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3화 석상의 던전 (3) (133/241)

석상의 던전 (3)

“빽.” 

빽빽이를 어깨에 올려놓고 궁수의 석상 옆에 있는 문 앞에 섰다. 문에 손을 가져다 대자, 자동문이라도 된 것처럼 저절로 문이 열렸다. 

안쪽은 어두웠지만 천장에서 녹색 빛이 내려오고 있어서 앞을 보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빛의 색이 녹색이라 그런지 조금 괴기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가자.” 

“예!” 

길은 일자로 쭉 뻗어 저택의 복도 같았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길의 폭이 넓어지면서 수풀과 나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무와 수풀들은 점점 많아져, 흡사 산림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바닥에 보이던 길도 사라져서 어디로 가야 할지 조차 알 수가 없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이런 숲이 나올 수가 있는 거지?” 

순식간에 나무에 둘러싸인 것에 당황한 크라이드와 브리카가 넋이 나간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두 진정하도록.” 

침착한 목소리로 모두를 안심시키고 어깨에 있던 빽빽이를 날렸다. 

“가자.” 

“빽!” 

빽빽이는 주변을 한 바퀴 돈 후에 고민조차하지 않고, 서쪽 으로 천천히 날아갔다. 

“유렌님.” 

“네?” 

카론이 떨떠름한 표정을 한 채 나를 불렀다. 

“저기 저 새가...” 

“빽빽이입니다.” 

“아, 네. 빽빽이. 정말 빽빽이 말만 믿고, 길을 정하시는 겁니까?” 

“걱정 된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믿어보세요. 어차피 어디든 골라서 가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기는 한데, 음, 알겠습니다.” 

빽빽이의 길자이 특성을 알고 있는 사람은 나뿐이니, 카론의 걱정은 당연한 부분이었다. 오히려 나를 믿고 아무 말 없이 따라오는 아린과 크라이드, 브리카가 신기한 녀석들이다. 

“모두 따라오도록.” 

빽빽이를 따라 서쪽을 향해 움직였다. 앞으로 들어 갈수록 수풀이 점점 우거지기 시작했고, 풀내음 또한 진해졌다. 

휘이이잉. 

“빽!” 

빽빽이를 따라 움직인 지 20분정도 지났을까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이 바람은...” 

로디엔을 쳐다보자, 그녀가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정령의 힘이라는 뜻이군. 

방금 불어온 바람은 자연히 불어온 것이 아니라, 바람의 정령의 힘으로 불어온 것이다. 

“잘했어.” 

“빽.” 

어깨에 내려앉은 빽빽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녀석은 이 울창한 숲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정확한 방향으로 우리를 안내해 주었다. 

“지금부터 경계태세를 갖추도록.” 

“예!” 

“궁수의 석상을 봐서 알겠지만, 원거리에서 활이 날아올 가능성이 높다. 추가로 마법에 대한 대비도 하도록.” 

“알겠습니다.” 

모두에게 경고를 해준 뒤, 바람이 불어온 쪽을 향해 조금 걸어가자, 숲이 끝나는 곳에 궁수의 석상 5개가 각자 다른 자세로 서있었다. 

부드드드. 

석상들은 우리가 나타나자마자 굳어있던 자세를 풀고 어깨에 메고 있던 활을 꺼내 들었다. 

“유렌님. 앞에 석상이 있습니다.” 

“서, 석상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궁수의 석상들은 귀가 뾰족하게 올라가 있었고, 입구에 있던 인간 석상보다 훨씬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유렌님. 저건...” 

“네. 엘프인 것 같습니다.” 

로디엔 역시 석상들이 엘프라는 것을 알아차린 듯 내게 조용히 말을 걸었다. 

엘프 궁수 석상들이 화살 통에서 화살을 꺼내들어 활에 가져대 대었다. 조금만 다가온다면 바로 화살을 날릴 것 같았다. 

“다섯이니까 각자 하나씩 맡으면 되겠네. 카론님은 위험한 인원을 지원해 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전투 준비.” 

내가 전투준비를 외치고, 모두가 칼을 뽑아들었을 때 엘프 궁수 석상들의 옆 공간이 찌그러지더니, 반투명한 무언가가 나타났다.

“저 놈들 옆에 무언가가 나타났습니다!” 

“사대 정령이 모두 있어요!” 

정령이 나올 줄은 로디엔도 몰랐는지, 그녀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사대정령!” 

“석상이 정령을 사용한다니!” 

“모두 조용.” 

당황하는 사람들을 진정 시킨 뒤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저것들은 엘프의 외형을 가진 석상이니, 정령술을 사용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당황하지 말도록. 거기다 저 정령들은 하급 정령이니, 역소환 시키는 것이 어렵지 않아.” 

“아, 네...” 

“정령을 공격하기 위해서 검에 오러를 둘러야 한다. 너희의 오러라면 정령을 일격에 역소환 시킬 수 있으니, 정령들을 역소환시킨 뒤 석상을 공격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뒤 가장 왼쪽에 있는 석상을 향해 달려갔다. 

화아악! 

화염의 하급 정령 샐러맨더가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불꽃을 내뿜었다. 왼쪽으로 피하려는 순간 화살이 바람을 가르고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챵! 

비수의 곡면으로 날아오는 화살을 반대로 튕겨냈다. 

“괜찮은데?” 

화살에 실린 힘이 상당했다. 석상이 아니라, 살아있는 엘프의 궁술과 정령술을 상대하는 느낌이다. 

지지직. 

퉁! 

뇌익을 사용해서 석상의 왼쪽으로 재빠르게 접근했다. 석상이 재빠르게 활을 날려 왔지만, 비수의 방어를 뚫어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화아악. 

샐러맨더가 자신의 주인을 지키기 위해 화염구를 내뿜으려 했지만, 내가 던진 비수가 두 배는 빨랐다. 

“키...” 

샐러맨더는 검기를 두른 비수에 찔려 불을 뿜다 말고, 역소환 되었다. 

기기긱. 

당황한 석상이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내가 돌진하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콰앙! 

뇌기를 실은 주먹 한 방에 석상의 상체가 무너졌고, 석상의 배꼽부분에 있던 핵 역시 가루가 되어버렸다. 

“빽.” 

“응?” 

손을 털고, 기사들을 보려고 할 때 뒤에 물러나 있던 빽빽이가 무너진 석상에 내려앉았다. 녀석은 부리로 무언가를 쪼아 먹더니, 몸이 녹색으로 빛났다. 

“석상에 있던 정령의 기운을 흡수한 건가?” 

빽빽이의 몸이 빛나는 순간 녀석의 몸에서 느껴지던 기가 조금이지만 상승되었다. 

“너 여기에 있던 정령의 기운도 먹어치우는 거냐?” 

“빽!” 

빽빽이가 당연한 걸 왜 물어보냐는 듯 가볍게 울어주고 내 어깨에 내려앉았다. 

“이건 예상 못했는데...” 

이 석상에 있는 정령의 기운들이 빽빽이를 성장시킬 줄은 생각도 못했기 때문에 공돈이 생긴 기분이 들었다. 

컁! 캬컁! 

옆으로 바라보니, 아직 전투를 끝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혼신의 힘을 다해 석상과 싸우고 있었다. 

챵! 

아린은 화살은 흘려버리고, 바람의 정령 실프가 날리는 바람의 칼날은 피하며 엘프 궁수에게 차근차근 접근하고 있었다. 

쾅! 

크라이드는 대검에 오러를 둘러 모든 공격을 맞받아치며 엘프 궁수에게 돌진하고 있었고, 브리카는 수호자답게 모든 공격을 막아내며 물의 정령에게 칼을 찌르고 있었다. 

슈우욱. 

로디엔은 유연하게 움직이며 모든 공격을 회피했다. 그녀는 정령은 공격하지 않고, 석상을 파괴해서 정령을 돌려보낼 생각인 것 같았다. 

“두 달인가.” 

슬로스가 가이린을 습격한 이후부터 이들은 하루 종일 연무장에서 살다시피 하며 자신을 단련 해왔다. 

이전에 막을 수 없는 공격을 막고, 이전에는 피할 수 없는 공격을 회피하고 있었다. 그들의 눈부신 성장에 내가 다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쿠구구. 

역시나 가장먼저 엘프 석상을 처리한 사람은 아린이었다. 그녀는 상처하나 없이 엘프 석상을 파괴했다. 핵을 찾지 못해서 인지 석상을 아예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다음으로 로디엔, 크라이드. 브리카가 차례대로 석상을 파괴했다. 석상이 모두 무너지자 우리 앞에 반투명한 문이 하나 생겨났다. 

“휴우...” 

“빽.” 

석상을 상대한 모두가 한숨 돌리고 있을 때 빽빽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녀석은 파괴된 석상들에 달라붙어 정령의 기운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빽.” 

석상의 정령력을 흡수하고 돌아온 빽빽이의 기운이 많이 상승되어 있었다. 로디엔은 이제야 그것을 눈치 챘는지 벙찐 표정으로 빽빽이를 보고 있었다. 

“유렌님. 빽빽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죠?” 

“저도 모르겠습니다. 석상에 있던 정령의 기운을 흡수한 것 같기는 한데...” 

“이런 정령수는 처음 봐요. 신기하네요.” 

“어쨌든 좋은 일이니까요.” 

“그건 그렇죠. 빽빽이는 제가 본 정령수 중에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것 같아요.” 

로디엔이 털을 고르고 있는 빽빽이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우린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반투명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또 숲이네.” 

“여긴 더 깊숙한 곳 같습니다.” 

들어선 곳은 좀 전에 있던 곳보다 더욱 깊은 숲 같았다. 잡초 같은 풀이 허벅지까지 올라왔고, 나무는 끝도 없이 솟아 있었으며, 풀벌레 소리까지 들리고 있었다. 

“빽빽아.” 

“빽!” 

빽빽이를 따라 다시 서쪽으로 움직였다. 거의 30분정도를 움직였을 때 수풀과 나무가 하나도 없는 공터 같은 곳에 8개의 엘프 석상이 나타났다. 

4개는 좀 전에 상대한 궁수였지만, 4개의 석상은 검을 들고 있었다. 

“궁수는 상대해봤으니까 검사를 한 명씩 맡도록.” 

“그럼 궁수 네 명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내가 맡아야지.” 

말을 마친 뒤 바로 궁수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궁수 석상들에게서 네 발의 화살이 빛살처럼 날아왔다. 작전이라도 짠 것처럼 화살들은 내 양팔과 양다리를 노리고 있었다. 

빠지지직! 

뇌영을 사용해서 모조리 흘려버리고, 앞으로 돌진했다. 불, 물, 바람의 속성을 담은 화살들이 날아오고, 땅이 내려앉아서 내 움직임을 방해하려 했지만 의미 없었다. 

지지지직. 

정령들의 느릿한 공격들은 이미 내가 지나간 장소만을 향하고 있었으니까. 

챠아앙! 

비수 네 개를 동시에 날려서 네 마리의 정령을 동시에 역소환 시킨 뒤 앞에 있던 석상의 왼쪽 다리를 부숴서 핵을 파괴했다. 

캬앙! 

오른쪽에 있던 석상이 내 미간을 향해 날리는 화살을 튕겨낸 뒤 비수를 날려 왼쪽 가슴에 있던 핵을 부숴버렸다. 

캬컁! 

남은 두 석상의 뒤로 물러나며 날리는 화살들을 양손의 비수로 베어버린 뒤 곡사를 사용해서 석상들의 핵을 가루로 만들었다. 

쿠구구. 

엘프 궁수의 석상 네 개를 파괴하는데 걸린 시간은 10초도 되지 않았다. 

“어어...” 

내 전투를 보고 있던 카론은 파리가 들어가도 될 정도로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고, 귀신을 보는 것처럼 눈이 거세게 흔들리고 있었다. 

“빽!” 

빽빽이는 무너진 석상들에게 날아가 정령력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옆을 보니 기사들은 아까보다 조금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었다. 

엘프 검사 석상의 검과 신체엔 정령의 기운이 담겨 있는데다가 검술이 상당히 유려하고 부드러워 파훼하기 쉽지 않아보였다. 

“데리고 오길 잘했군.” 

모두는 엘프 검사들의 유연한 검법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상대하며 수련을 성과를 보여주고 있었다. 역시 실력을 키우는데 가장 좋은 수련은 실전인 것 같다. 

“아린의 성장이 가장 빨라. 신기하군.” 

궁수 때와 마찬가지로 아린이 가장 먼저 검사 석상을 제압했다. 이건 어떻게 보면 정말 이상한 일이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 아린은 원작에서 활약이 거의 없는 인물이지만, 뛰어난 특성과 능력을 가진 크라이드나 브리카보다 더 빠르게 성장을 하고 있었다. 

“내 영향인가?” 

이유가 있다면 나와 지낸 시간이 가장 많다는 것인데, 유렌이라는 인물의 인생이 변한 것과 동시에 그와 큰 관계를 가지고 있던 아린의 인생도 180도로 변한 것 같았다. 

아린에 대해서는 한 번 제대로 생각해 봐야할 것 같다. 

쾅! 

콰앙! 

“내가 이겼다!” 

“아 종이 한 장 차이였는데!” 

내기라도 했는지, 먼저 석상을 파괴한 크라이드가 브리카의 어깨를 두드리며 놀리고 있었다. 

우우웅. 

모든 석상이 파괴되자, 정중앙에 둥근 마법진이 나타났다. 바로 올라가봤지만, 역시나 작동하지 않았다.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엘프의 피가 필요했다. 

“빽!” 

빽빽이는 나타난 마법진은 쳐다보지도 않고, 부서진 석상에 달라붙어서 정령의 기운을 흡수했다. 

“유렌님. 이 진은 평범한 마법진이 아니에요.” 

카론과 로디엔은 마법진을 살펴보고 있었는데, 로디엔은 어떤 방식인지 알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내게 다가왔다. 

“이건 이대로 작동하지 않아요. 종족의 피를 원하고 있어요.” 

“종족의 피라면?” 

“네. 보세요.” 

로디엔은 그 말을 하며 단검으로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살짝 베어서 자신의 피를 마법진에 떨어뜨렸다. 

우우웅. 

아무런 반응도 없었던 마법진이 새파랗게 빛나며 발동되기 시작했다. 

“마법진이 발동했습니다!” 

마법진을 발동시키려고 이러저리 살피던 카론이 깜짝 놀라 일어섰다. 

엘프의 피가 필요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라, 로디엔의 피를 어떻게 얻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알아서 움직여주니 참 편했다. 

“마법진은 영구적인 게 아니에요. 시간이 없어요.” 

“모두 이쪽으로!” 

내 외침을 들은 아린과, 크라이드, 브리카가 마법진 주위로 모여들었다. 

“한 번에 들어가야 해요.” 

“알겠습니다. 셋을 세고 들어간다. 하나, 둘, 셋!” 

내가 셋을 외치는 순간 모두가 마법진에 들어왔고, 그 순간 하늘과 땅이 역전 되는 느낌과 함께 처음 보는 공간에 떨어졌다. 

파직! 

공기를 튀기는 스파크 속에서 정신을 차리자 널찍한 사각의 방이 보였다. 

앞에는 엘프의 석상이 하나 있었는데 다만 이전에 봤던 석상들보다 훨씬 세밀하게 세공되어 있었다. 석상이 아니라, 진짜 엘프가 있는 것 같았다. 

“석상이 아니라, 살아있는 것 같아요.” 

브리카의 말대로다. 엘프 석상은 꼭 살아있는 것처럼 생기까지 띄고 있었다. 

“인간들, 그리고 내 종족이여.” 

석상의 입에서 말이 나오고 있었다. 

“헉!” 

“서, 석상이 말을?” 

“너희에게 후계의 자격이 있는지 보겠다.” 

“후계?” 

저 엘프는 검, 활, 정령술을 익힌 용사의 동료로 한 때 세상을 구했던 영웅 중 한 명이다. 당시의 영웅들은 미래의 후손들을 위해 이 던전에 자신들의 유산을 남겨둔 것이다. 

다만 그냥 주지는 않고, 자신들의 시험을 통과한 자에게만 유산을 물려줄 생각에 이 석상의 던전을 만든 것이다. 

화아악! 

엘프의 오른쪽에 화염에 타오르는 큼지막한 용이 나타났고, 왼쪽으로는 눈을 감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났다. 

[화염의 상급 정령 파이어 드래이크] 

[바람의 상급 정령 실피드] 

창조주의 눈으로 확인하니, 엘프 석상은 불과 바람의 상위 정령을 동시에 소환했다.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보니 놀라운 능력이다. 

“세, 세상에! 저건 상급 정령들이에요!” 

로디엔도 깜짝 놀랐는지 눈을 휘둥그레 뜨고 경악을 하고 있었다. 

“저, 저게 상급 정령?” 

“크윽. 모두 제 뒤로 오십시오!” 

카론이 우리 앞에 6서클 방어마법 에리어 프로텍션을 만들었다. 하지만 저것으론 상급 정령 두 마리의 합동 공격은 버티지 못한다. 

“유렌님!” 

“유렌님?” 

“모두 안에 있어.” 

에리어 프로텍션을 벗어나서 앞으로 나섰다.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군. 인간.” 

엘프 석상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실피드가 만드는 폭풍의 화살에 파이어 드래이크가 타오르는 염화를 둘렀다. 

“융합 정령마법. 여기서 처음 나오지.” 

평범한 정령술보다 수배는 강력한 위력의 합동 정령마법의 기세에 내 뒤에 있던 사람들이 마른 침을 삼키고, 식은땀을 흘렸다. 

콰아아아! 

대지를 태우고, 대기를 찢으며 날아오는 화염과 바람의 화살 앞에서 귀왕살을 역수로 잡았다. 

“삭비(削匕).” 

휘몰아치는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서 얄팍한 비수 한 자루가 스스로를 빛내기 시작했다. 

슈아악. 

한 번의 휘두름에 화염이 흩어졌고, 두 번의 휘두름에 바람이 사그라졌다. 모든 것을 파괴할 것 같았던 풍염의 화살은 삭비 앞에서 찌부러졌다. 

삭(削)이란 깎는다는 뜻이다. 적의 기(氣)를 깎아 무(無)로 만드는 것이 삭비의 진정한 능력이다. 

“어떻게 이런...” 

당황해 하는 엘프 석상의 앞에 당당히 서서 입을 열었다. 

“너와는 보는 것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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