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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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선아의 말대로였다.

남아영의 기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충분했다.

인터넷 게시판에 남아영과 양초 학교 관련한 이야기들이 줄을 이었다.

-기자가 아주 사람 인생을 망치려고 작정을 했네.

-한길 신문 정정 보도 아직도 안 하고 있음.

-저런 언론사는 없어져야 함.

-소비자의 힘을 보여주자.

-오늘부터 불매에 들어감.

-신문사에 광고하는 업체의 물건도 불매.

-나도 동참이요.

처음엔 남아영에 관한 동정 여론이 앞섰다.

그러다 한길 신문의 불매 운동으로 번져갔다.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것도 모자라, 양초 학교의 장학생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여론이 들끓은 것이다.

지리산 농부들도 여론이 변하는 걸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다들 이것 좀 봐. 한길 신문에서 기사 났어.”

민석이 사무실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오늘은 가희도 사무실에 출근을 한 날이었다.

오랜만에 지리산 농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모두 민석의 모니터에 시선을 집중했다.

“그때 그놈 맞지? 조용팔인가, 조용삼인가 하는 기자?”

한길 신문 조용삼이 쓴 기사였다.

긴 사과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사실과 다른 기사가 나간 것에 깊은 사과를 드린다는 내용이었다.

그때 냈던 기사를 내리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여론이 신문사 불매 운동으로 번지자 꼬랑지를 내린 것이다.

“아영이 참 대단한 아이야. 얼굴과 이름까지 걸고 인터뷰를 하다니.”

가희가 동료들을 보며 물었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양초 학교도 아무 문제 없겠네.”

한기탁이 나를 보며 말했다. 그도 은근히 양초 학교를 걱정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오, 이게 뭐야?”

민석이 놀란 얼굴로 소리쳤다.

“뭐야? 또 이상한 기사가 나온 건 아니겠지?”

한기탁이 민석의 모니터를 보며 물었다.

“이게 뭐야?”

한기탁도 민석처럼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뭔데 그래요?”

가희도 모니터를 들여다봤다.

그녀도 입을 쩍 하고 벌렸다.

난 조용히 다가가 민석의 모니터를 확인했다.

양초 주문이 폭주하고 있었다.

세 가지 전략

양초 학교의 물건을 찾는 문의가 폭주했다.

양초 학교는 주말에만 운영하고 있었다. 취미 공방 수준이었기에 물건이 많지 않았다.

소비자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지리산 농부들’에서 판매하는 양초로 향했다.

그 덕에 하동 양초 공장은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이래서는 도저히 주문량을 따라잡지 못하겠어.”

민석이 죽어가는 얼굴로 말했다.

“형, 그때 부탁한 일은 어떻게 됐어요?”

“며칠 더 걸릴 거 같아.”

기탁 선배에게 물었다.

“최대한 시간을 단축해 주세요.”

“알겠어."

그는 자리로 돌아갔다. 부담스러운 얼굴이었지만, 문제없을 거라 여겼다.

현재 양초를 생산하는 곳은 하동 하문 초교와 서울의 양초 학교 두 곳이었다.

양초 학교에서 생산하는 양초는 물량이 들쭉날쭉했다. 모든 것을 아이들의 자율로 맡겨 놓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돈을 받고 일하는 근로자가 아니었다. 양초 학교의 아이들은 모두 장학생들이었다.

양초 학교는 그들의 미래에 투자할 뿐, 강제하지 않았다.

하동에 세운 양초 공장은 달랐다. 많은 양을 생산해 이익을 남겨야 했다.

하문 초등학교에 세운 최초의 양초 공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백 명이 가까운 인원이 양초를 만들고 있었지만,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인원이 많다고 양초가 대량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일을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할머니들이고 어르신들이었다. 너무 무리하지 않도록 적당한 시간을 정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근무시간을 조정하기도 했다.

양초 작업을 하는 형틀도 일하는 데 무리가 가지 않게 제작했다. 말 그대로 가내 수공업이었다.

생산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진짜 공장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한기탁에게 공장 부지와 설비를 요청한 상태였다.

그들이 맡은 일을 처리하는 동안, 난 서울에 있는 양초 학교를 찾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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