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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화 엘루나 (5) (145/241)

엘루나 (5)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고 있지만 이상하리만큼 음울하고 칙칙한 정원에 남녀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아있었다. 

남자에게선 당장이라도 살이 뜯겨 나갈 것 같은 거칠고 야성적인 분위기가 풍겨 나오고 있었고, 녹색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여자는 태양빛 이상으로 수려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네가 여기까지 웬일이지? 에블린?” 

일부러 천천히 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남자의 말은 지루할 정도로 느릿했다. 

“전할 말이 있어서요.” 

에블린의 입에서 귀를 녹일 것 같은 부드러운 음성이 흘러 나왔다. 

“통신은 잘 연결되고 있을 텐데.” 

“직접 보고 말할 일이라 생각했어요.” 

“흐음, 말해봐.” 

“크라시스와 제국의 사이를 갈라놓는 계획이 실패했어요.” 

실패했다고 말하지만 에블린의 목소리에 미안함이나 걱정은 전혀 담겨 있지 않았다. 

“실패라, 흑검은 죽은 건가?” 

“네.” 

“누구에게?” 

“유렌 록스.” 

“또 그놈인가?” 

흑검이 죽었다고 했을 때 별 변화 없던 남성의 목소리가 유렌의 이름을 듣자 조금 빠르게 변했다. 

“크라시스의 일왕자 암살도 그 인간 하나 때문에 망하지 않았나? 실버트도 죽고, 기껏 거둔 리자드맨 킹도 죽었지. 아주 제대로 방해를 해주는군.” 

남자의 말에 에블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우아하게 차를 입에 가져다 대었다. 

“예지안에 문제가 생긴 건가? 요즘 실패가 많은 것 같은데?” 

차를 내려놓은 에블린은 남자의 질책어린 말에도 별 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 

“제 예지안에 문제는 없어요. 문제는 유렌 록스에게 있죠.” 

“놈에게 문제가 있다?” 

“유렌 록스의 미래도, 현재도, 과거도 보이지 않아요. 꼭 안개에 가려진 것처럼 말이죠. 이런 적은 당신과 로자미어를 제외하면 처음 있는 일이에요.” 

“크크크!” 

에블린의 말을 들은 남성이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자신의 앞에 있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기를 통째로 집어삼켰다. 

“그 놈도 자신의 운명을 집어 던진 미친놈인가 보군.”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유렌 록스가 우릴 방해한 건 사실이니 처리해야겠죠. 하지만 지금은 더 급한 일이 있어요. 2번이나 계획이 무너져, 대업이 또 늦어졌어요. 다시 불씨를 태워야 해요.” 

“제국은 움직일 생각 없어 보이나?” 

“전혀. 지크 사이온이 유렌 록스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어서 황궁에 좋게 말한 모양이에요. 거기다 황궁엔 그 괴물이 버티고 있으니 제가 수를 쓰기도 힘들어요.” 

“크크. 그 악마 놈 뒤질 생각을 하지 않는군.” 

에블린의 말에 남자가 이빨을 갈아댔다. 그의 이빨 사이로 끈적한 피가 흘러내렸다. 

“새로운 계획이 있어요.” 

“새로운 계획? 어딜 건드릴 생각이지?” 

“구석에 처박혀 자신들의 안전만 생각하는 겁 많고 이기적인 종족을 끄집어낼 생각이에요.” 

“흥, 진작 공격하자고 해도 말도 안 듣더니 이제야 마음을 정했나보군. 네 목표를 위해선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 

남자의 알 수 없는 말에 에블린은 대답을 하지 않고 자신의 머리 위에 떠있는 태양을 잠시 쳐다보았다. 

“언제 시작 할 거지?” 

에블린은 마지막으로 차를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닫혀있던 입술을 뗐다. 

“이미 시작했어요.” 

** 

“유렌님. 로디엔님 일어난 현상에 대해 뭔가 아시는 게 있으신가요?” 

“아뇨. 알지 못합니다.” 

“그렇군요.” 

알지만 대답 해줄 수는 없다. 내가 안다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일이니까. 지금은 아르시아가 일어나는 것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 아르시아님이 일어나시길 기다릴 수밖에 없군요.” 

“그런 것 같습니다.” 

“유렌님 말씀대로 로디엔님께 해로운 상태는 아닌 것 같지만 걱정이 되네요.” 

아르시아는 20분이 지나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세필리아가 수많은 전투를 하며 얻은 실전 기예들과 인간들과 지내며 얻은 정보들, 마지막으로 아르시아에게 미안함을 담은 감정과 생각들의 양이 상당한 모양이다. 

데이라가 마른 입술을 다섯 번째 뜯어 피가 흐르고 있을 때 드디어 아르시아가 눈을 떴다. 그녀의 눈에서 이슬진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아르시아님!” 

데이라는 눈을 뜬 아르시아의 곁으로 재빠르게 달려갔다. 

“로디엔님이!” 

“괜찮단다.” 

아르시아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전혀 놀라지 않고, 당황해하는 데이라의 등을 다정하게 쓰다듬어주었다. 

“네?” 

“로디엔은 지금 각성을 하고 있는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가, 각성이라면!” 

아르시아는 부드러운 눈으로 로디엔과 그녀를 담고 있는 빛의 기둥을 쳐다보았다. 

“그래. 로디엔은 지금 하이엘프가 되는 과정을 밟고 있단다.” 

“아...” 

너무 놀랐는지 데이라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 넋이 나간 눈으로 로디엔을 보았다. 

“솔직히 우리 딸에겐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밖으로 내보내길 잘한 걸까?” 

“로디엔님이 하, 하이엘프라니...” 

데이라는 로디엔이 하이엘프가 된다는 것을 믿기 어려운 모양이다. 손까지 떨리고 있다. 

사실 나도 마찬가지다. 

로디엔이 하이엘프가 되는 것은 원작에서 확정사항이긴 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뜬금없이 갑자기 각성을 해버렸다. 

“하지만 왠지 불안하구나.” 

“네? 지금 엘루나에 하이엘프는 아르시아님뿐이라 모두가 걱정을 하고 있었잖습니까. 드디어 엘루나에 새로운 하이 엘프가 나타났는데 불안하시다뇨.” 

“그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란다. 하이엘프를 각성시키기 전에 세계수는 각성몽이라는 예고를 한단다. 그런데 이번엔 각성몽이 나타나지 않았어.” 

내가 말하고자 한 부분이다. 하이엘프가 되기 전에 세계수는 각성몽이라는 것을 해서 새로운 하이엘프를 알려준다. 아르시아의 말을 들어 보니 역시나 갑작스러운 각성이었다. 

내가 생각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위협을 느낀 세계수가 엘루나를 보호하기 위해 로디엔을 빠르게 각성시킨 것이고, 두 번째는 다른 인물들처럼 로디엔이 나와 관계를 맺으며 운명이 변한 것이다. 

아니면 그 두 가지가 겹쳐서 각성이 일어났을 수도 있고. 

어찌됐건 지금은 알 수 없는 일이군. 혹시 모르니, 이곳에 좀 더 남아있어야 하나. 

홀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아르시아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유렌님.” 

“네.” 

“데이라가 로디엔을 구하겠다고 움직일 때 말려줘서 고마워요. 자칫 잘못했으면 둘 다 위험했을 거예요.” 

“아닙니다.” 

“젊으신 분이 그렇게 침착하기 어려운데 대단하세요.” 

“로디엔님을 덮은 기운이 자연 그 자체라 생각되어 위험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세필리아의 거울도 정말 고마워요. 덕분에 많은 것을 얻었어요.” 

아르시아는 세필리아의 거울을 조심스럽게 만지작거렸다. 

“원래 엘루나엔 하이엘프가 다섯 명이 있었어요. 하지만 저와 제 자매가 각성한 이후로 단 한명의 하이엘프도 각성하지 않았죠. 엘루나의 모두가 걱정하고 있었는데, 한시름 덜었네요.” 

“그렇군요.” 

“거기다 새로운 하이엘프가 사고뭉치 로디엔이라니, 직접 보지 않는 다면 누구도 믿지 않을 거예요. 후후.” 

아르시아는 그 이후로도 하이엘프와 엘루나의 관계, 로디엔의 각성 같은 것을 내게 설명해주었다. 난 모두 아는 것이지만, 모른 척하며 흥미롭게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럼 로디엔님이 언제 깨어나실지 아무도 모르는 거군요.” 

“네. 하이엘프마다 각성의 기간은 달라요. 누구는 하루 만에, 누구는 1년이 넘게 걸리기도 하죠.” 

“알겠습니다.” 

“어때요? 기다려주실 건가요?” 

아르시아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와 로디엔을 보았다. 

“로디엔님이 하이엘프가 되셨는데, 밖으로 보내실 생각이십니까?” 

“아까 말씀드렸듯이 엘프는 개인의 삶을 존중하죠. 하이엘프는 특별하긴 하지만... 딸을 위해 제가 좀 더 노력해보죠. 후후.” 

“음...” 

“그리고 뜯어 말려도 제 딸은 유렌님을 따라갈 것 같은데요?” 

아르시아는 능청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어떻게 하실 건가요?” 

로디엔의 각성도 각성이지만 무슨 일이 터질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 일 년은 당연히 안 되겠지만, 조금은 시간을 내서 이곳에 있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기다리겠습니다.” 

** 

엘루나에 들어온 지 4일이 지났다. 

로디엔이 깨어나길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엘루나에서 수련을 시작했다. 

“왼쪽 비었다.” 

퍽! 

“크헉!” 

나와 대련을 하던 브리카가 옆구리를 얻어맞고 뒤로 나자빠졌다. 녀석은 왼쪽 옆구리를 부여잡고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으윽. 다시 가겠습니다.” 

브리카가 양손으로 검을 잡은 채로 달려들었다. 녀석은 수호자의 특성으로 감각과 반응이 초인급이다. 공격을 하는 중에도 순식간에 방어로 태세를 바꿀 수 있다. 

하지만 방어로 돌리는 것보다 빠르게 공격하면 소용없는 일이지. 

브리카는 검을 휘두를 때마다 왼쪽이 비는 습관이 있었다. 이번엔 왼쪽을 수비하고 있지만, 오른쪽이 비어 녀석의 오른 허벅지를 걷어차서 뒤로 날려 보냈다. 

“으악!” 

“한쪽을 갖추면, 한쪽이 빈다. 무게중심을 제대로 갖춰. 한쪽에 몰리는 것은 좋지 않아.” 

“으으, 알겠습니다!” 

브리카가 다시 일어나서 덤비려고 했지만 내가 손을 들어 올려 막았다. 

“오늘은 여기까지. 지금부터는 오러수련을 하도록.” 

“한 번 만 더 하면 안 될까요?” 

“응. 안 돼.” 

“끙...” 

브리카는 아쉬운 표정으로 대련을 구경하던 크라이드와 아린의 옆에 앉았다. 셋은 동시에 눈을 감고 오러 수련을 시작했다. 

“이곳만큼 마나가 풍부한 곳이 없는데 아쉽지.” 

실전도 좋지만 엘루나의 가장 큰 장점은 풍부한 마나다. 마법사든, 기사든 이곳에선 마나를 이용한 수련을 하는 것은 기연과 다름없다. 

“이곳이 수련하기 굉장히 좋은 곳인가 보네요?” 

옆에서 수련을 지켜보던 페루가 다가왔다. 

“가이린에 비해 마나가 5배는 풍부해.” 

“우와. 그럼 오러가 쌓이는 속도도 5배 빨라지는 건가요?” 

“그 정도는 아니지만, 4배는 될 걸.” 

“대, 대단하네요.” 

감탄하는 페루를 쳐다보았다. 기뻐하는 얼굴에 조금은 부러움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당천위님이 이곳에 당가를 세우라고 했지. 독을 전하기에 가장 좋은 건 페루 녀석이긴 한데. 

“페루.” 

“네?” 

“너도 저들처럼 강해지고 싶진 않아?” 

“에이, 농담하지마세요. 제가 무슨!” 

[창조주의 눈이 발동합니다.] 

[이름: 페루] 

[특성: 하독lv3, 재빠른 몸놀림lv3, 독 저항lv3, 속독lv2, 정보처리lv1, 빠른 학습능력lv2] 

[호감도: 89 (신뢰) ] 

[현재 기분: 놀린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있음.] 

오랜만에 페루의 정보를 살펴보았다. 신뢰는 말할 것도 없이 가장 높았고 못 본 사이에 특성이 상당히 늘어났다. 

빠른 학습능력은 최근에 파이란을 따라 영지 일을 배우며 생겨난 것 같았다. 

하독, 독 저항, 빠른 학습능력이라 딱 좋은 상태긴 하네. 

가장 마음에 끌린 건 페루의 기분에서 아쉬움이 보였다는 점이다. 조만간 녀석에게 진지하게 물어봐야 할 것 같다. 

“한 번 제대로 생각해봐. 난 갈 테니, 이 녀석들 잘 지켜보고.” 

“아, 알겠습니다.” 

페루는 당황했는지 내가 숙소로 들어갈 때까지 시선을 떼지 않았다. 

숙소로 들어가서 내공심법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엘루나에선 내공도 많이 모이고, 명상에도 좋으며, 내력의 질도 높아지는 것 같았다. 포메라가 올 수만 있다면 정말 좋아할 것 같다. 

가능하다면 이곳에서 심법수련만하고 싶군. 

엘루나에선 깊은 명상도 가볍게 되기 때문에 만독자전신기 7성에 도달하는 것도 멀지 않은 것 같았다. 

시간조차 잊고 만독자전신기를 운용하고 있을 때 상단전 한쪽에 타오를 것 같은 뜨거움이 느껴졌다. 

“윽!” 

갑작스러운 충격에 눈을 떴다. 다행이 주화입마 같은 것은 아니었다. 상단전의 충격은 외부에서 오고 있었다. 

“빽!” 

자고 있던 빽빽이가 내 어깨로 날아와 다리를 들어 밖을 가리켰다. 

“나가자고?” 

“빽!” 

표정을 굳히고 숙소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엘프들이 우리가 지나왔던 남쪽 방향의 숲을 홀린 것처럼 보고 있었다. 

후우우우. 

숲의 끝에서 퍼지는 붉은 연기가 까맣게 잠긴 밤하늘을 덮고 있었다. 엘루나를 보호하는 결계와 숲이 불타고 있는 것이다. 

“결계 때문에 불이 붙지 않을 텐데! 대체!” 

“유렌님!” 

“이게 무슨 일이죠?” 

아린과 크라이드가 급하게 이쪽으로 달려왔다. 그 뒤론 굳은 표정의 아르시아가 엘프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이 보였다. 

“잠시 기다려.” 

아린과 크라이드를 진정시키고, 아르시아에게 달려갔다. 

“아르시아님. 무슨 일입니까?” 

“아직 모르겠어요.” 

“숲의 입구에 경계를 서는 엘프들이 있지 않습니까?” 

“연락이 닿지 않아요. 전부...” 

아르시아는 뒷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분노를 참는 듯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었다. 

“그런...” 

경계를 서는 엘프들은 궁술이든, 검술이든 하나의 달인이며 중급 정령을 소환 할 수 있다. 그들이 연락조차하지 못하고 죽었다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란 소리다. 

“제가 직접 가봐야겠어요.” 

아르시아가 움직이려 할 때 그녀의 옆에 붙었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나도 가봐야 할 것 같다. 

“저도 가겠습니다.” 

“유렌님?” 

“도움이 될 겁니다. 같이 가시죠.” 

아르시아는 내 의도를 파악하겠다는 듯 내 얼굴을 잠시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고마워요.” 

아르시아는 숲의 끝으로 가기 위해 세계수로 이동할 때 사용했던 정령마법을 쓰려는 것 같았다. 그녀가 밟고 있는 바닥에서 지름이 3m는 될 것 같은 삼색의 원이 나타났다. 

“데카, 시론, 펠론, 아리스...” 

아르시아는 엘프 중에서도 강한 능력을 가진 엘프들만 원 안으로 불렀다. 

“지시를 받은 자는 지시대로 움직이고, 나머지는 이곳을 수호하도록. 적이 언제 올지 모르니, 방심하지 말도록.” 

너그럽고 부드러웠던 아르시아는 순식간에 전사가 되어 모두에게 지시를 내렸다. 

“아린은 따라오고, 크라이드, 브리카는 엘프들과 같이 이곳을 지켜.” 

“네.” 

“알겠습니다!” 

나도 내 기사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내 명령을 들은 아린이 내 옆으로 달려왔다. 

“라페른!” 

번쩍!“ 

아르시아의 주문에 통로가 개방되었다. 그녀의 옆에 붙어 끝에 보이는 빛의 문을 향해 달렸다. 끝에 문에 들어가는 순간 뜨거운 열기가 우리를 덮쳤다. 

화아아악!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열풍(熱風)에 피부가 익는 것 같았다. 

“크윽!” 

“이, 이건...” 

간신히 눈을 뜨고 앞을 보았다. 숲은 지우개로 지우듯 재로 변하고 있었고 그 앞에 불꽃으로 이루어진 용오름 같은 것이 있었다. 

아니, 용오름이 아니다. 

저건 검. 

검 한 자루가 화염의 폭풍을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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