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을 받은 소비자들의 리뷰가 이어지고 있었다.
-헐, 진짜 흠집 난 배 맞아요. 너무 멀쩡함. 가성비 짱.
-작은 흠집은 맛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음. 많이 파세요.
-추석에 차례상에 올려도 될 만큼 질이 좋음.
-좋은 물건이라고 속여 파는 곳도 넘치는데 정직해서 마음에 듦.
리뷰가 쌓이기 시작했다. 난 리뷰에 하나하나 감사의 답변을 달았다.
50박스는 금세 100박스로 불어났다.
장길산 농장의 흠집 난 사과와 배는 삼일 안에 완판됐다.
그의 과수원에서 나온 흠집 과일은 대략 200개 정도 됐다. 공교롭게도 불량이 난 비율은 거의 같았다.
사과 백 박스, 배 백 박스였다.
일주일은 걸릴 거라고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더 빨랐다.
난 정길산을 찾아갔다.
“어르신, 말씀대로 흠집이 난 과일을 다 팔았습니다.”
“내가 틀렸네. 자네를 잘못 봤어.”
그는 대뜸 말했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는 뜻이네. 인터넷이 새로운 판매처가 될 거라곤 생각도 못 했어. 자넨 정말 대단하구만.”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난 그에게 중개료를 제외한 480만원을 이체했다.
“어르신 한 가지 더 제안을 드려도 될까요?”
“말해 보게.”
“제대로 된 상품도 받을 수 있을까요?”
“명절 대목이라 많이 빠지긴 했네. 그래도 한 오백 박스는 남았네.”
“그 물건을 제가 팔아도 되겠습니까?”
“좋네.”
“한 박스에 4만원을 받을 생각입니다.”
도매상에 넘기는 액수보다 나은 조건이었다. 당연히 거절하지 않았다.
“그때 약조하신 대로 신용거래로 감을 가져가도 되겠습니까?”
“물론이네.”
정길산은 까칠한 면이 있었지만, 한번 신뢰하면 전폭적으로 믿는 인간이었다. 그의 농장에선 해마다 15만 개의 대봉감이 나왔다.
전부 다 가져가겠다고 해도 줄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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