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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화 진정한 제왕의 검 (2) (229/241)

229화 진정한 제왕의 검 (2)

하늘과 땅을 단숨에 베어버린 빛은 한 줄기의 검기였다.

세상 모든 것들을 일격에 베어버릴 것 같았던 검기는 제왕의 검에 존재하는 초식 중 하나였다.

“어째서...”

제왕의 검을 사용하는 검사는 세상에서 딱 한 명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어째서 저놈이 여기에 나타난 거야!”

제국 황궁에 있어야 할 칠죄종의 보스 프라이드가 크라시스의 왕궁에 나타났다. 저런 거물이 이곳에 그냥 나타날 리가 없다.

“설마 네가 부른 건가?”

에블린과 글러트니가 합쳐진 검은 그림자가 비틀린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을 보는 것만으로 팔뚝에 소름이 돋아 올랐다.

“넌 대체 뭐야!”

십이비도를 날리며, 뇌영을 사용해서 그림자의 뒤로 이동했다.

촤아악!

그림자의 정수리를 노리고 검을 그었지만 느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내 검에 솟아있는 강맹한 강환으로도 그림자의 몸을 벨 수가 없었다.

투투툭.

십이비도 역시 그림자에게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저 아이까지 이긴다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다.”

그림자는 손가락을 들어 왕궁의 입구를 가리킨 뒤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야 말로 그림자 그 자체처럼 사라져버렸다.

“아아...”

“대,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지?”

“으음...”

그림자가 사라지자 사람들이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필로세 숲에서 만났던 그림자 투견과 완전 같은 현상이었다.

방금 나타났던 그림자는 칠죄종을 죽이면 나오는 이름 잃은 자의 파편과 분명히 관계가 있을 거다.

“분명 아이라고 했지...”

칠죄종의 대장이라고 할 수 있는 프라이드를 아이라고 부르다니, 내가 본 그림자는 칠죄종의 부모라도 된 다는 건가?

“잠깐만 부모?”

부모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필로세 숲 깊은 곳에 있던 고대신의 석상이 생각났다. 무릎 밖에 남지 않아 두 명이라는 것밖에 모르는 그 신들을 생각해보면...

“유렌!”

“유렌님!”

“빽!”

일리아와 이레아, 빽빽이의 부름에 정신을 차렸다. 맞다. 지금은 뒤를 생각할 때가 아니다. 코앞에 있는 프라이드에게 신경을 써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저 그림자를 다시 보지도 못하고 이곳에서 프라이드에게 죽게 될 지도 모른다. 칠죄종의 보스 프라이드는 그 정도로 강하고 특별한 존재다.

단순히 강한 게 다가 아니다. 프라이드에겐 정말 사기성이 짙은 특성이 있었다.

쿠구구구.

힘을 쓰면서 오고 있는 게 아님에도 프라이드의 존재감이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흡사 오러의 파도가 몰아치고 있는 것 같았다.

“유렌님.”

내 옆이 흐릿해지며 검은 머리카락의 여자가 나타났다. 러스트였다.

“러스트. 이곳으로 오는 거 프라이드 맞지?”

“알고 계셨군요.”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왜 갑자기 프라이드가 이곳에 온 거지?”

“글러트니가 지시를 내렸어요. 우리의 계획을 방해할 인간들을 죽일 가장 좋은 기회라고 하면서 저와 프라이드를 이곳으로 불렀죠.”

“글러트니는 어디 있어?”

“모르겠어요. 이곳에 있겠다고 했는데 사라졌어요. 보이질 않아요.”

아까 그 그림자가 글러트니로 변해서 프라이드와 러스트에게 지시를 내렸던 게 분명했다. 이 미쳐버린 상황들은 모두 그 그림자 괴물이 만들어낸 것이다.

“너 글러트니를 조심해.”

“네? 지금 이곳으로 오는 건 프라이드에요.”

“프라이드는 내가 상대 할 테니까. 내가 신경 쓰지 못할 때 글러트니가 네 앞에 나타나면 절대로 믿지 말라는 거다. 놈은 글러트니가 아니야.”

“역시 그랬군요.”

러스트가 알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당신을 찾아간 이유가 바로 글러트니의 변화 때문이었죠. 이제 저와 프라이드를 노리나 보군요.”

“그거까진 모르지만, 절대 놈의 의도대로 움직이면 안 돼. 아마 단순히 네 죽음으로 끝나지 않을 거다.”

“알겠어요. 조심하죠. 다만 유렌님. 글러트니에게만 신경 쓰시면 안돼요. 프라이드는 제 생각보다 훨씬 강해져서 나왔어요. 전 솔직히 유렌님이 이곳을 일단 피하셨으면 좋겠어요.”

프라이드는 칠죄종 중 유일하게 스스로의 힘으로 성장을 할 수 있는 존재다. 러스트가 저렇게 말할 정도라면 원작보다 훨씬 더 강해졌을 거다.

“그럴 순 없어. 어쨌든 프라이드는 내가 막을 테니, 글러트니나 그림자를 조심해.”

“그림자요?”

내 말을 들은 러스트가 멍한 얼굴이 되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 같았지만, 프라이드가 코앞까지 왔기 때문에 놔두고 앞으로 나갔다.

“유렌!”

“유렌님!”

경기장 앞쪽엔 일리아, 이레아, 아린, 로디엔, 카이젤이 기사들과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저기서 오는 검사는 대체 뭐지?”

“괴, 괴물 그 자체에요. 어떻게 저런 오러를 가지고 있는 건지...”

“으윽...”

프라이드가 접근하면 할수록 사람들의 안색이 굳어지고 있었다. 놈의 지독한 검기에 평범한 기사들은 온 몸을 떨다가 주저앉았다.

저벅.

손을 떨리게 만드는 걸음 소리와 함께 프라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프라이드는 금발벽안의 미남으로 손에 은빛의 검을 들고 있었다. 이야기 속에 나오는 기사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멋들어진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훗.”

나를 발견한 프라이드가 빙긋 웃음을 지었다. 놈이 검을 들어 올린 뒤 가볍게 휘둘렀다.

촤아악!

가볍게 벤 것과 달리, 결과는 가볍지 않았다. 살을 베어버릴 것 같은 검기가 몰아쳤다. 놈이 날린 오러는 강기이상의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콰아아!

프라이드와 똑같은 검로로 검을 휘둘러서 놈의 검기를 막아냈다.

콰아앙!

프라이드와 나 사이에 거대한 기의 폭풍이 터져 나왔다.

“여긴 내가 맡을 게. 전부 뒤로 물러나.”

“네? 같이 싸워요!”

“맞아요. 유렌님. 함께 싸우면 더 쉽게 이길 수 있을 거예요.”

“빼액!”

“그래. 혼자 싸우도록 해.”

이레아와 로디엔이 날 말리려고 할 때 일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내게 강한 신뢰의 눈빛을 보냈다.

“저 검사도 네가 싸워야 할 괴물인 거지?”

“맞아.”

“혼자 싸우면 이길 수 있어?”

“물론. 가볍게 때려잡을 수 있지.”

“믿을 게. 너 나랑 한 약속 지켜야 하는 거 잊지 마.”

“그래.”

일리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기 때문에 믿음직스러운 웃음을 지어주었다. 일리아는 마주 웃어준 뒤 다른 사람들을 뒤로 물려주었다.

“좋아. 가서 조져버려.”

“분부대로 하지.”

고개를 끄덕이고, 앞으로 나갔다.

“내가 도와주마.”

카이젤이 옆으로 다가와서 마나를 끌어올렸다.

“너도 많이 다쳤잖아. 싸움의 여파에서 사람들을 지켜줘.”

“음, 그건 너도 마찬 가지...”

“부탁해.”

“...알겠다.”

카이젤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분신과 함께 마나 폭풍이 몰아치는 곳으로 걸어갔다.

“젠장. 내가 왜 그런 설정을 해가지고...”

사실 폼을 잡으려고 혼자 싸운다고 한 게 아니다. 프라이드를 혼자 상대한다고 한 이유는 강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놈에게 존재하는 특별한 특성 때문이었다.

“소드 엠페러...”

다른 칠죄종이 자신의 죄악을 특성으로 가지고 있는 것과 달리 프라이드에겐 소드 엠페러라는 특성이 하나 더 있었다.

소드 엠페러는 검이 아닌 공격에 상처를 입지 않고, 검술에 엄청난 혜택을 주는 특성이다.

9서클 마법이나, 신급의 신성력, 드래곤의 브레스로 공격해도 소드 엠페러가 있는 프라이드에겐 아무런 데미지를 주지 못한다.

내가 만들어 줬지만, 정말이지 개사기 특성이다.

“프라이드가 마지막 보스라서 소드 엠페러를 준 건데 큰 실수였어.”

저 프라이드가 바로 원작 소설의 최종 보스다. 보스와 라시드가 1:1로 상대하게 하려고 검에만 상처를 입게 만든 건데 내가 저 놈과 싸울 줄 알았다면 소드 엠페러 따윈 절대, 절대 주지 않았을 거다.

덕분에 저놈에겐 독도 쓰지 못하고 암기도 쓰지 못한다.

오직 검만으로 상대해야 한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시험은 해봐야겠지.”

분신에게 천판을 주고, 난 신살의 천판을 들었다.

후우웅.

마나 폭풍이 그치고 다시 프라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나 상처는커녕 미소를 짓고 있었다.

“분신이라. 최근에 좋은 기술을 익혔나 보군. 유렌 록스.”

“넌 이용당하고 있다. 널 이곳으로 부른 건 글러트니가 아니야.”

“네가 어떻게 글러트니를 알고, 나를 아는지 모르겠다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난 내 의지로 움직였을 뿐이야. 나를 지배 할 수 있는 건 오직 나뿐이다.”

프라이드는 내 말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검을 올려 날 겨누었다. 조잘거리지 말고 싸우자는 뜻이다.

“망할 놈. 어쩔 수 없군.”

천판을 공중에 띄웠다. 암기는 통하지 않지만, 만천화우는 이 세계의 기술이 아니다. 시험해볼 가치는 분명히 있었다.

화아아악!

분신에게 만천화우를 사용하라고 지시한 뒤 나도 신살의 천판을 띄워 광화를 피워냈다.

“그게 네 비기라는 만천화우로군. 다만 이렇게 많다는 소린 못 들었는데. 확실히 깨는 재미가 있겠어.”

프라이드는 2천개의 광화 앞에서도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검을 빙빙 돌리며 큼지막한 웃음을 지었다.

“만천화우!”

“만천화우!”

분신과 동시에 만천화우를 사용했다.

콰아아아!

이천 개의 광화가 빛의 회오리가 되어 프라이드에게 몰아쳤다. 두 개의 만천화우는 현재의 내가 사용 할 수 있는 최고의 비기였다.

캬갸갸갸갸걍!

프라이드는 검에 두른 오러를 건물 수준으로 키운 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손을 휘둘러 휘몰아치는 광화를 모조리 쳐내버렸다.

퍼퍼퍼퍽!

하지만 광화의 개수가 2천개가 넘었고, 이기어검의 묘리마저 담겨있었기 때문에 프라이드의 몸에 광화들을 박아 넣는데 성공했다.

“크하하하하!”

프라이드는 광화에 맞고 나서도 즐겁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역시 통하지 않는 건가...”

광화는 프라이드에게 박힌 것 같았지만 놈의 갑옷과 옷만 찢었을 뿐 살을 뚫지는 못했다.

검환에 이기어검의 묘리가 들어있는 두 개의 만천화우로도 소드 엠페러를 뚫어내지 못한 것이다.

“결국 검을 들어야겠군.”

프라이드를 노려보며 주머니에서 검 두 자루를 꺼낼 때였다. 갑자기 눈앞에 상태창이 나타났다.

[특성 검인과 천안이 제왕의 검 1, 8, 10, 13, 16초식을 정확하게 인식했습니다.]

[나머지 초식이 인식되면 잊혀진 제왕의 검의 새로운 초식이 개방 됩니다.]

상태창에 내가 제왕의 검의 초식 4개를 봤다고 되어있었다. 이 초식들은 프라이드가 만천화우를 막을 때 사용했던 제왕의 검의 초식을 말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프라이드가 제왕의 검의 모든 초식을 사용하도록 만들어야 해.”

분신에게 검을 던져준 후 프라이드에게 달려들게 하면서 이기어검을 운용했다.

캬앙!

분신에게 변화가 다양한 카인 왕국 검술을 지시하고 내 이기어검으로는 가장 예리한 로벨 왕국 검술을 사용했다.

콰아앙!

쿠구궁!

두 개의 검에서 강환이 휘몰아쳤지만 프라이드는 어렵지 않게 두 검을 막아냈다.

‘역시 제왕의 검인가...’

러스트가 말했던 대로 큰 성장을 이뤘는지, 프라이드의 제왕의 검을 뚫는 게 쉽지 않았다. 오러만이 아니라, 검술 자체가 미친 듯이 강했다. 거의 완벽에 이른 검술을 구사하고 있었다.

컁! 캬갸갸걍!

이기어검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검을 부딪칠 때마다 내력이 연결된 단전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검술, 오러, 신체 모든 것이 완벽한 상태였다.

“이미 네 검술은 파악이 끝났다.”

검을 몇 번 부딪치면 프라이드는 영리한 뱀처럼 로벨 왕국 검술의 허점을 파고들어왔다.

“젠장!”

프라이드가 카인 왕국 검술과, 로벨 왕국 검술을 파악했기 때문에 나는 크라시스 왕국 검술로 바꾸고, 분신도 샤린 교국 기본 검술로 바꾼 후 다시 공격했다.

“새로운 검이라! 아주 즐겁구나! 이렇게 싸우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어! 크하하하!”

그래. 언제까지 웃을 수 있나 보자.

만천화우에 이기어검, 독까지 통하지 않는 놈이지만 해법이 딱 하나 있었다. 시간을 끌며 놈의 검술을 모두 본 후에 잊혀진 제왕의 검으로 놈을 공격하면 된다.

콰앙!

프라이드의 검이 점점 강맹해져서 방어적인 검술을 사용하는 분신이 놈에게 밀려나고 있었다.

“이제 두 개 남았어...”

현재 보지 못한 제왕의 검의 초식은 12번째와 마지막 18번째 초식이었다.

“그렇다면...”

분신을 뒤로 물렸다.

슈아아악!

분신과 함께 이기어검을 운용했다. 두 개의 이기어검이 한 번에 날아가 프라이드의 등과 왼쪽 심장을 공격했다.

쿠구구국.

프라이드의 검에서 나오는 오러의 형태가 길쭉하게 변했다. 놈은 채찍처럼 변한 오러를 회오리처럼 휘돌려 두 개의 이기어검을 한 번에 튕겨내 버렸다.

[특성 검인과 천안이 제왕의 검 12초식을 인식했습니다.]

[모자랐던 검술의 조각이 모였습니다.]

[잊혀진 제왕의 검 2초식 마신이 개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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