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8화 아다스 (5) (208/241)

208화 아다스 (5)

“이, 이 무슨!”

아다스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가 노래졌다가를 반복했다. 숨이 멎을 정도로 놀라고 있었다.

“있을 수 없어. 있을 수 없다고!”

전신을 바들바들 떨면서 이를 악물었다. 이건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자신의 분신은 마스터의 오러 블레이드로도 죽이지 못한다.

두 명 이상의 마스터가 끈임 없이 검을 휘두르고, 7서클 이상의 마법사들이 계속해서 극대마법을 날려야 겨우 죽일 수 있는 게 자신의 분신이다.

그런데 저 인간이 가볍게 날린 단검 하나에 분신이 완전히 지워져버렸다. 세포조차 날아간 듯 복구조차 되지 않는다.

“아...”

아다스가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퍼어엉!

유렌은 당황해하는 아다스 위로 자괴연을 터트려 사람들이 안쪽을 보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 이건 또 뭐야! 대체 내게 무슨 짓을 한 것이냐.”

“모르겠어? 모르면 맞아야지.”

유렌은 경악하고 있는 수백의 아다스를 비웃으며 천판을 띄웠다.

“네가 저지른 일들에 반성을 하며 죽어라.”

“반성? 죽어? 무슨 개소리냐! 이 세상에 날 죽일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어!”

“그건 네 생각일 뿐이지.”

“닥쳐라!”

유렌에 분노한 아다스들이 미친 듯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만천화우! 언제까지 그 기술이 통할 거라 생각하느냐!”

“뭐?”

“만천화우는 파편이 나뉘고, 그 파편에 오러 블레이드급 오러가 씌워지기 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다! 네놈의 기술은 이미 파훼가 끝났다! 가라!”

아다스의 분신들이 광기를 담은 얼굴로 유렌에게 쇄도했다. 500이 넘는 분신들이 동시에 달려드는 모습은 영화 속 좀비 떼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쿠구구구.

기사나 마법사처럼 전투 능력을 가지고 있는 분신들은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고 전투 능력이 없는 분신들은 아다스 본체처럼 신체를 무기로 변형시켜서 공격을 하고 있었다.

“언제 적 이야기를 하는 거지?”

유렌이 한 걸음 물러나서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아다스가 말한 만천화우의 단점은 확실히 있었다. 하지만 그건 만천화우를 오비스에게 날렸을 때다.

지금의 만천화우와 당시의 만천화우에는 극과 극의 차이가 존재한다.

“네 눈으로 확인해라.”

유렌이 떠오른 천판을 향해 연위결을 극한으로 발동시켰다.

파아앙!

숨의 반의반도 내쉬기 전에 천판이 천 개의 꽃잎으로 개화했다. 찰나의 순간에 허공에 검은 꽃이 피어났다.

“무, 무슨!”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아다스의 본체가 기겁하며 입을 쩍 벌렸다. 자신의 분신들은 아직 유렌의 근처조차가지 못했는데, 어느새 만천화우의 개화가 끝나버렸다.

예상했던 개화의 속도보다 몇 배나 빠른 속도였다.

“그래봐야 소용없다. 그 기술로는 나를 죽이지 못해! 공격해라!”

아다스 본체의 손짓에 따라, 그의 분신들의 속도가 더 빨라졌다.

빠지지직!

유렌은 가장 앞에 온 기사모습의 분신들을 걷어차 버리고, 뇌인신법을 극성으로 운용해서 반대편으로 이동했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마법과 화살을 가벼운 고갯짓으로 회피했다.

“사람은 발전하는 존재거든.”

모든 공격을 피해 여유를 만들어낸 유렌이 천화에 내력을 쏟아 부었다. 천개의 꽃잎에 끝없이 강기가 모여들어 강환의 광대한 빛이 만들어졌다.

키이이잉!

유렌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연위결을 극성으로 발동해 강환에 회전까지 더했다.

콰아아아앙!

천공에 천개의 광구가 생성되었다. 드디어 만천화우 광화가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평범한 만천화우가 수풀에 붙은 작은 나뭇잎이라면, 만천화우 광화는 하늘을 덮을 벚꽃나무의 꽃잎 같았다.

광화는 태양빛보다 더 밝은 빛을 땅에 뿌리는 그야 말로 빛의 꽃잎과 같았다.

우우우웅.

천개의 광화는 600이 넘는 아다스의 분신을 압도하고 있었다.

“이, 이건...”

아다스의 본체가 이빨을 덜덜 떨면서 뒷걸음질 쳤다. 광화의 꽃잎 하나하나에 담겨있는 강대한 힘이 분신만이 아니라, 자신까지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으아아아! 막아! 막아라!”

아다스의 본체가 손짓하자 놈의 분신들이 벽처럼 길을 막았다. 그는 분신들로 벽을 세운 뒤 자신은 뒤로 도망치려는 것이다.

“도망이라, 끝까지 추잡하군.”

유렌의 손짓에 따라 하늘을 수놓은 광화가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래봐야. 소용없지만.”

광화가 발동된 모습은 태양으로 이루어진 그물 그 자체가 내려앉는 것 같았다.

콰아아아!

빛나는 천개의 꽃잎은 빛살이 되어 아다스의 분신을 향했다.

“키아아악!”

아다스의 분신들은 인간을 벗어난 소리를 지르며 가지각색의 방법을 사용해 광화를 막으려 해지만 소용없었다. 광화 앞에서 무기는 부서지고, 마법은 튕겨나갔다.

캬아아앙!

아다스가 자신한 재생능력은 광화 앞에선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재생보다 파괴가 빠르기 때문에 그의 모든 분신들이 광화에 갈려서 순식간에 녹아버렸다.

“후우...”

유렌은 아다스의 분신들이 사라지고 있는 모습을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지켜보았다.

저 분신들은 아다스에게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사람들이다. 그 복수를 해줄 사람은 자신뿐이었다.

콰아아앙!

순식간에 아다스의 분신들이 모조리 제거되고, 그 뒤에 있던 아다스 본체의 모습이 드러났다.

“아...”

아다스는 도망치기 위해 마법을 준비하려 했지만, 마법이 발동하기도 전에 놈의 분신이 모조리 제거된 것이다.

“아, 자, 잠깐!”

유렌을 본 아다스가 뒤로 자빠져서 손을 내저었다. 죽음의 공포에 질려 눈동자가 사정없이 떨리고, 이빨이 위아래로 미친 듯이 부딪쳤다.

“잠깐만 기다려! 유렌! 잠시만!”

“닥쳐.”

유렌은 아직도 유지되는 광화와 함께 아다스를 향해 걸어갔다.

“사, 살려줘. 내, 내가 모두 말해주마. 나는 네게 아무 감정도 없어. 이 모든 것은 에블린이...커헉!”

유렌은 헛소리를 지껄이는 아다스의 입에 광화를 쳐 박아버렸다.

“끄아아악!”

지독한 고통을 느낀 아다스가 입에서 은색 액체를 토하며 바닥을 기었다.

“소용없다고,”

유렌은 아다스의 본체가 분신보다 재생력이 강한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놈의 전신에 광화를 박아 넣었다.

“카아아악! 아, 안 돼! 이렇게 죽을 순 없다!”

아다스가 자신의 몸을 부풀려서 반항을 하려 했지만, 광화의 빛 앞에선 아무 것도 소용없었다. 부푼 몸체가 모두 찢겨나갔다.

“나, 난 이 세계의 왕이 될 자다! 인간 따위에게...!”

아다스는 에블린과 크리티스와 함께 세피로스를 만들기는 했지만 자신의 능력이 최고라 생각하고 있었다.

에블린과 크리티스까지 흡수해서 이 세계의 왕이 되려 했건만, 인간 한명에게 죽을 위기에 처하다니, 지금 이 상황이 지독한 악몽 같았다.

“왕은 지옥에 가서 해라. 이 세계에 네가 있을 자리는 없어.”

유렌이 주먹을 쥐자, 천 개의 광화가 아다스에게 쏟아졌다.

“안...”

아다스는 마지막 말조차 뱉지 못하고, 가루가 되어 세상에서 사라졌다.

“후우...”

모든 것을 끝낸 유렌이 한숨을 내쉬며 광화를 천판으로 되돌려 회수했다. 오랫동안 광화를 유지했기 때문인지, 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겁다.

“끝났군.”

유렌이 아다스를 자극해서 모든 분신을 이곳에 소환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이 세상에 아다스의 분신은 단 하나도 남지 않았다.

아다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렌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했다.

“나왔군.”

아다스가 죽은 바닥에서 은색 구슬이 나타났다. 유렌은 알고 있었다는 듯 구슬을 주워서 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유렌은 칼의 검은 쥐를 사용해서 자신의 존재감을 극도로 낮춘 뒤 은신을 사용했다.

“전투가 끝난 것 같다! 빨리 들어가!”

“알겠습니다! 진입!”

“진입하라!”

밖에서 제국의 기사들과 병사들이 포메라가 소환한 언데드들을 처리하고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갈 시간이군.”

유렌은 은신상태를 유지한 채 문라이트였던 폐허를 조용히 빠져나갔다.

“오늘은 여러모로 운이 좋았군.”

생각이상으로 계획이 잘 풀렸다.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이번처럼 아다스를 잘 잡을 자신이 없다. 운과 상황이 맞물려서 최고의 효과가 나온 것 같다.

“주인!”

유렌이 건물 지붕을 넘어서 사천상회로 가고 있을 때 높게 솟은 첨탑위에 있던 포메라가 손짓했다.

“포메라. 수고했다.”

유렌은 벽을 수직으로 밟아서 포메라가 있는 첨탑으로 올라갔다.

“내가 뭘 했다고 수고했다고 하는 거요. 고생은 주인이 했지.”

“네가 그런 아부도 할 줄 알고 많이 컸네.”

“하, 아부가 아니라, 진심이오.”

포메라는 무너진 문라이트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도플갱어 킹을 보고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주인은 모를 거요. 난 세상에 그런 능력을 가진 괴물이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소.”

“확실히 능력 하나는 대단하긴 하지.”

아다스의 능력은 누가 봐도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분신 능력을 알고 있는 유렌도 속으로 마른침을 삼켰으니.

“내가 놈의 분신을 세어보았소.”

“참 할 일도 없다. 몇 명이었는데?”

“전부 654명이었소. 즉, 주인은 600명이 넘는 분신을 소환하고, 그 개체 하나하나가 간한 무력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구역질 나오는 재생능력까지 가진 도플갱어 킹을 죽인 것이오! 이건 정말 대단하다는 말로도 부족하오! 전 세계에 알려야...”

“됐어.”

유렌이 흥분해서 소리치는 포메라의 머리를 두드려서 자제시켰다.

“주인이 했다고 알리지 않을 거요?”

“그래. 얻을 것은 얻었거든.”

유렌이 피식 웃으며 아다스에게서 나온 구슬을 만지작거렸다.

“무슨 이유가 있소?”

“아직은 저 안에 있는 괴물을 자극할 필요가 없으니까.”

유렌이 멀리 보이는 황궁을 가리켰다. 저 안에 있는 괴물이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나오면 지독한 상황이 벌어질 거다.

“괴물? 황궁에 괴물이 있소?”

“그래. 지금의 난 이길 수 없는 괴물이.”

“뭐요? 주인이 이길 수 없다고? 거짓말 하지 마시오!”

“정말이다. 인마.”

광화를 익히긴 했지만 저 곳에 있는 괴물을 이길 수는 없다. 강함의 문제가 아니라, 놈이 가진 특성 때문이다.

“어차피 세피로스 놈들은 내가 아다스를 죽였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 그런데 저 괴물까지 자극해서 두 세력을 한 번에 상대 할 필요는 없거든.”

“음, 주인은 그냥 움직이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소. 솔직히 말해서 이제 무서워질 정도요.”

“뭐 하러 무서워 하냐. 네가 날 배신하지 않는 이상 걱정할 필요 없어. 왜 배신하게?”

“무, 무슨 소리요! 절대, 절대 안 하오! 내가 정화되어도 하지 않겠소!”

포메라가 고개를 미친 듯이 흔들며 소리를 질렀다. 정말 살짝 겁에 질린 표정이다.

“농담에 왜 그렇게 놀라? 설마...”

“아, 아니오! 절대, 절대! 때려죽여도 하지 않소!”

유렌은 포메라의 어깨를 두드리며 피식 웃었다.

“됐고, 가서 밥이나 먹자. 힘 좀 썼더니, 배고프네.”

“난 밥을 못 먹소. 주인은 내가 언데드라는 것...”

“그럼 구경이나 해.”

“...”

**

붉은 피로 도배가 된 기괴한 방안, 벽에 박힌 세 개의 구슬 중 붉은 구슬이 번쩍였다.

“흠?”

지루한 표정으로 왕좌에 앉아있던 크리티스가 구슬을 만지자, 에블린의 얼굴이 나타났다.

“이 구슬이 번쩍인 건 처음이로군. 긴급한 일에만 연락하는 것 아닌가?”

“긴급한 일이에요. 그것도 굉장히.”

“그래?”

크리티스는 표정의 변화 없이 턱을 긁적였다. 큰 관심이 없어 보이는 표정이다.

“무슨 일이지? 유렌 록스라도 죽었나?”

“아다스가 죽었어요.”

“뭐?”

아다스의 죽음은 크리티스에게도 놀라웠는지 처음으로 그의 표정이 변했다. 다만 놀라움보다도 흥미로움이 더 크게 담겨 있었다.

“그 놈이 죽었다고? 그 기생충 같은 생명력을 가진 도플갱어 놈이?”

“네. 확실히 확인했어요.”

“놈의 분신이 하나도 남지 않은 건가?”

“네. 제가 파악한 654개의 분신과 본체가 한 번에 죽었어요.”

“하, 그 미친놈 해츨링이라도 건드린 건가? 어떻게 죽은 거지?”

크리티스의 질문에 에블린은 잠시 숨을 몰아 쉰 뒤 입을 열었다.

“후우, 유렌 록스에게 당한 것 같아요. 아니, 확실해요. 그 인간밖에 없어요.”

“아다스의 본체는 제국에 있지 않았나? 유렌 록스와 접점이 있던가?”

“유렌 록스가 제국의 상회 다툼에 끼어들은 것 같아요. 아다스는 우리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 처리하려다가 죽은 거구요.”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에블린인 유렌의 움직임을 대략이나마 파악하고 있었다.

“그 놈은 욕심이 너무 많아서 언젠가 그렇게 죽을 줄 알았지. 크크큭.”

크리티스는 홀로 죽은 아다스를 비웃었다.

“크리티스. 이제 당신이 나서줘야겠어요.”

“난 좀 더 놔두고 싶은데? 그 놈이 어디까지 강해질지 궁금하거든. 성장하면 성장 할수록 잡아먹는 보람이 있거든. 큭큭.”

크리티스가 붉은 이빨을 드러내며 잔인한 웃음을 지었다. 그가 뿌리는 살기와 기세만으로 방 전체가 진동하고 있었다.

“크리티스. 지금은...”

“아아, 정말 지루한 여자라니까.”

크리티스가 고개를 저으며 혀를 찼다. 어쩔 수 없이 받아주는 느낌이다.

“고마워요.”

“그래서 어떻게 움직일 생각이지? 뭘 해주면 되는데.”

크리티스의 물음에 에블린이 섬뜩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크라시스의 2왕자가 결정을 내렸어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