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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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열쇠

“특히 반건시는 포장에 신경 써 주세요. 다치지 않게요.”

나를 포함해 다섯 명의 일손이 있었다. 부모님과 가희, 민석이었다.

모두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곶감을 포장했다. 다행히도 감은 아주 잘 숙성돼 있었다.

반건시뿐만 아니라 곶감도 아주 잘됐다. 갈변 현상도 없었고, 모양도 훌륭했다.

포장지 디자인은 내가 직접 했다.

촌스러운 이미지는 싫었다. 포장 하나도 최대한 고급스럽기를 원했다. 마음에 들 때까지 여러 번 작업한 결과물이었다.

현재는 예약한 사람들의 물건을 포장하고 있었다. 한 사람당 구매할 수 있는 물량은 제한돼 있었다.

구매자는 최대 10박스를 살 수 있었다.

물건을 되파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올해는 이상기온 현상으로 전국적으로 곶감 농사가 망한 해였다. 대량으로 곶감을 만든 사업장 중에 물건이 다치지 않은 이는 오직 나밖에 없었다.

우리 곶감을 사다 자신의 것으로 바꿔 파는 일을 사전에 방지한 것이다.

“방송에 덕명이 나왔어요!”

간식을 가져오던 가희가 어머니에게 말했다. 우린 잠시 일을 멈추고 거실로 향했다.

“우리 아들이 진짜 텔레비전에 나왔네.”

나 역시 방송을 꼼꼼하게 살폈다. 다른 방향으로 편집이 됐는지 확인해야만 했다.

“와. 이게 사실이야? 황선생님이 교육을 하시기로 한 거야?”

가희는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

“약속하셨어.”

그녀에게 말하고 시선을 컴퓨터 화면으로 옮겼다.

방송 나오자마자 주문량 폭주하고 있었다.

난 주문 건수를 보며 말했다.

“오늘 밤도 철야하게 생겼네.”

“철야라고.”

민석이 실망한 얼굴로 박카스를 벌컥 마셨다.

방송의 위력은 상당했다. 생각해보면 인터넷 광고보다 방송 출연의 위력이 어마어마했던 시대기도 했다.

물건들이 불티나게 팔려 나가고 있었다. 우리 열심히 포장작업을 했다. 쉬지도 않고 일했다.

“덕명이 네 말이 맞았어.”

밤을 꼴딱 새우고 잠시 눈을 붙이러 가는 길이었다.

민석이 나를 보고 말했다.

“뭐가 맞아?”

“곶감 가격 말이야. 내가 너무 과하다고 했던 건 취소할게.”

그는 웃으며 말했다.

곶감은 하나당 3천원 꼴이었다. 생감은 무게로 구매하지만, 곶감은 달랐다. 그만큼 가공품의 위력은 상당했다.

하나당 얼마에 팔지 정해야 했다.

가뜩이나 올해는 곶감이 씨가 말라 있었다.

부르는 게 가격이다.

아무리 그래도 엄청나게 높은 가격을 부를 수 없었다.

비싸더라도 살 정도의 가격이어야만 했다.

난 곶감 하나당 삼천 원 정도로 책정했다. 가장 작은 소형부터 중형 대형까지 포장도 다양하게 했다.

소형은 곶감 열 개가 든 박스였다. 가격은 3만원부터 시작했다.

명절 선물로 무난한 가격이라고 판단했다.

내가 가격을 책정했을 때, 민석은 너무 과하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그는 생각보다 감성적인 면이 있었다. 너무 비싸면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이들이 생길 거라는 논리였다.

그의 말을 잘 들었지만, 난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그만큼 가격 정책은 중요했다.

노동의 대가로 얼마를 챙길지 계산이 있어야 한다.

‘곶감 하나당 최소 삼천 원은 받아야 한다.’

이게 내 계산이었다.

방송이 나가자 뒤이어 섭외가 들어왔다.

뉴스와 라디오에서 나를 불렀다.

곶감 파는 청년 농부가 화제가 된 것이다.

인터넷과 방송에서 미담이 퍼지고 있었다.

각종 게시판에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소비자의 맘으로 물건을 만든다니, 이 시대에도 양심은 살아있다.

-청년 농부가 이런 생각을 하다니 인생 3회 차?

-원래 곶감은 안 먹는 사람이지만, 올해는 한 번 먹어볼 생각임.

내가 방송에 나가고 인터넷에서 글이 쌓일수록 수면의 질은 떨어져만 갔다. 포장과 배송작업, 그리고 각종 질문에 응대하는 일까지 눈코 뗄 수 없었다.

부모님과 가희, 민석의 얼굴에 다크서클이 짙게 피어나 있었다.

“우리 힘으로 너무 벅차다.”

“한계에 다다른 것 같아.”

민석이 가희가 좀비 콤비처럼 말했다. 나도 그들의 말에 동의했다.

그때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너희들은 들어가서 좀 쉬어라.”

“그래, 좀 쉬면서 해. 나머진 우리가 할 테니까.”

어머니와 아버지였다. 한입으로 말했다.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민석이 아버지에게 물었다.

“그래, 너희들은 들어가서 좀 쉬어.”

난 부모님 말에 따라 민석과 가희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들은 마지못해 나가는 포즈를 취했지만, 당장 눕고 싶다는 얼굴이었다.

작업장으로 다시 돌아와 잠시 부모님을 바라보았다.

포장하는 기계 같았다. 미안하고 안타까운 감정이 마음속에서 요동쳤다.

“내일부터 사람들을 좀 부르게요. 어머니 아버지도 좀 쉬세요.”

“그러지 마라.”

아버지는 손을 움직이며 말했다.

“이건 우리가 할 수 있다니까.”

“너무 힘드시잖아요.”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 어디 있니? 우린 괜찮아.”

어머니의 명언이 나왔다. 말씀처럼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은 없었다.

부모님은 어떻게든 이번 일에 보탬이 되고 싶어 했다.

“너도 좀 쉬어라.”

아버지가 나에게 말했다. 난 말 없이 부모님과 함께 포장을 했다.

우린 그날 새벽까지 일했다. 손이 부르트고 부르르 떨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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