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녁 나는 지리산 농부들이란 사이트를 오픈했다.
농산물을 파는 쇼핑몰치곤 화사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파스텔 톤의 녹색을 많이 사용한 결과였다.
‘지리산의 맑고 신선한 농산물을 드립니다.’
비록 파는 상품은 사과와 배가 전부였다. 그것도 흠집이 난 상품이었다.
그럼에도 산뜻한 기분이 느껴졌다. 모던한 디자인과 심플한 사용자 환경 덕분이었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과일의 이미지와 단순하지만 확실한 문구도 눈에 쏙 들어왔다.
내가 밑밥을 깔아둔 게 효과를 발휘하기도 했다. 흠집이 난 이유는 사과나 배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멍이 들어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었다. 병이 들거나 썩은 물건이 아니었다.
자세한 내용을 사진과 함께 상세하게 설명했다.
사이트뿐만 아니라 블로그를 통해서도 내용을 전시하듯 올려놨다. 혹시 있을 컴플레인을 대비해서였다.
“오픈과 동시에 사람들이 물건을 사네.”
“이게 다 미리미리 준비한 결과지.”
구매를 기다리는 고객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부 사전에 이야기한 고객들이었다.
대부분 댓글이나 게시판을 이용해 소통했다. 어마어마한 수는 아니었지만 고무적이었다.
“리뷰 쓰는 기능은 아직 안 끝났어?”
“나 주 120시간 일한 사람이야.”
홈페이지와 달리 사이트는 회원가입 등의 구매자 관리를 할 수 있었다. 보기에는 별거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뒷단이 컸다.
결제 시스템도 있었다. 무통장거래 뿐만 아니라 계좌이체도 할 수 있었다.
다른 기능은 우선 최소한으로 한 상태였다. 그래서 아직 리뷰를 쓸 수 있는 기능이 없었다.
“그것만 끝나면 푹 쉬게 해줄게.”
“이제 자유도 필요 없어. 제발 잠만 자게 해주라.”
민석이 애처로운 눈빛으로 말했다. 그는 원래 몸을 혹사하며 극한까지 가는 걸 좋아했다. 우울함을 잊기 위한 그만의 방식이었다.
그가 힘들어서 못 하겠다는 소리가 아이러니하게도 기분 좋게 들렸다.
“미안. 그래도 리뷰 기능은 꼭 필요해.”
“미리 말하지만 이것만 붙이고 난 쉴 거야. 무조건!”
“알겠어. 휴식은 보장해 줄게.”
악덕 업주처럼 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물건이 팔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품이 팔리기 시작한 이상 리뷰 기능은 무조건 있어야 했다.
악성 리뷰도 있는 게 나았다.
그것이 온라인에서 살아남는 방식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