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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화 진정한 제왕의 검 (3) (230/241)

230화 진정한 제왕의 검 (3)

두 번째 초식 이름이 마신이었군.

잊혀진 제왕의 검 2초식 마신이 내 뇌리에 새롭게 각인되었다. 방금 배운 검술이지만, 수십, 수백 번을 연습했던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사용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뭐하는 거지?”

프라이드가 움직임을 멈춘 나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설마 포기하는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있겠어.”

“그럼. 다시 덤벼라. 지금 아주 즐거우니까. 흥을 깨지 말라고!”

프라이드의 전신에서 검은 오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그의 내부에 있는 힘이 화산처럼 폭발하고 있었다.

“힘은 끊임없이 샘솟고, 너는 내 예상이상으로 강하다. 최고의 기분이야! 크하하하!”

프라이드의 얼굴에는 전투의 희열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이를 드러낸 모습에선 광기마저 보이고 있었다.

“네가 무슨 짓을 하든, 글러트니가 무슨 음모를 꾸미든 상관없어. 마지막에 승리하는 건 바로 이 몸이다. 스스로의 힘으로 모든 것을 끝낼 것이다!”

“머리에 똥이 찼나. 오글거리는 말만 해대는군.”

다시 검을 움켜쥐었다. 분신을 뒤로 물린 뒤 홀로 앞으로 나왔다.

“너 혼자서는 버티지 못할 텐데? 왜 분신을 뒤로 물리는 거지?”

“딱히 혼자 싸우려는 거 아닌데?”

“크크. 그거 알아?”

프라이드가 검을 틀어서 내게 겨누었다. 단순히 폼으로 겨눈 것이 아니다. 저건 놈이 사용하는 기술 중 하나였다.

쿠구구구.

프라이드가 왼손으로 검날을 잡자, 거대한 오러가 일렁거리며 솟아올랐다.

“난 건방진 놈만 보면 쏴 죽이는 버릇이 있거든.”

프라이드는 오러를 화살 모양으로 다듬은 후 나를 향해 내질렀다.

솨아악!

검은 오러의 화살이 대기를 찢으며 날아왔다. 빠르기도 빨랐지만, 그 안에 담긴 힘이 어마어마했다.

“나랑 통하는 부분이 있네. 나도 내 앞에서 건방떠는 놈들 다 줘 팼거든!”

4개의 비수를 꺼내 프라이드가 쏘아낸 오러의 화살을 향해 날렸다.

촤아악!

비수에 물든 강환이 빠르게 회전하며 프라이드가 날린 오러의 화살을 찢어발겼다.

“암기로 놈을 공격 못하면 방어에 쓰면 되지.”

생각을 바꿨다.

프라이드에게 암기가 통하지 않는다?

그러면 암기로 공격을 할 필요 없이 방어로 쓰면 된다. 내겐 연위결이라는 특별한 능력이 있고, 분신도 있다. 얼마든지 이용가능 하다.

“크크, 좋아! 그래야 재밌지. 더 발광해 보거라!”

“그 발광이 네 목을 가를 거다!”

뇌익을 사용해서 프라이드의 앞으로 돌진했다.

쩌어엉!

프라이드가 내게 검을 후려쳤지만, 내 분신이 이기어검을 날려 놈의 공격을 튕겨냈다.

“괜찮네.”

공격은 내가 하고, 수비는 내 분신이 사용하는 이기어검과 연위결로 운용하는 암기로 했다.

콰아아아!

검에 강환을 두르고 각도를 맞춰 횡으로 그었다. 로벨 왕국 검술의 마지막 초식 은참이다. 프라이드는 분신의 이기어검을 밀어낸 뒤 검을 아래에서 위로 쏘아 올렸다.

캬갸갸갸걍!

검끼리 맞물려 소름이 돋아 오르는 소리를 만들었지만, 나와 프라이드 둘 다 신경 쓰지 않았다.

놈이나 나나 다음에 공격할 수를 생각하고 있었다.

쾅쾅!

프라이드가 검술에 익숙해지지 않게 내가 익힌 11개의 왕궁 검술을 번갈아 사용해서 프라이드를 몰아쳤다.

“이 놈!”

프라이드는 쉽게 잡히지 않는 내게 짜증이 났는지 인상을 찌그러뜨렸다.

정작 화낼 사람은 나다. 소드 엠페러만 없었다면 프라이드 저 놈은 한참 전에 바닥에서 기고 있었을 거다.

콰아아앙!

프라이드의 전신에서 오러의 폭풍이 솟아올랐다. 놈이 나와 분신의 이기어검을 밀어내기 위해 전신에서 오러를 뿜어 낸 것이다.

“깔짝깔짝 아주 날파리가 따로 없군!”

“칭찬 고맙고.”

“버러지 같은 놈!”

흥분한 프라이드의 자세가 아주 조금 커졌다. 전신에 호신강기를 두른 후 오러의 폭풍을 뚫고 들어갔다.

“죽여 달라고 아주 발악을 하는 구나!”

프라이드가 비웃음을 지으며 검을 내리찍었다. 놈의 검에 대지를 무너뜨릴 것 같은 거대한 힘이 실렸다.

지금이다.

흥분한 상태, 무너진 자세, 과한 힘이 실린 검. 내가 딱 원하던 상황이다.

마왕.

시작은 잊혀진 제왕의 검의 첫 번째 마왕이었다. 검은 줄기가 번쩍이며 내 검을 뒤덮었다.

콰아아아!

검날에 퍼져있던 광대한 기운이 단숨에 검 끝으로 모여들었다.

“무, 무슨!”

마왕에 담긴 힘을 느낀 프라이드의 눈이 혼란으로 물들었다. 내게 이런 검술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한 표정이다.

캬아앙!

프라이드가 마왕의 발동을 끊어버리기 위해 더 빠르게 검을 내리쳤지, 내가 막을 필요는 없었다. 분신이 이기어검을 날려서 놈의 공격을 막았으니까.

고오오오.

검 끝에 모인 내력이 하나의 점이 되어 마왕의 완성을 알렸다. 프라이드를 향해 완성된 마왕을 찔러넣었다.

쿠구구구.

칼을 통해 대기가 진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하늘이 우는 것 같은 느낌이다.

“크아아앗!”

프라이드는 이를 악물면서 자신의 검을 회수한 뒤 제왕 검의 마지막 초식 마령을 발동했다. 놈의 검에서 검은 화염이 용오름처럼 타올랐다.

콰우우우웅!

마왕과 마령이 부딪쳤다. 나와 프라이드가 밟고 있는 대지가 찢기고, 주변에 있던 모든 게 분해되었다.

콰과과과!

마왕과 마령이 교차한 지점의 바로 옆에 있던 경기장의 벽이 통째로 사라져버렸다. 흡사 작은 블랙홀이 생겨난 것 같았다.

강해졌어.

마왕의 위력이 내가 마지막에 사용했던 것보다 2배는 강해진 것 같았다. 내 경지가 오르고, 마신이 개방됐기 때문인 것 같다.

“어떻게 이런...”

프라이드는 자신의 마지막 초식 마령과 맞먹는 힘을 발휘한 내 마왕에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난 놈이 당황한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잊혀진 제왕의 검의 두 번째 초식 마신을 발동시켰다. 단전에 남아 있던 내력의 대부분이 검으로 빨려들어갔다.

후우욱.

다시 한 번 어둠이 내려앉았다. 이번엔 내 검만이 아니라, 세상 전체에 밤이 찾아 온 듯 모든 것이 어둠에 물들었다.

고오오오.

내가 검을 들고 있는 모습은 어둠 그 자체를 들고 있는 것 같았다.

“그, 그건...”

“마신.”

마신이 운용되고 있는 검을 아래로 내렸다. 휘두를 필요도 없었다. 연필로 선을 긋듯이 그저 밑으로 그었을 뿐이다.

쩌어억!

하늘 전체를 덮고 있던 어둠이 하나의 선이 되어 아래로 떨어졌다. 그 모습은 이 땅이, 이 대륙이, 이 세계 갈라지는 것 같았다.

“크아아악!”

프라이드가 자신의 모든 오러를 터트리며 마령을 사용했다. 하지만 놈의 마령은 마신과 부딪치는 순간 유리처럼 깨져나갔다.

뿌드드득.

프라이드의 은빛 검이 마른 장작처럼 부러지고, 놈의 몸에 마신의 칼날이 닿았다.

푸카아악!

만천화우로도 뚫어내지 못했던 프라이드의 몸이 두부처럼 갈라졌다. 놈의 몸에서 석유 같은 검은 피가 터져 나왔다.

“커허헉!”

자신감 넘치는 대사만 뱉던 프라이드의 입에서 고통어린 절규가 쏟아졌다.

“아직이다!”

내력 소모가 너무 심해 극심한 현기증이 느껴졌지만, 입술을 깨물며 끝까지 검을 휘둘러 프라이드의 몸을 베어버렸다.

“끄으윽...”

몸이 반으로 갈라진 프라이드가 자신이 만든 구덩이 속으로 떨어졌다.

칠죄종이 가지고 있는 재생 능력도 마신의 앞에서 말라버렸기 때문에 놈은 자신의 몸을 붙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미...쳤군. 그 검술은 아주 제대로 미쳤어...”

프라이드는 검은 피를 내뱉으며 허공을 바라보았다. 시각을 잃어 눈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네...가 마지막에 사용한 검의 이름이 뭐지?”

“잊혀진 제왕의 검의 두 번째 초식 마신이다.”

“검 자체가 달랐던 건가... 거기다 마신이라, 큭큭. 아주 잘 어울리는...”

프라이드는 마지막 말조차 다 뱉지 못하고 숨이 끊어졌다. 한 숨을 내쉬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허억...”

산소가 부족한 것처럼 머리가 멍하고 시야가 노랗게 보이고 있었다. 너무 많은 내력을 한 번에 사용한 후유증이다.

“현경에 오르면 내공이 부족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 생기는군.”

사실 한 명씩 상대했다면 아무 문제없었을 테지만, 강자들 여러 명과 연속을 싸웠다.

크리티스, 라시드, 악마에 방금 죽은 프라이드까지 상대하다 보니, 정말 단전이 텅텅 비었다.

내력이 빠르게 차오르고 있지만, 회복하려면 쾌나 시간이 걸릴 것이다.

“잘했다.”

뒤를 돌아서 분신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내 분신이 이기어검을 사용해서 적재적소에 방어를 해주지 않았다면, 프라이드를 잡는데 훨씬 더 힘을 뺐을 거고, 더 많은 시간을 소모했을 거다.

라시드 때문에 왕궁 지하로 이동했을 때도 분신이 크리티스를 상대했으니, 오늘 분신의 활약은 바로 내 다음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였다.

“없었으면 어쩔 뻔 했냐.”

“유렌!”

“유렌님!”

뒤를 돌아보자, 일리아와 이레아 로디엔, 아린이 이쪽으로 달려왔다. 저들은 전투를 할 때보다 더 빠르게 달려왔다.

“괜찮으세요?”

“조금 지쳐서 그래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제가 도와드릴 게요!”

이레아가 내게 신성력을 불어넣어 체력을 회복시켜 주었다.

“하아, 네 말대로 혼자 싸우는 게 옳았네. 우리가 옆에 있었으면 정말 다 죽었겠어. 네가 강한 건 알았지만 이정도일 줄은... 특히 그 마지막 검술은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어.”

일리아가 내 주변을 둘러보며 혀를 내둘렀다. 내 싸움에 놀라다 못해 질려버린 얼굴이다.

“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네.”

원래 이곳은 왕궁의 아름다운 정원이었지만, 지금은 황무지처럼 변해버렸다. 땅이 전부 파헤쳐져서 꽃이나 나무는커녕 풀뿌리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유렌.”

카이젤이 다가와서 내 어깨를 툭 건드렸다. 그는 넋이 나간 표정을 하고 있었다.

“예전에 네게 패했을 때 다시 싸우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네 싸움을 보니 내가 완전히 착각을 하고 있었군. 난 절대 널 못이기겠어...”

카이젤은 나와 프라이드가 싸운 장소를 보며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저 괴물은 악마보다도 세계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는 존재였다. 내가 싸워도 이길 수 없었겠지. 드래곤인 내가 인간인 네게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지만, 세계의 균형을 지켜줘서 고맙다.”

“내가 할 일이었으니, 고마워 할 필요 없어. 오히려 불렀을 때 바로 와줘서 고마웠다.”

“음, 너다운 말이군.”

카이젤이 민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난 피식 웃으며 어느새 내 어깨에 내려앉은 빽빽이를 쓰다듬어 주었다.

“빽!”

“유렌님 이제 끝난 건가요? 오늘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뭐가 뭔지 아직 모르겠어요.”

“아직 끝이 난건 아닐 겁니다.”

내 몸을 풀어주는 로디엔에게 고개를 저어주고 뒤엔 러스트를 보았다. 그녀도 내 생각과 같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화아아아!

체력이 어느 정도 돌아와서 일어나려 할 때 죽은 프라이드의 몸에서 두 가지 빛이 솟아올랐다.

하나는 밤을 떼어 온 것 같은 검은색 빛이었고, 다른 하나는 피를 녹인 것처럼 새빨간 색의 빛이었다.

“파편인가.”

붉은빛은 바로 앞에 있는 내 손으로 날아왔다.

[‘이름을 잃은 자’의 파편을 획득하셨습니다.]

붉은빛이 내 몸에 들어가자 몸에 활력이 조금 돌아온 것을 느꼈다.

우웅.

검은빛은 어느새 허공에 나타난 그림자에게 날아갔다. 놈 역시 손으로 검은빛을 잡고 흡수했다.

쿠우우우.

만족을 한 것처럼 놈의 몸이 크게 일렁거렸다.

“흐으윽!”

“카아악!”

“으윽”

그림자의 등장에 사람들이 다시 몸을 부르르 떨며 주저앉았다. 싸움은커녕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

“너...”

그림자는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자신의 몸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사라지려는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놈은 자신의 팔을 길쭉하게 늘렸다.

“이런!”

놈의 팔이 어디로 향하는 지 알 수 있었다. 내가 아니라, 내 뒤에 있던 러스트였다.

“크윽!”

러스트가 눈치를 채고 은신을 사용하고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그림자는 러스트가 사라진 방향으로 팔을 보내 그녀를 사로잡았다.

“으윽!”

부아앙!

검에 강환을 써서 그림자 팔을 베려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림자는 나를 비웃으며 러스트를 자신의 앞으로 끌고 가고 있었다.

“제기랄! 러스트!”

이놈이 가진 그림자의 힘은 투견을 상대 할 때완 비교도 할 수가 없을 만큼 강했다. 단순한 힘으론 놈을 벨 수 없다.

“크으윽.”

어금니를 깨물며 계속 검을 휘두를 때 내 눈 앞에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름 잃은 파편의 힘이 임시 개방됩니다.]

메시지와 함께 내 몸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던 여섯 개의 파편의 힘이 내 검과 몸에 내려앉았다.

“벨 수 있어.”

감이 왔다. 무적처럼 보이는 그림자의 팔도 지금의 난 벨 수 있다.

콰아아아!

검에 담긴 파편의 힘이 그림자를 가르고 태양처럼 광대한 빛을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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