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치른 면접이었다.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전화기를 들었다.
오랜만에 만나야 할 사람이 있었다.
“기탁이 형, 잘 지내요?”
“덕명이구나? 나야 뭐, 죽지 못해 살지.”
학교 선배 한기탁이었다. 졸업 후 처음으로 하는 전화였다.
목소리에 힘이 넘쳤다. 반가운 음성에 옛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오늘 시간 있어요?”
“나야 남는 게 시간이지.”
“현재 계신 곳이 어디죠?”
“구례에 있어.”
“한 시간 이내로 갈게요.”
“그렇게 빨리? 너 서울에 있는 거 아니었어?”
“지금 하동에 있어요. 주소 찍어 보내주세요.”
“그래, 알겠어. 바로 쏠게.”
주소를 받자마자 구례로 이동했다.
한기탁, 그는 학교 선배다. 경영학 전공으로 나와 과는 달랐다.
그를 알게 된 건 수업을 통해서였다. 그의 부전공이 광고홍보였다.
팀별 과제 수업에서 인연이 생겼다. 밝고 서글서글한 인상이 매력적인 남자였다.
세 살 차이가 났지만 우린 친구처럼 잘 지냈다. 그는 능력 있는 경영학도였다. 졸업과 동시에 대기업에 취직했다.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취업을 축하했다.
그 일이 그의 발목을 잡을 줄은, 아무도 예상을 못 했다.
그는 인사재무팀에서 일했다. 실력을 인정받아 3년 만에 대리로 진급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능력 있는 젊은이가 비단길만 걷겠거니 여겨졌다.
사고가 터진 건,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에서였다.
생산직 노동자가 작업 중 사고를 당했다.
생산 라인에서 일하던 노동자는 손가락 네 개를 잃었다.
그는 산업재해를 신청했고, 회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청 노동자란 신분을 가지고 트집을 잡은 것이다.
그때 한기탁은 노동자의 편을 들었다.
동료들은 한기탁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정의감에 날뛰는 돈키호테라고 여기는 이도 있었다.
노동자는 승소했지만, 그는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그가 왜 그런 선택을 한 이유를 나중에 알게 됐다.
한기탁의 죽은 형 때문이었다. 그의 형은 산재로 목숨을 잃었지만, 어떤 보상도 받지 못했다.
지금은 조직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시골에 내려와 있었다.
대기업에선 불필요한 사람인지 모르지만, 나에게 꼭 필요한 인재였다.
구례에 진입했다. 난 주소지를 몇 번이나 확인해야 했다.
그는 산골짜기 깊은 곳에 살고 있었다. 완벽한 오지 마을이었다.
“기탁이 형.”
“어서 와 덕명아.”
그는 먼지 묻은 옷을 털어내며 날 반겼다.
집이 고요했다. 강아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부모님은 어디 가셨어요?”
“나 여기서 혼자 살아.”
“혼자?”
부모님은 서울 누나네 집으로 갔다고 했다.
한기탁이 이곳에서 부모님을 모시겠다고 했지만, 누나의 뜻을 꺾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도 인정했다. 병원에도 다니기 힘든 오지 마을이었다.
아들이 홀로 남는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심정은 어땠을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선배는 여기서 혼자 뭐 하는 거예요?”
“나, 농사짓지.”
“농사요? 무슨 농사?”
“고추 농사, 깨 농사, 상추 농사, 콩도 심는다.”
그는 손가락을 헤아려 가며 열심히 말했다.
난 주변을 둘러보았다. 제대로 자란 작물들이 보이지 않았다.
작물의 대부분이 죽어가고 있었다.
그는 나와 시선을 마주치고, 무안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아직 초보라서.”
그는 멋쩍게 웃었다.
사람마다 적성과 재능이 다르다.
한기탁은 농사와는 맞지 않았다. 정확히는, 작물을 재배하는 일과 거리가 멀었다.
그는 이곳에서 3년 동안 농사를 짓지만 결국 실패하고 만다.
어쩔 수 없이 서울로 다시 올라갔다.
중견 기업에 입사하지만, 그곳에서도 문제가 생겼다.
거기에선 그가 산재의 당사자가 되고 만다. 산재를 당한 이를 구하려다 당한 사고였다. 그의 상태는 말도 못 했다. 거동이 불가능한 지경까지 되어 버렸다.
그가 입원한 병원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희미한 웃음으로 날 반기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데 넌 어떻게 지내야? 직장은 다니고?”
그는 직장이란 말을 할 때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저도 농사지어요.”
“농사? 김덕명이 농사를 짓는다고?”
그가 자지러지게 웃었다.
웃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언젠가 더운 여름 축제가 끝나갈 무렵이었다. 우린 캠퍼스에 앉아 술을 마셨다.
그때 난 술에 취한 상태였다. 그에게 고백하듯 말을 했다.
아버지처럼 농사를 짓지 않겠다는 소리였다. 그뿐만 아니라 광고 기획자도 될 생각이 없다고도 말했다.
그때, 그가 나에게 물었다.
그럼 대체 뭘 하고 싶은 거냐고.
난 초등학교 선생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것도 산골 마을 선생이 되고 싶다고.
물론, 이 모든 이야기는 그의 입을 통해 들었다. 술에 취해 기억이 없었다.
반은 진실이었다. 초등학교 선생은 어릴 때 꿈이었다.
물론, 지금은 선생보다 농부를 갈망하고 있었다.
“농사, 그거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동 농업 지원센터에서 만났던 심사위원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들은 날 대단한 농업인으로 여기고 있었다.
헌데 정작 가까운 사람은 내가 뭘 하는지도 몰랐다.
오지에 살아서 그런지 티브이도 없는 것 같았다.
“형, 저랑 같이 일해 볼 생각 없어요?”
난 본론을 꺼냈다.
그는 놀란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내가 하는 농사를 팽개치고, 너랑 같이 농사를 짓자고?”
팽개치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그가 재배한다는 작물은 이미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내 봤을 땐, 형은 농사에 재능이 없어요.”
“잘 아는 사람이 나랑 같이 농사를 짓겠다고?”
그의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형은 형이 잘하는 일을 하면 돼요.”
“내가 잘하는 일?”
“조직 관리요. 필요에 따라 영업도 할 수 있고요.”
“농사일에 조직 관리가 필요하다고?”
“당장은 재무팀이 없으니까 재무 쪽도 봐야 할 거예요.”
“정리하면, 내가 인사와 재무 그리고 영업도 해야 한다는 뜻이지?”
“네, 그런 뜻이에요.”
한기탁은 인사와 재무 능력이 뛰어났다.
조직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인력이었다.
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관리가 필요했다.
인력만이 아니라 재무도 신경 써야 했다.
법인으로 전환하면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였다.
나 혼자 전부 감당할 수 없었다.
새로운 멤버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한기탁, 그가 적임자였다.
“덕명아,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고깝게 생각하지 말아줘.”
“괜찮아요. 편하게 말씀하세요.”
“농사는 회사랑 수익구조가 달라. 나도 농사를 짓고 있지만, 일 년 내내 고생해서 한번 돈 버는 일이야. 인사니, 재무니 하는 게 필요 없어. 영업도 마찬가지로 할 게 없고...”
그는 장황하게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괜히 말을 끊고 싶지 않았다.
사람의 말을 잘 듣는 것도 리더의 덕목 중 하나였다.
난 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아직 일 년이 안 됐다고 했지?”
“네.”
“지금까지 매출은 얼마나 했어?”
“10억이 좀 넘었어요.”
그의 입이 억하고 벌어졌다.
“몇 명이서 일하고 있는데?”
“저까지 총 5명이요.”
“5명이 10억을 넘게 벌었다고?”
“네.”
그의 변해가는 얼굴이 만화 속 캐릭터 같았다.
“지금 농업 법인으로 전환을 앞두고 있어요. 인원도 늘릴 생각이에요.”
“그럼 인력은 얼마나 둘 생각인데?”
“최소한 백 명은 넘을 거 같아요.”
“백 며엉?!”
그는 아직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그게 정말이야?”
“제가 선배에게 거짓말하는 거 봤어요?”
“아니.”
“그래도 믿기지 않으시죠?”
“그건 사실이야.”
“차에 타시죠.”
“지금?”
“어차피 할 일도 없으시잖아요.”
그는 잠시 집주변을 둘러보았다.
쓰러져가는 작물들이 그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판로개척, 그 시작
하동 농업지원센터에 입주가 확정됐다.
오늘은 사무실 개소식이었다.
부모님을 포함해 지리산 농부들 멤버 전원이 모였다.
새로 들어온 한기탁도 있었다.
그는 하동에서 내가 했던 일을 확인하고,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혼자 살던 집을 정리하고 지원센터 근처에 방도 얻었다.
멤버들과는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상태였다. 모두 그를 마음에 들어 했다.
그의 서글서글한 성격이 한몫했다. 나이 때문에 어려워 말라는 말을 거듭했다.
“이게 우리 사무실이란 말이라고.”
민석이 가장 좋아했다. 파티션으로 나뉘어 있는 책상에 각자의 이름표도 붙어 있었다.
민석은 자리에 앉으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가희도 자신의 자리에 앉아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이 자리는 기탁 선배 자리.”
“왜 나만 떨어져 있는 거야?”
“연장자라 상석을 주려고 했지요.”
“네 자리는 어디야?”
“여기요.”
민석의 옆자리였다. 대표라고 따로 자리를 두지 않았다.
“뭐야! 나만 떨어져 있잖아. 나 상석 필요 없어. 사람들하고 같이 있게 붙여줘라.”
멤버들이 그의 반응에 웃었다. 그는 당장 내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민석과 가희가 책상 옮기는 일을 도왔다.
“여긴 임대료가 얼마인 거냐?”
아버지가 물었다. 지원 사업에 선발이 됐다고 말했지만, 어떤 혜택이 있는지 말씀을 못 드린 것 같았다.
“사무실 임대료는 없어요.”
“공짜란 말이냐?”
아버지는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공짜는 아니죠. 이곳은 저희가 낸 세금으로 운영이 되는 거니까요.”
“아무튼 대단하다.”
“사무실에 어머니, 아버지 자리도 마련했어요.”
난 따로 마련한 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린 괜찮아. 이곳보다 양봉장이 더 편하다.”
어머니도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강하게 거절할 줄은 몰랐다.
어머니는 ㈜지리산농부들 개소식을 위한 음식을 준비하셨다.
거창한 개소식은 아니었다.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먹는 걸로 마무리를 했다.
“우린 먼저 가보마.”
부모님은 음식을 다 먹고 말했다.
“더 계시다 가시지요?”
한기탁 선배가 아쉬운 표정으로 물었다.
“우린 우리대로 할 일이 있어서.”
부모님은 이곳보다 양봉장이 더 편하다고 했다.
나도 그 말에 동의했다. 부모님과 인사를 하고 지리산 농부들만이 남았다.
우린 회의실로 이동했다.
밀랍 양초 사업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농업 법인으로 전환을 한 만큼 우린 직급에 맞게 호칭을 정했다.
경영지원팀장에 한기탁, 쇼핑몰 운영팀장 백민석, 제품 생산팀장 정가희였다. 전 직원의 간부화.
“전부 팀장인데, 누구만 혼자 대표네요.”
“대표 농부죠.”
가희의 말에 난 웃으며 대꾸했다. 인원이 부족한 대로 모두 일당백의 역할을 해야 했다.
지금부터는 단순히 농사일만 하는 게 아니었다. 하나의 사업체가 돼야 했다.
지속 가능한 사업이다. 그 시작은 밀랍 양초였다.
멤버들에게도 밀랍 양초를 생산하겠다고 이미 말한 상태였고, 모두 내 말에 동의해 주었다.
오늘 회의를 통해 세부 사항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회의에 앞서 각자 맡은 일부터 점검하겠습니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경영지원팀장님은 표준 계약서를 준비해 주세요. 밀랍 양초를 만들 분들의 계약서입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계약서부터 작성해야 하니까요.”
“네, 대표님.”
방금 전까지 장난치던 한기탁은 사라지고 없었다. 경영지원팀장 한기탁으로 변해 있었다.
역시, 사회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
“계약을 할 사람들은 몇 명으로 예상하나요?”
“현재는 10명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처음 그에겐 백 명 정도라고 말했다. 당장 백 명을 채용할 계획은 아니었다.
차츰 늘려갈 생각이었다.
밀랍 양초를 생산하는 양을 확인해야 했다. 무턱대고 사람부터 채용할 수 없었다.
한기탁은 수긍했다.
그에겐 표준 계약서 말고도 농업 법인 전환에 따른 세부적인 사항을 점검해달라 요청했다. 또 급여 관리부터 쇼핑몰 매출 관리 등 여러 가지 체계를 잡아야 했다.
“쇼핑몰 운영팀장님은 사이트에 제품을 등록해 주시면 됩니다.”
“지금도 작업 중에 있습니다.”
꿀을 전량 판매한 뒤에도 사이트에 사람들의 방문이 끊이질 않았다.
“로그 분석도 계속하고 있죠?”
“그때 만든 분석 툴보다 업그레이드 중에 있습니다.”
내가 원하던 바였다. 그가 항상 소비자의 행동을 분석하고 있길 바랐다.
“제품 생산 팀장님은 양초 제작에 따른 도구들 준비 중인가요?”
“네, 장비 물색은 끝난 상태고 이제 구입만 하면 됩니다.”
“구매 요청은 경영지원팀장님에게 하시면 될 겁니다.”
“모든 필요한 게 있으면 말만 하면 되는 거죠? 간식 같은 것도.”
“네,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요청하세요. 일하는 데 힘이 달리면 안 되니까. 그리고 생산에 돌입하면 밀랍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체크해 주세요. 우선은 우리가 생산한 밀랍으로만 양초를 만들 거니까요.”
밀랍이 얼마나 많이 소요되는지 알아야 했다.
소모되는 양에 따라 외부에서 얼마나 사야 할지 판단할 수 있었다.
서로의 업무확인이 끝나고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됐다.
회의할 내용은 간단했지만, 몹시 중요한 일이었다.
밀랍 양초를 생산할 사람들을 채용하는 것과 장소를 결정하는 일이었다.
가희는 밀랍 양초 전문가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지장사 주지 스님이 양초를 보고 감탄했을 정도다.
밀랍 양초 생산은 그녀의 주도로 이뤄질 것이었다.
밀랍 양초를 생산할 사람들을 어떻게 구할 것인가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다.
사실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많았다.
내가 지장사에 있는 동안, 민석이 꾸준히 넓혀 놓은 인맥 때문이었다.
그는 하동에 있는 여러 마을을 다니며 무료로 컴퓨터 교육을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뿐만 아니라 비교적 젊은 중년의 사람들도 섭외가 가능했다.
민석은 하동부인회관 할머니들을 추천했다.
곶감 일을 할 때도 적극적으로 나섰던 모습이 떠올랐다.
“할머니들 중에는 돈이 꼭 필요한 분들이 계십니다.”
시골에는 이제 농사로는 돈을 벌 수 없는 분들이 많았다.
연로하신 분들이지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이 필요한 분들이기도 했다.
그는 컴퓨터 교육을 하면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를 기울였다고 했다. 민석이 하동부인회관 할머니를 추천한 이유였다.
곶감 농사를 할 때도 돈이 절박했던 분이 계셨다.
돈이 꼭 필요한 분을 1순위에 놓고 지원을 받자는 의견이었다.
그의 의견에 모두 동의했다.
밀랍 양초를 만드는 일은 감을 깎는 일보다 어렵거나 힘들지 않았다.
그저 꼼꼼하고 섬세한 손놀림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그런데, 밀랍 양초를 생산할 곳은 알아보셨나요?”
경영지원팀장 한기탁이 물었다.
다른 이들의 시선도 나를 향했다.
지원센터는 사무실과 연구 장비를 제공했다.
제조공장까지 지원하지 않았다.
“그 문제는 오늘까지 매듭을 지을 예정입니다. 결정이 되는 대로 공지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모두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난 외출 준비를 하며, 가희에게 시선을 돌렸다.
“제품 생산 팀장님.”
“네, 대표님.”
회의 때와 달리 불편한 표정이었다.
“무슨 문제 있습니까? 정 팀장님.”
“혹시, 회사 밖에서는 편하게 말해도 되나요?”
“네, 원하신다면.”
“감사합니다.”
“제가 부탁한 샘플은?”
“여기 있습니다. 대표님.”
그녀가 나에게 종이백을 건넸다.
그녀에게 부탁한 밀랍 양초 샘플이었다.
난 슬쩍 종이백을 열어보았다.
양초가 아니라 작품 같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