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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화 무음의 제니스 (2) (118/241)

무음의 제니스 (2)

제니스 2세. 

제프라는 가명을 쓰고 있는 제니스 2세는 무음의 제니스의 아들로 대를 이어 도둑질을 하고 있는 녀석이다. 

제니스는 자신이 훔친 보물과 마도서들을 사용해서 자신의 2세를 자신을 넘어서는 대도로 키우려고 노력했다. 그의 셀 수 없이 많은 특성이 바로 마도서와 보물들의 흔적들이다. 

제니스 2세는 대도의 특성과 제니스의 헌신적인 교육, 무지막지한 템빨로 제니스를 넘어서는 도둑질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제니스 2세는 아버지의 명성을 지켜내며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실패도 하지 않고, 목표로 한 모든 물건을 자신의 손에 넣었다. 

별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는 이번에도 자신이 원하는 보물을 손에 넣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곳에 왔기 때문에 그는 물건을 얻지도 못 할 것이고, 자신이 훔친 물건까지 내게 넘겨주게 될 것이다. 

“이제 가도 되나?” 

“아, 네...” 

얼이 빠진 제니스를 놔두고, 마이라와 시험장을 빠져나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밑에서 무릎 꿇고 있을 제니스의 모습이 상상되어 빙긋 웃음이 나왔다. 

“베인스님.” 

“응?” 

“무슨 일이 있었나요? 즐거워 보이세요.” 

“그래?” 

당연히 즐거울 수밖에. 

제니스에겐 천변만변이라는 특성이 있어서, 자신의 외모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지금까지 제니스의 얼굴을 알아내지 못한 이유가 천변만변 때문인데 비비드 사냥개의 대상이 된 이상 녀석의 천변만변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비비드 사냥개의 적용거리인 1km가 넘어가면 추적을 할 수 없지만, 다시 1km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추적이 재개 때문에 제니스는 날 벗어날 수가 없다. 

이제 창조주의 눈으로 녀석을 찾을 필요도 없이, 제니스가 가까이 오기만 하면 내게 자동으로 알려줄 것이다. 

“사냥감이 알아서 미끼를 물어줬으니, 재밌지.” 

“네? 사냥감이라면 아까 그 용병이요?” 

“그래. 그녀석이 제니스야.” 

“네?” 

너무 놀랐는지, 마이라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서 자리에서 멈춰버렸다. 

“저, 정말인가요?” 

“나중에 녀석의 정체를 직접 보게 해줄게.” 

“우와...” 

마이라는 뒤로 고개를 돌려 이제 보이지도 않는 시험장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머리 위에 있던 브래넌은 별 관심 없는지, 쩝쩝거리며 주변의 여자들만 쳐다보고 있었다. 

“마이라. 브래넌은 별말 안 해?” 

“네. 지나가는 여자들 예쁘다고만...” 

“하여튼 저 영감... 그럼 넌 뭐 혼령이 보이거나, 말을 걸지는 않아?” 

“네. 저도 아무런 변화는 없어요.” 

“음...” 

마이라가 자신의 몸을 돌아보며 말했다. 마이라의 말에 동조하듯 브래넌은 코를 후비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예지도 나오지 않았고, 글러트니나 놈의 부하들이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앞으로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할 것 같다. 

“오랜만에 힘이 부족한 게 아쉽게 느껴지네.” 

내가 강해지고, 스토리에서 활약을 하면서 만나는 적도 점점 강해지고 있다. 지금도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 이상으로 강해지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다른 방법도 좀 생각해봐야겠어.” 

** 

제프라는 용병은 그날 이후 안개처럼 사라져서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제프가 아닌 제니스는 계속 이름을 바꿔가며 시험장에 나타났고, 영지 확장 작업 설명에도 참석을 했다. 

제니스가 이렇게 까지 열심히 참여하는 이유는 자신의 도둑질에 방해가 될 만한 사람들을 미리 알아둬서 대비를 하기 위함이다.

제니스는 자신의 변장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생각 했겠지만, 난 눈을 사용하지 않아도, 비비드 사냥개의 힘으로 녀석의 모든 변장을 파악하고 있었다. 

“오늘은 그대로겠지.” 

영지 확장 작업의 출발 날인 오늘은 또 어떤 모습으로 올지 기대하며 마이라와 같이 서쪽진형의 출발 지점에 대기하고 있었다. 

“이곳에 저, 저도같이 와도 될까요? 전부 용병이나 병사들이신데.” 

영지 확장 작업의 출발 날 아침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며 마이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는 여자 용병과 비슷한 차림을 하고 있었는데도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어. 포메라에게 맡기기엔 좀 불안하거든.” 

나도 마이라를 포메라에게 맡기고 싶지만, 불안요소가 너무 많았다. 

마나 명상을 꾸준히 해낸 포메라는 강해졌지만, 녀석 자체가 언데드라 사람들에게 공격당할 가능성도 있고, 애리와 마이라를 같이 보호하다가 둘 중 하나를 지키지 못 할 수도 있다. 

녀석에게 애리를 맡기고, 내가 마이라를 보호하는 것이 가장 옳은 선택이다. 

“저 때문에 정말 죄송해요.” 

“괜찮아. 이번만 버티면 괜찮을 거니까. 좀 참아.” 

“전 상관없지만, 베인스님이 불편하시니까요.” 

“말했잖아. 난 상관없어.” 

앞으로 그녀의 도움을 받아야 할 정말 중요한 일에 비하면 그녀를 보호해주는 것은 정말 별거 아니다. 

그녀가 있어야 브래넌의 힘도 쓸 수 있고, 그녀와 브래넌의 도움으로 언젠간 라시드도 찾을 수 있을 거다. 

[제니스 2세가 1km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비비드 사냥개가 다시 발동됩니다.] 

지금까지 잠잠하던 비비드 사냥개가 다시 발동했다. 

“드디어 왔군.” 

어딜 갔는지 한동안 비비드 사냥개에 잡히지 않던 제니스가 서쪽 진형에 나타났다. 녀석이 누구로 변했는지 확인하고 피식 웃었다. 

그렇지. 여기선 원작이랑 똑같아야지. 이야기가 진행 될 테니. 

제니스는 원작과 같은 사람으로 변장을 해서 나타났다. 의심을 하지 않도록 녀석을 잠시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응?”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그곳에서 용병 4명이 나와 마이라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중 가운데 있던 우락부락한 산적수염 용병이 우리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왔다. 

“꼬마들아. 여긴 소꿉놀이 하는 곳이 아닌데?” 

“크하하하!” 

“소꿉놀이래! 크크크.” 

“맞아. 모래놀이는 다른데 가서 해야지. 흐흐.” 

산적 수염 용병의 말에 그의 뒤에 있던 사람들이 비웃음을 터트렸다. 그들의 말과 웃음에 마이라가 위축되어 고개를 숙였다. 

“길을 잘못 든 거 아니야? 앙? 모래사장은 저쪽이니까 저기 가서 놀지 그래?” 

동료들의 비웃음에 흥이 돋았는지 산적수염이 더욱 우리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야, 그만해라. 울겠다. 크크크.” 

“용병도 아닌 여자를 데리고 온 거보니, 머저리 같은 모습 자랑이라도 하려고 불렀나본데, 놔둬. 크하하!” 

마이라에게 여자 용병들이 입는 복장을 입혀놨지만, 놈들은 단번에 마이라가 용병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왜? 못 참겠어? 응? 그럼 어쩔 건데? 어쩔 거냐고!” 

“후...” 

마이라를 보고 이런 놈들이 나올 거라는 사실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시선을 끌기 싫어 적당히 참아주려 했지만 이놈들은 선을 넘어서버렸다. 

“하여튼 이런 새끼들 때문에 용병의 이미지가...” 

“야. 입 냄새나니까 꺼져.” 

“뭐?” 

내가 산적 수염 용병에게 던진 말에 주변이 조용해졌다. 

“이런 미친놈이 지금 뭐라고...” 

“입 냄새 나니까 꺼지라고. 그 더러운 수염에 귀도 먹혔냐?” 

“네가 정신이 나갔구나!” 

산적 수염은 자신이 시비를 걸었다는 것도 잊고 먼저 주먹을 휘둘렀다. 

탁. 

난 기다렸다는 듯 놈의 솥뚜껑 같은 주먹을 한손으로 잡았다. 자신의 주먹이 가볍게 막히자, 산적 수염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네가 먼저 쳤다.” 

“어?” 

빡! 

“커억!” 

주먹으로 산적 수염의 턱을 가볍게 날려버렸다. 턱을 맞고 주저앉은 녀석의 관자놀이를 쳐서 극심한 고통을 느끼게 해주었다. 

“아아악!” 

“팩터! 괜찮아?” 

“이 자식이!” 

“죽여주마!” 

산적 수염의 동료로 보이는 용병 3명 역시 자신들이 시비를 걸었다는 것을 잊어먹고 내게 달려들었다. 

“멍청한 놈들.” 

빠각! 

“아악!” 

내게 덤벼오는 용병 놈들의 주먹들을 피한 뒤 한 놈씩 턱을 날려 무방비로 만들었다. 넘어진 놈들의 혈도를 가격해서 평생 느껴보지 못한 극악의 고통을 느끼게 해주었다. 

“크아아악!” 

“커어억!” 

용병들은 내게 맞은 곳을 미친 듯이 비비면 고통을 죽이려고 하고 있었다. 그들을 무시하며 마이라를 챙기려고 할 때 처음에 쓰러졌던 산적 수염이 일어났다. 

“크으으. 거기 서!” 

산적 수염은 충혈 된 눈으로 침까지 흘리고 있었다. 놈은 이빨을 꽉 깨물더니, 허리춤에 달랑거리는 검에 손을 가져다대려고 했다. 

“뽑으면 죽는다.” 

주먹질이야. 적당히 넘어가 줄 수 있지만, 무기를 뽑는다면 그냥 넘길 수 없다. 놈이 내 경고를 무시하고 칼을 든다면 그대로 죽일 생각이었다. 

“으으으...” 

산적 수염은 내 살기에 기가죽어, 몸을 덜덜 떨다가 다시 무릎을 꿇었다. 겁먹은 녀석의 바지가 축축이 젖어들기 시작했다. 

싸늘한 눈으로 놈들을 쳐다보다가 마이라를 다른 곳으로 데려갔다. 우리를 보던 용병과 병사들의 시선에 감탄과 놀라움이 담겨 나를 쫓아왔다. 

“우와. 정말 잘 싸우시네요. 대단하세요.” 

“너는?” 

“아, 저는 제스라고 해요. F급 용병이죠. 용병님은 이전에 시험장에서도 봤어요. 그때도 엄청나셨어요.” 

“근데 무슨 일이지?” 

“불편하셨다면, 죄송해요. 그렇게 깔끔한 주먹은 처음 봐서요. 그냥 인사라도 드리고 싶었어요.” 

내가 날카롭게 말하니, 제스가 자신의 뒷머리를 긁적이며 사과를 해왔다. 

“아니, 나도 미안하다. 조금 신경이 곤두섰던 모양이야.” 

“아니에요. 저기 방해가 아니라면 이번에 용병님과 같이 다녀도 될 까요? 제가 실전이 처음이라 다니면서 배우고 싶어요.” 

“혹시 괜찮다면, 나도 같이 다녀도 되겠소?” 

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계속 우리를 보고 있던 흰머리가 듬성듬성 난 중년 용병이 잘 됐다는 듯 다가왔다. 

“당신은?” 

“난 빌론이라고 하는 C급 용병이오, 이번에 홀로 참여해서, 같이 다닐 사람이 필요했는데 어떻소? 아무리 약한 몬스터라도 뒤를 봐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겠소.” 

빌론과 제스의 의도를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둘을 번갈아 쳐다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난 베일스. B급 용병이오.” 

“우와! 역시 B급이라 그렇게 강하신 거였군요.” 

“역시. B급 아니면 A급일 거라 생각했소.” 

제스는 필요 이상으로 감탄을 하며, 놀라고 있었고, 빌론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아이는 내 동생이오. 사정이 있어 같이 왔소.” 

“안녕하세요. 전 베이라라고 해요.” 

둘은 가명을 쓰는 마이라와도 인사를 나눴다. 그들과 마이라가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천막이 열리며 기사들이 나타났다. 

“영주님은 사정이 있어 나오시지 않는다. 난 이곳의 지휘를 맡은 레이블이다. 10분 뒤 바로 출발을 할 테니, 모두 진형을 갖추고 준비를 하라!” 

그 중에 가운데에 있던 금발의 잘생긴 기사가 입을 열었다. 기사의 말에 모두가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멍청하긴.” 

영주는 제니스가 자신의 보물을 노린다는 생각에 가장 실력 좋은 기사들을 이곳에 보내지 않고, 자신과 보물을 지키는데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니스는 영주성에 있지 않고, 이곳에서 나를 힐끔거리고 있었다. 

“모두 진형을 유지하며 천천히 앞으로 나간다! 출발!” 

용병과 병사들의 진형이 갖춰지자마자, 기사는 명령을 내렸다. 

“출발!” 

우리가 있던 곳은 몬스터가 없는 안전 구역이었기 때문에 30분이 지나도록 몬스터는 보이지도 않았다. 

한 시간 정도가 지나자, 한두 마리씩 몬스터가 나타났다. 미리 들었던 대로 몬스터는 그린콜과 슬라임들이었다. 

“레이블님. 앞에 그린콜입니다!” 

“전투준비!” 

[그린콜] 

인간과 비슷한 체형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다. 시각을 잃은 대신 뛰어난 청각과 후각을 가지고 있다. 강력한 근력과 민첩성을 가지고 있으며, 여러 가지 무기를 손쉽게 다룬다. 

그린콜은 숙련된 용병들에겐 어렵지 않은 몬스터라, 사람들은 그리 긴장을 풀며 여유롭게 움직였다. 

슬라임 역시 안에 보이는 콩알만 한 심장만 파괴하면 바로 물로 변하기 때문에 용병들은 몬스터들을 가볍게 처리하며 주변을 정리해 나갔다. 

나도 마이라를 보호하며 주위의 모든 몬스터들을 처리했다. 

“되게 천천히 진행되네요.” 

“우리의 목적은 눈앞의 몬스터를 잡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모든 몬스터를 처리해서 안전지역을 확보하는 거잖아. 그래서 주변을 샅샅이 뒤지면서 모든 몬스터를 제거하는 거야.” 

“그렇군요.” 

“아, 이동속도가 너무 느려서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그래서였군요.” 

마이라에 이어 제스도 고맙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여주고, 앞에서 느껴지는 그린콜의 기척에 전방을 쳐다보았다. 

“응?”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짙은 녹색피부를 띄어야 할 그린콜의 피부가 붉게 변해있었다. 거기다 놈이 들고 있는 몽둥이에선 엷게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붉은 그린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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