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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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가 나오기도 전이었다.

밀랍 양초 물량이 달렸다.

종교 단체들 말고도, 개인 구매자가 넘쳐났다.

광고 기획자로 일했을 때 가장 원하던, 해보고 싶은 마케팅이 있었다.

꼭 돈을 들여야 하는 광고가 아니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입소문 마케팅이었다.

그 덕에 우린 행복한 비명을 질러야 했다.

일손이 부족한 것이다.

사무실 식구들도 양초를 만드는 일을 도와야 했다.

“오늘은 퇴근 후에 전원 하문 초등학교로 이동합니다.”

동료들에게 말했다.

“사무실에서 하루종일 일했는데, 쉬지도 못하다니.”

민석이 죽어가는 얼굴로 말했다.

모두 함께 하문 초등학교로 이동했다.

도착하자마자 한기탁은 억 소리를 냈다.

“어마어마하다.”

그는 무척 놀란 얼굴이었다.

아르바이트 인원까지 합치니 백 명이 넘었다.

모두 한기탁의 장부에 있는 인원들이었다. 급여와 알바비 등을 정산하고 있었지만, 한자리에서 마주한 건 처음이었다.

그 정도로 사무실 일이 바빴다.

“다들 포장 작업을 도와주세요.”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가희가 말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포장작업이었다. 새벽까지 일이 끝나지 않았다.

* * *

다음날 사무실 분위기는 참담했다.

민석의 얼굴에 다크서클이 짙었다. 얼굴까지 창백해 저승사자처럼 보였다.

한기탁은 제대로 걷질 못했다.

사무실이 아니라 야전 병원이었다.

“다들 기운 내라고요.”

동료들에게 에너지 드링크를 돌렸다. 오늘도 할 일이 태산처럼 쌓여 있었다.

민석이 드링크를 마시다 갑자기 망나니처럼 액체를 뿜어냈다.

“뭐야? 사레들렸어?”

그의 눈은 컴퓨터 모니터를 향하고 있었다.

“뭘 본 거야?”

컴퓨터 화면에 기사가 떠 있었다.

양초 학교에 관련한 이야기였다.

나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다.

남아영에 관한 내용도 있었기 때문이다.

빵 가게 도둑이었다는 과거까지 들추고 있었다.

사람을 움직이는 힘

악의적인 내용의 기사였다.

남아영은 비행청소년으로 변해 있었다.

난 청소년을 이용해 돈을 버는 악덕 업주처럼 묘사됐다.

내용이 모두 양초 학교의 이미지에 흠집을 내는 내용이었다.

“이건 사실과 다르잖아.”

한기탁이 기사를 보며 소리쳤다. 화가 난 얼굴이었다. 그에게서 좀처럼 볼 수 없는 표정이었다.

민석도 미간을 구기고 있었다.

“나 잠깐 서울에 다녀올게.”

동료들에게 말했다. 그들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든 사실을 바로잡길 바라는 표정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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