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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화 무법자들의 땅 (4) (156/241)

무법자들의 땅 (4)

톡. 

“커헉!” 

비틀거리며 서있던 투사의 머리를 ‘톡’하고 밀자 바로 뒤로 쓰러져 기절해버렸다. 

“우와아아아!” 

“무우란!” 

“무란! 네가 최고다!” 

“미, 밀턴의 학살자 무란! 중급 투기장에서 4연승을 달성 합니다! 피의 폭풍 키멜과 함께 하급 투기장에서부터 무패로 여기까지 올라왔네요. 자그마치 9연승! 진정한 학살자가 탄생했습니다!” 

“무란! 무란!” 

투기장 사회자의 함성에 관객들이 하늘로 손을 찌르며 내 투사 이름을 외치기 시작했다. 

“왜 점점 인기가 많아지는 건데.” 

솔직히 내 경기는 별 재미가 없다. 중급에 올라와서 힘을 조절해 몇 대씩 치고받고 있지만 난 무기도 쓰지 않고, 다른 투사들의 경기에 비해 빨리 끝냈고, 피도 거의 보지 않았다. 인기의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 

“무란! 다음에도 시원한 경기를 보여줘!” 

“너만 믿는다!” 

“무란!” 

내게 쏟아지는 환호는 상대와 피의 난타전을 해대는 브리카에 못지않았다. 아니, 오히려 내가 더 인기 있는 것 같았다. 

“근데 저놈 표정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고개를 저으며 경기장에서 나가다 관리관의 표정을 보았다. 그는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표정을 짓고 있다. 

“저럴 수가 없을 텐데.” 

현재 내가 딴 돈은 4만 골드가 넘어간다. 높은 배율이 없는 대신 딴 돈 전부를 계속 넣고 있어 돈이 미친 듯이 불어난 상태다. 

내 4만 골드에 브리카의 3만골드, 총 7만 골드 이상이 빠져나가게 생겼는데도 관리관의 표정은 여유 있다 못해 편안해보였다. 

이것들 무슨 꿍꿍이가 있네. 

투기장 놈들은 분명 내게 돈을 주지 않을 방법을 생각해냈을 거다. 

약을 탄다던가, 무제한 투기장에 있는 투사를 데려온다던가, 아니면 진짜 고수를 데려 온다던가. 하지만 그 무엇도 이루지 못 할 거다. 

그들이 뭘하든 상관없다 생각하며 다음 경기를 보기 위해 옆으로 빠졌다. 

“이번 순서는 칵스의 광견 무톤 대 록스의 철권 달론입니다!” 

“우와아아! 무톤!” 

“무톤! 물어뜯기를 보여줘!” 

“다 죽여 버려!” 

무톤이라는 자에 비해 달론의 이름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신인인 모양이다. 

“진짜 록스 출신은 아니겠지.” 

달론을 소개 할 때 록스라 했지만 내 투사명을 지을 때처럼 대충 지었을 테니 록스 출신은 아닐 것이다. 

“어?” 

투기장에 선 달론을 제대로 보고 순간 몸이 굳었다. 

오러를 씌운 검으로도 뚫리지 않을 것 같은 강철 같은 근육 아래로 용암이 흐르는 것 같은 거대한 오러가 느껴졌다. 

“저 놈 뭐야...” 

저 자는 이런 투기장에 있을 인물이 아니다. 강대한 무력을 꼭꼭 숨기고 있는 상태였다. 

[창조주의 눈을 발동합니다.] 

[이름: 탈론 로베타] 

[특성: 로베타 격투술, 철의 오러, 강철근육lv5, 무게 중심 활용lv4, 괴력lv4, 영보, 충공 ] 

[호감도: 0 (무관심) ] 

[현재 기분: 극도의 짜증] 

이놈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모를 수가 없는 놈이다. 

저 탈론이라는 놈은 세피로스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격투가 철마다. 놈은 뛰어난 격투센스를 가지고 있으며, 맷집과 체력이 미쳐 날뛰고, 오러 피스트를 사용하는 괴물이다. 

설마 철마가... 

머릿속으로 하나의 가설이 스쳐지나갔다. 

마의가 이미 내 존재를 알았고 나를 실험체로 사용하기 위해 철마에게 부탁을 한 거다. 실험체로 쓰고 싶으니까 날 다치지 않게 제압해오라고. 

이제야 4만 골드라는 거금을 잃고도 미소 짓고 있는 관리관의 반응이 이해되었다. 저놈은 처음부터 철마와 내가 붙게 될 거라는 것을 알고 돈을 잃을 리가 없다 생각해 편안하게 있었던 거다. 

그런데 마의와 철마가 왜 같이 있는 거지? 

한 가지 의문은 철마와 마의는 서로 친한 사이가 아니라는 점이다. 사이가 별로 일텐데 둘이 한 곳에 있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일단은 가설이 맞는지부터 확인해야하는데...” 

내가 예상한 것이 맞다면 내 다음 상대는 무조건 철마가 될 것이다. 

쾅! 

철마는 상대의 공격을 몇 대 맞아주다가 주먹 한 방으로 가슴을 뚫어버렸다. 

“대단합니다! 록스의 철권 달론이 승리했습니다!” 

“우와아아아!” 

“철권 달론은 잠시 후 밀턴의 학살자 무란과 싸우게 될 겁니다!” 

“와아아아!” 

“재밌겠는데!” 

“무란! 무란!” 

사회자의 대전 알림에 관객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철마를 계속 쳐다보다가 놈과 눈이 마주쳤다. 

철마는 여전히 내게 관심이 없었지만, 기분은 굉장히 더러운 상태였다. 

“확실해졌어.” 

놈의 상태를 보건데 마의의 부탁을 받고 억지로 온 것이 확실했다. 

“그럼 계획을 바꿔야겠는데.” 

** 

“무란님. 지금 보유하신 43633골드 전부 본인에게 거실 겁니까?” 

투기장에 들어가기 전, 평소처럼 관리관이 돈을 거는 것에 대해 물어왔다. 

나갈 돈을 모두 회수 할 수 있다 생각했는지, 관리관이 나오려는 미소를 참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이번엔 상대에게 걸지.” 

“예?” 

“저쪽 누구더라 록스의 철권에게 내 돈 전부를 걸겠다고. 왠지 저쪽이 강해보이네.” 

“그, 그건 안 됩니다. 상대에게 돈을 걸고 져주는 사기를 칠 수 있어서...” 

“아, 그렇겠네.” 

난 일부러 철마에게 질 생각을 했다. 철마는 분명 날 다치지 않게 제압할 테니, 얻어맞고 기절한 척하면 놈들은 나를 마의가 있는 곳으로 알아서 데려다 줄 거다. 

“그럼 이번엔 안 걸겠소.” 

“예?” 

“안 걸면 상관없지 않소.” 

“그, 그렇긴 한데...” 

마른침을 삼키던 관리관을 이미 투기장에 들어온 철마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난 실험체가 될 테니, 돈을 줄 필요 없다고 생각했을 거다. 

“알겠습니다.” 

“그럼 돈이나 준비해놓고 있으라고.” 

관리관에게 손을 흔든 뒤 투기장으로 들어갔다. 

“흠...” 

마주보고 있었지만 철마는 내게 전혀 관심을 보내지 않았다. 날 빨리 처리한 뒤 이곳에서 나갈 생각만 하고 있었다. 

놈은 분명 내가 보여준 무위를 바탕으로 내 진짜 실력을 예측했을 거다. 난 철마가 예상한 수준에 맞춰 싸우다가 얻어맞고 기절한 척 하면 끝이다. 

“그럼 9연승의 신성 밀턴의 학살자 무란 대 록스의 철권 달론의 대결 지금 시작합니다!” 

쩌엉! 

쿵!쿵!쿵! 

징소리와 북소리가 울리자마자 철마의 솥뚜껑 같은 주먹이 내 턱을 향해 나아왔다. 

휘아앙! 

허리를 굽혀 철마의 공격을 회피한 뒤 놈의 복부를 향해 힘 조절을 한 주먹을 내질렀다. 

퉁! 

철마는 주먹에 정통으로 맞고도 아무런 충격도 받지 않은 듯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놈은 표정 대신 아까보다 2배는 빠른 주먹을 휘둘렀다. 

빡! 

가볍게 피할 수 있었지만, 놀란 척을 하며 피하지 않고 그대로 맞았다. 

“컥!” 

일부러 내공을 조금만 사용해 막았기 때문에 더럽게 아팠다. 바로 기절한 척을 하며 뒤로 넘어갔다. 

철마가 이상하다는 듯 움직이지 않고 나를 보는 것이 느껴졌다. 제발 속으라고 빌고 있을 때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9연승의 신화를 쓰던 밀턴의 학살자 무란이 패하고 록스의 철권 달론이 승리했습니다! 와우!” 

“우오아아아아!” 

“달론!” 

“달론!” 

철마가 투기장 밖으로 향하는 것이 느껴져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의심한 것 같지만 다행히 넘어간 것 같다. 

근데 저 자식들... 

철마를 속인 건 기뻤지만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렇게 내 이름을 부르고 환호하더니, 한 번 졌다고 누구도 내 이름을 외치지 않았다. 정말 씁쓸한 세계가 아닐 수 없다. 

탁. 

속으로 혀를 차고 있을 때 두 사람이 내 몸을 들어 올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들은 날 들것에 태운 뒤 어디론가 데려가기 시작했다. 

브리카는 지시대로 잘 하겠지. 

마의가 브리카도 노리고 있을 지 모르기 때문에 브리카에게 혹시 철마와 붙게 되면 전력을 다해 싸워보라고 미리 지시했다. 

철마는 브리카도 제압하려 할 테니, 브리카에겐 자신을 죽이지 않는 강자와 싸워볼 좋은 기회일 것이다. 

픽. 

갑자기 팔에 바늘이 꽂히고 액체가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독(갑각 거미)에 중독 되셨습니다.] 

[특성 백독불침(百毒不侵)이 독(갑각 거미)의 고통과 증상을 제거합니다.] 

[만독자전신기(萬毒磁電神氣)가 독(갑각 거미)을 흡수합니다.] 

[만독자전신기의 성취도가 올랐습니다.] 

[혼연적마(魂連的痲)의 성취도가 올랐습니다.] 

놈들이 내게 넣은 것은 갑각 거미의 마비독이었다. 내가 깨어나도 움직일 수 없게 미리 마비독을 주입 한 것이다. 그래봐야 전혀 의미 없었지만. 

지하로 가는 건가. 

날 든 놈들은 미로 같은 길은 지나 지하로 내려가고 있었다. 난 물론 그 길을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지하에서도 꽤나 뺑뺑 돌던 놈들은 10분이 지나서야 날 테이블 같은 곳에 내려놓았다. 등이 끈적거리며 축축한 것을 보니 아무래도 피가 고인 곳 같다. 

써걱써걱. 

눈을 감은 상태에서 귓가에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린다. 가위로 생살을 자르고 있는 소리다. 

“파룬님. 원하시던 놈을 데려왔습니다.” 

“오오! 이놈이야?” 

듣기 싫을 정도로 찢어지는 목소리다. 파룬이라는 이름은 마의의 본명이다. 너무도 쉽게 내가 원하던 곳에 도착했다.

“그렇습니다. 다른 한 놈도 곧 내려올 겁니다.” 

“좋아! 아주 좋아! 역시 철마 그 멧돼지 놈이 이런 일은 잘한단 말이야. 크흐흐.” 

“너, 너희는...” 

지금 깨어난 척 연기하며 눈을 떴다. 

“철마의 주먹을 맞고 벌써 깨어나? 너 정말 마음에 드는데!” 

마의는 킥킥거리며 내가 누운 테이블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 건 마비 때문이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크흐.” 

“마, 마비?” 

“아쉽게도 마취는 되지 않아서 조금 아플지도 모르겠지만 잘 참아봐. 일단 피부터 뽑아 보자고. 크흐흐.” 

“헉!” 

마의는 바늘이 두꺼운 볼펜만 한 주사기를 꺼내들었다. 조금 더 놀리고 싶지만 저 크기의 바늘이 몸에 꽂히는 건 사양이다. 

“크흐흐흐!” 

마의는 내 겁먹은 반응을 즐기듯이 또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많은 또라이들을 봐왔지만 이놈은 진정 미친놈이다. 

“그럼 간다! 크흐.” 

“가긴 어딜 가?” 

빡! 

마의가 내 가슴에 주사기를 꽂으려는 순간 일어나서 주사기를 쳐낸 뒤 놈의 얼굴을 날렸다. 

“컥!” 

파악! 

마의의 왼손에 비수를 박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놈의 마혈을 제압했다. 저놈의 오른손은 인간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부러 왼손에 비수를 박은 것이다. 

혹시 몰라 단장독을 중독 시켜놓고 마비독까지 먹여 중독과 마비까지 걸어놓았다. 

“이제 네가 아플 차례네. 뭘 해줄까?” 

“파룬님!” 

“이 놈!” 

나를 이곳에 데려다 준 마의의 부하들이 달려들었다. 이런 일을 하는 놈들을 살려줄 필요는 전혀 없었기 때문에 놈들의 머리를 향해 비수를 날렸다. 

퍼퍽! 

놈들은 비수를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머리에 박혀 쓰러졌다. 

“이제 우리끼리 얘기 좀 해볼까?” 

“이런 일은 처음 겪어서 색다른데? 크흐흐.” 

미친놈은 미친놈이다. 부하들은 죽고 자신은 마비되고, 독에 중독된 상태인데도 진심으로 웃고 있다. 

“철마를 기다려도 소용없다. 그 놈도 내가 죽일 거거든.” 

“내 정체도 알고, 철마도 알다니. 너 설마 유렌 록스냐? 만나고 싶었어. 유렌. 크하하!” 

마의는 내 정체를 알았다고 생각했는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인간 중에 우리 입에 오르내리는 건 너밖에 없을 거야. 유렌. 크크.” 

마의는 오랜만에 친구라도 만난 것처럼 활짝 웃었다. 단장독의 고통이 점점 심해질 텐데도 놈의 웃음은 지워지지 않는다. 

“유렌 맞지? 크흐흐.” 

세피로스쪽에서 내 이름이 퍼진 것은 당연한 부분이라, 마의가 날 아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만 이 건방진 미친놈은 조금 교육이 필요할 것 같아 추가로 중독시킬 독을 준비했다. 

“크르르르.” 

마의에게 자백제와 와염독, 귀혈작을 먹이려 할 때 뒤에서 칙칙한 짐승 울음소리가 들렸다. 

“설마...” 

“설마가 아니라 맞아. 저 아이들도 내 작품이다!” 

머리에 비수가 꽂힌 인간들의 몸이 부풀며 커지고 있었다. 놈들은 인간의 모습을 벗어던지며 기괴한 괴물의 형태가 되었다. 

“쿠아아아!” 

한 놈은 오크와 나울을 섞은 것 같고, 한 놈은 호랑이, 곰, 여우같은 동물을 섞은 것 같았다. 

“조잡하군.” 

“크아아아!” 

키메라들이 내게 돌진할 때 손을 들어 올려 옥빛의 액체를 뽑아내었다. 그 액체는 내 의지에 따라 뱀처럼 휘몰아쳐 두 키메라를 덮어버렸다. 

치아악! 

“크아아아!” 

“아아악!” 

인면지주의 독, 사린주왕을 제형독술을 이용해서 액체로 날린 효과는 엄청났다. 두 키메라가 햇빛에 아래 눈처럼 독에 녹아 사라져버렸다. 

퍼퍼퍽! 

키메라를 처리하고 마의를 보려 할 때 등 뒤에서 팝콘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마의였던 고깃덩어리가 점점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마의!” 

마의의 이 미친놈은 자기 자신조차 키메라로 만든 모양이다. 

원작에서 마의가 합성한 부위는 자신의 오른팔뿐이지만, 이곳의 마의는 자신의 전신을 키메라로 만들어버렸다. 

후우욱! 

키메라를 녹여버린 사린주왕을 마의에게 쏟아부었다. 

치이이익! 

마의의 몸이 부풀며 커지는 중이라 그런지 사린주왕을 사용해 살을 녹여버려도 녹인 부위를 다른 살이 빠르게 채우고 있었다. 

쿠구구구. 

마의의 머리통이 천장에 닿을 정도로 커졌지만 성장이 멈추지 않았다. 천장을 부수면서도 계속 커지고 있었다. 

쿠오오오. 

키메라가 된 마의는 내 상상이상의 크기가 되고 있었지만 딱히 긴장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잘 됐네. 실전에서 써볼 일이 필요했는데.” 

주머니에서 청홍의 마검들을 꺼내들었다. 

“설빙과 화련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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