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갔다 온 거야? 인턴십 때문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는구만.”
한기탁이 웃으며 말했다.
사무실에 인턴들이 모여 있었다.
지금은 백민석에게 쇼핑몰과 관련한 내용을 듣고 있었다.
“형, 나 좀 봐.”
난 한기탁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무슨 일이야?”
한기탁에게 계약서를 내밀었다. 인턴십 전에 대략의 내용을 공유하고 있었다.
“독소조항이 너무 사악하잖아.”
그는 독소조항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당장 계약 취소해.”
“문제가 생기면 내가 책임질게.”
그는 보수적인 입장이었다. 일을 더 벌이는 것보다 내실을 다지길 원했다.
난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그곳이 최적의 장소야. 날 믿어줘.”
“뭐 대표가 하겠다면 나도 어쩔 수 없지. 그럼 한 가지만 부탁하자.”
“뭐든.”
“절대 실패하지 않기!”
한기탁은 과장된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야 긴장이 풀렸다.
인턴십 참가자들과 양초 공장으로 갔다.
밀랍을 녹이고 양초 형틀에 넣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다들 밀랍 양초가 생산되는 과정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현재는 밀랍 양초만이 매달 수익을 내고 있었다.
양초 공장을 만든 건, 농업의 한계 때문이었다.
나병수의 말처럼 한해 농사였다. 농업은 일 년에 한 번 수익을 내는 구조였다.
양봉과 곶감도 수확 철이 정해져 있었다.
이영호를 연구원으로 들인 것도 당장 수익을 기대해서만은 아니었다.
미래에 대한 투자였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사업을 확장할 때였다. 초기 자본도 충분했다. 그전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
그 일의 출발은 낙농업이었다.
매달 수익을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농업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위기라고 하지만, 나에게 기회의 땅이었다.
* * *
부모님께도 목장을 만들 예정이라고 전했다.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다.
“양봉을 하고 있는데, 굳이 목장까지 해야 하겠니?”
“벌은 부모님이 키우고 있잖아요.”
웃으며 말했다.
양봉장은 부모님이 전담을 하고 있었다.
처음엔 다 같이 배우고 함께 꿀을 채취했다.
각자 맡은 일이 생기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양봉장은 부모님의 몫이 됐다.
부모님도 만족해하셨다.
“목장을 하는 걸 반대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걱정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구나.”
아버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걱정하는 것이 당연했다. 아버지는 축산업에 실패한 경험이 있었다.
아들이 자신과 같은 길을 걸을 게 걱정인 것이다.
“아버지가 했던 일과 달라요. 아버지는 한우를 키웠으니까요. 전 젖소를 키울 거예요.”
“뭐, 다르다면 다르지.”
“그렇게 걱정이 되세요?”
“땅 문제도 그렇고... 요즘 축산업이 말이 아니다. 낙농업은 더 어렵다고 들었다.”
“처음부터 소를 많이 들일 생각은 없어요. 시작은 열 마리로 할 생각이에요.”
“듣던 중 반가운 말이구나. 절대 무리해서는 안 된다.”
“무리하지 않을게요. 저에게도 계획이 있으니까요.”
아버지는 결심했다는 듯이 말했다.
“소는 내가 알아보마.”
오래전부터 아버지는 축산협회와 연결돼 있었다.
아버지가 돕겠다는 말에 힘이 났다.
“덕명아, 그 사람 조심해라.”
“누구요”
“나병수.”
어머니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목장 부지는 나병수와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세세한 이야기까지 하지 않았지만, 걱정하고 계신 듯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