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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화 마검 vs 마검 (2) (147/241)
  • 마검 vs 마검 (2)

    “여긴 대체 어디야...” 

    로디엔은 처음 보는 장소에서 정신을 차렸다. 분명 유렌의 옆에서 아르시아를 보고 있었건만, 자신이 지금 있는 곳은 신비로운 분위기의 정원이었다. 

    “분명 세계수 앞이었는데,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지?” 

    정원은 이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아름다웠다. 

    나무의 줄기, 잎, 꽃까지 모든 것이 파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정원의 가운데엔 거대한 매의 조각상이 달려 있는 분수대가 있었다. 

    “매?” 

    조각상은 드레이크보다도 컸고, 살아있는 것처럼 깃털 하나하나에 생동감 넘쳤다. 정원에 있는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물로 빚어 만든 것처럼 푸른빛이 돌며 투명했다. 

    파악! 

    로디엔이 홀린 것처럼 분수로 다가갈 때 매가 그 거대한 날개를 펼쳤다. 매의 날개에서 터져 나온 물들이 비처럼 떨어져내렸다. 

    -엘프가 정령계에 찾아오다니, 그 엘프 이후에 처음이군. 

    “아!” 

    매의 목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정원 전체에 울려 퍼졌다. 로디엔은 이제야 물로 만들어진 매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매의 외형을 가진 정령을 모를 수가 없었다. 

    “서, 설마 엘라임?” 

    -내가 물의 정령왕 엘라임이다. 어린 하이엘프여. 

    매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하늘을 덮을 것 같은 날개를 다시 펼쳤다. 

    “정말 엘라임이라니! 그런데 하이엘프? 제가요?” 

    -모르나? 각성몽을 겪었을 텐데? 

    “각성몽은 하이엘프가 되기 전에 꾸는 꿈이잖아요. 전 그런 꿈을 꾸지 않았어요!” 

    금단증상인지 섰다를 하는 꿈을 꿨어도, 각성몽 같은 것은 꾼 적이 없다. 

    -흐음... 

    파아앙! 

    날개를 펼친 엘라임이 분수에서 내려와 로디엔의 앞에 내려앉았다. 그는 로디엔의 주변을 돌며 그녀를 자세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왜, 왜 그러시죠?” 

    -확실히 이상하군. 

    “네? 이상하다니...” 

    -넌 각성의 자격이 있긴 하지만 조금 모자란 상태다. 그릇이 차지 않았어. 네 각성이 빨라진 것 같군.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인지...” 

    -나도 잘은 모른다. 그저 네 운명이 변했다는 것밖에. 

    운명이 변했다는 소리에 로디엔은 완전히 얼어버렸다. 엘라임이 말하는 이야기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우, 운명이 변하다뇨?” 

    -운명은 쉬이 변하지 않는다. 운명을 벗어난 자와 관계를 맺거나, 혹은 죽음에서 돌아오는 것 같은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로디엔은 운명을 벗어난 자라는 말을 듣자 자신도 모르게 유렌의 얼굴이 떠올랐다. 

    자신조차 힘들 일들을 손쉽게 처리하고,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당당하게 행동하는 그의 모습은 운명 따위는 벗어던진 것 같았으니까. 

    “운명이 달라진 건 나쁜 건가요?” 

    -알 수 없다. 좋을 수도 있고, 죽음보다 최악일 수도 있다. 

    말을 마친 엘라임이 로디엔의 정면에 섰다. 그의 눈은 세상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것처럼 투명했다. 

    -네 이름이 무엇인가, 어린 하이엘프여. 

    “제 이름은 로디엔 세라피아. 엘루나의 대족장 아르시아 세라피아의 딸입니다.” 

    -아르시아라면 에리얼의 계약자로군. 모녀가 모두 하이엘프로 각성하다니, 신기한 일이야. 

    “저, 저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라. 

    -음... 

    엘라임이 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동쪽을 잠시 쳐다보았다. 

    “엘라임님. 왜 그러시죠?” 

    -에리얼이 정령계에서 사라졌다. 아르시아가 소환한 모양이군. 

    “네? 그게 대체...” 

    로디엔은 단 한 번도 아르시아가 에리얼을 소환한 것을 본적이 없다. 장난으로 쓸 일이 아니라고 하면서 보여 달라고 떼를 써도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런 아르시아가 정령왕을 소환할 일이라면 하나 밖에 없다. 전투가 벌어진 것이다. 

    “무, 무슨 일인가요?” 

    -기다리거라. 

    로디엔의 말을 들은 엘라임이 잠시 눈을 감았다. 그가 지배하는 물의 정령들의 시야를 보려는 것이다. 

    -음... 

    잠시 뒤 눈을 뜬 엘라임이 안타까운 침음성을 흘렸다. 

    “엘라임님?” 

    -엘루나에 마검이 나타났다. 숲이 모조리 불타고 있어. 

    엘라임은 하르바스를 본 적이 있는지, 마검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그런!” 

    -아르시아와 엘프들, 그리고 인간 둘이 마검을 막으려 하고 있다. 

    “엄마하고 유렌님이에요!” 

    로디엔이 주먹을 꽉 쥔 채로 소리를 질렀다. 

    “절 보내주세요!” 

    -그대로 간다면 죽음뿐이다. 넌 하르바스의 불지옥을 버티지 못한다. 

    “그래도 갈 거야!” 

    -개죽음이다. 

    “닥치고 빨리 보내. 이 자식아!” 

    로디엔은 더 이상 엘라임을 신경 쓰거나 말을 높이지 않았다.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싸우고 있는데 정령계에서 매 따위와 대화 할 시간은 없었다. 

    -흐음... 

    “왜 이리 굼떠 빨리 돌려보내라고!” 

    -후후, 맥시가 생각나는 왈가닥이로군. 

    “뭐?” 

    -아직 어리고, 제대로 자격도 갖추지 못한 것 같아. 그냥 돌려보내려 했지만 마음이 바뀌었다. 

    “뭐라는 거야? 이 부리만 큰 조류 자식아! 빨리 엘루나로 날 보내!” 

    -크크크. 

    로디엔의 외침에 엘라임이 재미있다는 듯 큭큭 거렸다. 웃음을 멈춘 엘라임은 표정을 싹 굳히고 로디엔을 쳐다보았다. 

    -나는 태고의 이슬이자, 영원의 바다인 엘라임이다. 하이엘프 로디엔이여. 나와 계약을 하겠는가? 

    “계, 계약?” 

    -하이엘프는 자신과 성향이 맞는 정령왕과 계약을 맺게 된다. 넌 아직 자격이 모자라지만 내 마음엔 차는구나. 

    ‘대체 뭐지?’ 

    로디엔은 멍한 눈으로 엘라임의 투명한 눈을 쳐다보았다. 욕을 해줬는데 마음에 들었다니 정령왕도 제정신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마다할 필요는 없어.’ 

    정말 전투가 벌어졌다면 엘라임의 힘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곳에서 나가야 할 필요도 있고. 

    “좋아. 나는 로디엔 세라피아. 계약을 받아들이겠다!” 

    -영혼의 교환으로 계약은 성립되었다. 

    로디엔의 심장어림에서 투명한 선이 하나 튀어나왔고, 엘람임의 머리에서도 투명한 선이 나왔다. 

    두 존재에서 나온 선들은 서로를 교차하며 매듭을 맺었다. 선이 연결된 둘은 물속에 잠겨 허공으로 떠올랐다. 

    파아앙! 

    그 순간 엘라임의 정원에 존재하는 모든 물들이 허공으로 폭발하듯 튀어 올랐다가 소나기처럼 떨어져 내렸다. 

    후두둑. 

    떨어지는 물속에서 로디엔과 엘라임이 동시에 눈을 떴다. 둘의 눈은 똑같이 투명한 푸른빛을 띄고 있었다. 

    “후우...” 

    로디엔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엘라임을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가자. 엘라임.” 

    ** 

    “글레시아의 봉인이 풀려?” 

    정말 생각대로 글레시아의 봉인이 해제되었다. 놈은 깨어나자마자 주변을 얼리기 시작했다. 

    -키아아아아악! 

    “크윽!” 

    글레시아에게서 괴성이 들려왔다. 날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몇 백 년 만에 봉인이 풀려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키아아아아!” 

    글레시아의 괴성은 내게만 들린 것이 아닌 모양이다. 하르바스의 숙주에게서 다시 악마의 울음소리 같은 것이 들려왔다. 

    마검의 악마들은 서로를 향해 극심한 혐오를 담은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후우우웅! 

    하르바스가 검에 다시 불기둥을 만들어 내 위로 내리쳐왔다. 화염의 폭풍을 피할까 하다가 손에 쥔 글레시아에 내공을 가득 담아 용익세를 날렸다. 

    쩌저저정! 

    글레시아에게서 뻗어나가는 검풍이 앞에 있는 모든 것을 얼리고 있었다. 

    콰아아앙! 

    하르바스의 화염과 글레시아의 얼음이 맞부딪친 곳에서 거대한 폭발이 터져 나왔다. 화염과 얼음만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마나까지 폭발했기 때문이다. 

    “이게 되면 편하지!” 

    글레시아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기 때문에 마검의 힘을 끌어낼 수 있었다. 얼음검기를 연속으로 날려서 하르바스를 압박했다. 

    “크윽!” 

    하르바스를 들고 있는 키메라에게서 신음이 들렸다. 저건 키메라의 신음이 아니라, 하르바스의 신음이다. 

    글레시아를 이용해서 거리를 좁히며 키메라의 핵을 부숴버릴 계획을 짤 때 귓가에 시리도록 차가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르바스! 

    “음?” 

    -하르바스! 이 더러운 불의 노예! 

    “젠장. 깨어난 건가.” 

    -인간 몸을 넘겨라! 하르바스를 죽여버릴 것이다! 

    이 미친 마검은 깨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상황도, 상태도 모른 채로 싸울 생각부터 하고 있었다. 

    띵! 

    [락토르의 강철 성벽이 당신의 정신에 침범하려 한 혼뢰를 막아냅니다.] 

    오랜만에 듣는 경쾌한 종소리다. 글레시아가 사용한 혼뢰가 바로 숙주를 자신의 뜻대로 조종하는 세뇌 능력이다. 하지만 넘치는 내공을 바탕으로 한 락토르의 강철 성벽이 글레시아의 혼뢰를 가볍게 막아냈다. 

    -어찌 인간 따위가! 혼뢰를! 

    글레시아의 경악어린 목소리가 고막을 울렸다. 정말 놀랐는지 놈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글레시아.” 

    -어, 어떻게 내 이름을 아는 거냐! 

    [마검-글레시아] - 개방 1단계. 

    혹한의 악마 글레시아가 잠들어 있는 마검이다. 검을 잡는 순간 소유자의 정신에 침범하여 몸을 조종한다. 글레시아를 잡은 인간은 마검의 냉기에 먹혀 점차 몸과 마음이 얼어붙게 된다. 

    특수능력: 프로즌 블래스터. 

    봉인이 풀리니 능력이 나타나는군. 

    -내 이름을 어찌 아는지 묻지 않느냐! 벌레 같은 인간아! 

    “너 하르바스 이기고 싶지?” 

    -네가 그걸 어떻게... 

    그야 딱 보면 알지. 모를 수가 없지. 

    불과 얼음이라 상극이 된 건지, 원래 사이가 나쁜 건지는 모르겠지만, 둘이 서로를 죽을 만큼 싫어하는 것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내가 이기게 해주마.” 

    -뭐? 

    “그니까 내 말에 따르도록.” 

    -감히 내가 누군지 알고! 이 몸은 마계의... 

    “시끄럽고, 할 거야 말 거야. 안 할 거면, 널 하르바스에게 던져 줄 거야. 그럼 아마 반항 한 번 하지 못하고 타버리겠지? 네가 싫어하는 하르바스에게 뒤지는 거야.” 

    -크윽, 이, 이놈... 

    글레시아에게 선택권은 없다. 하르바스에게 죽느니 날 주인으로 모시는 것이 나을 거라는 것을 알 테니. 

    -놈의 숙주는 수백, 수천의 생명력을 담고 있다. 네가 이길 수 있나? 

    “질 이유가 없으니, 걱정 말도록.” 

    글레시아는 잠시 말을 멈추고, 검의 중심에 박혀 있는 사파이어를 반짝였다. 나를 자세히 관찰하려는 것 같았다. 

    -네 이름은?“ 

    ”유렌 록스.” 

    -좋다. 난 혹한의 글레시아. 유렌 록스 너에게 마나의 맹약을 걸겠다. 네 마나를 내게 넣어라. 

    “탁월한 선택이다.” 

    글레시아에게 내력을 집어넣었다. 

    내력이 들어가자마자 글레시아의 전신이 푸르게 빛나더니, 냉기 가득했던 글레시아의 손잡이에서 냉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손에 딱 붙는 느낌이다. 

    [글레시아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글레시아의 2단계 봉인이 해제됩니다.] 

    [글레시아의 특수기 프로즌 템페스트가 개방됩니다.] 

    어쩌다보니 의도와 다르게 마검의 주인이 되어버렸다. 어쨌든 이득인 엄청난 이득이다. 

    “좋아. 그럼 시작부터 싸늘하게 가볼까!” 

    -설마 기다려라! 

    “프로즌 템페스트!” 

    -미친 놈! 그건 엄청난 마나를 사용한다. 너는 순식간에 말라 비틀어질...어?“ 

    넘쳐흐르던 단전의 내력이 글레시아에게 미친 듯이 빨려 들어갔다. 조금 버겁긴 하지만 버틸 수 있을 정도는 된다. 

    -어린 인간이 어떻게 이정도의 마나를! 

    우우우! 

    글레시아의 검끝에서 생겨난 얼음 알갱이가 점점 커지더니, 하르바스가 만들었던 화염폭풍의 2배 이상 크기의 얼음 폭풍이 생겨났다. 

    “카아아아!” 

    키메라가 자신에게 밀려오는 얼음 폭풍을 보고 비명을 내지르더니, 검에서 이무기 같은 화염을 뽑아냈다. 하르바스가 자신의 특수기인 겁화의 폭풍을 쓴 것이다. 

    콰아아아! 

    세상을 멸망시킬 것 같은 광경이다. 

    쿠우우우. 

    주황불꽃의 화룡과 푸른얼음의 빙룡이 서로를 죽이기 위해 이빨을 드러내고 물어뜯는 것 같았다. 

    -버텨라. 인간! 

    “네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 

    폭풍을 유지하는데도 상당한 양의 내력이 계속해서 빠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키메라보다 내 내력이 먼저 마를 것 같았다. 

    방법은 역시 연위결로 기습을 하는 것인가. 

    주머니에서 석상의 던전에서 얻은 로벤의 롱소드를 꺼냈다. 시골 대장간에서 볼법한 검이지만 하르바스의 불꽃에서도 버틸 수 있는 파괴불가의 검이다. 

    우웅. 

    연위결로 로벤의 롱소드를 띄운 뒤 놈에게 보이지 않도록 옆으로 크게 움직였다. 하지만 폭풍들에서 퍼지는 힘 때문에 검의 방향을 조절하기가 힘들었다. 

    “으...” 

    프로즌 템페스트를 유지하며 연위결로 검을 다루는 것은 생각이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할 수밖에...” 

    우우웅. 

    이를 악물고, 다시 롱소드를 움직이려 할 때 하늘에 거대한 물방울이 생겨났다. 물방울은 점점 모습이 변하더니 거대한 매가 되었고, 그 위로 푸른빛을 내는 로디엔이 나타났다. 

    “물의 정령왕 엘라임! 계약했구나!” 

    “유렌님!” 

    로디엔은 나를 보고 빙긋 웃었다. 걱정 말라는 표현 같았다. 

    “엘라임!” 

    로디엔이 외침에 물로 이루어진 엘라임의 깃털이 땅으로 쏟아졌다. 

    퍼어엉! 

    깃털이 떨어진 곳마다 거대한 물줄기가 솟아올랐다. 수십 개의 폭포 같은 물줄기들이 한 곳에 모여 하르바스에게 몰아쳤다. 엘라임의 특수기 아쿠아 스트라이크다. 

    치이익! 

    하르바스가 화염의 방패를 둘러 아쿠아 스트라이크를 막아냈다. 물이 증발하며 수증기가 미친 듯이 퍼지고 있었다. 

    콰아아아! 

    “키아아악!” 

    엘라임의 아쿠아 스트라이크를 막아내느라, 하르바스의 겁화의 폭풍의 힘이 약해졌다. 

    “지금이다!” 

    상단전에 두통을 느낄 정도로 연위결을 운용해서 롱소드를 움직였다. 하르바스의 핵은 세 개지만 상관없다. 

    우우웅. 

    순식간에 키메라의 코앞에 이동한 롱소드가 용의 발톱 같은 움직임을 취했다. 단숨에 세 곳을 베어버리는 크라시스 왕국 기본 검술인 용조세다. 

    샤아악! 

    정신세계에서 검이 직접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그것조차 따라하지 못하면 혀 깨물고 죽어야 한다. 

    쩌어억! 

    세 줄기로 쏟아지는 예리한 검기에 키메라의 몸이 세 조각으로 나뉘었다. 마의도 설마 하르바스를 잡고 있는 키메라가 이 정도의 근접 거리에서 공격당할 줄을 꿈에도 몰랐을 거다. 

    “키에에엑!” 

    키메라가 하르바스를 놓치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잘려나간 놈의 살점들에서 반으로 조각난 3개의 핵이 보이고 있었다. 

    “키이...” 

    키메라는 부들부들 떨다가 움직임을 멈췄다. 숙주의 생이 멎었기 때문에 하르바스는 이제 스스로 움직일 수 없다. 

    “하아, 끝났네.” 

    -네, 네놈은 대체 뭐지? 인간이 맞는 거냐... 

    “그런 소리 좀 많이 들어.” 

    -이럴 때가 아니다. 

    “뭐?” 

    -지금 숙주를 잃은 하르바스는 정신에 큰 충격을 받은 상태다. 지금이라면 놈을 거두는 것은 어렵지 않다. 빨리 놈에게 가서 마나를 넣어라. 

    글레시아의 말은 거짓이 아니다. 원작에서도 하르바스의 숙주를 제압한 후 주인공이 놈을 지배하는 장면이 나온다. 

    “알겠어.” 

    하르바스가 떨어진 곳으로 가서 놈을 들어올렸다. 손잡이가 조금 뜨겁긴 했지만 못 잡을 정도는 아니었다. 

    -키아아악! 

    글레시아의 말대로 하르바스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놈에게 마나를 넣어라. 

    하르바스의 붉디붉은 검날에 내력을 집어넣었다. 

    파아앗! 

    그 순간 글레시아의 사파이어와 하르바스의 루비에서 동시에 빛이 올라왔다. 

    우우웅. 

    두 마검에서 나온 붉은 빛과 푸른 빛이 섞이며 눈을 뜨기조차 힘들 정도의 보라색이 사방을 뒤덮었다. 

    -뭐, 뭐지? 

    “이건 또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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