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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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몇 주가 흘렀다.

아영이 덕에 많은 아이들이 양초 학교에 몰렸다.

“너무 많이 데려왔죠?”

“아니야. 아주 잘하고 있어.”

아영이는 다른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밝고 쾌활해졌다.

양초 만드는 일에도 열정적이었다.

가희를 잘 따르고 친언니처럼 좋아했다.

양초 학교에서 만든 양초는 만들자마자 팔렸다.

종교 단체에서 쓸어가듯 양초를 사 갔기 때문이다.

대부분 천주교와 기독교 단체였다.

오로지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퍼져 나가고 있었다.

아이들이 만드는 양초로는 물량이 부족할 지경이었다.

잘 팔리는 이유 중 하나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 때문이기도 했다.

하동에서 만드는 제품은 대부분 토종벌이 생산한 밀랍을 사용하고 있었다.

양초 학교에서 만드는 밀랍 양초는 서양벌이 만든 밀랍을 사용했다.

박문호의 도움으로 건물을 무상으로 이용하는 까닭이었다.

서양벌 협회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하동으로 돌아가려는 참이었다.

차에 타려는 순간,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김덕명 씨, 전화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몰라요.”

배선아 기자였다. 그제야 부재중 전화가 온 것을 확인했다.

“취재엔 언제든 응한다는 말 기억하시죠?”

“기억합니다.”

“타시죠.”

그녀를 차에 태우고 물었다.

“그런데 취재라니, 저와 관련한 일인가요?”

“그때 물어보신 빵 가게 소녀요.”

“그런데요?”

“그 소녀가 양초 학교에 있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브레이크를 밟았다. 자동차가 거칠게 멈췄다.

“그런 취재라면 사양하겠습니다. 그 아이는 홍보나 마케팅을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배선아는 태연한 표정이었다.

“오해를 하신 거 같은데, 전 그렇게 파렴치한 여자는 아닙니다.”

“그럼 목적이 뭡니까?”

배선아와 눈을 마주쳤다.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농부 김덕명에 대한 관심이죠.”

“저에 대한 관심이요?”

“곶감 농부에서 양봉가로 동시에 양초 학교까지. 농부 김덕명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졌어요.”

여우 같은 면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뒤통수를 때린 적은 없었다.

“제가 오해했네요. 사과하죠.”

“참고로 양초 학교 이야기는 기사로 다룰 생각이에요.”

난 고개를 갸웃거렸다.

“물론 빵 가게 소녀 이야기는 안 쓰겠습니다. 단, 양초 학교는 요즘 하도 화제라 다룰 수밖에 없는 소재거든요.”

“그럼, 좋은 기사 기다리겠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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