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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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명아. 너무 무모한 짓이야.”

엄마는 밥도 먹지 않고 말리기 바빴다. 아버지는 내심 실망한 표정이었다. 솔직히 실망한 사람은 나였다. 부모님의 말씀처럼 절대 무모한 일이 아니었다.

“정말 안 될 거라고 생각하세요?”

“대봉감은 크고 물이 많아서 곶감으로 만들기 적합하지 않아.”

아버지의 생각과 달리 대봉감으로 만든 곶감은 일 년 뒤에 귀한 대접을 받는다. 이건 내가 농업 관련 정보를 봐서 아는 사실이 아니었다.

광고 기획자로 일하며 유명 백화점 광고 프로젝트를 할 때 알게 된 사실이었다. 전국 각지의 특산물과 명인을 연결하는 프로모션이었다.

난 곶감 명인 황유신을 맡고 애를 먹었다. 백화점에 자신의 물건을 납품하지 않겠다는 똥고집 때문이었다.

끝내 그를 포기하고 다른 사람을 섭외하기까지 말도 못 하게 고생했다. 그때 황유신이 히트시킨 상품이 바로 대봉감으로 만든 곶감이었다.

물건이 좋긴 했다. 다른 곶감에 비해 가격이 다섯 배나 비쌌지만 불티나게 팔렸다. 곶감을 산 사람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상주 황유신 선생님에게 기술을 배울 작정이에요.”

지금도 곶감 하면 상주 황유신이었다. 대한민국 농업 대상에 빛나는 이름이기도 했다.

부모님도 그 이름을 듣자 표정이 달라졌다.

“그럼 그분이 널 제자로 받은 거냐?”

“이제 곧 제자로 받게 될 거예요.”

부모님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들이 어떤 마음인 줄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마음만으로 고맙다는 얼굴이었다.

생각해보니 나도 좀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뿐인 아들의 말이라고 해도, 쉽게 동의할 수 없었다.

부모님의 귀엔 의욕만 앞선 초보 농사꾼의 허풍처럼 들렸을 것이다. 우선은 부모님에게 믿음을 심어줘야 했다.

“제가 그분의 제자가 된다면, 믿고 협조해 주실 건가요?”

부모님은 쉽게 답하지 못했다.

“제가 황유신 선생님을 우리 집으로 모시고 올게요. 그분 입에서 대봉감으로 최상품 곶감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을 듣는다면 허락해 주실 건가요?”

그제야 부모님의 표정이 달라졌다.

“약속해 주세요.”

“약속하마.”

아버지가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엄마는 말이 없었다.

“엄마도 약속해 주세요.”

“정말, 그것밖에 방법이 없는 거니?”

“많이 고민하고 결정한 문제예요.”

“그래도 외상은.”

“외상이 아니라 신용거래죠. 절 믿어주세요.”

그때 아버지가 술잔을 기울이며 말했다.

“네 선택이 옳기를 바란다.”

“지켜봐 주세요.”

“한잔 받아라.”

“네. 아버지.”

“당신도 한잔해.”

마지막은 화기애애하게 마무리 지었다. 내일 아침에 상주로 떠나겠다고 말씀드렸다. 돌아올 때는 황유신 선생님과 함께 오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난 우리 아들 믿어!”

마지막에 취기가 오른 어머니는 내가 무조건 성공할 거라며 큰 소리로 말했다. 평소 같으면 동네 사람들이 듣는다며 창피하다고 할 아버지였지만 오늘은 예외였다.

* * *

가족회의가 끝나고 김병묵과 이난영은 잠자리에 들었다. 부부는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뜬눈으로 천정을 바라보던 이난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요?”

“뭘?”

“곶감이며 황유신까지. 그게 다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야 모르지. 어쩌면 가능할지도.”

“저러다 무슨 일 생기지 않겠죠?”

“괜한 걱정은 하지 말자고.”

김병묵은 긴 한숨을 쉬었다. 아들의 아이디어가 무모하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동시에 대견스럽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는 아들의 입에서 농사를 짓겠다는 말이 나오길 기다렸다. 계속해서 사업을 확장한 이유이기도 했다.

그렇게 원하던 말을 들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안 좋았다. 아들의 말대로 몇 달 안에 2억을 토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속이 쓰렸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덕명이가 다 컸다는 생각.”

“그러게요. 항상 철이 없다고만 생각했는데.”

“난 녀석이 도시로 떠날 생각만 하는 줄 알았어.”

“당신은 좋겠어요. 든든한 지원군이 있어서.”

“나의 최고 지원군은 당신이지.”

김병묵은 아내를 안으며 말했다.

이난영은 남편에게 돈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녀도 남편이 현재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

매일 좌불안석이었지만, 오늘따라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아들이 서울로 올라가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가족이 함께 모여 있으면 힘든 일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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