 고무적이었다. 그렇다고 무조건 반색을 할 일도 아니었다.

서남수 선생님의 카페는 요거트를 판매하기에 조건이 좋았다.

물론, 서남수 선생님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그렇다고 시설이나 입지도 보지 않고 결정한 문제는 아니었다.

카페 ‘프렌즈’는 개인 카페 중에서 규모가 크고 냉장 시설이 좋았다.

요거트의 변질을 막기 위해서도 냉장 시설은 중요했다. 게다가 입지도 괜찮은 편이었다.

유동인구가 많고 교통이 편리한 곳이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충족됐기에 거점 매장이 된 것이다.

다른 카페 시설과 지리적 입지를 파악해야 했다. 섬세한 기획이 필요한 일이었다.

마구잡이로 요거트를 납품했다가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이야기를 다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페 사장들의 시선이 날 향하고 있었다.

“우선 저희 요거트에 관심을 보여주신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요거트를 납품하는 문제는 회사 차원에서 회의를 거쳐 진행할까 합니다.”

기대했던 말이 아니라는 표정이었다.

양석민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결과는 언제 알 수 있을까요?”

“체험단 이벤트 끝나고 일주일 뒤부터 요거트를 납품할 계획입니다. 그전에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요거트를 납품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나요?”

잠시 고민했다.

“죄송하게도, 그럴 수도 있습니다.”

내 말에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좋게만 말할 순 없었다.

그들에게 이메일 주소를 받았다. 사무실로 들어가는 대로 메일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운영하는 카페의 정보가 필요했다. 모든 이들이 메일을 받자마자 회신하겠다고 답했다.

모두 요거트를 납품받기를 바란다는 표정이었다. 특히, 구석 자리에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던 여자는 간절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모두 나가고, 나와 서남수 선생님 둘만 남았다.

“나는 네가 다 받아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서남수 선생님이 웃으며 말했다.

“마음은 다 받아주고 싶죠.”

“마음만?”

그가 물었다. 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물건을 많이 납품하면 너에게도 좋은 일 아니냐?”

“무조건 좋지만은 않아요. 관리하는 것도 일이니까요.”

“하긴, 관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

교사 때를 떠올리며 하는 말 같았다.

여러 매장을 관리하는 일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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