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9화 무음의 제니스 (3) (119/241)

무음의 제니스 (3)

“저 녀석들이 왜 여기서 나와?” 

붉은색 그린콜, 일명 레드콜이 어떤 놈들인지는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저 녀석들은 이 숲이 아니라 좀 더 깊숙이 들어간 곳에서 나와야 하는 몬스터인데 갑작스럽게 등장해버렸다. 

화르르! 

쾅! 

“으윽!” 

레드콜이 불타는 몽둥이로 용병을 내려쳤다. 용병은 당황한 와중에도 검을 들어 막았지만, 타오르는 몽둥이의 열기에 화상을 입고 있었다. 

“마이라 뒤로 빠져.” 

“네.” 

레드콜은 무기와 신체에 화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접근하기만 해도 화상을 입는 위험한 몬스터다. 

“으으윽!” 

샤악! 

용병을 찍어 누르며 화상을 입히는 레드콜의 목을 베어버렸다. 

“가, 감사합니다.” 

내게 감사인사를 하는 용병에게 고개를 끄덕여주고, 제니스를 슬쩍 쳐다보았다. 녀석은 당황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행동은 침착했다. 

역시 저놈 짓인가. 

원작과는 달리 이곳에서 레드콜들이 나온 이유는 제니스가 결계에 무슨 짓을 저질렀기 때문인 것 같다. 

제니스가 저지른 일이라고 생각하니 왜 그랬는지, 무엇을 했는지도 알 것 같았다. 

“역시 젊어서 그런지, 성급하군.” 

혹시나 글러트니가 뭔 짓을 저지른 게 아닐까 했는데, 제니스가 한 일이라는 것을 파악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손에 쥔 검을 길게 뻗어 앞에 있는 레드콜들을 베어버렸다. 

“이놈들 화속성을 가지고 있다! 거리를 유지하며 처리하라!” 

다른 용병과 기사들도 레드콜이 화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용병들은 가볍게 움직이며 레드콜의 공격을 피하며 놈들을 처리했고, 병사들은 사정거리가 긴 창을 이용했다. 

기사들은 오러로 자신의 몸을 보호하며 레드콜을 손쉽게 베어버렸다. 

“휴, 빨간색 그린콜이라니 정말 뭔지 모르겠네요.” 

레드콜을 겨우 처리한 제스가 손으로 열기를 식히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러게 말이야. 그린콜이 붉은 피부를 가지고, 불을 뿜는다니. 까다롭기 그지없어.” 

빌론은 제스의 말에 동의하며 바위에 걸터앉았다. 그는 노련한 용병답게 병사의 창을 빌려 레드콜 4마리를 처리했다. 

“이거 돌아가면 돈 좀 더 받아야하지 않겠나?” 

“그래야죠! 의뢰 때 저희가 들은 건 평범한 그린콜과 슬라임을 처리하는 내용이었으니까요.” 

둘은 자신들끼리 알아서 의뢰비용을 높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레이블 기사님! 앞에 슬라임들이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투를 끝내고 숲 안쪽으로 정찰을 나간 정찰병이 어두운 표정으로 돌아왔다. 

“뭐지?” 

“스, 슬라임도 그린콜들처럼 색이 붉게 변해있습니다.” 

“이런...”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모두 전투를 준비하라. 슬라임 역시 그린콜처럼 화속성을 가지고 있을 테니, 근접하지 말고 떨어진 거리에서 핵만 파괴하도록!”

지휘자 레이블의 적합한 지시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들의 무기를 꽉 잡았다. 

레드 슬라임들이 스물 거리며 우리를 향해 기어오고 있었다. 놈들은 널찍하게 펴져서 오고 있어 우리를 이 숲에서 밀어내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근데 슬라임들 모습이...” 

“해, 핵이 보이지 않습니다!” 

투명하던 슬라임의 몸체가 붉은색으로 물들어서 놈들의 핵이 잘 보이지 않았다. 

“레이블님! 핵이 보이지 않습니다!” 

“화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슬라임은 슬라임일 뿐이다! 계속 베어서 핵을 파괴하라!” 

“젠장!” 

화아악! 

앞의 기사와 용병들이 움직이려고 할 때 레드 슬라임의 중심부가 입처럼 벌어지더니 화염을 내뿜었다. 

“히익!” 

“피해!” 

사람들은 뿌려진 화염에 어쩔 줄을 모르고 뒤로 물러났다. 

“하필 숲에서 화속성이라니!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모두 위험하다! 놈들이 불을 뿜기 전에...” 

레이블의 명령을 내리고 사람들이 무기를 들어 올릴 때 내가 먼저 앞으로 나섰다. 

펑! 

내게 불을 뿜으려던 레드 슬라임에게 빠르게 다가가서 놈의 핵을 일격에 부숴버렸다. 핵이 부서진 슬라임은 젤리처럼 축 늘어져서 바닥에 녹아버렸다. 

“어?” 

“어, 어떻게 핵을 찾았지?” 

“저자는 핵이 보이는 건가?” 

내가 보여준 한 수에 사람들이 깜짝 놀라서 움직임을 멈췄다. 

그들의 말대로다. 

창조주의 눈은 놈의 붉은 몸체를 꿰뚫어 핵의 위치를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펑펑펑! 

나머지 레드 슬라임들의 핵까지 부숴서 모든 슬라임을 곤죽으로 만들어버렸다. 

원래는 제니스가 정체를 드러내지 않을 때까지 나서지 않으려 했지만, 제니스 때문에 이사단이 발생했고, 숲이 불타거나, 사람들이 큰 부상을 입기 전에 나선 것이다. 

“자네는 놈들의 핵이 보이는 것인가?” 

지휘관 레이블이 벙찐 표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원래 눈이 좋습니다.” 

“눈이 좀 좋다고 핵이 보일만한 상태가 아니었는데...” 

“글쎄요. 정말 보였습니다.” 

“으음...” 

레이블은 혼란스러운 얼굴을 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어쨌든 수고했네. 덕분에 아무도 다치지 않았어. 돌아가면 영주님께 자네의 활약을 말해서, 추가적인 보상을 받게 해주겠네.” 

“감사합니다.” 

레이블이 내게 추가적인 보상을 주겠다고 했지만, 그건 두 가지 이유로 받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도 잘 부탁하네.” 

레이블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주고, 마이라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정말 대단하세요!” 

“대체 어떻게 놈들의 핵을 파악한 거요?” 

제스와 빌론의 질문에 다른 용병들도 내 비법을 알기 위해서 귀를 기울였다. 

“그냥 보였소.” 

“허어...” 

사실을 말했을 뿐이데, 내가 무언가를 숨긴다고 생각했는지, 모든 용병들이 아쉬움이 담긴 탄식을 내뱉었다. 

계속 가자는 레이블의 말에 용병들이 반발을 했지만, 돈을 2배로 올려준다는 소리에 용병들의 반발이 사라져버렸다. 역시 어느 세상이든 돈이 가장 중요하다. 

몬스터들은 계속 나왔지만, 레드콜과 레드 슬라임의 대처법도 알았기 때문에 한 명의 부상자도 없이 작전대로 숲을 가로지를 수 있었다. 

우우웅. 

숲의 끝에 이르렀을 때 어떤 경계를 넘은 느낌이 들었다. 

“왔군.” 

“네?” 

“지금부턴 절대 내 곁을 떠나지마.” 

“알겠어요!” 

마이라에게 다시 한 번 경고를 해준 뒤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역시 방금 우리가 경계를 지나갔다는 것을 느낀 사람은 나와 변장을 하고 있는 제니스 뿐인 것 같았다. 

“어? 저게 뭐야!” 

“무슨 건물이 있는데?” 

“작업 얘기를 할 땐 이런 거 없었잖아.” 

멀리서 붉은 벽돌로 지어진 것 같은 건물이 보였다. 건물은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지 오래됐는지, 군데군데 부서져 있었고, 기둥에는 초록색 이끼가 자글자글 끼어 있었다. 

“정찰병.” 

“예!” 

“저 건물은 보고에 없었지 않나?” 

“네. 저, 저도 처음 보는 건물입니다. 정말 저곳은 나무밖에 없었습니다.” 

“너는 저 건물을 보고도 그런 개소리를 하고 있는 건가?” 

“정말입니다. 저 말고 다른 정찰병들도 동의 할 겁니다!” 

정말병이 자신의 동료들을 쳐다보자, 그들이 동의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렇게 낡고, 눈에 띄는 건물을 못 봤다고?” 

“정말입니다!” 

“마, 맞습니다. 레이블 기사님. 지난주에 이곳을 지날 때만해도 저런 건물도, 아까 같은 몬스터들도 없었습니다!” 

“음, 돌아가도록.” 

“예!” 

레이블이 정찰병을 돌려보내고, 잠시 생각에 잠긴 후에 모두를 보고 외쳤다. 

“계획에 없는 곳이지만, 위험 할 지도 모르는 곳을 놔둘 수는 없다. 모두 경계를 늦추지 말고, 건물 앞으로 이동한다!” 

“예!” 

레이블의 명령에 병사들은 바로 우렁찬 대답을 했고, 용병들은 싫은 표정을 지었지만 돈을 추가로 받기로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움직였다. 

“왜 이런 곳에 이런 건축물이 있는 거지?” 

“별거 없어 보이는...” 

퍼엉! 

우리가 건물의 정문으로 보이는 양 기둥의 앞에 이르렀을 때 기둥의 뒤쪽과 우리의 뒤쪽에서 회색 연막이 터져 나왔다. 

퍼어엉! 

연막은 4방향에서 한 번에 터져 나와서 모든 사람을 순식간에 덮어버렸다. 

“뭐, 뭐야! 이게!” 

“흡! 여, 연막이다! 적이 습격 할 수 있으니, 모두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고 대기하라. 연막은 시야만 가릴 뿐이다!” 

레이블의 용기 있는 목소리에 용병과 기사들, 병사들이 모두 자신의 무기를 잡고 자신의 앞만 살펴보았다. 

“아...” 

툭. 

“누, 눈이 감기는...” 

하지만 레이블의 말과 다르게 연막에는 수면향이 들어가 있어, 사람들이 하나둘 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난 수면향에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졸음을 버티는 척하며 계속 서있었다. 그때 내 팔에 무언가가 날아오는 것을 느꼈다. 

제니스 놈이군. 

그것이 주사기 같은 것임을 확인하고 가만히 받아들였다. 

[독(슬리핑 독스)에 중독 되셨습니다.] 

[특성 백독불침(百毒不侵)이 독(슬리핑 독스)의 고통과 증상을 제거합니다.] 

[만독자전신기(萬毒磁電神氣)가 독(슬리핑 독스)을 흡수합니다.] 

[만독자전신기의 성취도가 올랐습니다.] 

[수척화(壽擲花)가 개방됩니다.] 

연막에 들어있는 수면향을 농축시킨 독이 내 몸에 직접 들어왔다. 난 잠에 빠진 것처럼 바로 바닥으로 쓰러졌다. 

“휴우, 농축액이라 듣긴 하는 군.” 

내게 수면약을 찔러넣은 제니스가 손을 탁탁 털었다. 

“이놈이 뭐하는 놈인지, 파악해 둬야겠어.” 

제니스는 무언가를 꺼낸 뒤 내 목 뒤에 떨어뜨렸다. 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보창이 뜨는 것을 보니, 물이 아니었다. 

[독(추향초)에 중독 되셨습니다.] 

[특성 백독불침(百毒不侵)이 독(추향초)의 고통과 증상을 제거합니다.] 

[만독자전신기(萬毒磁電神氣)가 독(추향초)을 흡수합니다.] 

[만독자전신기의 성취도가 올랐습니다.] 

[만리추종향(萬里追從香)이 개방됩니다.] 

추향초는 특유의 냄새를 가져, 한 번 발라놓은 사람의 냄새로 상대를 추적할 수 있는 풀이다. 

제니스가 내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저것을 뿌린 모양인데, 덕분에 만리추종향이 개방되어 버렸다. 

고맙다. 제니스. 

“나중에 또 보자고, 멍청한 용병.” 

제니스는 사람들을 한곳에 모아 놓은 뒤 건물로 들어갔다. 녀석이 완전히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뒤 마이라를 해독시켜주고 일어났다. 

“역시 제니스네.” 

제니스는 무력이 뛰어나지만, 절대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혹시라도 살기를 품으면 바로 베어버리려고 했는데, 역시 물건만 가지고 튀려는 모양이다. 

“저, 저기 유렌님!” 

정신을 차린 마이라가 날 급하게 불렀다. 

“왜?” 

“브래넌 아저씨가 예지를 보여주셨어요! 이곳에서 일어날 일이에요!” 

“뭐?” 

** 

“참 지랄 맞은 결계란 말이야.” 

제니스는 건물을 들어오며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사람 숫자로 결계가 풀리다니, 이것 때문에 시간을 한 달 넘게 써버렸잖아. 재수가 없으려니...” 

제니스는 혼잣말을 하며 이미 와본 것처럼 자연스럽게 길을 찾고 있었다. 

바닥에 여러 가지 함정이 있었지만, 그는 정답을 알고 있는 것처럼 모든 함정을 발동조차 시키지 않고 돌파했다. 

“찾았다!” 

제니스는 붉은 늑대가 그려진 문을 발견하고, 바로 양문을 밀어젖혔다. 웅장한 방안은 용암이 흐르고 있는 것처럼 온통 빨간색이었다. 

“그래. 이거지!” 

제니스는 바닥의 함정들을 발동시키지 않고, 순식간의 방의 끝에 이르렀다. 

벽엔 커다란 루비와 자잘한 보석들이 붙어 있었는데, 제니스는 그 중에서 오직 하나 커다란 루비만 쳐다보고 있었다. 

“여기까지 와서 어설픈 결계라니. 멍청하긴.” 

제니스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가위와 작은 단도를 꺼내들었다. 녀석은 그것으로 루비 주변을 자르고 오리기 시작했다. 

“됐다!” 

1분도 지나지 않아, 제니스는 벽에 걸린 결계를 모두 해제 하고, 장비를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이야! 이제야 내 손에 들어오는구나!” 

“이야! 결계 진짜 쉽게 해제한다.” 

“헉!” 

보석을 빼려고 하던 제니스는 자신의 등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깜짝 놀라서 돌아보려 했지만, 유렌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제니스의 마혈을 제압했다. 

“흡!” 

마형이 제압당한 제니스는 손가락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몸만 부르르 떨었다. 

“기사 레이블 아니, 무음의 제니스라고 불러야 하겠지. 갑옷을 계속 입고 있었다면 혈도 못 짚었을 텐데, 아쉽겠어.” 

제니스가 변장한 사람은 일행을 이끄는 위치에 있었던 기사 레이블이었다. 진짜 레이블은 발가벗겨진 채로 술집 창고에 기절해 있을 거다. 

“다, 다, 당신!” 

“뭘 그렇게 말을 더듬어.” 

아혈을 풀어주자, 제니스가 눈을 부라렸다. 얼마나 당황했는지, 제니스의 눈을 출혈되었고, 입에선 침이 질질 흘러내렸다. 

“어, 어떻게! 슬리핑독스 농축액을 그대로 먹였는데!” 

“난 독이 들지 않는 체질이라.” 

“어, 언제부터 보고 있었지?” 

“처음부터 뒤따라 왔는데?” 

“으으...” 

제니스가 손에 가지고 있던 주머니를 뺏어서 열어보았다. 

“음, 별거 없네.” 

“마, 맞다. 사실 난 가짜라...” 

“헛소리 말고, 영주의 보물은 이미 훔쳐냈잖아? 이 팔찌 말이야.” 

제니스의 주머니에서 팔찌 하나를 꺼내 보여주었다. 

“그, 그걸 어떻게...” 

“영주와 상급기사들이 나오지 못하도록, 영주에게 가짜 예고장을 보낸 거잖아. 그래서 중급인 레이블이 이곳을 지휘할 수 있게 되었고, 넌 진짜 레이블을 재워놓고, 사람들을 이곳으로 이끈 거잖아. 결계를 풀기 위해.” 

“어, 어, 어떻게 그걸...” 

제니스가 혼이 빠져나간 것 같은 얼굴을 하며 이빨을 딱딱 부딪쳤다. 

“당신은 대체 누, 누구십니까...” 

“그리고 방금 넌 꽤나 위험했어.” 

“그게 무슨...” 

난 바닥의 조약돌을 하나 주워서 벽의 중심에 있는 커다란 루비에 던졌다. 

탁! 

화르르. 

돌을 맞은 루비는 바닥으로 떨어지며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크르르!” 

루비를 태우는 불은 점점 형태를 갖추더니, 불꽃의 털을 휘날리는 화염의 늑대가 되어버렸다. 루비는 늑대의 이마에 박혀 뜨거운 숨결을 내뿜고 있었다. 

“프, 플레임 울프?” 

“긴장이 풀려서 방 앞의 문구도 제대로 읽지 않았지? 멍청하긴...” 

“어어...” 

나는 앞에 제니스를 놔두고 뒤로 한 발 물러섰다. 내가 물러선 만큼 플레임 울프가 앞으로 한 걸음 다가왔다. 

“자, 잠시 만요! 혀, 형님 제발 살려주세요!” 

입만 열수 있는 제니스가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내가 왜 도둑놈을 살려야 하지?” 

“아, 혀, 형님 제발요! 저 보물 많아요! 저, 전부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전 살인도 하지 않아요! 훔치기만 합니다! 제발!” 

“뭐, 보물은 됐고, 내 노예는 어때?” 

“예?” 

“노예가 되라고, 할 거야 말 거야?” 

“그, 그게...” 

“크르르!” 

플레임 울프의 입가로 불꽃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제니스는 식은땀을 줄줄 흘러내리며 크게 소리쳤다. 

“노예든 뭐든 다 하겠습니다! 제발!” 

“좋아.” 

“흡!” 

제니스를 뒤로 잡아당기면서 녀석의 입에 독 하나를 집어넣었다. 

“크륵!” 

제니스를 노려보던 플레임 울프가 내게 시선을 돌렸다. 

“혀, 형님. 저, 저 늑대새끼 빨리 처리 좀 해주세요! 저 눈깔 좀 보라구요!” 

“내가 처리 할 필요 없어.” 

“예?” 

당황해하는 제니스를 놔두고, 천장을 쳐다보았다.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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