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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화 무법자들의 땅 (5) (157/241)
  • 무법자들의 땅 (5)

    “오늘 마지막 경기의 주연들을 소개하겠습니다! 9연승을 달성한 사이칸의 피의 폭풍 키멜!”

    “우와아아아!”

    “키멜!”

    “내 전 재산을 네게 걸었다!”

    브리카의 등장에 투기장에 거대한 함성이 울려 퍼졌다. 그는 괜객에게 손을 흔들며 투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지금까지와 달리 그의 허리엔 검이 매달려 있었다.

    “키멜의 상대는 밀턴의 학살자 무란을 쓰러뜨린 록스의 철권 달론! 달론입니다!”

    “달론! 달론!”

    “우와아아아아!”

    철마는 브리카에게 지지 않는 함성을 들으며 투기장 철창을 넘었다. 그는 브리카와 달리 관객들에게 시선 한 번 주지 않았다.

    “저 덩치가 그렇게 강하단 말이지.”

    유렌은 철마와 싸우기 전에 브리카에게 몇 가지 지시를 내렸다. 자신은 일부러 지는 척 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며 만일 철마와 붙게 된다면 검을 들고 최선을 다해 끝가지 버티라고 했다.

    중급 투기장에서부터는 무기를 쓸 수 있지만 브리카는 한 번도 검을 들지 않았다. 그는 유렌의 지시를 따르기 위해 자신의 검을 가져왔다.

    “피의 폭풍 키멜이 처음으로 검을 들었군요. 상대를 인정한 것 같습니다. 반면에 달론은 여전히 맨 주먹입니다.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 정말 기대 됩니다! 그럼 마지막 경기 시작합니다!”

    “우와아아아!”

    “키멜 피를 보여줘!”

    “달론! 날려버려!”

    찌이잉!

    쿵!쿵!

    챠앙!

    징소리가 나자마자 브리카가 검을 뽑아들어 삼각을 그렸다.

    쩌엉!

    쿵!

    철마는 순식간에 접근해 브리카의 머리와 복부에 주먹을 찔러 넣었지만 브리카의 검격에 양 주먹이 막혀버렸다.

    ‘크윽!’

    브리카는 철마의 주먹을 막긴 했지만 뼈와 속살이 울리는 것 같은 충격을 느꼈다. 브리카와 철마 모두 오러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기본 능력의 차이가 극심했다.

    “할 만 한데? 생각보다 주먹이 무르네. 물러.”

    브리카는 떨리는 손을 털며 철마를 도발했다. 그 도발이 먹혔는지 철마의 이마에 힘줄이 하나 돋아났다.

    “아저씨. 힘 좀 써봐. 덩칫값 더럽게 못하네.”

    브리카는 자신의 모든 오러를 운용한 뒤 몸과 검에 둘렀다. 상대는 자신보다 확실히 위다. 힘을 남겨두는 것은 미친 짓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부딪쳐야 한다.

    “쯧...”

    브리카의 오러가 생각이상으로 단단하다는 것을 느낀 철마의 표정이 더욱 찡그려졌다. 노골적으로 짜증이 난다는 얼굴이었다.

    “덩칫값 못하는 건 주먹만이 아닌 거 아니야? 호, 혹시 거기도...”

    “닥쳐라!”

    철마가 파란 오러를 두른 거대한 주먹을 날렸다. 브리카는 허리와 검을 동시에 횡으로 휘둘러 철마의 주먹을 막았다.

    캬앙!

    검과 주먹이 부딪쳤건만 철과 철이 부딪친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랄 맞게 강하네!’

    오러를 두른 철마의 주먹은 좀 전과 무게감이 달랐다. 흡사 쇠로 만든 거대한 추로 브리카의 검을 내려치는 것 같았다.

    ‘거기다 빨라!’

    브리카는 철마가 주먹을 내지르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이제 검으로 따라가는 것도 벅찰 정도였다.

    “쓰레기가 정말 귀찮게 하는군.”

    “이제 힘 좀 쓰네. 근데 모자라. 진짜 그 근육들이 아깝다. 폼으로 키운 거야?”

    “크으...”

    브리카는 유렌에게 끝까지 버텨서 물고 늘어지라는 명령을 받았다. 검이 부러져도, 이빨로 버틸 생각이다.

    콰앙!

    쾅!

    짜증이 났는지 철마의 오러가 두터워졌다. 철마는 브리카가 쓰러질 때까지 힘과 속도를 올릴 생각인지 폭풍처럼 거센 권격을 몰아 쳤다.

    ‘크윽! 진짜 지랄 맞게 강하네! 이런 놈이 왜 이름도 안 알려진 거야! 그래도...버틴다! 죽더라도 버틴다!’

    브리카가 유렌을 생각하며 죽을 각오로 버티고 있을 때였다. 그는 자신의 몸에서 지금까지 느끼지 못한 새로운 오러가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왜 공격의 방향이 보이는 거지?’

    자신이 놓친 철마의 주먹이 어디로 날아오는지 확연히 보이고 있었다. 혹시나 하여 왼쪽 옆구리에 검을 대어보니 철마가 알아서 그곳에 주먹을 가져다 대고 있었다.

    쩌엉!

    ‘이걸 막았다고?’

    철마의 표정에 의문이 스며들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날린 공격이 너무도 쉽게 막혀버린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보인다! 보여!’

    브리카는 어딜 막고, 어떻게 막아야 철마의 공격을 최소한의 피해로 막을 지가 보이고 느껴지고 있었다.

    텅!

    탕!

    철마의 주먹과 오러는 점점 강해지고 있지만, 브리카의 검과 부딪치는 충격음은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철마의 모든 공격을 브리카가 최소한의 힘으로 막고 있는 것이다.

    브리카의 유일 특성 [수호자]가 드디어 제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수호자는 방어에 특화된 특성으로 자신보다 고수와의 전투에서도 밀리지 않는 방어 능력을 보여준다.

    ‘이 놈! 대체!’

    철마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던 브리카가 자신의 공격을 계속해서 버티는 것에 깜짝 놀랐다. 힘과 속도를 올리고 있지만 놈은 더더욱 잘 견디고 있었다.

    “이 버러지가!”

    “아저씨. 자기소개 하는 거야?”

    “그 혀를 뽑아주마!”

    철마는 여유롭게 미소 짓는 브리카의 얼굴에 속이 끌어 올랐다. 마의에게 욕을 얻어먹더라도 앞의 놈을 곤죽으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우우웅!

    철마는 철의 오러를 두르고 로베타 격투술의 철포를 운용했다. 그 폭발적인 오러에 투기장 바닥의 모래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런 힘은 반칙이잖아! 거지같은 놈아!”

    콰아앙!

    파사사.

    철마의 철포에 투기장의 바닥이 터지고, 모래가 분수처럼 튀어 올랐다.

    “쥐새끼 같은 놈!”

    “이왕이면 날렵하다고 해줄래?”

    브리카는 방금 날린 철마의 공격을 자신이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수비를 포기하고 몸을 던져서 겨우 목숨을 건졌다.

    “그 입을 찢어주마!”

    “할 수 있다면 해보든가!”

    “크윽!”

    철마가 영보까지 사용해 브리카의 옆으로 이동했을 때였다. 갑자기 바닥이 찌르르 울리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미약했던 진동이 점점 거세지며 투기장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뭐, 뭐야!”

    “으아아아악!”

    “사, 살려줘!”

    “모두 고개를 숙여!”

    투기장이 무너질 것처럼 흔들리는 지진에 관객들이 비명을 지르며 덜덜 떨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앙!

    고막을 찢을 것 같은 괴음이 울리며 투기장의 바닥에 터져나갔다.

    “아아...”

    “저, 저게 뭐야!”

    “아, 악마! 악마다!”

    “괴물이야!”

    바닥을 뚫고 나온 괴생물에 관객들이 겁에 질려 완전히 얼어버렸다.

    “세상에...”

    괴생물의 크기는 10미터가 넘었고 몸은 둥근 곰을 보는 것 같았고, 팔다리는 거품처럼 부글거리며 끓어오르고 있었으며, 꼭대기에는 인간이 더듬이처럼 달려 있었다.

    자기 자신을 키메라로 만든 마의가 1층의 바닥을 뚫고 올라온 것이다.

    “크하하! 이 모습은 완전히 실패작이로군. 그놈 때문에 너무 급하게 변화했어. 크흐흐흐.”

    “마의! 이게 무슨 짓이냐!”

    “크흐흐. 철마. 미안하지만 이곳에서 연구는 끝이다. 괴물이 나타났어.”

    “뭐?”

    콰앙!

    마의가 나온 바닥의 옆이 부서지며 청색과 홍색의 대비되는 쌍검을 든 남자가 나타났다.

    “어딜 도망 가냐. 마의. 난 네게 묻고 싶은 게 많아.”

    **

    “형님!”

    “힘을 개방했구나! 잘 했다!”

    브리카의 몸에서 뭉글뭉글 흐르는 기가 보인다. 드디어 녀석이 수호자의 제대로 된 힘을 찾은 모양이다.

    여기서 브리카 녀석이 각성 할 줄은 몰랐는데 운이 좋았군. 철마에게 감사인사라도 해야 하나.

    “브리카! 사람들이 도망칠 수 있게 도와줘!”

    “하지만 여기는...”

    “혼자면 충분해.”

    “알겠습니다.”

    브리카가 고개를 끄덕이곤 바로 2층의 관객석으로 향했다. 잠시 브리카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철마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네놈 역시 일부러 기절한 척 한 것인가?”

    “이제 알았나? 권사치곤 참 감이 없네.”

    “아까 그놈도 그렇고 네놈도 그 입이 문제로군. 죽여주마...”

    “철마. 멈춰봐. 크.”

    철마가 어금니를 깨물며 내게 달려들려고 할 때 마의가 입을 열었다.

    “크흐흐. 저놈 유렌이다.”

    “뭐?”

    “저 인간이 에블린이 말했던 유렌 록스다.”

    “무슨 개 소리냐! 그 놈이 왜 여기 있어!”

    “크흐흐. 거의 확실해. 아마.”

    “아마라니! 이 미친놈! 제대로 말하라!”

    철마가 마의 옆으로 다가가서 둘이 한 곳에 모였다. 둘을 한 번에 잡을 좋은 기회다.

    “알아서 모여 주는군. 설빙(雪氷)!”

    단전의 내력이 폭발적으로 검에 빨려 들어갔다. 흡수되는 내력의 양을 보니 설빙은 평범한 스킬이 아니다. 힘을 조절해서 마의와 철마가 있는 곳에만 설빙을 발동시켰다.

    우우웅!

    이름 잃은 푸른 마검의 끝에서 작은 얼음 알갱이가 솟아올랐다.

    샤아악!

    얼음 알갱이는 순식간에 수십, 수백, 수천 개로 늘어나 얼음의 폭풍이 되어 마의와 철마를 가둬버렸다.

    “이, 이건!”

    “오러를 둘러라 철마. 저놈의 마검의 능력이다! 크흐흐. 하지만 난 6서클 이하의 마법에 완전 저항...”

    쩌저저정!

    마법에 저항이 있다며 웃고 있던 마의의 몸에 얼음조각이 닿자 놈의 살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이, 이런!”

    “제기랄!”

    철마가 자신의 전신에 철의 오러를 둘러 설빙의 얼음들을 막고 있었지만 그 숫자가 끝이 없었다. 그도 조금씩 얼어붙기 시작했다.

    철마는 혼자라면 도망쳤겠지만, 마의 때문에 같이 얼음 지옥에 갇혀버렸다.

    쩌저저정!

    설빙은 순식간에 마의와 철마를 거대한 얼음기둥으로 가둬버렸다. 하지만 저 둘의 저항력을 살펴보았을 때 얼마 지나지 않아 얼음을 뚫고 나올 거다.

    “그전에 끝내야겠지.”

    이번엔 홍색의 마검을 꽉 잡았다.

    “화련(火蓮)!”

    다시 한 번 거대한 내력이 마검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번에도 화련의 범위를 마의와 철마에게만 잡았다.

    우우웅!

    하르바스 였던 이름 잃은 마검은 광대한 내력을 모조리 흡수해 허공에 붉은 연꽃을 피어냈다.

    후우우우.

    하늘이 호수라도 된 듯 아름다운 붉은 연꽃의 봉오리가 셀 수없이 피어났다.

    화아악!

    수많은 연꽃들은 일순간에 불꽃으로 개화하여 하나의 거대한 연꽃을 피어냈다.

    콰아아아아!

    거대한 연꽃은 순식간에 마의와 철마에게 달려들어 놈들을 그대로 집어 삼켜버렸다.

    “크아아아!”

    “카악!”

    얼음에 갇혀 있던 마의와 권마가 화련의 불꽃에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얼어붙은 상태에서 강렬한 화염에 맞아서 그런지 마의의 재생도 더 이상 이어지지 못하고 거대한 살점들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아아악!”

    일부러 놈의 본체엔 닿지 않게 했으니, 죽지는 않을 거다.

    “짓눌려라!”

    화상과 동상을 입어 괴물 같은 몰골이 된 철마가 영보를 사용해 내 뒤로 이동했다. 영보를 알고 있었기에 그의 주먹을 발로 차며 뒤로 물러났다.

    “무, 무슨!”

    탁!

    당황하는 철마의 머리 위로 가루로 만든 절맹귀산과 와염독을 흩뿌렸다.

    “큭! 이게 뭐냐!”

    “설마 내가 알려줄 것 같아서 묻는 건가?””

    “크으...”

    독을 흡인한 철마가 피나도록 입술을 깨물며 다시 영보를 써 내 뒤로 이동한 뒤 철의 오러와 격투술을 사용했다.

    파앙!

    오른 손으로 원을 그려서 철마의 주먹을 부드럽게 흘린 뒤 놈의 가슴에 독과 강기를 담은 비수를 박아 넣었다.

    우우웅.

    철마는 자신의 철의 오러를 믿은 것 같지만, 유형화된 강기 앞에서 철마의 오러는 종잇장처럼 찢겨나갔다.

    퍼억!

    “크아아악!”

    고작 비수를 박은 것치곤 철마가 굉장히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당연한 일이다. 내가 놈에게 박아 넣은 단검은 나루인의 척검이니까.

    국왕에게 받은 나루인의 척검에는 치명타 옵션이 붙어있다. 강기에 치명타, 독까지 덕지덕지 붙어 있으니.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다.

    “크으으윽...”

    철마의 붉어진 눈이 마의에게 향했다. 놈은 나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마의를 죽여 정보가 빠지는 것을 막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놔둘 순 없지.”

    빠지지직!

    화경에 오른 뒤 뇌인신법의 뇌익의 속도는 훨씬 빨라져 신속이라 해도 모자라지 않다. 철마가 영보로 마의에게 이동해 주먹을 내리칠 때 나도 그 앞에 있었다.

    샤악!

    “크아아악!”

    강기를 두른 귀왕살로 철마의 오러를 가르고 그의 팔을 베어버렸다. 비틀거리는 놈의 뒤로 돌아가 혈도를 제압하고 마비독과 단장독, 자백제를 먹였다.

    “크흐흐흐. 저, 정말 대단하군. 우리가 조사한 것 보다 훨씬 강해. 유렌. 또 강해졌나보군. 정말 마음에 들어!”

    “닥쳐.”

    빠각!

    “컥! 크흐흡!”

    마의를 걷어 차버린 뒤 놈의 입을 벌린 뒤 마비독과 와염독, 자백제를 쳐 넣었다.

    “크흡.”

    “끄아아아!”

    잠시 지나자 마의와 철마가 마비된 상태에서도 전신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독이 돌기 시작하고 있었다.

    “커허, 누, 눈이! 눈이 안 보여!”

    먼저 철마에게 뿌린 절맹귀산의 효과가 이제 적용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쉽게 끝났군.”

    마검의 능력이 생각이상으로 강한데다가 화경으로 내 능력이 강해졌기 때문에 생각보다 쉽게 둘을 제압했다. 화경 전이나 마검이 없었다면 꽤나 귀찮았을 거다.

    “이제 본론을 시작해볼까?”

    “끄으윽! 내게 뭘 먹인 거냐?”

    “커허헉!”

    독의 고통 때문에 마의와 철마의 얼굴에 굵은 핏줄이 올라왔다. 마의 놈도 키메라가 빠지니 독의 통증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탁.

    일단 놈들에게 고통을 주는 독을 잠시 멈춰주었다.

    “헛소리 해대면 2배로 고통을 느끼게 해주마.”

    “여, 옆의 미친놈은 모르겠지만, 네놈이 무슨 짓을 해도 난 입을 열지 않는다! 그냥 죽여라!”

    철마가 절대 입을 열지 않을 것처럼 입을 꼭 닫았다. 난 피식 웃으며 놈의 앞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네가 여기 온 이유는 뭐지?”

    “마의 놈이 키메라를 만드는 동안 보호하라는 명령을 받아... 헉!”

    “말 잘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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