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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화 지하 경매장 (4) (196/241)
  • 지하 경매장 (4)

    고오오오. 

    주변의 모든 적들을 압박하기 위해 기세를 불러 일으켰다. 라이칸들이 일으킨 야생의 기운이 내 기에 밀려나갔다. 

    -카이젤. 아까 마킹 해놓은 사람들이랑 이 엘프들 데리고 밖으로 나가줘. 

    잠시 시간을 번 뒤 카이젤에게 전음을 보냈다. 

    -주제도 모르고, 까부는 저 미물은 내가 죽이고 싶다만. 

    카이젤은 기분 좋게 술에 취한 상태였는데 렉쿤의 언행에 기분이 나빠진 것 같다. 말리지 않았다면 경매장 자체를 무너뜨려버렸을 거다. 

    -여기서 싸웠다간 많은 사람이 죽을 거야. 부탁할게. 

    -휴우, 알겠다. 대신 저 미물은 확실하게 처리하도록. 

    -약속하지. 

    놈들에게 인질을 잡혔다간 귀찮아진다. 사람들과 엘프들을 모두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편하다. 

    “텔레포트.” 

    카이젤의 마법이 발동되자, 그와 엘프들, 밖의 철장에서 푸른빛이 올라왔다. 

    렉쿤과 라이칸, 다크엘프들이 당황하고 있을 때 빛이 번쩍이며 카이젤이 마킹한 모두가 동시에 사라졌다. 

    “어, 어떻게! 여긴 마법이 금지 된...” 

    “내 친구가 좀 특별해서 말이야.” 

    “네놈이 혼자 우리 모두를 상대할 수 있다는 소리냐!” 

    “이게 뭘 거 같아?” 

    렉쿤에게 검지손가락을 들어 올려서 보여주었다. 내 손가락 위엔 금색, 청색, 적색이 섞인 화려한 구슬이 회전하고 있었다. 

    “유렌 록스를 쳐라!” 

    “하!” 

    렉큰은 내 말을 듣지 않겠다는 듯 곧바로 손톱을 세워서 달려들었다. 

    “네놈과 싸울 때 절대 말을 나누지 말라했다!” 

    “그거 좋은 충고네.” 

    피식 웃으며 내 머리통을 날리려는 놈의 손톱 끝에 구슬을 가져다대었다. 

    퍼어엉! 

    작은 구슬에서 나왔다고는 생각하기 힘든 양의 연기가 퍼져 나왔다. 

    “소용없다!” 

    렉쿤이 연기를 손톱으로 헤치며 달려들고 뒤에 있던 다크 엘프들이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샤아악! 

    심장을 찔러오는 렉쿤의 손톱은 바람보다 빠르면서도 바위보다 무거웠다. 단순한 휘두르기가 아니라, 라이칸의 기술인 아이언 클로다. 

    빠지지직! 

    아이언 클로는 막으면 더욱 파고들어오는 기술이다. 보법을 밟아서 아이언 클로를 피한 뒤 놈의 품으로 파고 들어가서 복부에 주먹을 박아 넣었다. 

    뿌드득! 

    갈비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울리며 렉쿤의 혓바닥이 튀어나왔지만 놈의 손톱은 멈추지 않았다. 

    캬아아아! 

    귀왕살을 역수로 들어 쏟아져 내려오는 손톱을 흘려낸 뒤 옆에서 정면에서 날아오는 바람의 화살과 물의 화살을 철판교로 피해냈다. 

    “크아아!” 

    숨을 돌릴 틈도 없이 라이칸들이 양 옆에서 칼날 같은 손톱과 철퇴 같은 주먹을 휘둘렀다. 

    빠아악! 

    번개의 그림자, 뇌영을 사용해서 반대편으로 돌아간 뒤 다음 마법을 준비하던 다크엘프의 얼굴을 후려 버렸다. 

    퍼어억! 

    다른 다크엘프가 뒤로 도망치기 전에 놈의 복부를 날려버렸다. 마법을 쓰거나 어둠의 정령술을 쓰면 귀찮아지기 때문에 이 둘을 먼저 처리한 것이다. 

    “이 찢어죽일 놈이!” 

    렉쿤의 손톱이 붉게 변한 채로 내 머리위에서 쏟아지고 있었다. 손톱에서 느껴지는 살기와 위력이 상상이상이다. 

    “하지만 못 막을 정도는 아니지.” 

    다리를 살짝 벌려서 자세를 잡고 머리 위로 귀왕살을 들어올렸다. 

    콰아앙! 

    거대한 힘의 격돌에 포탄이 터지는 소리가 들리고 방구석에 쌓여있던 먼지들이 흩어졌다. 

    “이게 다야?” 

    “겨, 견뎠다고? 정면에서?” 

    “생각보다 맛이 없네.” 

    가볍게 던진 말에 렉쿤의 표정이 모래처럼 무너져 내렸다. 

    “크르르...” 

    방금 보여준 붉은 손톱은 렉쿤이 가진 최강의 기술이다. 내가 아니라 대지에 썼다면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갈라졌을 테지만, 지금의 내겐 별 충격도 주지 못한다. 

    지금 날 어떻게 해보려면 최소한 삼공이 직접 와야 한다. 이정도 수준으론 내게 생채기 하나 주지 못한다. 

    “이, 이놈들아 뭐하는 거야 빨리 덤...” 

    뒤를 본 렉쿤의 말문이 막혔다. 뒤에서 자신의 힘이 되어줘야 할 부하들이 모조리 땅에 머리를 쳐 박고 있었기 때문이다. 

    “6초정도인가? 사실 일곱 걸음이어야 하지만...” 

    “뭐?” 

    “역시 너는 조금 더 버티는군. 이름값은 하는구나.” 

    내가 터트린 구슬은 당가십독의 칠보추혼독을 산의 형태로 모아놨던 것이다. 

    렉쿤과 몇 번 격돌하는 동안 라이칸과 검사들은 칠보추혼독에 중독되어 모두 쓰러져버렸다. 

    “어, 어떻게...어?” 

    렉쿤의 입과 코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놈은 비틀 거리다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내, 내게 무슨 짓을 하거냐!” 

    “나하고 말 안한다며.” 

    렉쿤이 입이 부르르 떨렸다. 완전 중독 직전의 상태다. 

    “으으...” 

    “칠보단혼독이다.” 

    “도, 독이라고? 독 따위가 내게 통한다니, 무슨 헛소리를...” 

    렉쿤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 세계에 있는 독 중에 렉쿤 정도의 라이칸에게 통할 독은 거의 없을 테지만, 내가 사용한 건 당가의 독, 그것도 십독 중 하나다. 무조건 통할 수밖에 없다. 

    “너 같은 머저리에겐 아까운 독이니, 영광으로 생각하며 죽어라.” 

    “유, 유렌 록...커헉!” 

    렉쿤은 말을 다 하지 못하고, 땅에 꼬꾸라졌다. 독이 심장까지 돌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숨이 끊어져버렸다. 

    “후...” 

    대기 중에 퍼진 독을 모두 흡수하고 골유진왕으로 시체들을 처리한 뒤 방 밖으로 나왔다. 

    혹시 남은 사람이 있나 확인했는데 역시나 드래곤이다. 카이젤은 단 한 명도 빼놓지 않고 모두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경매는 끝났군.” 

    위로 올라가니 경매장은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사람은 아무도 없고, 복도를 지키는 라이칸만 몇 마리 있었다. 

    라이칸들을 처리하고, 경매장에 있는 금화를 모조리 내 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내가 가지기 보다는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나눠줄 생각이었다. 

    쿠구구구. 

    경매장의 천장을 날려서 건물 전체를 모래에 잠기게 만든 뒤 모래 밖으로 빠져나왔다. 

    “아주 화려하게 하셨네요.” 

    입구에서 기다리던 제니스가 나를 보고 웃으며 다가왔다. 

    “카이젤은?” 

    “저희가 전에 이곳을 구경했던 언덕에 계세요.” 

    “거기로 가자.” 

    “그 늑대 대가리들은 모두 처리하신 건가요?” 

    “그래.” 

    “역시 대단하시네요. 명성대로에요!” 

    제니스가 약간 상기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이제 녀석도 내가 유렌이라는 것을 알아버렸다. 렉쿤이 그렇게 떠들었으니 모를 수가 없을 거다. 

    “근데 크라시스의 영웅도 도둑질을 하시네요?” 

    “아니라고, 이 자식아!” 

    “예? 우리가 방금 한 거 도둑질이잖아요. 뭐 악당들이긴 했지만. 아, 그러면 정의의 의적?” 

    “하아, 마음대로 생각해라.” 

    “저도 도둑질은 하지만 사람들을 때리거나, 죽이는 일은 절대하지 않거든요. 거기다 훔친 물건의 일부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데 오늘 유렌님을 보니까 저와 같은 의적의 모습이...” 

    제니스가 옆에서 중얼거리는 소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카이젤이 있는 언덕으로 올라갔다. 

    “깔끔하게 처리하고 왔군. 마음에 드는 처리 방식이다.” 

    언덕의 끝에 앉아있던 카이젤이 이마를 쓸어 넘기며 일어났다. 

    “그래?” 

    “나라면 저기에 그냥 브레스를 부었겠지만 말이야.” 

    카이젤이 손에든 빈병을 던지며 빙긋 웃었다. 

    “카이젤. 부탁을 들어줘서 정말 고맙다. 네 덕분에 모두 살았어.” 

    “흠,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내 인사에 카이젤이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계속 자신의 머리위에서 조종하다가 진지하게 감사인사를 하니, 당황한 모양이다. 

    “유렌님!” 

    티아리와 그녀의 딸리 내 앞으로 달려왔다. 거의 죽어있던 눈빛들에 희망의 빛이 돌아와 있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흐윽...” 

    “아니에요. 전 로디엔의 친구인데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어요.” 

    티아리의 등을 두드려서 위로해주며, 제니스를 불렀다. 

    “제니스.” 

    “예?” 

    “저기 잡혀있던 사람들에게 돌아갈 곳이 있는지 물어보고, 돌아갈 집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분리해 놔.” 

    “아! 그것까지 생각하셨군요. 알겠습니다.” 

    내 의도를 알았는지 제니스가 바로 움직였다. 헛소리를 하긴 해도 눈치가 빨라서 편한 녀석이다. 

    “음...” 

    “이제 진정 좀 되셨습니까?” 

    “네.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티아리님. 왜 잡히셨던 겁니까?” 

    혹시라도 크라시스가 관련되어 있다면 큰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엘프들이 어떻게 잡혔는지는 정말 중요한 일이다. 

    “엘루나에 온 인간들을 보며 루나가 바깥세상에 호기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티아리가 자신의 품에 있는 아이를 쓰다듬었다. 루나는 그녀가 안고 있는 딸의 이름인 모양이다 

    “루나가 결계 밖을 너무 보고 싶어 해서 아주 잠시 데리고 나갔는데, 그 사이에 숲 근처에 있던 인간들에게 잡혔고, 루나를 데리고 협박을 하다 보니, 저도 잡힐 수밖에 없었죠. 그들은 미리 준비했는지, 이동 스크롤까지 가지고 있었어요. 수호자가 나타나기도 전에 전혀 모르는 곳으로 이동했죠.” 

    티아리가 말한 건 엘루나가 생기기전 인간들이 엘프를 납치한 아주 추잡한 방식이다. 혹시 모를 건수를 노리고 대기하던 인간들에게 운 나쁘게 잡힌 거다. 

    조금 걸리는데... 

    다행히 크라시스 왕국과는 관련이 없지만, 티아리의 말에서 한 가지 생각나는 부분이 있었다. 확실하지 않아서 일단 말은 꺼내지 않았다. 

    “머, 멍청한 짓을 했다는 거 알아요. 미안해요..” 

    “정말 죄송해요. 전부 저 때문이에요. 흐윽..” 

    루나가 내 바지를 잡고 닭똥 같은 눈물 흘렸다. 

    “괜찮아. 나한테 미안해 할 필요 없어. 집에 갈 준비하자.” 

    “으아앙!” 

    엉엉 우는 루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걱정 말라고 위로해주었다. 

    “유렌님.” 

    제니스가 방긋 웃으며 다가왔다. 녀석 뒤를 보니, 사람들이 반으로 나뉘어 있었다. 

    “돌아갈 집이 있는 사람이 40명, 갈 곳이 없는 사람이 25명 정도에요. 갈 곳 없는 사람들은 인간사냥꾼들에게 마을 자체가 습격당했대요.” 

    “정말 개 같은 놈들...” 

    “그러게요. 진짜 쓰레기 중에 쓰레기들이죠. 내 앞에 있으면 바로 죽빵을...” 

    “네 죽빵은 맞을 일 없어. 그들은 절대 살아남지 못할 테니까..” 

    엘프의 원한은 혹독하다. 이번엔 엘프 납치에 관여된 사냥꾼들은 절대 살아남지 못할 거다. 

    “이거 가져가.” 

    “네?” 

    주머니에서 이번에 얻은 보석과 금화를 꺼내서 제니스에게 주었다. 

    “이 돈은 뭐죠? 왜 저에게 주시는 지...” 

    “돌아갈 집이 있는 사람들은 네가 보내줘. 근처에 마탑 있으니까. 시간은 걸려도 어렵지는 않을 거다. 난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을 우리 영지로 데려갈게.” 

    “하하하! 역시 제가 사람은 제대로 봤네요.” 

    “응?” 

    “유렌님! 평생 형님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갑자기 제니스가 무릎을 꿇고 땅에 머리를 박았다. 옆으로 살짝 보이는 얼굴이 말할 수 없이 진지했다. 

    “너 뭐하냐?” 

    “전 소문만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지만, 형님은 소문 그 이상이십니다. 강한 무력에 신비한 능력, 약자를 생각하는 마음까지 전부 존경스럽습니다. 고작 3일 같이 있었지만, 형님과 지낸 시간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유렌님을 평생 형님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허...” 

    원작에서 제니스는 누구도 따르지 않고 가끔 주인공을 만나서 삥을 뜯기는 존재다. 갑자기 나를 따르겠다고 할 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나 도둑은 안 키우는데?” 

    “그럼 그만 두겠습니다.” 

    “뭐?” 

    “제가 훔쳤던 물건들 전부 돌려놓겠습니다.” 

    이런 말하긴 좀 그렇지만 제니스에게 도둑질은 근본과 같다. 내 말에 바로 포기한다니,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됐다. 일어나.” 

    “넵!” 

    일어난 제니스는 흔들리지 않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정말 녀석은 진심으로 날 따르려고 하고 있었다. 

    “일단 사람들 집으로 보내주고, 각자 돈도 조금씩 챙겨줘.” 

    “제 돈으로 해도 됩니다.” 

    “너도 주고 싶으면 따로 챙겨주고. 이건 나눠 줘.” 

    “하하! 알겠습니다.” 

    제니스에게 사람 수에 맞춰서 경매장에서 가져온 금화들을 건네주었다. 

    “모두 돌려보낸 후에 내 영지로 한 번 찾아와. 그 때 제대로 얘기 하든가.” 

    “알겠습니다! 꼭 가겠습니다.” 

    제니스의 변장 능력과 은신, 연기력은 확실히 쓸 만하다. 큰 도움이 될 일이 분명 있을 거다. 

    “유렌님. 잠시 만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또 뭐하려고?” 

    제니스는 금화를 받고 나서 잡혀있던 사람들 모두를 불러 모았다. 그는 사람들에게 뭐라 중얼거리곤 나를 가리켰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하...” 

    사람들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나와 카이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헛웃음을 짓다가 손을 올려서 그들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하하! 그럼 가겠습니다.” 

    제니스가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언덕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지켜보다가 카이젤을 쳐다보았다. 

    “우리도 가자.” 

    ** 

    “이런 심각한 상황에 대체 어디를 가신거야!” 

    페루가 붉어진 얼굴로 발을 동동 굴렀다. 3일 전 엘루나에서 엘프가 납치당했다는 소식이 가이린에 도착했다. 

    엘프의 납치는 크라시스와 엘루나의 동맹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심각한 일이라, 동맹을 이뤄낸 유렌에게 꼭 전해야 하는데, 그는 가이린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제발 말 좀 하고 가시라니까...” 

    “페루님. 유렌님이 돌아오셨습니다.” 

    페루가 손톱을 깨물고 있었을 때 문이 열리고 하인이 와서 유렌이 도착했음을 알려주었다. 

    “뭐? 어디 계시는데?” 

    “외문에 계십니다. 근데...” 

    “바로 갈게.” 

    페루는 하인의 말을 듣다말고 총알같이 튀어나갔다. 문을 열고 나가자, 성문의 경비들에게 말을 걸고 있는 유렌이 보였다. 

    “유렌님!” 

    “페루.” 

    “대체 어딜 갔다 오셨습니까? 가기 전에 말 좀 하고 가라고 그렇게 말씀드렸는데요!” 

    “아, 미안.” 

    “정말 심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페루는 유렌의 옆으로 다가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심각한 일?” 

    “엘루나에서 엘프 두 명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크라시스의 기사들과 엘프들이 수색을 시작한지 한참 됐는데도 발견되지 않는 것을 봐서 납치 된 것 같아요.” 

    “아하...” 

    “‘아하...’가 아니에요! 이건 유렌님의 업적인 동맹이 무너질 수도 있는 엄청난 일이라구요!” 

    페루는 반응이 건조한 유렌에게 심각한 상황을 전했지만 유렌의 멍한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다시 뭐라고 하려 할 때 유렌의 입이 가볍게 열렸다. 

    “여기 있어.” 

    “네? 그게 무슨...” 

    “그 실종 된 엘프분들 여기 있다고.” 

    “예?” 

    페루는 순간 자신이 잘 못 들었다고 생각하고 되물었다. 납치된 엘프가 여기 있다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인가. 

    “잠시만 나와 주시겠어요?” 

    “아, 네.” 

    유렌의 말에 그의 등 뒤에 있던 두 명의 여성이 앞으로 나왔다. 긴 금발, 뾰족한 귀, 둘이 닮은 외모는 소식에 적혀있던 엘프 모녀의 인상착의와 완전히 똑같았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왜 엘프 분들이 여기 있는 거예요? 거기다 헉!” 

    페루는 유렌의 뒤에 서있는 구출된 사람들을 보고 뒤로 자빠졌다. 엘프들도 그랬지만 사람들도 어디 갇혀 있었던 것처럼 상태가 처참했다. 

    “대,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오신 건가요?” 

    “별 거 아냐. 경매장 좀 털고, 무너뜨렸어.” 

    “어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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