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 (9/205)

저녁을 먹고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아버지, 저 황유신 선생님에게 곶감 기술을 배우기로 했어요.”

“정말이냐? 아주 잘 됐다.”

말에서 기뻐하는 감정이 배어있었다.

“곶감 명인이 돼서 돌아갈게요.”

“계획대로 되길 바라마.”

“아버지, 감 구매하는 것도 미리 알아봐 주세요? 나중에 늦을 수도 있으니까.”

“그래 알아보마.”

마을 사람들과 가깝다고 해도 신용거래로 감을 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엄마 옆에 있죠? 바꿔주세요.”

아버지는 곧 수화기를 넘겼다. 바로 옆에 있던 모양이다.

“엄마다.”

“아들 잘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시라고요. 약속대로 조만간 선생님도 모시고 갈게요.”

“그래. 건강도 잘 챙기고.”

통화를 마치고 잠자리에 누웠다.

다시 생각해도 첫 사업으로 곶감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사도 돈이 없으면 할 수 없었다.

목돈이 필요한 상황에서 곶감을 선택한 건, 돈 때문이었다.

동네에 널린 게 감이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신용으로 감을 살 수 있었다.

곶감이 잘 팔리면 마을 사람들에게도 보답할 생각이었다.

곶감으로 돈을 버는 일이 만만해서 선택한 일이 아니었다.

지금 상황에서 최선이기에 한 결정이었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노력과 기술이 있다면 돈을 벌 수 있었다.

대봉감으로 만든 곶감은 분명 인기를 얻을 것이다.

지금 난 산 증인과 함께 있었다.

광고 대행사 시절 문전박대를 했던 황유신이었다.

지금은 나를 위해 방도 내어주고, 기술도 가르쳐 주는 스승으로 변했다.

내일이면 본격적인 농부 수업이 시작된다.

그것도 곶감의 명인에게 속성으로 배울 기회였다.

이 기회를 절대 허투루 보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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