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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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양봉 교육을 끝내고 차에 탔다. 옆자리에 매화가 타고 있었다.

민석이 일이 생겨 내가 대신 데려다주는 길이었다. 마침 그녀에게 묻고 싶은 게 있었다.

어젯밤 밤새도록 고민했던 일이기도 했다.

집 근처에 잠시 차를 세웠다. 그녀가 의아한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난 펜과 노트를 꺼냈다. 그녀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벌 밥을 이용한다면 토종벌도 꿀을 두 번 딸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꿀을 늘려 본 적은 없어요]

[왜죠?]

[큰 스님의 원칙이셨어요. 언제나 정량만 채취하셨으니까]

[큰 스님과 달리 전 일 년에 두 번 꿀을 따고 싶습니다. 가능할까요?]

[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그 말이 듣고 싶었다. 서양벌들은 초여름과 가을 두 번 꿀을 딸 수 있다. 그만큼 수확량이 많은 것이다.

반면에 토종벌은 초가을에 한 번이 전부였다. 수확량이 적어 장마 기간을 버티기에 부족했다.

벌 밥을 사용하면 두 번도 가능할 것이라고 여겼다.

긍정의 대답을 들으니 속이 다 후련했다.

용건을 끝내고 김꽃님 할머니의 집 앞에 차를 세웠다. 마당에 있던 할머니가 웃으며 달려왔다.

“오늘은 덕명이가 왔네.”

“네, 할머니. 잘 계셨어요?”

“나야 뭐 항상 잘 있지.”

할머니는 매화의 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행복해 보였다.

김꽃님 할머니는 시인이기도 했다. 그녀의 시엔 그리움에 관한 내용이 유독 많았다.

지금 보니 딸에 대한 그리움 같았다.

“전 이제 가볼게요. 일이 있어서.”

“밥 먹고 가지 그래. 밥 다 해놨는데.”

“다음에 꼭 먹고 갈게요. 오늘은 중요한 약속이 있어요.”

“그럼, 잠깐만 기다려 봐.”

김꽃님 할머니가 집 안으로 들어갔다. 난 매화와 눈을 마주쳤다. 그녀도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할머니가 종이봉투를 들고나왔다. 배가 불룩하게 나온 봉투였다.

“정말 고마워. 덕명이 만나고 좋은 일만 생겼어. 이거 우리 딸 데리고 온 수고비야.”

그녀가 종이봉투를 나에게 건넸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아니긴, 어른이 주면 받아.”

어쩔 수 없이 받고 말았다. 받지 않아도 실례가 될 것 같았다.

“이제 가봐.”

두 모녀를 뒤로하고, 시동을 걸었다.

봉투를 살짝 열어보니 고소한 냄새가 진동했다.

약과였다. 꿀로 버무린 전통식 약과.

창을 내리고 고향의 공기를 마음껏 마셨다. 따뜻한 마음이 가슴 깊은 곳까지 들어찼다.

이제 황유신을 만나러 가는 일만이 남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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