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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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엔 민석 혼자뿐이었다.

“기탁이 형은?”

“외근 중이야. 축제에서 우리 양초를 쓰고 싶다고 문의가 왔거든.”

역시, 한기탁이었다. 종교단체 말고도 다양한 분야로 판로를 개척하고 있었다.

“민석아, 이번 주말에 사람 좀 모아줄래?”

“사람은 왜?”

모니터를 바라보면 그가 고개를 들었다.

“무료 영화 상영회가 있어서.”

“영화 상영회?”

“하문 초등학교에 극장을 만들었어.”

“극장을 만들었다고?”

그는 놀란 얼굴로 날 바라보았다.

“만들었다고? 아님, 만들 예정이라고?”

“스크린까지 점검하고 왔어.”

“이미 만들었다고?!”

“복지 차원이라고 생각해. 다들 힘들게 일만 하시는데, 주말에 영화 한 편 보면 좋잖아.”

“취지야 좋은데...”

잠시 생각을 하던, 그가 곧 입을 열었다.

“좀 이상하네.”

“뭐가 이상해?”

“너답지 않아서.”

그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예상할 수 있었다.

이번 일은 독단적으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회의도 안 하고 일을 처리한 부분이.”

“깜짝 선물이라고 생각해 줘. 모든 비용은 다 내 호주머니에서 나왔으니까.”

그때 한기탁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누구 주머니에서 돈이 나왔다고? 무슨 돈인데?”

한기탁은 웃으며 물었다.

난 한기탁에게 극장과 관련한 일을 설명했다.

한기탁는 진지한 표정으로 내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이야기 중간에 민석을 쳐다보기도 했다.

이야기를 다 듣고, 생각을 말했다.

“뭐 그 정도야 회의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문제라고 생각해.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있고.”

“어떤 부분이죠?”

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어떤 말이 나올지 궁금했다.

“극장 일에 우리를 끌어들이지 않기. 안 그래도 일이 쌓였으니까. 극장 일까지 끌어들인다면, 감당하지 못할 거 같아.”

그는 민석에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동의를 구하는 표정이었다.

민석도 그의 뜻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영화 같이 보자고 말하는 건 괜찮죠?”

난 한기탁을 보며 물었다. 그는 민석에게 시선을 돌렸다.

민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 홀로 조용하게 일을 진행한 까닭은 동료들에게 괜한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얼마나 모아줄까?”

민석이 나에게 물었다.

“자리가 한 150개 정도 돼.”

“지리산 농부들 식구들만 가도 넘치겠네.”

답을 한 건, 민석이 아니라 한기탁이었다.

“그런 일이라면 경영지원팀장인 내가 해야지.”

방금까지 극장 일까진 감당하지 못할 거라고 말한 사람이었다.

내가 눈을 크게 뜨자, 한기탁이 날 보며 말했다.

“극장 관리나 운영에 대해선 관여하지 않겠다는 소리였어. 영화를 관람하는 건, 문제가 다르지. 그건 직원들의 복지에 관한 거니까.”

그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극장 관리는 이춘배 어른이 하기로 한 거야?”

민석이 궁금한 눈빛으로 물었다.

“극장을 관리할 사람은 따로 있어.”

“그게 누군데?”

“두고 보면 알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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