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안에 있는 대봉감들은 정성스러운 관리 속에 곶감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거의 반건시가 될 무렵이었다.
이제 온라인을 통해 예약을 받을 준비도 마쳤다. 민석과 가희 그리고 부모님까지 스텐바이를 하고 있었다.
때마침 기다리던 전화가 왔다.
<식품 검증단>의 최한별 작가였다.
“보내주신 곶감으로 검사도 잘 마쳤습니다. 역시 좋은 상품을 만드셨더라고요.”
“감사합니다.”
“내일이 녹화 날인데, 출연 가능하시죠?”
“그때 말한 내용은 어떻게 됐나요? 그게 문제없다면 출연하겠습니다.”
“네, 김덕명 씨가 말씀하신 대로 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저번 주에 방송국 로비에서 그녀를 만났다. 곶감을 택배로 보낼 수도 있었지만 얼굴을 보고 묻고 싶은 게 있었다.
용건은 간단했다. 일반 농가의 곶감에서 이산화황이 검출되면 어떤 식으로 다룰지가 궁금했다.
내 물건이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는 건 좋은 일이었다. 반대로 일반 농가에서 생산한 곶감은 전부 하자가 있는 것이 될 게 뻔했다.
방송에선 어떤 대안이 있는지 궁금했다.
우습게도 그들은 아무런 대안도 없었다. 난 조건을 하나 걸었다. 내가 대안을 마련할 테니 발언할 기회를 달라는 것이었다.
작가가 써준 대사가 아니라 내 생각을 말하겠다고 했다.
그녀에게 대략 어떤 말을 할지도 밝힌 상태였다.
작가는 피디와 상의해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내가 요구했던 일이 그쪽에서 문제없이 해결됐다.
이제 녹화를 할 일만이 남은 상태였다.
방송이 나가는 시점에서 난 곶감을 시장에 내놓은 생각이었다.
방송 전에 만나야 할 사람이 있었다.
오랜만에 스승의 재회였다.
난 황유신을 만나기 위해 상주로 향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