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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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신문 배선아 기자와 만났다. 그녀와 함께 광화문 인근에 있는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악의적인 기사를 낸 건 그녀가 아니었다. 한국 신문에는 양초 학교에 대한 미담뿐이었다.

문제는 한길 신문의 기사였다.

“배 기자님이 정보를 제공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배 기자님을 먼저 찾은 이유는, 한길 신문의 의도를 알고 싶어서입니다. 그 기자는 무슨 의도로 이런 기사를 쓴 걸까요?”

“저도 그 기사를 보고 놀랐어요. 김덕명 씨를 포함해 양초 학교의 이미지까지 훼손하려는 의도가 다분한 기사였어요. 둘 중 하나일 거예요.”

“둘 중 하나요?”

“사주를 받았거나, 그저 이슈를 만들려는 속셈이요. 후자일 가능성이 높아요. 사주를 받았다고 느껴지는 내용은 없었어요.”

“대체 그 기자는 누굽니까?”

“업계에서도 유명한 인물이거든요. 사소한 내용도 부풀리고 왜곡하는 능력이 탁월해요. 별명이 뻥튀기에요. 뭐든 어마어마하게 부풀린다고. 전부 눈살을 찌푸리는 내용뿐이지만.”

“그 사람 연락처 좀 알 수 있을까요?”

배선아에게 물었다. 그녀는 주저하는 눈치였다.

“연락처는 알려 줄 수 있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만나봤자 감정만 상할 거예요. 그 사람 질이 안 좋아요.”

“상관없습니다.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니까요.”

“그것보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하나 있어요.”

배선아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녀의 방법이 궁금했다.

“어떤 방법이죠?”

“아영이를 만나게 해주세요. 기사엔 기사로 대응하는 게 가장 깔끔한 방법이에요.”

“반박 기사를 낸다는 말씀이군요.”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아영이의 입을 통해 진실을 밝히자는 말이었다.

배선아도 남아영이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고 있었다.

소녀 가장에 동생과 아픈 아버지까지 모시고 있음을.

“그건 좀 생각해 보죠.”

먼저 아영이의 의견을 물어야 했다.

내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었다.

배선아도 인정했다.

그녀는 메모지에 번호를 적었다.

“이게 그 사람 연락처에요. 방금 말씀드린 대로 안 만나는 게 좋을 거예요. 기분만 나빠질 수 있으니까요.”

그녀는 한길 신문의 조용삼 기자의 연락처를 주며 말했다.

“제가 알아서 판단하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자, 배선아도 함께 일어섰다.

“아영이 인터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요.”

배선아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배선아와 헤어지고 난 뒤, 조용삼 기자에게 전화를 했다.

그녀는 만나지 말 것을 권했지만, 얼굴이라도 보고 싶었다.

조용삼은 생각과 달리 순순히 만남에 응했다.

다만, 만날 장소는 그가 정했다.

“광화문 광장 괜찮으시겠습니까?”

“어디든 상관없습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허여멀건 한 얼굴에 안경을 쓴 남자가 나에게 커피를 내밀었다.

체격이 작고 왜소한 남자였다.

“한길 신문의 조용삼입니다.”

“김덕명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한 번에 절 찾으셨네요?”

“기자의 촉입니다.”

촉이 아니라 준비 같았다. 기사가 터지면 내가 찾아올 것이라고 예상한 얼굴이다.

“제가 공원을 좋아합니다.”

조용삼은 벤치에 앉으며 말했다.

난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방에 CCTV가 설치돼 있었다. 게다가 지나다니는 경찰도 많았다.

두려운 게 많은 남자였다.

이런 사람이 기자인 것도 우습게 느껴졌다.

“용건부터 말씀드리죠. 무슨 이유로 그런 기사를 쓴 겁니까? 아이들을 비행 청소년으로 만들고, 양초 학교의 이미지도 훼손하셨더군요.”

“전 사실을 왜곡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안경테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기사는, 사실을 어떻게 편집하고 전달하느냐에 따라 옳은 것이 되기도 하고, 틀린 것이 되기도 한다.

그는 자신의 관점이 틀리지 않았다는 표정이었다. 그저 자신의 기사가 이슈화되었다는 것에 득의만만해 했다.

“김덕명 씨도 아이들을 이용하는 것 아닙니까? 아이들이 만든 양초로 돈을 버는 건 사실이잖아요. 장학금이다 뭐다 하지만 다 장사할 속셈이고요.”

입을 함부로 놀렸다.

대꾸하지 않자, 그는 기세등등하게 말을 이어갔다.

“김덕명 씨에 대해서도 조사를 좀 했습니다. 지역에서 촉망받은 청년 농부시더라고요. 곶감과 벌꿀로 돈도 좀 만지셨고. 지금은 양초로 사업을 확장 중이시고요.”

“원하는 게 뭡니까?”

“저 같은 신문기자가 원하는 게 있겠습니까? 독자들의 알 권리죠.”

“기사를 내리고, 사과할 마음은 없습니까?”

“제가 뭐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고.”

조용삼은 빈정거리듯 말했다.

배선아의 말대로였다.

“뭐야, 이건!”

조용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벌 한 마리가 그의 주변을 돌고 있었다.

“가만히 있으세요. 해치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그는 내 말을 듣지 않았다. 귀에서 윙윙대는 벌을 피하고 있었다.

벌은 냄새에 민감했다. 그의 몸에서 나는 향수 때문에 벌이 관심을 보인 것이다.

“죄송한데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군요.”

조용삼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벌은 계속 그를 쫓았다.

‘벌 한 마리도 무서워하는 인간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구나.’

기억을 더듬어보니, 나중에 유명인들의 사생활을 파헤치고 폭로하는 SNS 채널의 운영자 중 하나였던 그 조용삼이다. 신문기자를 하다 기레기로 찍힌 뒤 개인 채널에서 폭로전을 이어가다 결국 그 생태계에서도 아웃된 걸로 기억한다.

난 멀어져 가는 그를 바라보며 다시 볼 일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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