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논쟁
타로 카드를 사이에 두고 가희와 마주 앉았다.
타로는 몇 안 되는 취미 중 하나였다. 운명에 대한 관심이 타로의 시작이었다.
타로 점을 잘 본다는 건, 이야기를 잘 꾸며낸다는 말과도 같다. 카드를 이용해 허구의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다.
하지만, 그 허구가 현실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녀가 세 장의 카드를 뽑았다. 과거, 현재, 미래를 볼 수 있는 카드들이었다.
첫 번째 카드는 죽음의 사자였다.
“이게 내 과거라고? 불길한데.”
가희는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타로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죽음을 안 좋은 의미로만 받아들인다.
“죽음이 꼭 나쁜 뜻은 아니야. 새롭게 태어난다는 뜻도 있어.”
“놀래라. 그런 뜻도 있다면 다행이고.”
나도 가끔 재미로 카드를 뽑았다. 매번 첫 번째로 뽑는 카드가 죽음이었다. 회귀 전 과거를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 운명은 어떻다는 뜻이야?”
그녀는 호기심에 가득한 얼굴로 카드와 나를 번갈아 보며 물었다.
“넌 새로 태어난 자야. 지금은 과거의 인생을 떨쳐 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어. 잘 살고는 있지만 작은 문제도 있어.”
“문제?”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문제야. 네가 뽑은 두 번째 카드는 재판과 정의를 뜻하는 카드거든. 자신을 증명하는 자만이 열매를 얻을 수 있어.”
“나를 증명한다고? 열매는 또 뭐야?”
“스스로를 증명을 하지 못하면 미래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
그녀는 마지막 카드를 들고 유심히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뽑은 카드는 정복자 카드였다.
“이건 무슨 카드야?”
그녀가 나를 보고 물었다.
“정복자 카드야. 자신을 증명하는 자는 미래에 정복자가 될 거란 뜻이야.”
“해석이 그럴싸하기도 하고, 사기 같기도 하네.”
가희는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죽음, 정의, 정복자 순으로 카드를 뽑았다.
놀랍게도 내가 타로 카드를 뽑을 때와 일치했다.
‘그녀와 나는 같은 운명인가?’
<식품 검증단>에 출연하기로 한 이상, 나도 자신을 증명해야 했다. 내가 만든 곶감이 티브이를 통해 보여질 것이다.
지금은 어떤 결과가 나올지 미지수였다.
“타로 게임은 이제 끝났어. 오늘은 그만하고 내일 보자.”
내가 카드를 정리하자 그녀가 할 말 있다는 얼굴을 날 바라보았다.
“아직 더 하고 싶은 게 남았어?”
“고마워.”
그녀의 진지한 얼굴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난 내색하지 않고 물었다.
“뭐가?”
“대학원을 졸업하고 길을 잃었다고 생각했거든. 뭘 해야 할지, 뭘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고. 모든 게 막막했어. 지금은 네 덕에 돌파구를 찾은 기분이야.”
“방심하긴 일러. 아직 시작도 안 했으니까.”
“넌 이럴 때면 항상 찬물을 끼얹더라. 이 악덕업주 같으니라고.”
그녀는 씩씩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진짜 운명 공동체인가?’
난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