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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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을 땐, 놀라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눈앞에 가희가 있었다.

“김덕명,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가희 목소리가 동굴 안을 울렸다. 벌떡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녀뿐만 아니라 지장사 사람들이 동굴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매화 스님도 있었다.

일부러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합격을 축하하는 표정이었다.

난 다른 점에 주목했다. 그녀는 비밀의 문이 있는 곳에 시선을 두지 않았다. 나와 벌 밖에는 관심이 없었다.

한편으론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십년감수했습니다.”

주지 스님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난 당장 떠날 준비를 했다.

돌아가는 길은 빨랐다.

지장사에 도착하자마자, 주지 스님과 면담이 있었다.

연화 스님이 어떤 말을 할지 궁금했다.

방 안에 향긋한 차향이 감돌았다.

“그래도 무사하니 다행입니다.”

연화 스님의 얼굴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평소와 달리 얼굴에 주름이 깊었다. 한숨도 못 잔 얼굴이었다.

“약속대로 연락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전화기가 그렇게 쉽게 방전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그곳에서 별일은 없으셨는지요?”

“추위를 견디는 일 말고는 별일 없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가희를 통해 그간의 일을 전해 들었다.

지장사 내부에서도 말이 많았다고 했다.

주지가 괜한 짓을 벌였다는 말이었다.

돌아가는 길에 사람들의 눈빛에서 불만을 읽을 수 있었다.

마침 지장사를 빠져나갈 좋은 기회였다.

“주지 스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말씀하시지요.”

“제 문제로 곤란에 빠지신 거 같습니다.”

대답이 없다. 그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이제 해답을 제시할 차례였다.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하면 어떨까요?”

그녀가 귀를 쫑긋 세웠다.

“이참에 하산할까 합니다. 양봉을 배우는 일은 내려가서도 할 수 있으니까요.”

“정말 그래 주시겠습니까?”

그제야 주지의 표정이 밝아졌다.

“물론 스승과 함께 가야겠죠.”

매화와 함께 하산하면 되는 문제였다. 시험을 통과하면 벌을 분양하고 기술을 전수하겠다고 약속했다.

장소는 말하지 않았다. 주지의 허락만 받으면, 내가 원하는 장소로 데려올 수 있었다.

“그리하시지요.”

일이 쉽게 풀렸다.

* * *

아침이 밝았다.

지장사를 떠날 모든 준비를 마쳤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원하는 바를 이루길 기원하겠습니다.”

난 주지 스님과 지장사 사람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비구니들이 합장하고 고개를 숙였다.

가희는 면화 스님과 정이 들었는지, 그녀의 손을 놓지 못했다. 그들의 눈에 이슬이 맺혀 있었다.

“이제 가야 할 시간이야.”

가희는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매화도 나를 따랐다.

내 등엔 지장사에서 얻은 벌통이 있었다.

동굴에서 얻은 행운의 보석까지.

이제 본격적인 양봉이 시작됐다.

맛의 비밀

벌통을 짊어지고 주차장에 도착했다.

민석이 보이지 않았다. 하산 전 그에게 차를 부탁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리 둘러봐도 차가 보이지 않았다.

눈에 띄는 건, 고급 SUV이었다. 말로만 들던 외제 차였다. 부자 등산객이 지리산을 찾은 모양이다.

수화기를 들었다.

“민석아. 아직 안 온 거야?”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었지.”

그때 SUV 차량의 문이 열렸다. 민석이 그 안에서 나왔다. 그는 가희와 매화 스님에게 가볍게 인사를 했다.

“이 차가 맞아?”

그에게 무진동 차량을 섭외해 달라고 부탁했다.

벌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눈앞에 있는 건, 생각했던 것과 모양이 달랐다.

“이게 무진동 차라고?”

눈을 씻고 다시 물었다.

“영화 촬영할 때 쓰는 무진동 차량이야. 카메라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벌들도 안전하게 모실 거야.”

민석은 심사숙고 끝에 고른 차라고 했다. 트럭 형태의 무진동 차량보다 훨씬 안전하리라 판단한 것이다.

난 벌통을 트렁크에 실었다. 트렁크에도 특수한 안전장치가 있었다. 벌통을 고정하기 편리했다.

탁월한 준비였다. 벌통을 싣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민석은 미소로 답했다.

“다들 안전띠 매세요. 출발합니다.”

무진동 차는 거짓말처럼 진동이 없었다. 수평 버전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는 기분마저 들었다.

운전대를 잡은 민석의 모습이 듬직해 보였다.

내가 지장사에 있는 동안, 그 역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시골 생활을 담은 블로그 작업이며 지역 어르신들에게 컴퓨터 교육까지 했다.

블로그 작업은 내가 요청했지만, 컴퓨터 교육은 자발적으로 한 일이었다.

그는 컴퓨터 교육을 하며 인맥을 넓히고 있었다.

“수류 회관까지 가서 컴퓨터 교육을 했다고?”

“요청이 하도 많아서.”

민석은 하동 전 지역을 다니며 컴퓨터 교육을 했다. 마을 이장부터 모르는 이가 없었다. 기대 이상의 성과였다.

전보다 사람 손이 들어가는 일이 더 생길 터였다. 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았다.

난 룸미러를 통해 두 여인을 바라보았다.

지리산 농부들의 멤버 외에 한 명이 더 있었다.

“함께 오신 분, 매화 스님이라고 했지?”

“맞아.”

민석이 운전을 하며 슬쩍 물었다.

“안녕하세요. 전 백민석이라고 합니다.”

민석이 말했다.

“매화 스님은 듣지 못해.”

가희가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민석에게 매화 스님에 관한 이야기를 하진 못했다. 벌통을 옮기는 일에 신경이 팔린 상태였다.

가희는 민석을 대신해 인사를 전했다. 매화 스님은 웃으며 민석에게 인사를 했다.

필담이 아니었다. 가희는 수화로 인사를 전했다.

“수화는 언제 배운 거야?”

가희에게 물었다.

“면화 스님에게 배웠어.”

매화와는 필담으로도 충분히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그래도 수화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있는 건 반가운 일이었다.

민석과 가희, 그들의 역량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었다.

* * *

어머니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아들은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도착했습니다.”

어머니는 포근한 미소를 나를 반겼다. 가희와 매화 스님도 어머니에게 인사했다.

그런데 한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는요?”

“곧 끝내겠다고 해놓고, 아직도 일하고 계신가 보다.”

“일이요?”

일할 시간이 아니었다.

“무슨 일인데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버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에 땀이 흥건했다.

“아버지, 어디 계시다 온 거예요?”

“그 얘기는 가서 하자.”

“가다니 어디요?”

“벌통을 놓아야지.”

난 고개를 돌려 민석을 바라보았다. 그에게 요청한 일 중 하나가 벌통 놓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민석은 내 시선을 피했다.

“어떻게 된 거야?”

민석에게 물었다.

“곧 있음, 알게 될 거야. 우선 벌통부터 꺼내자.”

그의 말대로 벌통을 자리에 놓는 일이 급했다. 먼 길을 이동한 상태였다. 벌들을 안정시켜야 했다.

벌통을 가지고 아버지를 쫓았다. 남은 일행도 우리와 함께 이동했다.

“여기는!”

순간 눈을 의심했다. 감나무밭 뒤쪽의 숲이었다.

나무 아래 돌들이 놓여 있었다. 벌통을 놓을 받침들이었다.

습기와 벌레를 쫓을 수 있게 완벽하게 처리돼 있었다.

한쪽에 창고가 보였다. 그곳에 벌통과 양봉 장비들이 깔끔하게 놓여 있었다.

“네가 오기 전까지 힘 좀 썼다.”

아버지는 어깨를 활짝 펴고 말씀하셨다.

빚을 갚고 남은 돈으로 구매한 땅이었다.

지리산 농부들에게 바치는 선물이라고 했다.

내가 바라던 양봉장이었다. 그의 노고와 정성에 감사했다.

“마음에 드니?”

아버지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물었다.

“마음에 들어요.”

“이제 그 짐 내려놓아라.”

그 말을 듣자, 아버지의 짐을 덜어 드리고 싶었던 때가 생각났다.

지금은 아버지가 나의 짐을 덜어주었다.

벌통을 내려놓자 매화 스님이 벌의 상태를 확인했다. 나도 가까이 가서 함께 봤다. 다행히도 벌은 무사했다.

그녀는 가져온 벌 밥과 물을 벌통에 잘 놓았다.

“그럼, 마무리 잘 된 건가?”

어머니가 물었다. 보나 마나 밥이었다.

“네. 모든 게 완벽하게 끝났습니다.”

가희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다 함께 집으로 갔다. 대문 밖에서도 밥이 익어가는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먹는 집밥이었다.

* * *

다음 날 아침, 우린 바쁘게 움직였다.

벌과 함께 지내며 두려운 마음은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아직 양봉에 대해서는 지식이 부족했다.

약속한 대로 교육을 받기로 했다.

매화 스님은 당분간 김꽃님 할머니의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내가 양봉장을 정리하는 동안 민석이 가희와 매화를 픽업해 왔다.

부모님도 함께 교육을 받고 싶다 했다. 좋은 징조였다.

매화 스님은 지장사에 있을 때보다 얼굴이 밝아 보였다. 간만에 어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서인 것 같았다.

“가희야 네가 수화를 할 줄 아니까. 우리에게 통역해 주면 좋을 거 같아.”

“내가 그 정도 실력은 아니라서.”

말은 그렇게 하지만, 정가희는 악착같이 배우는 기질이 있었다. 분명 수화도 그리 배웠을 것이라 판단했다.

“부탁해.”

그녀는 부족해도 해보겠다고 말했다.

매화에게도 수화로 설명을 했다.

자연스러운 손짓이었다.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역시 내 짐작이 맞았다.

우리는 양봉장으로 향했다.

아직 날이 살랑했지만, 곧 봄이 올 것만 같았다.

모두 벌통을 앞에 놓고 도란도란 모여 앉았다.

매화 스님의 교육이 시작됐다.

“벌을 키우기 위해서는 꿀벌의 세계부터 이해해야 합니다.”

가희가 매화의 말을 전했다.

모두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은 꿀벌의 세계가 계급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론 반대죠. 철저한 평등 사회로 이뤄져 있습니다.”

“여왕벌이 일벌을 다스리는 게 아니었나요?”

민석이 질문했다. 가희는 수화로 매화에게 전했다.

“각자의 역할이 있을 뿐이지 다스리거나 통치하지 않습니다. 꿀벌 사회는 생식 능력을 가진 단 한 마리의 여왕벌과 소수의 일벌, 그리고 생식 능력을 잃어버린 다수의 일벌로 구성됩니다.”

매화는 말과 동시에 벌통 뚜껑을 열었다. 모두 일어나 벌통으로 다가갔다.

“벌 세계의 주인은 일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벌은 태어나면 육아를 담당합니다. 분비샘이 발달해서 새끼를 양육할 조건이 되기 때문입니다.”

“벌이 되면 바로 꿀을 따는 줄 알았는데.”

이번에 어머니였다. 가희의 손이 바빴다.

“육아가 끝났다고 해서 바로 꿀을 따러 가지 않습니다. 그 뒤엔 벌집을 짓습니다. 배아래서 분비되는 밀랍을 이용해서 집을 짓는 것이죠. 깜깜한 어둠 속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육각형의 집을 만들어 내는 것이죠.”

“그럼 밀랍 분비샘마저 퇴화하면 그제야 꽃을 찾아다니는 것이군요.”

내가 말했다.

매화가 날 보며 미소 지었다.

정답이라는 표정이었다.

“네. 맞습니다. 분비샘 기능과 밀랍 생산 기능까지 퇴화하면 밖으로 나가죠. 식구들에게 먹일 꿀과 꽃가루를 가져오기 위해서요.”

“일벌들 정말 대단하네.”

아버지가 감탄한 듯 말했다. 아버지뿐만 아니었다.

모두 벌의 신비한 세계에 빠져들었다.

나에게도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벌통 옆에서 홀로 밤을 지낼 때였다.

벌 한 마리가 죽으러 가는 모습을 목격했다. 자신의 시체가 다른 벌에게 해가 될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집단을 살리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벌들은 공동체를 살리기 위해 평생을 헌신한다.

벌은 볼수록 매력 있는 생명체였다.

“혹시, 맛 좀 볼 수 있을까요?”

아버지가 매화 스님을 보고 물었다. 교육을 듣다 보니 꿀맛이 궁금하셨던 것 같았다.

표정을 보니 모두 같은 얼굴이었다. 부모님과 민석도 그 맛이 궁금하다는 눈빛이었다.

매화도 그들의 마음을 읽었다.

“그럼 맛만 조금 볼까요?”

가희가 매화의 말을 전했다. 모두 인형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같은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오는 걸 간신히 참았다.

매화 스님은 꿀을 떴다. 모든 이들이 한 숟가락씩 맛볼 수 있는 양이었다.

꿀만 있는 것이 아니라 벌집도 조금 딸려 나왔다.

모두 꿀을 입에 넣고 맛을 음미했다.

벌집을 씹자 안에 있던 꿀이 탁 터지며 입안에 퍼졌다.

달콤하면서도 싱그러운 숲의 향이 감돌았다.

아버지는 감동한 얼굴이었다. 어머니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민석은 부족하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정말, 기막힌 맛이네.”

다들 감탄을 연발했다.

나 역시 동감했다. 맛의 미세한 차이가 있었다.

지장사에서 먹었던 꿀과 맛이 달랐다.

비교하자면 지금 먹은 꿀이 더 좋았다.

싱그러운 숲의 향이며 단맛도 일품이었다. 뒷맛도 더 산뜻했다.

맛의 비밀이 궁금했다.

잠시 쉬는 시간에 난 매화 스님과 시간을 가졌다.

언제나처럼 그녀와는 필담이 편했다.

[지금 우리가 맛본 꿀은 벌이 동면 중에 생산한 거죠?]

[네. 그렇습니다]

[매화 스님의 벌 밥을 먹고 생산한 꿀이 맞습니까?]

[맞습니다]

매화 스님은 당연하다는 얼굴로 종이를 보였다.

맛의 비밀은 벌 밥에 있었다.

그녀의 벌 밥이 유일한 이유라고 추측했다.

토종벌은 일 년에 한 번 밖에 꿀을 채취하지 못한다. 그들이 먹을 꿀을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이 남긴다고 해도 모자라는 경우가 생긴다. 인간이 꿀을 따가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양봉 농가는 동면 중인 벌에게 설탕물을 먹인다. 그렇게 생산한 꿀을 꽃이 피기 전에 딴다.

그 꿀을 사양꿀이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설탕을 먹인 꿀이다. 벌들이 꽃을 물어 딴 꿀이 아니었다.

매화는 벌에게 설탕물을 먹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녀만의 비법으로 만든 벌 밥을 만들어 먹였다.

차꽃과 야생화 그리고 잎사귀를 넣고 만든다고 했던 게 기억났다. 구체적인 방법이 궁금했다.

[혹시 벌 밥을 만드는 법을 알려 줄 수 있는지요?]

[당연하지요]

매화가 미소를 지었다. 나도 웃음으로 화답했다.

곧 교육이 다시 시작됐다.

매화는 약속한 대로 벌 밥을 만드는 법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그녀의 말을 들으며 난 차별화 전략을 구상하고 있었다.

독특한 맛을 내는 꿀이었다. 성분 또한 탁월할 것이다.

연구소를 건립하고 성분의 비밀도 밝혀내고 싶었다.

임상을 거쳐 그 효용이 알려진다면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킬 물건이었다.

난 지장사에서 가져온 벌통을 바라보았다. 지장사의 벌통은 상징적인 물건이기에 한 통이라도 갖고 싶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지금은 한 통이지만, 곧 백 통이 되고 천 통이 된다.’

양봉장에 벌통을 가득 채울 생각이었다.

마을 사람들의 과수원에도 벌통이 놓이게 될 것이다.

하동을 넘어 다른 지역까지.

다음 스텝을 밟을 차례였다.

시작이 좋으면 끝도 좋다

벌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때, 황유신 선생이 떠올랐다.

그는 곶감 발효액을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천연재료를 사용했다. 그중에 밀랍도 있었다.

밀랍 발효액으로 곶감을 만드는 기술이었다. 그때 물건의 출처에 관해서 물은 적이 있었다.

황유신은 웃으며 말했다.

“나와 같은 명인이지.”

그가 사용한 밀랍은 최고 등급의 물건이었다. 명인은 명인의 물건밖에 쓰지 않았다.

지금 나에게도 그가 필요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황유신 선생에게 전화부터 했다.

“선생님, 저 덕명입니다.”

“살아 있었구나. 전화 한 통 없어서 죽은 줄 알았다.”

은근히 전화를 기다렸다는 말투였다. 목소리를 들으니 나도 그가 보고 싶었다.

“선생님 오늘 시간 되세요?”

“왜? 꿀단지라도 가져다주게.”

“네. 당연하죠.”

그도 내가 양봉을 시작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선생님과 만날 약속을 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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