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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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하동으로 내려가기 전, 양봉협회에 들렀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박문호는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양대호도 함께였다.

“고생했네.”

“아닙니다.”

두 회장에게 계약과 관련해 일을 보고했다.

그들이 날 기다리고 있던 이유였다. 계약이 성공적으로 이뤄졌음을 알리고, 독일에 가져온 선물을 내밀었다.

독일에서 가져온 벌통이었다.

“이런 형태의 벌통은 처음 보네.”

박문호와 양대호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벌통을 바라보았다.

“개량을 한다면 한국 농가에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네.”

양대호가 벌통을 보며 말했다. 그가 관심을 보인 것은 작은 형태의 랑스트로스 벌통이었다. 랑스트로스 방식의 편리함을 유지하면서 크기를 작게 한 벌통이었다.

“저도 회장님 생각에 동의합니다.”

한국의 획일화된 벌통을 개선할 수 있는 모델이었다.

박문호도 벌통을 보며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난 듯 말했다.

“이건 양봉 학교에 놓으면 좋겠군. 크기가 작아서 아이들이 사용하기에 부담이 없을 것 같네.”

같은 물건을 보고도 관점에 따라 생각이 달랐다.

“회장님께 부탁한 일은 어떻게 됐는지요?”

박문호에게 물었다.

“잘 해결됐네. 조만간 연락이 갈 걸세.”

“감사합니다.”

“무슨 부탁입니까?”

벌통을 보던 양대호가 궁금한 눈빛으로 물었다.

“김덕명이 청년 농부를 모아달라고 했습니다.”

박문호가 양대호에게 말했다.

“청년 농부요?”

* * *

다시, 하동에서의 일상이 시작됐다.

출근하기 전, 양봉장으로 향했다. 어머니가 내 뒤를 쫓았다.

양봉장에 도착했을 때, 어머니가 입을 열었다.

“며칠 사이에 이상한 일이 있었어.”

“이상한 일이요?”

“저것 좀 봐라.”

벌통 근처에 말벌의 사체들이 보였다.

“말벌들이 뭘 잘못 먹었는지...”

난 바닥에 떨어진 말벌 사체를 집었다. 호박 보석에 말벌이 죽었을 때와 같은 모양이었다.

“궁금해서 다른 집들은 어떤지 알아봤는데, 다른 집들은 모르는 일이라고. 우리 집 양봉장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거 같구나.”

어머니는 그 말을 남기고, 텃밭으로 가셨다.

난 양봉장 한가운데 있는 상수리나무로 향했다.

호박 보석을 묻어 둔 장소였다. 호박 보석이 말벌을 죽이는 광경을 목격하고, 양봉장 중앙에 호박 보석을 숨겼다.

장수말벌 20마리면 꿀벌 10만 마리를 죽일 수 있다. 이 호박 보석이 있는 한 말벌 걱정은 없었다.

양봉장을 살피고, 사무실로 향했다.

한기탁과 백민석이 반겼다.

“그런데 왜 혼자야?”

민석이 궁금한 눈으로 물었다.

이영호가 독일에 더 머물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회의할 게 있습니다. 다들 회의실로 가시죠.”

양초 공장의 상황부터 점검했다. 양초의 판매량은 꾸준했다.

“밀랍 양초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더 성장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한기탁이 판매 현황을 보고하며 말했다.

처음부터 예상한 일이었다.

꿀을 채취하는 일은 일 년에 두 번이었다. 곶감은 일 년에 단 한 번 만들 수 있었다.

현재 지속 가능한 일은 양초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일뿐이었다.

사업 범위를 확장할 때였다.

그러기 위해서 인력이 필요했다.

“모두가 바라는 대로 인력 충원을 할 계획입니다.”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의견에 찬성했다.

“청년 농부를 모아달라고 부탁한 상태입니다.”

“청년 농부를 모으고 있다고요?”

민석이 물었다.

“귀농학교를 통해 청년 농부를 모으고 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인력을 충원할지는 함께 상의해 가며 결정하고 합니다.”

박문호는 귀농학교의 이사장과 친분이 있었다. 귀농학교는 귀농을 원하는 사람들이 교육받는 기관이었다.

생태적이고 지속 가능한 삶에 관심이 높아지던 시기라, 귀농학교가 큰 관심을 받고 있었다. 은퇴를 앞둔 중년부터 청년 농부를 꿈꾸는 청년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농업에 관심이 있고, 농촌에서 전망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었다.

난 박문호에게 부탁해 귀농학교의 청년들을 모아달라고 부탁했다. 충분한 인원을 추천받았다.

구체적인 과정은 동료들과 함께 상의할 생각이었다.

“청년 농부 인턴십이 좋겠습니다.”

한기탁이 말했다. 경영지원팀장다운 말이었다. 나 역시 그의 말에 동의했다.

민석도 고개를 끄덕였다.

“인턴십을 어떻게 운영하면 좋을까요?”

동료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공통의 과제와 개별적인 과제를 동시에 수행하면 좋을 거 같습니다.”

한기탁이 의견을 냈다.

공통의 과제는 농사였다.

연구원을 뽑는 것과는 결이 달랐다. 지리산 농부들과 손발을 맞출 인력이었다.

곶감 농사부터 양봉까지, 모두 함께할 수 있어야 했다.

인턴십 과정에 농사는 필수였다.

개별 과제는 팀원을 뽑기 위한 과정이었다.

인턴십이 끝나면 경영지원, 쇼핑몰, 제품 생산 팀에 인력을 배치해야 했다.

“오전과 오후 시간을 나눠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어떨까요?”

민석이 의견을 냈다. 농사일을 오전에 마무리하고, 오후엔 팀별로 인턴십을 운영하자는 의견이었다.

모두 의견에 동의했다.

“조만간 청년 농부 인턴십을 진행하겠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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