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지리산 농부들의 회식 자리가 있었다.
2호 공장을 가동한 지 한 달이 넘은 시점이었다.
“이번 달 매출이 얼마인 줄 알아?”
한기탁이 비밀을 공개하듯 조심스럽게 말했다.
“얼마 했어요?”
민석이 싱글벙글 웃으며 물었다.
2호 공장을 만들고 순이익을 공개하는 순간이었다.
하문 초등학교의 1호 공장만 가동할 땐, 최대 순이익이 3천만 원이 조금 넘었다.
“월 순이익 1억을 달성했어.”
“정말?”
민석이 깜짝 놀란 듯 표정이었다.
모두 한 달 동안 바쁘게 움직였다.
난 공장 일에 여념이 없었다.
가희를 대신해 제품 생산 팀장을 맡고 있었다.
민석은 사이트 두 개를 동시에 관리했다.
한기탁도 계약서를 들고 뛰어다녔다.
우린 서로를 격려했다.
술기운이 돌 때쯤이었다.
한기탁의 얼굴에 홍조가 돌았다.
“우리 인원 좀 보충해야 하는 거 아니야?”
민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기탁의 말을 받았다.
“내 말이. 가희도 서울로 떠나고. 남자들 셋이서 아주 죽어나고 있다고.”
난 그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안 그래도, 인원 충원에 대해서 상의하려 했어.”
“상의?”
한기탁과 백민석이 눈을 반짝였다.
“경원지원팀에 팀원이 필요하다.”
“홈쇼핑팀도 팀원이 필요해.”
“그 부분도 차차 충원해야겠지.”
둘은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그럼 어떤 사람을 데려오려는 거야?”
한기탁이 물었다.
술이 깬 얼굴이었다.
“지리산 농부들의 수석 연구원이요.”
“수석 연구원?”
수석 연구원
주말에 양초 학교를 찾았다. 양봉 수업을 돕기 위해서였다.
박문호와 협회 사람들이 돌아가며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나 역시 양봉 선생 중 하나였다. 아이들은 모두 적극적인 자세로 수업에 임했다.
남아영은 단연 빛났다. 증기 용랍기에서 나온 밀랍을 거름망에 넣어 깨끗하게 만드는 일은 전문가 못지않았다. 하나를 알려주면 둘을 아는 아이였다.
편애는 없었다.
칭찬을 할 때면 모두에게 골고루 했다. 그것이 나의 철칙이었다.
남아영은 성숙한 아이였다. 질투 따윈 하지 않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