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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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호에게 전화가 왔다. 흥분한 목소리였다.

연구실에서 만나자고 한다. 난 하던 일을 정리하고 그의 사무실로 갔다.

“유산균을 분말로 만드는 일을 마쳤습니다.”

보자마자 그 말부터 꺼냈다.

“고생하셨네요.”

“아닙니다. 흥미로운 실험이었습니다. 다른 목표도 생겼으니까요.”

“다른 목표요?”

“이걸 먼저 보시고 말씀하시죠.”

그는 완성한 물건을 내 앞에 내놓았다.

티벳 버섯은 효모와 아세트산균이 공생해서 만들어지는 유산균 덩어리였다. 몽글몽글한 형태로, 버섯 모양 같기도 하고 튀겨낸 팝콘과도 닮았다.

이영호는 실험 끝에 티벳 버섯을 하얀 가루로 만들었다.

특유의 냄새도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원하던 유산균 분말이었다.

“대단하네요.”

“별말씀을요.”

칭찬에 기분이 좋았는지, 입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유산균 분말은 요거트의 종류를 늘리기 위해 꼭 필요한 물건이었다.

막걸리 요거트만 판매할 생각은 없었다. 다양한 요거트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계획이었다.

막걸리 요거트는 일반적인 요거트와 제조 방법이 달랐다. 알코올 성분을 제거하기 위해 열을 가했다.

그릭요거트 등 다양한 형태의 요거트를 만들기 위해서 다른 유산균이 필요했다.

티벳 버섯이나 크레모리스균 등이다.

유산균 분말만으로도 상품성이 있었다. 우유와 유산균 분말만 있으면 집에서 쉽게 요거트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우유를 판매할 계획은 없지만, 요거트로 승부를 본 뒤에는 우유도 판매할 생각이었다. 유산균 분말과 함께.

이영호는 의기양양하게 유산균 분말을 바라보았다.

스스로도 대견하다는 표정이었다.

“다른 목표도 생겼다는 건, 무슨 뜻이죠?”

“제가 막걸리 요거트를 매일 복용하고 있습니다.”

이영호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실은 제가 오랫동안 변비를 앓아왔습니다. 대학원 때부터 스트레스가 심해져서.”

“아, 네.”

“요거트도 많이 먹어봤습니다. 물론, 큰 효과는 없었죠. 막걸리 요거트를 만나기 전까지.”

이영호의 시선이 사무실 구석의 요거트 병을 가리켰다.

“막걸리 요거트를 먹은 지 삼일 만에 효과를 봤습니다.”

“다행이네요.”

난 웃으며 말했다.

“막걸리 요거트가 변비에 효과가 있는 까닭도 알아냈고요.”

“효과가 있는 이유를 알아냈다고요?”

이영호가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궁금했다.

“요거트가 장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건 과학적인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요거트가 변비에 효과가 있는 건 아니죠.”

“아무래도 그렇겠죠.”

“막걸리 요거트엔 식이섬유가 풍부했습니다. 변비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이유였죠.”

“그렇군요.”

이영호가 웃으며 말했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막걸리의 주재료는 찹쌀이었다. 거기에 누룩으로 발효를 한 것이 설강인의 막걸리였다.

누룩의 재료로 콩, 귀리, 호밀을 사용했다.

모두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들이었다.

“분석을 하다 보니 요거트에게 대해서 관심이 더 생겼습니다. 더 연구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고요.”

“다른 목표가 생겼다는 것도 그것과 관련한 일이겠군요.”

“네, 맞습니다.”

“비피더스균을 포함해 다양한 유산균들을 배양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티벳 버섯을 분말로 만들었던 것처럼. 물론, 대표님의 허락을 받은 뒤에 가능하겠죠.”

“얼마든지 좋습니다.”

“그럼 당장 실험에 들어가겠습니다.”

이영호의 눈에서 투지가 느껴졌다. 가끔 뚱한 표정을 지었던 건, 그가 앓고 있는 변비 때문인 듯했다.

지금은 활력이 넘쳐 보였다.

막걸리 요거트의 효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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