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이틀 앞두고 쇼핑몰에 있던 흠집 난 과일이 모두 팔렸다. 마을 사람들의 과일도 전부 완판이 났다.
동네 사람들은 나만 보면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완판의 비결은 적은 양이었다. 정확히 내가 감당할 수준의 시장이었다.
흠집 난 과일을 시장에 공략한 게 먹혔단 것이다. 처음이라고 먹혔다고 생각한다.
다른 경쟁자가 나오면 시들어질 시장이기도 했다.
수수료를 정산하니 9백만 원 정도 이익이 났다. 크다면 크고 적다면 적은 돈이다.
우선은 예비비로 돈을 남겼다.
이제 본격적으로 곶감을 만들 때였다. 마을에 있는 감을 모두 따면 대략 50만 개 정도 됐다.
해마다 감 생산량이 일정했기에 짐작할 수 있는 수치였다.
그중에의 절반을 살 계획이었다. 25만 개의 감을 곶감으로 만들 작정이었다.
가공한 상품은 일차상품보다 마진율이 높다.
마진율이 높은 만큼 손도 많이 가고 위험부담도 높은 일이었다.
“딴 감들은 모두 우리 집 냉장창고로 옮길 거야.”
우린 일을 나눴다. 나와 가희는 딴 감을 창고로 옮기고, 민석은 집집마다 수거해간 감의 개수를 기록했다.
가희는 트럭 운전이며, 물건을 나르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것이 그녀를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기도 했다.
“그런데 왜 곶감은 안 만들고 창고에 넣기만 하는 거야?”
“기억 안 나? 그래야 떫은맛을 없앨 수 있다는 거.”
“맞다. 깜빡했다.”
가희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황유신 선생에게 배운 대목이었다. 대봉감은 따자마자 곶감으로 만들면 떫은맛 때문에 상품성이 떨어졌다.
아버지의 냉동 창고에 곶감이 쌓였다. 거액의 돈을 들여 마련한 설비였다. 소고기를 가공을 위해 투자했지만, 사용도 못 하고 고물이 될 물건이었다. 하지만 곶감을 만드는데 쓸모가 있었다. 습도와 온도를 조절하는 기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감을 저장하기 안성맞춤이었다.
곶감을 하겠다고 결심했을 때부터 염두에 두었던 물건이었다. 냉동 창고 안에서 대봉감이 가득 찼다.
모두 곶감이 될 물건들이었다.
창고 안에 감을 넣을 때, 아버지도 나를 도왔다. 난 아버지에게 그동안 아껴 두었던 말을 꺼냈다.
“아버지 지금이라도 소를 파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소를?”
소를 판다는 건 아버지의 사업이 망했음 인정하는 일이었다. 그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솟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파는 게 유리해요. 그리고 곧 곶감으로 승부를 볼 거고요.”
“나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겠니?”
평소라면 거절하셨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아버지도 나를 믿기 시작했다. 농부로서의 믿음이었다.
나도 아버지를 믿었다. 시간은 달라는 건, 정리하겠다는 말이었다.
소까지 정리가 되면 오로지 곶감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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