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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화 아다스 (3) (206/241)

206화 아다스 (3)

“떨리네요.”

뒷골목에 서 있는 모카건의 어깨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아다스에게 자신의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다.

“괜찮아요. 저를 믿으세요.”

신뢰가 담긴 말을 하며 모카건의 어깨를 잡았다. 그에게 내력을 전해주면서 긴장된 마음을 풀어주었다.

“후우...”

한숨을 내쉰 모카건의 표정은 한결 편해 보인다.

“그렇죠. 제 뒤에 대륙 최강이 있으니까. 걱정은 필요 없겠죠.”

“대륙 최강이요?”

“못 들어 보셨습니까? 마스터 중에서도 유렌님이 독보적이라고 소문이 돌고 있는데. 대륙 최강이란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습니다.”

“음...”

그런 말은 전혀 들어보지 못했지만 그런 소문이 돌아도 이상하진 않다. 내가 여태까지 처리해온 일들이 전부 대륙에 소문이 퍼질 정도로 큰 사건들이었으니까.

“소문을 낸 사람이 누군지 몰라도 사람을 아주 잘 보네요. 마음에 듭니다. 언제 한 번 밥이라도 사야겠어요.”

“하하하!”

모카건이 내 가벼운 농담에 킥킥거렸다. 긴장이 완전히 풀린 얼굴이다.

“그런 시원한 모습도 잘 어울리시네요. 덕분에 긴장이 다 풀렸습니다. 들어가시죠.”

“지금부턴 저를 모카건님의 호위무사로 대해주세요.”

“물론입니다.”

“아다스와의 대화와 그 이후도 제가 말한 대로 하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모카건이 빙긋 웃고서 식당으로 들어갔다. 난 조용히 그의 뒤를 따랐다.

우리가 약속시간보다 1시간정도 일찍 왔기 때문에 아다스는 아직 식당에 도착하지 않았다.

“모카건님이시죠? 자리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고맙네.”

우리가 들어가자마자 모카건의 얼굴을 알아본 종업원이 우리를 2층으로 안내해주었다.

아직 제대로 있군.

종업원을 따라가면서 식당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내가 설치해둔 24개의 회색 돌맹이와 포메라가 만들어 놓은 환상 마법이 아직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여기입니다.”

종업원은 우리를 2층의 중간 자리에 안내해주고 돌아갔다.

모카건은 중앙에 있는 원형 식탁에 앉았고, 나는 그 뒤에 있는 식탁에 앉아서 모카건의 뒤를 지켰다.

“네 무덤을 향해 와라. 아다스.”

**

“모카건은 왔나?”

“네. 1시간 전에 와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다스의 물음에 식당 앞에 서있던 그의 비서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식당 안의 상태는?”

“예상대로 마법을 설치해놓았습니다. 6서클 환상마법 세인트 일루전입니다.”

“큭큭...”

비서의 말을 들은 아다스의 입에서 비웃음이 새어나왔다.

“세인트 일루전이라... 어찌 이렇게 내 예상을 벗어나지 못하는지...”

세인트 일루전은 적이 공격을 하려 할 때 환상을 보여줘서 더 이상 공격성을 가지지 못하게 만드는 환상 마법이다.

공격 마법이 아니라, 상대의 공격을 막는 방어 마법이기 때문에 아다스는 모카건이 세인트 일루전을 설치할 거라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같이 온 자는?”

“세인트 일루전을 설치한 마법사로 보이는 남자와 함께 왔습니다. 로브로 얼굴과 몸을 가려서 신원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새벽 시간동안 세인트 일루전을 설치한 것을 보면, 6서클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6서클 마법사라 알만하군.”

6서클 정도면 모카건의 능력으로 부를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마법사일거다. 자신의 신변보호를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

“오늘도 쉽게 끝나겠어.”

아다스는 6서클 마법사 따위는 모카건을 흡수하는데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하며 식당 문을 열었다.

“들어가자.”

“예!”

“어서 오십시오!”

아다스는 비서 한 명만 데리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문 앞에 서있는 종업원은 거의 황제를 대하듯 고개를 숙였다.

“자리는?”

“준비해 두었습니다!”

종업원은 아다스를 2층으로 안내해주었다.

아다스는 종업원의 뒤를 따라가며 식당 바닥에 깔려 있는 마나의 기운을 읽었다. 비서가 말했던 대로 세인트 일루전이 설치되어 있었다.

마법을 숨겨놓으려고 노력한 것 같지만, 아다스의 눈에는 너무도 쉽게 간파되었다.

“큭큭...”

아다스는 마법을 설치한 허접한 마법사를 비웃으며 2층으로 올라갔다.

“오셨군요!”

아다스를 본 모카건이 벌떡 일어나서 허리를 굽혔다. 아다스는 살짝 고개를 끄덕여서 그의 인사를 받고 식탁 앞으로 걸어갔다.

“제가 조금 늦은 건가요?”

“아닙니다. 제가 조금 일찍 왔습니다.”

모카건은 아다스를 자신의 윗사람처럼 깍듯이 대하고 있었다. 손을 모은 모습에선 비굴함까지 보이고 있었다.

“흠...”

아다스는 모카건 뒤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비서의 말대로 로브로 전신을 감싸고 있었고, 푸른 보석이 박힌 지팡이를 식탁에 세워두고 있었다.

그에게서 흐르는 마나와 손가락에 낀 반지들을 보니, 6서클의 마법사가 확실했다.

“앉으시죠.”

모카건은 아다스가 자리에 앉고 나서야 자신도 의자에 앉았다. 누가 봐도 자신이 아랫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모습이었다.

“사천상회의 회주... 누구더라?”

아다스는 모카건의 이름을 정확하게 알면서도 모르는 척 입을 열었다.

“사천상회의 모카건입니다.”

“아, 그래. 모카건! 난 다스 상회의 회주 아다스라고 합니다.”

“네? 제가 아는 이름과 좀 다른...”

“아다스라는 이름이 제 본명입니다.”

“그렇군요.”

아다스는 모카건에게 자신의 진정한 이름을 밝혔다. 그게 모카건의 모든 능력을 흡수할 수 있는 조건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모카건님. 요즘 사천상회가 좀 힘들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가요?”

“아, 그게...”

모카건은 아다스의 말을 듣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를 괴롭게 만든 놈들의 대가리가 힘들었냐는 질문을 하고 있는데, 한 마디 쏘아주지도 못하는 것이 분한 표정이다.

“사실 저희 다스상회는 사천상회에 별 다른 감정은 없습니다.”

“네? 그런데 왜 저희를 공격하신 겁니까?”

“공격이라뇨. 상인들끼리 조금 다툼이 있었던 정도 아닌가요?”

“아, 죄, 죄송합니다.”

모카건은 미안하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수만 가지의 욕설을 내뱉었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상회의 영업루트를 끊어버려 놓고선 조그만 다툼이라니, 당장 일어나 아다스의 뒤통수를 때리고 싶었다.

“모카건님. 혹시 유렌 록스님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네? 아, 알고 있죠. 굉장히 유명한 사람 아닙니까. 젊은 나이에 마스터가 되고.”

모카건은 사실을 숨기는 것처럼 눈동자를 굴리며 어색하게 대답했다. 그 모습을 관찰한 아다스의 눈이 빛났다.

“두 분이 굉장히 친하다고 하던데요. 파티에 초대도 받고, 그렇게 팔지 않던 가이린의 최상급 마나석을 넘겨줄 정도로.”

“아, 그, 그게...”

모카건이 고개를 숙이고 이를 악물었다. 아다스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유렌님께 피해가 되는 일은 아닙니다. 저도 유렌님과 안면을 익히고 싶을 뿐이니까요.”

“사실 조금 인연이 있습니다. 예전에 그분이 절 살려주신 적이 있어서요.”

모카건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어쩔 수 없이 말한다는 느낌이다.

“유렌님과 만난 일을 자세히 설명해주시고 유렌님을 소개해주시면 저희가 손해를 끼친 부분 전부 배상해 드리겠습니다.”

“저, 정말이십니까? 그렇게 쉽게?”

“물론입니다. 후후.”

“아, 그렇지만...”

모카건이 눈동자를 돌리며 망설이는 표정을 지었다. 그 자연스러운 모습에 아다스는 조금 남아 있던 의심을 완전히 지워버렸다.

“그럼 일단 두 분이 어떻게 친해졌는지 그 이야기만 해주시죠. 그것만 해주셔도 추가 상로를 열어드리죠. 제가 유렌님의 열렬한 추종자라 어떤 모험을 했는지 정말 궁금하거든요. 소개는 나중에 해주셔도 됩니다.”

“음, 그건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미 지난일이니까.”

모카건의 말에 아다스가 미소를 머금었다. 유렌을 소개시켜달라는 부탁을 나중으로 미루자, 예상대로 둘이 있었던 사연을 해주다고 하고 있었다. 역시나 멍청한 놈이다.

“그럼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사막으로 상행을 갔고...”

모카건이 유렌과 사막에서 만났던 일들을 모두 아다스에게 말해주었다.

“...그래서 그분과 인연을 맺고, 지금까지 연락을 하고 있습니다.”

“그랬군. 큭큭.”

“며칠 후에 유렌님이 계신 가이린에 가려고 했는데 같이 가시겠습니까? 제가 소개를...”

“필요 없어.”

“네?”

아다스의 목소리가 급변했다. 손해를 보상해준다고 할 때의 부드러움과 달리 북풍이 부는 것처럼 싸늘했다.

“이제 끝났거든.”

아다스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다스가 상대의 모든 것을 흡수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은 모두 3개다.

첫 번째는 상대의 본명을 들을 것, 두 번째는 자신의 본명을 밝힐 것, 마지막이 상대가 숨기고 있는 과거 사연과 비밀을 듣는 것이다.

“네 역할은 여기까지다. 모카건. 유렌 록스는 나 혼자 만나기로하지.”

아다스는 모카건과 만난 지 30분도 되지 않아, 그 모든 조건을 클리어했다.

이제 모카건을 통째로 집어삼키면 그의 기억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완벽한 모카건으로 변신 할 수 있다.

“모, 몸이 움직이지 않아!”

“윽...”

아다스는 모카건의 말을 모두 듣자마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나응집을 사용해서 모카건과 그 뒤에 있는 마법사의 몸을 멈춰버렸다.

상대의 체내에 있는 마나를 묶는 능력이라, 두 인간은 버둥거리며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저 허접한 마법사의 마법을 믿다니? 네 뇌도 벌레수준이로군. 모카건.”

아다스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는 앞으로 나오며 식당에 설치된 환상마법을 부숴버렸다.

“아...”

“아프지는 않을 거다. 한 순간이니까.”

아다스의 입이 찢어지기 시작했다. 인간이 아니라, 황소도 삼켜버릴 정도의 크기였다.

퍼억!

아다스가 모카건을 삼키기 직전, 시원한 타격음과 함께 아다스의 이마에 번쩍이는 비수가 쳐 박혔다.

“크아아아악!”

“아다스님! 크억!”

뒤로 넘어가는 아다스를 부축하기 위해 붙은 비서의 머리에도 비수가 박혔다. 비서는 그대로 절명하여 쓰려졌다.

“끄으으으, 어, 어떻게! 몸을 움직일 수 없었을 텐데!”

“어떻게 긴 뭘 어떻게야. 네 기술이 허접하니까 움직일 수 있었지.”

유렌이 로브를 집어던지며 모카건을 자신의 뒤로 끌고 왔다.

“네가 내 추종자라고? 어때? 내 모험 이야기는 재밌게 들었나?”

유렌의 모습을 확인한 아다스의 눈이 소름끼칠 정도로 붉어졌다.

“유렌 록스!”

**

오늘 최고의 배우는 모카건이었다.

그는 먹고 살기 위해서 자존심을 버리고 아다스에게 빌빌 기어야하는 사천상회의 회주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주었다.

저 의심 많은 도플갱어가 완전히 속아 넘어갔으니, 연기 대상을 받아도 손색이 없다.

“대, 대체 네놈이 어떻게! 분명 마법사였는데.”

“그 눈 바꿔야 쓰것는데? 그래서 밥이나 먹고 다니겠어?”

포메라의 아이템들을 빌리고 몸 주변에 기를 흩뜨려서 아다스가 나를 마법사로 인식하게 만든 것인데, 놈의 표정을 보니 완벽하게 성공했다.

“하등한 인간 따위가!”

아다스가 자신의 머리에 박힌 비수를 뽑으며 일어났다. 놈의 눈빛엔 지독한 적개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비수에 강기를 담았는데도 놈은 큰 피해를 받은 모습이 아니었다.

“내 추종자라며? 보고 싶다고 해서 몸소 찾아왔지. 왜 싸인이라도 해줘?”

“크으으...”

아다스를 비웃고 놀리는 말에 놈의 분노가 한층 더 짙어졌다.

쿠구구구구.

아다스의 기세에 식당 전체가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모카건님. 다음 계획으로 가세요.”

“아, 알겠습니다.”

모카건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 아래로 달려갔다. 내가 아다스의 기세를 막아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 마침 잘 됐어. 네놈을 여기서 죽인다면 귀찮은 짓거리 하지 않아도 되겠지! 당장 죽여주마!”

“매번 말하지만 해봐. 할 수 있다면.”

그 말을 하며 주머니에서 회색 돌맹이를 꺼내 오른쪽 구석에 던졌다.

탁.

돌이 떨어지자마자 대지에서 다섯 가지 기운이 솟구쳤다. 다섯 가지 기운은 하나로 뭉쳐 나와 아다스 주변을 둥글게 감싸기 시작했다.

새로운 진법 오행환상진이 발동 된 것이다. 진의 압박을 느낀 아다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듣던 대로 아주 개수작을 부리는 구...”

퍼억!

말을 하던 아다스의 머리에 강기를 담은 비수를 박아 넣었다.

“크으으으...”

터져버린 놈의 머리가 젤리처럼 울렁거리더니, 재생을 시작했다. 저게 아다스의 또 다른 능력 초재생이다.

“방심은 금물이지.”

“크아아아!”

콰아앙!

아다스의 주먹이 바위처럼 거대하게 변해서 나에게 쇄도했다. 철판교를 사용해서 주먹을 피하자, 내 대신 식당의 천장이 날아가 버렸다.

“내가 하려 했는데 고마워.”

“이 쥐새끼 같은 놈!”

아다스의 주먹과 발은 망치와 철퇴로 변해서 나를 노렸지만, 보법을 밟으며 가볍게 회피해주었다.

“크아아아!”

분노를 참지 못한 아다스가 자신의 왼팔을 뜯어서 던졌다.

부그그그.

뜯어진 팔은 끊는 물처럼 끓어오르다가 검을 들고 갑옷을 입은 기사의 모습으로 변했다.

“유렌 록스! 죽여 버리겠다!”

서슬 퍼런 안광을 가진 기사의 목소리는 분노에 휩싸인 아다스와 똑같았다. 놈이 자신의 분신을 소환한 것이다.

빠각!

기사가 내려치는 검을 비수의 검면으로 흘려버리고, 주먹으로 놈의 머리를 수박처럼 박살내버렸다. 피가 아니라, 도플갱어의 채액이 터져 나왔다.

“이게 전부면 실망스러운데?”

“실망? 그 주절저리는 입에서 말이 아니라, 피를 토하게 해주마!”

아다스가 자신의 몸을 뜯어내서 다른 분신을 소환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여유롭게 웃었다.

놈은 오행환상진의 효과로 이성을 빠르게 잃어가고, 깊은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다스는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나를 죽여야 한다는 생각만 머리에 박혀 있을 거다.

“이제 왔군.”

아다스를 견제하며 오행환상진 밖의 기운을 확인해보니, 다음 계획도 준비가 끝났다.

이제 계획의 마지막을 진행할 시간이다.

“네 분신 전부 불러봐. 싸그리 밟아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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