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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화 아다스 (4) (207/241)

207화 아다스 (4)

“이제 시작하면 되는 건가?”

포메라는 첨탑위에 앉아서 문라이트를 관찰하고 있었다. 식당 안으로 아다스로 추측되는 인간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아, 정말 미친 짓말 골라서 시키는군. 주인하고 같이 지내다간 정말 제명에 못 살 거 같다니까.”

포메라는 자신이 이미 죽었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유렌을 따르기로 하면서 정말 상상이상의 일들만 겪는 것 같다.

“잡히면 바로 정화될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하긴 해야겠지.”

포메라는 허무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만마의 창을 꺼내들었다.

탕!

포메라가 만마의 창으로 바닥을 내려찍자, 첨탑 아래에 있는 뒷골목에서 백골들과 시체들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소환된 좀비와 해골들은 군인처럼 일렬로 줄을 맞춰서 자리를 잡았다.

“휴우...”

언데드들을 소환한 포메라는 부릅뜬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골목 가득 언데드를 소환했건만 알아차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역시 드래곤의 보물은 제대로군.”

포메라는 자신의 목에 걸려있는 검은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검은 목걸이는 유렌이 카이젤의 레어에서 찾아준 아티펙트로 마법이 발동할 때의 마나 파장을 없애주는 효과가 있다.

목걸이의 효과와 포메라가 만들어놓은 환상마법 덕분에 언데드가 소환된 것을 알아차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자, 가라.”

포메라는 유렌이 미리 알려준 길로 언데드들을 내보내며서 다른 언데드들도 소환했다.

키이이이.

만마의 창으로 소환했기 때문에 포메라가 소환한 언데드는 평범한 언데드들 보다 뛰어난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좀비가 거의 구울과 비슷한 스펙을 보여준다.

“꺄악!”

“어, 언데드다!”

“해골 전사와 구울이다! 모두 도망쳐!”

“기사들을 불러와!”

골목을 빠져나간 언데드들을 보고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키아아악!”

“카아아!”

“그워어어!”

만마의 창의 효과로 언데드들에겐 검은 오러가 붙어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큰 공포를 느끼며 도망쳤다.

“으아아아!”

“언데드들은 속도가 느려. 빨리 도망쳐!”

“돌아보지 말고, 기사가 있는 곳까지 튀어!”

언데드들은 사람들의 뒤를 쫓았지만, 그 속도는 상당히 느렸다. 사람들이 잡히거나 다치지 않도록 포메라가 속도를 조절했기 때문이었다.

“키아아악!”

“크르르르!”

사람들을 쫓던 언데드들은 한 건물 앞에서 홀린 듯 멈춰 섰다. 지붕이 날아간 2층 건물이었는데, 처음부터 인간들을 쫓은 게 아니라, 이 건물로 달려온 느낌이다.

“언데드들이 멈췄어...”

“뭐, 뭐지? 왜 저 건물을 보고 있는 건데!”

“대체 무슨 일이...”

자신들을 쫓던 언데드들이 멈췄기 때문에 도망치던 사람들도 발걸음을 늦추고 뒤를 돌아서 언데드들이 쳐다보는 건물을 올려보았다.

“저 먼지에 덮인 건물이 뭐지?”

“저 건물 문라이트잖아!”

“문라이트? 언데드들이 왜 문라이트로?”

사람들의 말대로 언데드들이 들어가고 있는 문라이트는 먼지에 둘러싸여 안이 제대로 보이지 않고 있었다.

“음, 타이밍 좋군.”

포메라는 어느새 문라이트 근처에 있는 건물에 와 있었다. 그는 바로 바람을 불러와서 문라이트를 둘러싼 먼지를 날려버렸다.

화아악!

건물이 무너진 먼지가 걷히고 문라이트 안에서 싸우고 있는 유렌과 아다스의 분신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 저, 저사람은!”

“다스 상회의 회주잖아!”

“그, 그런데 왜 자신의 팔을 뜯는...”

사람들은 아다스가 자신의 왼팔을 뜯어서 분신을 만드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뒤로 넘어졌다.

부그그그.

아다스는 팔만이 아니라, 다른 신체들도 흘려내서 자신의 분신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몸에서 사, 사람이 나오고 있어!”

“괴, 괴물이다!”

“다스 상회의 회주가 괴물이었어!”

“으아아아!”

그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경악했다.

“어, 어떻게 저 사람이 저러 일을...”

“사람? 어떻게 저게 사람이야! 저건 괴물이야!”

아다스는 평소에 많은 대외활동을 하며 수도의 주민 대부분에게 얼굴이 알려졌기에 그 놀라움은 더욱더 컸다. 모두가 믿을 수 없는 표정이 되었다.

“지금이 용의 눈을 찍을 때로군.”

포메라는 만마의 창을 내리쳐서 유렌과 아다스가 싸우고 있는 곳에 용아병과 용골병, 듀라한같은 고위 언데드들을 소환했다.

“어, 언데드!”

“이제 알겠어! 다스 상회의 회주가 언데드를 소환했던 거야!”

“이 모든 게 저 괴물의 짓이었어!”

사람들은 자신들을 쫓아온 언데드들이 문라이트로 들어가서 유렌을 공격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다스가 언데드들을 소환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빠르게 사람들이 아다스를 괴물로 본 이유는 간단했다.

유렌과 모카건이 미리 심어놓은 상인들이 아다스의 정체를 밝히고 괴물이라 말하며 모여든 사람들을 선동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큰 목소리를 내준 덕분에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아다스가 이 모든 일의 원흉이라 생각하기 시작했다.

“저 괴물이 다스상회의 회주라고?”

“뭣들하나! 빨리 언데드들을 처리하고, 저 괴물도 죽여라. 시간을 끌수록 많은 괴물을 소환할 거다!”

“예!”

“안에 있는 저 남자를 도와라!”

급하게 출동한 제국의 병사들과 기사들도 이 사태의 범인을 아다스로 판단하고 건물 밖을 둘러싸고 있는 언데드들을 공격했다.

“하, 정말 모든 게 주인의 말대로 되었군.”

위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는 포메라는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정말 미친 주인이야.”

유렌의 계획이 먹힐지 반신반의했는데 정말 완벽하게 이루어졌다.

“이젠 정말 무서울 정도군.”

세계를 움직이는 괴물조차 유렌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에 공포를 느꼈다.

“주인 밑에 일찍 들어가길 잘했어. 암!”

**

콰아앙!

아다스의 묵직한 공격을 튕겨 내고 뒤로 물러났다. 놈이 소환한 분신은 어느새 서른이 넘어가고 있었다.

캬앙!

기사 분신이 내리치는 검을 흘리고, 권사 분신의 주먹을 막아냈다.

촤아악!

그 이후에 날아오는 화살과 마법을 회피한 뒤 검강을 발동시켜서 모든 분신을 일검에 베어버렸다.

“음...”

물을 가르는 느낌이 나며 강기에 잘려나간 아다스의 분신이 또 다시 재생을 시작했다. 분신들은 3초도 되지 않아, 내게 입은 상처를 회복했다.

“큭큭.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네놈의 공격은 내게 통하지 않는다!”

“무슨 독심술사야? 난 아무 말도 안했는데.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하네?”

“언제까지 그 주둥아리를 놀리나 보자!”

놈에게 강기가 먹히지 않았지만, 아다스의 공격 역시 내게 적중하지 못했다. 둘 다 서로에게 확정적인 데미지를 주지 못하고 있었다.

“더 없어? 이제 좀 지루한데?”

“이 벌레 놈이!”

나는 물 흐르듯이 유려하게 움직여서 놈이 만들어낸 분신의 모든 공격들을 회피했다. 악에 받친 아다스가 발광을 했지만 더욱 피하기 쉬울 뿐이었다.

“네놈의 오러와 체력은 줄어들겠지만, 내 힘은 소모되지 않는다! 네놈은 결국 내 발아래서 죽게 될 거다!”

“그건 아닐걸?”

아다스에게 검을 겨누며 입 꼬리를 밀어 올렸다.

“뭐?”

구구구구.

갑자기 나와 아다스사이에 듀라한과 용아병, 용골병이 소환되었고, 건물을 부수면서 해골과 좀비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뭐, 뭐야!”

언데드들은 자신들에게 가까운 아다스가 아니라, 나에게 이빨을 드러내고 달려들었다.

언데드들이 몰려든 것을 보니, 포메라가 계획대로 잘 움직여 준 모양이다.

“당황스럽지?”

내게 달려드는 언데드들을 베어버리며 아다스를 비웃었다.

“대체 무슨 짓을 벌인 거냐!”

“네 인생에 작별인사나 준비해.”

진각을 밟아서 바닥을 터트렸다.

빠지지직!

내가 만들어놓은 오행환상진을 스스로 깨버렸다. 땅이 내려가며 거대한 먼지가 휘몰아쳤다.

화아악!

기다렸다는 듯 포메라가 바람을 불러와서 터져 나온 먼지들을 몰아내었다. 진이 없어진 덕에 주변의 시야가 트이기 시작했다.

“이, 이게 뭐야!”

아다스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발견했다.

“아...”

시민들이 자신에게 혐오 가득한 표정을 보내고, 기사들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보고 아다스는 이를 악물었다.

“끄으으으...”

놈은 이제야 무슨 상황이 벌어졌는지 알아차린 것이다.

“내가 준비한 선물은 마음에 들어?”

“네, 네놈이 이 모든 것을 계획했다고?”

“그래. 전부. 결국 난 낚시꾼이 됐고, 넌 미끼에 걸려 파닥이는 물고기가 됐군.”

손가락으로 낚시 바늘 모양을 만들어서 아다스 앞에서 흔들어주었다.

“힘내세요!”

“저 괴물을 막아주세요!”

“조그만 더 버텨주세요. 기사들이 올라가고 있어요!”

사람들이 아다스와 싸우고 있는 나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아다스의 눈이 더욱더 붉어지기 시작했다.

“대, 대체 언제! 언제 이런 준비를 한 거냐!”

“너 하나 잡는데 오래 준비할 필요 있겠어. 며칠 안 됐다.”

“이 언데드들도 네놈의 짓인가?”

“그럼 마른 바닥에 언데드들이 올라왔겠어? 다 미리 준비해둔거지. 네게 모든 죄가 떠넘어가도록.”

급하게 짠 계획이지만, 연기자들이 좋았기 때문인지 톱니바퀴 물리듯 모든 계획이 완벽하게 이루어졌다. 솔직히 이정도로 잘 될 줄은 나도 예상하지 못했다.

“아까 그 결계는 무엇이냐!”

“너는 밖을 볼 수 없었겠지만, 밖에선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 덕에 난 영웅이 됐고, 넌 괴물이 된 거지.”

“크크큭!”

아다스가 고개를 숙였다. 놈의 어깨가 들썩인다. 이런 상황에서 놈은 킥킥거리며 웃고 있었다.

“큭큭...”

“음?”

“크하하하하하!”

아다스는 귀를 따갑게 만들 정도의 광소를 터트렸다. 배를 잡고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아하하하하!”

“미친 건가?”

“벌레처럼 보는 인간에게 이렇게 당할 줄이야. 크크큭.”

입은 웃고 있었지만, 아다스의 눈은 지독한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정말 살기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기세였다.

“네놈 덕분에 모든 계획이 무너졌구나.”

아다스는 손으로 얼굴을 부여잡았다.

“하지만 다시 시작하면 되지.”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냐? 네놈의 끝은 여기다. 아다스.”

“크크큭. 아니, 아니야. 아직 한 가지 방법이 있거든.”

“방법이 있다고?”

“이곳에 있는 모든 인간들을 죽이면 내가 누군지 아무도 모르겠지.”

“너...”

아다스는 스스로 자신의 머리를 뜯어버렸다. 놈의 목에서는 피가 아니라, 회색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

“뭐, 뭐야!”

“스스로 머리를 자르다니!”

“여, 역지 저자는 괴물이야!”

사람들이 아다스의 기행에 경악을 하고 있을 때 나는 뒤로 물러났다. 지금 놈이 무엇을 했는지 이곳에서 나만 알고 있었다.

부그그그.

놈의 몸 전체가 녹아 흐르더니, 바닥 전체를 덮었다. 끊어 오르는 바닥에서 물방울이 만들어져서 솟아올랐다. 솟아오른 회색 액체가 꿈틀거리며 사람의 형상이 되었다.

콰과과과!

갑작스럽게 수 많은 분신들이 생성돼서 문라이트만이 아니라, 주변의 건물들까지 터져버렸다.

“으아아아!”

“도망쳐!”

“빨리 빠져나가!”

근처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다시 뒤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후우우욱.

건물이 무너진 먼지가 걷히자, 가지각색의 특징을 가진 수백 명의 사람들이 붉은 눈을 한 채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음...”

나를 노려보는 사람들 수백이 전부 아다스의 분신이다.

신관, 기사, 귀족, 상인, 마법사 등 직업이 다양했고, 연령대도 다양했다. 노인, 중년인, 청년에 아이까지 있었다.

저 분신들은 전부 아다스가 잡아먹은 사람들이다.

아다스는 90살이 넘은 신관부터, 태어 난 지 10년도 되지 않은 아이까지 자신에게 필요한 모든 사람들을 잡아먹었다.

“망할 놈...”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을 산채로 삼켜 놓고 놈은 어떠한 감정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괴물 그 자체인 놈이다.

[[보아라! 네놈만이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두를 죽이기에 충분한 숫자지 않은가!]]

수백 명의 아다스가 동시에 입을 열었다. 놈의 목소리가 확성기처럼 울려 퍼졌다.

[[모두 네놈의 탓이다. 너 혼자 조용히 죽었다면 이들이 몰살당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아다스의 진득한 살기가 공기를 타고 퍼져나갔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만이 아니라, 기사들까지 공포에 잡아먹히기 시작했다.

“그건 네 생각이고.”

허리를 똑바로 세우고 섰다. 놈의 살기에 맞먹을 내 기세를 퍼트려 모두를 보호했다.

[내 분신 하나도 없애지 못하는 놈이 개소리를 지껄이는 구나.]]

“그래?”

빙긋 웃으며 가장 앞에 있는 놈의 분신에게 비수를 던졌다.

퍼어억!

[[소용없다! 네놈의 공격은 모두 파악했으니!]]

아다스가 내 공격을 비웃을 때 놈의 분신에 박힌 비수에서 강렬한 빛이 터져 나왔다.

콰아아아!

비수에서 번쩍이는 빛과 회전에 분신의 머리가 재생되지 않고 오히려 갈려나가기 시작했다. 머리만이 아니라, 놈의 몸 전체가 터져버렸다.

[마, 말도 안돼!]]

“역시 강환이야.”

강기가 아니라, 강환을 씌워서 공격하니, 아다스의 분신은 재생조차 하지 못하고 그대로 삭제되었다.

“내가 지금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를 거다.

피식 웃으며 천판을 꺼내들었다.

“너는 내 마지막 덫에도 걸린 거야. 끝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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