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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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오후, 하동으로 내려갔다. 집으로 가기 전 잠시 들를 곳이 있었다.

한기탁 선배의 자취방이었다.

“대표님, 오셨네요.”

그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회의할 때를 제외하곤 편하게 말하기로 했잖아요.”

“얼굴에 회의라고 적혀 있는데요.”

한기탁을 포함한 동료들에게 양초 학교 운영에 관한 내용을 공유했었다.

다른 동료들과 달리 한기탁은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마지못해 허락은 했지만, 그게 마음에 걸렸다.

“양초 학교에 아이들을 더 모을 생각이에요.”

“그런데, 덕명아.”

한기탁의 표정이 굳어 있었다.

“우린 자선 사업가가 아니야.”

“저도 자선 사업을 할 마음은 없어요.”

“양초 학교에 불우한 청소년을 모으는 게 자선 사업이 아니라고?”

“아이들을 도울수록 우리에게 더 좋은 일이 생겨요. 수익도 더 늘어날 거고요.”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한기탁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곶감을 팔 때도, 사람들과 함께 해서 힘을 모았기에 큰 수익을 낼 수 있었어요. 양봉도 마찬가지고요. 양초도 그렇게 될 거라고 믿어요.”

“그땐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합심을 해서 잘 됐던 거지. 지금은 결이 너무 다르지 않나?”

“다르지 않아요. 제품에 따라 관점의 차이가 있을 뿐이에요.”

“관점의 차이?”

한기탁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곶감과 꿀은 식품이에요. 먹는 음식이죠. 깨끗하고 건강한 식품을 만들기 위해 사람들과 힘을 모았어요. 그런 노력들이 모여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거고요.”

“양초는 뭐가 다른데?”

“양초는 빛과 희망을 파는 일이에요.”

“빛과 희망?”

“사회의 빛과 희망은 아이들이에요. 양초를 팔아 아이들에게 수익을 돌려주면, 소비자들의 마음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그럼 우린 양초 장사꾼이 아니네. 빛과 희망을 나누는 사람들이야.”

그가 보기 좋게 웃었다.

더는 양초 학교에 대해 의심하지 않겠다는 미소였다.

난 양초 학교가 상징적 의미를 갖게 될 거라고 믿었다.

아이들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고, 우리 제품도 더불어 잘 팔리길 희망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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