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간, 지장사에서는 주지 연화를 필두로 비상대책 회의가 열렸다.
덕명이 동굴로 떠난 지 벌써 이틀째였다. 아직 하루가 더 남은 상황이었다.
하도 흉흉한 일이 잦았던 터라, 주지 연화는 인내심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연락이 두절된 것도 걱정의 원인이었지만, 날씨 때문이기도 했다.
고작 벌 때문에 사람이 다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스님들이 의견을 내놓았다.
“구조대에게 연락을 취하는 게...”
“눈이 너무 많이 와서. 구조대가 오기 힘들 겁니다.”
“그럼 방법이 없다는 말씀인가요?”
“약속한 시간이 내일까지기도 하고...”
지장사 간부직을 맡은 비구니들이 의견을 내놓았다. 연화는 그들의 의견이 탐탁하지 않았다.
그때였다. 문이 열리고 가희가 불쑥 들어왔다.
당장 산에 오를 수 있는 복장이었다.
“제가 다녀올게요.”
“가희 씨.”
주지는 놀란 표정으로 가희를 바라보았다. 뒤에 면화 스님이 강아지처럼 붙어 있었다.
“언니, 여기서 이러면 안 된다니까요.”
가희와 면화가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주지는 다른 스님들을 모두 내보냈다.
“가희 씨, 잠시 이야기 좀 할까요?”
주지는 가희를 진정시켰다. 등에 메고 있던 배낭을 벗겨 주었다. 눈치 빠른 면화가 가희의 배낭을 들고 조용히 사라졌다.
“제가 안전을 책임질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이틀 동안 연락 두절이에요. 사고를 당했을까 걱정이에요.”
“다시 말하지만, 김덕명 씨 안전은 지장사 주지인 제가 책임집니다.
“저도 걱정 끼치려고 그런 건 아닌데.”
“알고 있어요.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들어와 좀 쉬세요.”
가희는 그녀의 말에 따랐다. 막상 자신이 가서 찾아오겠다고 했지만, 위치조차 알 수 없었다.
가희는 조용히 면화가 기다리고 있는 방으로 돌아갔다.
주지 연화는 방에서 나와 매화를 찾았다. 그녀는 창고에서 꿀병을 정리하고 있었다. 오늘따라 필담의 속도가 빨랐다.
글이 날아가고 있었다.
[잠시, 이야기 좀 할까요?]
[네, 말씀하시죠]
[김덕명 씨와 연락이 두절됐습니다. 날씨도 너무 안 좋고]
[지금은 저도 움직일 수 없습니다. 말씀처럼 길이 얼어 위험합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연화가 매화에게 말을 꺼낸 건 원망에 가까웠다. 모든 일이 매화 때문에 생긴 일인 것만 같았다.
하지만 매화 스님의 얼굴은 태연했다.
연화에겐 그 모습이 더 얄밉게 느껴졌다.
[스님,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 같아요]
매화는 차분한 표정으로 메모를 건넸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뭐죠?]
[주지 스님도 기억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대부분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돌아왔다는 사실을요]
연화는 기억을 돌이켰다. 정말 그랬다. 하루도 견디지 못하고 한밤에 절로 돌아온 이도 있었다.
길도 구분이 안 되는 깜깜한 밤에 다시 돌아온 것이다. 대부분 그랬다. 길을 어떻게 찾았냐고 물으면 머릿속에서 길이 보였다고 실언을 했다.
그들과 달리 김덕명은 이틀째 그곳에서 버티고 있었다.
연화는 매화의 말이 맞기를 바랐다.
지금으로서는 가장 희망적인 말이기도 했다.
* * *
함박눈이 쉬지 않고 내렸다. 난 밀랍 양초를 켜고 동굴에서 책을 읽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챙긴 책이었다.
법당에 있던 책 중에 손에 잡히는 책을 한 권을 뽑았다. 오래된 만화책이었다.
불교 지식을 쉽게 알려 주려고 제작한 만화책이었다.
불교에 대한 관심은 없었지만, 지금 상황에선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출가한 한 청년이 깨달음을 얻고 부처가 되는 내용이었다.
나처럼 만화 속 주인공도 동굴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휭휭.
찬 바람이 오지게 불었다. 눈발도 점점 더 굵어졌다. 식량도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오늘 밤만 자면 끝이다.’
오늘따라 배가 더 고팠다. 내일 돌아갈 것을 대비해 음식을 다 먹진 않았다.
머릿속으로 따뜻한 밥과 국이 있는 밥상을 그려보았다.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돌고 허기가 졌다.
난 잠이나 잘 생각에 침낭 속으로 들어갔다.
어젯밤에 기이한 일을 겪어서 그런지 잠이 오질 않았다.
난 가만히 벌통을 응시했다.
벌통 입구에서 한 마리가 나오는 게 보였다.
뭔가 이상했다.
‘뭐야. 왜 그래?’
난 침낭에서 후다닥 나왔다. 벌통에서 빠져나온 벌은 얼마 못 가서 툭 떨어졌다.
생이 다해서 죽은 거라기보다 얼어 죽은 것 같았다.
난 벌통의 뚜껑을 열고 상태를 확인했다.
벌들이 구 형태로 뭉쳐 있었다. 황금색 공처럼 보였다.
서로서로 몸을 비비며 체온을 유지하고 있었다.
‘뭐야? 저러다 다 얼어 죽겠네.’
벌통을 최대한 붙이고 그 위에 침낭을 덮었다. 벌들이 동태가 되는 것을 막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몇 분도 지나지 않아서 잘못을 깨달았다. 내가 동태가 될 지경이었다.
‘양심이 있지, 줬던 걸 도로 뺐냐?’
벌통에 덮은 침낭을 도로 가져올까 고민했다.
어제처럼 벌들이 온몸을 칭칭 감아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술에만 장사가 없는 게 아니었다.
추위에도 남아날 사람이 없었다.
난 동굴 끝으로 몸을 옮겼다. 동굴 가장 안쪽은 좀 따뜻할 거 같았다.
가장 깊은 곳에 닿자 벽이 나왔다.
막다른 공간이었다.
독특하게도 벽이 움푹 패 있었다.
그곳에 몸을 웅크리고 앉았다. 하나도 따뜻하지 않았다.
추워서 그런지 몸이 덜덜거렸다. 나도 모르게 동굴 벽을 팔꿈치로 치고 있었다.
쿵. 쿵.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냥 돌에 부딪혀서는 날 수 없는 소리였다. 벽 뒤에 공간이 있는 것 같았다.
추위를 피할 아늑한 곳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벽의 틈을 살피고 힘으로 밀어보기를 반복했다.
땀이 났다. 이 짓을 계속하면 추위를 잊어버리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한번 시작한 일이니 끝장을 보고 싶었다.
도구들이 들어 있는 상자에서 꼬챙이를 꺼내 틈 사이를 찔러도 보았다.
‘착각인가?’
여러 차례 공략했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거친 숨을 내쉬며 동굴 벽을 볼 때였다.
벽 아래 이상한 문양이 있었다. 작은 십자 모양이었다.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 분명했다.
상자에서도 비슷한 모양의 도구를 본 기억이 났다.
다 녹슬어서 도저히 쓸 수 없어 보이는 쇠막대였다.
그것을 문양에 끼워보았다.
‘들어간다.’
아귀가 맞았다. 자석이 달라붙듯 철꺽하고 들어갔다.
쿵 하는 울림과 함께 벽이 흔들렸다.
‘벽이 움직인다.’
동굴에 박혀 있던 돌덩이에 작은 이격이 생겼다.
양손으로 벽을 힘차게 밀었다.
벽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산의 법칙
동굴 벽이 조금씩 움직였다.
주먹 하나가 들어갈 틈이 벌어지자 돌문은 쉽게 열렸다.
난 밀랍 양초를 가져와 내부를 비췄다.
‘이런 공간이 있을 줄이야.’
돌덩이를 하나 밀어냈을 뿐이었다.
잘해 봐야 내 몸 하나 눕힐 공간이 나올 거라고 여겼다.
예상과 달리 어마어마한 공간이 등장했다.
학창 시절 수학여행에서 봤던 것과 비슷했다. 고드름처럼 달린 종유석이며 돔 형태의 지붕 모양까지.
벌통이 놓인 곳은 동굴이라 불리기 민망한 곳이었다면, 이곳은 완벽한 동굴이었다. 규모가 상당하고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정도로 깊었다.
난 감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동굴 안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최소한 동태가 될 걱정은 없었다.
탐험하듯 길을 걸었다. 바닥에 노란 알갱이들 눈에 띄었다.
밀랍 양초로 바닥을 비췄다.
‘벌이잖아.’
동굴 바닥에 벌들이 있었다. 죽은 벌이었다. 동굴 벽에 벌들이 다닐 틈이 있는 것 같았다. 손으로 벌을 들고 유심히 바라보았다.
기분 때문인지, 어젯밤 날 덮쳤던 놈들 같았다.
‘이 안에 대체 뭐가 있는 걸까?’
벌들의 사체가 주단을 깔아 놓은 것처럼 동굴 안으로 연결돼 있었다.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아리아드네의 실 같았다.
난 그 길을 따라 동굴 내부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뭐지!’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갑자기 머리가 아프고 정신이 몽롱해지기까지 했다.
예고도 없이 화생방 훈련을 받는 느낌이었다.
목에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벗었다. 지장사를 떠나기 전 면화 스님이 선물로 준 목도리였다.
그것으로 코와 입을 완전히 막았다. 이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역한 기운은 어느 정도 제어가 됐다.
벌들의 사체가 멈춘 곳이었다. 바닥에 정체 모를 식물들과 이끼로 가득했다.
불빛을 비추고 식물 모양을 자세히 보았다.
‘이건 버섯 아닌가?’
이끼 속에 버섯들이 있었다.
갓 모양이 독특하게 생겨서 그렇지 버섯이 분명했다. 이것들이 역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한 단어가 떠올랐다.
‘환각 버섯.’
세계 각지의 샤먼들은 고유의 의식을 치를 때, 환각 버섯을 복용한다. 독버섯과 달리 치명적인 독성은 없지만, 환각 상태에 빠진다고 알고 있었다.
천연 물질을 공부할 때도 유심히 본 적이 있었다.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되는 물질이었다.
신성한 영적 체험이니 하는 것도 알고 보면 사기였다.
그저 환각 작용으로 정신을 교란하는 것이다.
‘드디어 비밀이 풀렸네.’
처음에 동굴에 초자연적인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알 수 없는 힘이 인간의 정신을 농락한다고 여겼다.
비밀은 환각 버섯에 있었다.
미치광이버섯과에 속하는 버섯이 환각을 일으키게 한 것이다.
벌들은 작은 바위틈 사이로 이곳까지 드나들었다.
버섯의 균사도 바위틈을 타고, 내가 기거하던 곳까지 빠져나왔다.
난 미치광이로 만드는 균사를 입과 코를 통해 흡입했다.
온몸에 벌들이 달라붙은 일도 그저 환상에 불과했다.
‘매화 스님도 알고 있었을까?’
매화는 분명 나에게 벌이 밖에 나와도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녀도 이곳에서 기이한 체험을 했던 게 분명하다.
버섯의 정체를 아는지는 의문이었다.
‘큰 스님은 알고 있었을까?’
처음 이곳을 발견하고, 벌을 키웠다는 큰 스님.
비밀 통로로 열쇠인 쇠막대는 사용 흔적이 거의 없었다. 아주 오래전에 누군가 인위적으로 만든 것은 틀림없지만, 그것이 큰 스님인지는 확인 불가였다.
‘이곳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나뿐인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분명한 사실은 이 버섯이 사람을 잡았다는 것이다.
매화를 포함한 여러 비구니가 이곳에서 시험을 받았다.
큰 스님이 버섯의 정체를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인간을 시험에 들게 한다는 사실은 알았던 게 분명하다.
큰 스님은 비구니들에게 이곳에서 홀로 지낼 것을 요구했다. 어떤 일이 벌어질 줄 알고 있었다.
과거를 떨쳐 낸 자만 제자로 받아들이겠다는 영악한 속셈이었다.
유일한 통과자는 매화 스님이었다.
그녀의 양모였던 김꽃님 할머니는 그녀가 과거의 일을 모른다고 장담했다. 할머니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녀가 시험에 통과한 이유도 알 것 같았다.
과거를 모르기에 괴로워할 것도 없었다.
난 버섯을 가만히 응시했다.
‘사악한 식물이다.’
버섯을 보자 이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주지 스님은 내가 이곳으로 가겠다고 했을 때 극구 말렸다.
이곳에서 시험을 받다 상처받은 사람들 때문이었다. 그들은 돌이키고 싶지 않은 과거를 마주하고 결국 수행의 길까지 포기했다.
수행하는 비구니들도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다. 물론 주지 스님도 버섯의 정체까진 몰랐을 것이다.
그저 이곳에 이상한 기운이 감돈다고 추측했을 뿐이다.
‘완전히 뿌리 뽑아 주겠다.’
이곳에서 고통받았을 이들이 떠올랐다. 이대로 놔둘 순 없었다.
원래의 장소로 돌아가 공구함을 뒤졌다. 작은 삽과 커다란 자루를 챙겼다.
‘잠도 안 왔는데, 마침 잘됐다.’
연장을 챙겨 버섯 군락지로 돌아왔다. 무턱대고 버섯을 제거할 생각은 없었다. 처음 벌을 상대했던 것보다 치밀하게 준비했다.
방충복을 입고, 마스크에 그물이 달린 모자와 고무장갑까지 착용했다. 거기에 장화까지 신었다. 사이즈가 좀 작았지만 억지로 구겨 넣었다.
환각 버섯을 제거할 계획이었다. 제거 과정에서 실보다 얇은 버섯의 균사가 날릴 가능성이 있었다.
또다시 환각에 시달리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난 완전무장한 상태에서 환각 버섯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작은 포자만 있어도 다시 피어날 수 있었다.
바닥에 깔린 이끼까지 전부 제거할 작정이었다.
‘이러다 밤을 꼬박 새우겠네.’
동굴 밖은 아직 한밤중이었다. 난 동굴 한가운데 밀랍 양초를 켜놓고 버섯을 땄다. 이끼도 꼼꼼하게 자루에 옮겼다.
우주복 차림에 온몸은 땀범벅이었다. 오히려 집중이 잘 됐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없애야 했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다시는 피어나지 마라.’
버섯 제거 작업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자루에 버섯과 이끼가 가득했다. 배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괴물처럼 보였다.
내일 해가 뜨자마자, 아무도 모르는 곳에 묻어버릴 생각이었다.
가장 구석에 있던 마지막 버섯을 캐내는 순간이었다. 이끼를 파내다 단단한 물체가 손에 걸렸다.
‘이건 호박 보석.’
송진이 화석처럼 굳은 것을 호박이라고 불렀다. 송진이 굳어서 최소 1,000년 이상이 지나야 이런 모양을 갖게 된다.
광물은 아니지만, 보석보다 값진 물건이었다.
사진으로 봤던 호박 보석이 내 손에 들어왔다. 일반적으로 호박 안에 작은 곤충이 들어 있기 마련이다.
난 밀랍 양초로 호박을 비추었다.
‘가만.... 이게 뭔가?’
호박은 손가락 한 마디 정도 크기였다. 묘하게도 조개껍질처럼 움푹 파여 있었다.
송진이 굳어 이런 모양이 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밀랍 양초 불빛으로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 안에 곤충이 박혀 있었다.
‘벌이다.’
벌통에 있는 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았다. 크기는 작아도 남다른 모양이었다.
몸통에 비해 날개가 크고 아름다웠다. 날개가 벌통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황금빛이었다. 어쩌면 토종벌들의 조상인지도 몰랐다.
호박 속의 벌은 오랜 시간 동안 그 안에 있었다. 시간을 초월한 인연이었다.
난 호박 보석을 챙겨 도구 상자가 있는 곳으로 갔다. 호박에 작은 구멍이 나 있었다. 상자에서 찾은 노끈을 구멍 안에 넣고 목걸이를 만들었다.
호박 목걸이가 뚝딱 만들어졌다. 당장 목에 걸어봤다. 느낌이 좋았다.
네잎클로버처럼 행운의 상징을 얻은 것 같았다. 흡족한 마음에 동굴 안으로 들어가 남은 일을 마쳤다.
드디어 버섯 군락지 정리가 끝났다. 난 버섯과 이끼가 담긴 자루를 가지고 처음 들어왔던 통로를 나왔다.
그곳을 빠져나와 들어올 때 꼽았던 쇠막대기를 뽑았다.
신기하게도 돌문이 스스로 닫혔다.
동화에 나오는 비밀의 문 같았다.
아침 기운이 느껴졌다. 밤새도록 버섯을 제거한 모양이다.
바깥을 살폈다. 폭설도 그치고 눈도 녹아 있었다.
난 버섯이 든 자루를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동물도 다니지 않을 곳에 버섯 자루를 묻었다.
환각 버섯을 정리하고 동굴로 들어왔다. 벌통에서 침낭을 걷었다. 뚜껑을 따고 매화 스님이 만든 벌 밥도 주었다.
벌들이 나를 두려워하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며칠 사이에 친근해진 모양이다.
‘2박 3일의 일정이 끝났다.’
난 침낭을 덮고 잠이 들었다. 긴 하루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