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당사자를 만날 차례였다.
난 남아영의 집 앞으로 갔다.
“잠깐 이야기 좀 할까?”
기사를 모르는 듯이 밝은 얼굴이었다. 그녀의 밝은 얼굴이 내 마음을 무섭게 만들었다.
우린 처음 이야기를 나눴던 공원으로 갔다.
“혹시, 기사 봤니?”
“네, 봤어요.”
아영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답했다.
“미안하다.”
“아저씨가 미안할 게 뭐가 있어요. 나쁜 사람은 따로 있는데.”
그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맑은 하늘에 뭉게구름이 떠가고 있었다.
“아저씨에게 물어볼 게 하나 있어요.”
아영이 내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뭔데?”
“혹시 이번 일로 양초 학교가 없어지나요?”
“왜 그런 생각을 했어?”
“갑자기 찾아온 행운은 금세 사라진다는 말이 생각나서요.”
웃으며 말하고 있지만, 불안한 마음이 느껴졌다.
마음이 아팠다.
“아영이가 생각하는 일은 절대 벌어지지 않을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양초 학교를 지킬 거니까.”
그녀의 얼굴이 밝게 변했다.
“정말이요?”
“난 거짓말하지 않아.”
“저도 잘 알아요.”
“뭘?”
“아저씨가 거짓말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아영도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할 말이 있었다.
“아영아, 이번 일을 바로잡을 수 있게 도와줄 수 있겠니?”
“바로잡아요?”
그녀에게 인터뷰를 할 것을 권했다.
아영이는 내 말을 듣고 생각에 잠겼다.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그 사람은 믿을 수 있을 사람인가요?”
“누구?”
“저와 인터뷰한다는 기자요.”
“믿을 수 있어.”
“그럼 좋아요.”
아영이 허락을 했다.
곧장 배선아에게 연락해 약속을 정했다.
생각보다 빠르게 인터뷰가 진행됐다.
* * *
배선아는 약속 장소에 먼저 나와 있었다.
양초 학교 근처의 조용한 카페였다.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는 사이에 전화벨이 울렸다.
“남아영입니다.”
전화기 너머 목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아영은 이미 배선아의 앞에 있었다.
“진동이 울리는 거 보고 알았어요.”
배선아는 씩 웃으며 손짓했다.
“앉아요.”
남아영이 자리에 앉았다. 배선아는 남아영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제 얼굴에 뭐가 묻었나요?”
남아영이 물었다.
“아니요. 내가 생각한 이미지와 좀 달라서요.”
“어떻게 다른데요?”
“강한 이미지일 거로 생각했어요.”
“지금은 어떤데요?”
“꿈 많은 소녀 같아요. 평범한.”
배선아의 말에 남아영이 웃었다.
“김덕명 씨에게 전해 들었죠? 원하지 않으면 신분은 공개하지 않아도 돼요.”
“그 부분은 많이 생각해 봤어요. 전 두렵지 않아요. 신분을 공개하는 것도.”
“너무 감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나중을 위해서라도 공개하지 않는 편이 나을 수도 있어요.”
“감정적으로 결정한 일은 아니에요. 그게 모두를 위해 좋다고 판단했어요. 아저씨와 양초 학교 사람들에게.”
배선아는 더 묻지 않았다. 인터뷰는 저녁 시간까지 이어졌다.
배선아는 남아영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를 악물었다.
한길 신문의 보도 내용과 달라도 너무 달랐기 때문이었다.
남아영은 배선아에게 그간의 일을 말했다.
양초 학교에 들어간 계기와 김덕명이 부모님에게 허락을 받기 위해 찾아온 이야기도 했다.
자신처럼 힘든 상황에 놓인 아이들에게 양초 학교에 함께 가자고 홍보했던 사실이며, 하동의 할머니들과 정가희에게 양초 만드는 법을 배웠던 이야기며, 그 속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배선아는 녹음기를 켜고, 수첩에 주요한 내용을 적었다.
남아영은 동생 대신 죄를 뒤집어쓴 것을 제외하곤, 모든 내용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말했다.
“기사가 나가면 바로 연락할게요.”
“이 기사가 나가면 양초 학교도 다시 살아나겠죠?”
남아영은 배선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영이의 말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거라고 생각해.”
“전 양초 학교가 없어지지만 않으면 좋겠어요.”
“양초 학교가 없어지는 일은 없을 거야.”
배선아의 말에 남아영은 활짝 웃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