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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화 춤만 춰도 강해져 (112/241)

춤만 춰도 강해져

“어떠셨습니까?” 

춤을 마친 필우스 남작과 세스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둘은 열정적으로 춤을 췄기 때문에 이마에선 땀이 흘러내리고, 볼에는 옅은 홍조가 져 있었다. 

“눈 호강을 한 것 같군요. 두 분 다 정말 멋졌습니다.” 

“하하! 유렌 자작님께 칭찬을 들으니, 빈말이라도 기분이 좋네요.” 

필우스 남작과 세스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아뇨. 빈말이 아니라, 정말입니다.” 

창조주의 눈으로 관찰한 그의 춤 실력은 일이 년으로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정말 많은 연습과 노력을 거쳐서 얻은 달인 급의 실력이었다. 

“그럼 유렌님께서 직접 한 번 해보시겠습니까?” 

“음...” 

“자작님이 운동신경이 좋다고 하셔도 춤을 배우는 것은 그리 쉽지 않으실 겁니다. 왈츠에도 여러 가지가 있으며, 음악마다 이것저것 신경 쓸게 많습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시작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어차피 배울 거면 빨리 시작하는 게 좋겠지. 일어나 거라.” 

“알겠습니다.” 

후작이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등을 밀었다. 자리에서 일어나자, 필우스와 세스가 날 방의 가운데로 이끌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세스가 자작님의 파트너가 되어주고, 제가 옆에서 자세를 봐드리겠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필우스 남작이 악사들에게 손짓을 하자, 방금 들었던 왈츠 곡이 부드럽게 흘러나왔다. 

“일단 음악을 잘 들으시는 게 중요합니다. 왈츠의 대부분의 박자는 강 약 약으로 진행 됩니다.” 

필우스의 설명을 들으며 방금 전 그가 보여준 춤들을 다시 머릿속에서 재생해보았다. 

동영상을 틀은 것처럼 그의 모든 것의 보였고, 천무지체의 능력으로 그 자세와 흐름을 그대로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음악이 익숙해지셨으면 이제 왼손으로 세스의 오른손을 잡으십시오. 그리고 오른손으로는 세스의 등을 부드럽게 감싸주십시오.” 

“제가 왕국의 영웅과 처음으로 춤을 추는 영광을 얻게 되었네요. 후후.” 

“잘 부탁합니다.” 

내 앞으로 다가온 세스의 손을 잡고, 그녀의 등을 감쌌다. 내 기본자세는 필우스가 처음에 보여준 자세와 완벽하게 일치했다. 

“기본자세도 정말 중요합니다. 일단 허리를 펴고...어?” 

내 자세를 고쳐주려고 하던 필우스 남작이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와, 완벽하십니다. 아무리 기사님들이라고 해도 허리가 굽혀있다던가, 자세가 너무 딱딱하다던가 하는데 지적할 곳이 없네요. 허, 이것 참...” 

필우스 남작은 내 자세를 위아래로 훑어보고 눈을 휘둥그레 뜨며, 놀라다는 듯 감탄을 내뱉었다. 

“그럼 다음은 세스의 리드를 따라 일단 움직여보십시오. 세스가 밀면, 밀리시고, 세스가 당기면 끌려가시면 됩니다. 어려울 것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시작하겠습니다.” 

세스의 오른발을 뒤로 빼면서 내 손을 살짝 당겼다. 나는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필우스가 보여줬던 왈츠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했다. 

“어?” 

세스가 날 당기는 것 보다 빨리, 내가 그녀에게 먼저 다가갔다. 내 움직임을 본 세스의 눈이 토끼처럼 동그래졌다. 

“아...” 

필우스가 췄던 춤과 완벽히 똑같은 박자, 움직임, 흐름에 세스는 순식간에 혼이 나가버렸다. 

“이, 이게...” 

날 이끌어줘야 할 세스는 멍한 얼굴로 내 리드에 따라오기 바빴다. 

“어, 어떻게 이런...” 

내 자세를 봐주기 위해서 옆에 대가하던 필우스 역시 파리가 드나들어도 될 정도로 입을 쩍 벌렸다. 

“허어...” 

후작도 한 번 보고 완벽한 왈츠를 추는 나를 보고, 완전히 굳어버렸다. 

턱. 

너무 놀랐기 때문인지 한 번 박자를 놓친 세스는 끝까지 내 흐름에게 압도되어 계속 주도권을 찾지 못했다. 

“아...” 

음악이 끝나자, 힘이 빠진 세스가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을 뻔한 것을 붙잡아 주었다. 

“가,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세스를 일으켜 세우고 뒤를 돌아보니, 필우스 남작과 후작 둘 다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얼이 빠져있었다. 

“유렌. 너 나 모르게 춤을 배운 적이 있던가?” 

먼저 정신을 차린 후작이 꽉 막힌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늘이 처음입니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아니, 그런데 어떻게 한 번 보고...” 

“글쎄요. 몸이 저절로 움직이네요.” 

“하다하다 이제 춤까지 천재라니. 내 아들이지만 이제 조금 무섭게 느껴지는구나. 허어...” 

후작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 자랑을 할 게 늘었다는 생각에 아주 신이 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봐. 필우스 남작.” 

“아, 예?” 

철분이 부족한지 눈꺼풀을 바르르 떨던 필우스 남작이 어벙한 표정으로 후작을 쳐다보았다. 

“어떤가?” 

“완벽합니다. 꼬, 꼭 제가 추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유렌 자작님이 춤을 처음 춘다는 것이 거짓말 같습니다. 아니, 거짓말이 아니라면, 이 나라에 영웅이 아니라, 춤의 천재가 나타난 것 같습니다.” 

필우스 남작은 손을 떨며서 내 전신을 훑어보았다. 

“유렌 자작님. 실례지만, 정말 처음으로 춤을 배우시는 것이고, 제가 추는 것만 보고, 따라하신 겁니까?” 

“네. 정말입니다. 왜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아아...” 

필우스 남작이 주먹을 꽉 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말이 정말인지 한 번 보겠다는 느낌이었다. 

“그럼 다른 춤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세스.” 

“네.” 

세스가 정신을 차리기 위해 자신의 양 뺨을 가볍게 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도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날 쳐다보곤 있었지만. 

“이번 곡은 요즘 유행하는 기적의 별이라는 왈츠곡입니다. 춤 선이 방금 보다 조금 부드러워 따라하시기 어려우실 겁니다.” 

“네.” 

음악이 시작되고, 세스와 필우스 남작의 춤이 시작되었다. 창조주의 눈을 켜고, 필우스의 자세를 자세히 관찰했다. 

비단처럼 우아하고, 솜털처럼 부드러운 춤을 끝내고, 필우스가 내 앞으로 세스를 데려왔다. 

“그럼 이곡에 맞춰서 다시 한 번 춰보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세스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스는 이번엔 놀라지 않겠다는 듯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 

“아...” 

하지만 그녀의 다짐은 음악이 시작되고 10초도 되지 않아 깨져버렸다. 

한 번 춤을 춰보고 나니, 조금 미묘하고 잡스러운 필요 없는 움직임이 무엇인지 알았기 때문에 이번엔 그것조차 지워버렸다. 

지금의 난 필우스와 같은 수준이 아니라, 그의 춤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서 추고 있었다. 

“하. 유렌 너 진짜...” 

“진짜 한 번 보고 춤을 익히다니, 거기다 저 수준은 대체!” 

기적의 별의 연주가 끝나고, 방안의 모든 사람들이 파랗게 질려 있을 때 나도 놀라고 있었다. 물론 다른 이유로. 

[특성 유연한 움직임이 생성됩니다.] 

[더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특성 무게중심 활용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춤을 춘 것만으로 특성 유연한 움직임이 생성되고, 무게 중심 활용의 레벨이 올라가버렸다. 

유연한 움직임은 내 앞에서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는 필우스와 세스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다. 

후라켄에게 있던 무게 중심 활용을 가져 온 것처럼 이들의 특성을 내가 베껴 버렸다. 

춤을 따라하는 것이 모자라서, 고유 특성까지 가져오다니. 정말 미친 특성들이다. 

“필우스 남작.” 

“아, 네!” 

내 부름에 필우스가 차려 자세로 대답했다. 눈동자가 지진 난 것처럼 떨리는 것을 보니, 내게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다. 

“다음 춤을 보여주시죠.” 

“아...” 

새롭게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무도회까지 삼일 간 흡수 할 수 있는 건 모두 흡수해줘야 예의지. 

** 

보라색 로브를 머리까지 뒤집어쓴 자가 시꺼멓게 칠해진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은 창문조차 없어서, 완벽한 어둠에 잠겨 있었지만, 로브를 쓴 사람은 아무런 제약도 없는 듯 방의 가운데에 있는 의자에 가서 앉았다. 

“어땠나요? 잘 보고 왔나요?” 

로브 쓴 사람에게서 부드럽고, 상냥한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녀의 시선은 깜깜한 방의 구석을 향하고 있었다. 

철커덕. 

그녀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서 철과 철이 가볍게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샤악. 

로브의 여자의 손가락에서 흰색 빛이 살며시 올라왔다. 

그 빛 덕에 구석에 있는 사람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는데 그는 검은색 검을 가슴에 품은 채 방의 벽에 기대 앉아있었다. 

“그...는 누구지?” 

한참동안 말을 하지 않았는지, 앉아 있는 남자의 목소리는 쇠를 긁는 것 같았다. 

“말했을 텐데요. 유렌 록스. 그자가 이번에 우리 일을 방해한 자에요. 왠지 모르게 걸리는 것도 있었는데, 그는 어땠죠?” 

“그 놈을 보자마자,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팠다. 누군가가 내 머리 속을 칼로 찌르는 것 같았어.” 

“네? 머리가요?” 

찰그락. 

로브의 여자, 에블린의 말에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품에 안은 검은색 검만을 만지작거렸다. 

“그럼 지금은 괜찮으신가요?” 

“그 놈이 날 알아챈 것 같아서 바로 빠져나갔다. 놈과 떨어지니까 고통이 사라지더군.” 

목소리만이 아니라, 남자는 말투는 조금 어색한 부분이 있었다. 

“그놈은 뭔가 이상했다. 평범한 인간이 아닌 것 같아. 아니, 그는 나와 무슨 관련이 있...” 

에블린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남자가 있는 구석으로 다가가 남자의 옆에 앉았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서 남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요. 유렌 록스는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게 좋겠네요. 이제 그는 잊으세요.” 

“아니, 내가 그놈을 봐야...” 

“아니에요. 당신은 하셔야 할 일이 있잖아요.” 

남자를 다정하게 쓰다듬는 에블린의 손에서 사람을 홀릴 것 같은 기이하고 암울한 보라색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당신만이 제국의 괴물을 죽일 수 있어요. 괴물을 막아야지요.” 

“괴물...그래. 놈을 죽여야 해. 그래야...” 

남자의 목소리가 안정되어 갔고, 그의 옆에 앉은 에블린의 입가엔 소름을 오싹 돋아 오르게 만드는 사이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 

“이, 이제 더 이상 제가 가르칠 건 없습니다. 유렌 자작님은 이미 저를 뛰어넘으셨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씀드려서 이왕국에서 유렌 자작님보다 춤을 더 잘 추는 사람은 없을 거, 겁니다.” 

“마, 맞습니다. 자작님의 실력이 너무 일취월장하셔서 이젠 저와의 연습도 이젠 필요하지 않으십니다!” 

축제 3일차 오후, 필우스 남작과 세스가 제발 자신들을 보내달라고 애원하는 표정을 하며 내 앞에 있었다. 

그들의 현재 속마음은‘제발 집에 보내줘. 이 괴물아!’였다. 

저들이 처음에 왔을 때 눈에 담겨있던 활기참과 열정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까무잡잡한 다크써클만 눈 밑에 남아 있었다. 

“두 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돌아가서 쉬세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둘은 내가 또 잡을 거라 생각했는지, 순식간에 고개를 다섯 번씩 숙이고, 부리나케 문밖으로 나가버렸다. 

“난 정말 너 같은 녀석을 정말 처음 봤다.” 

뒤에서 멍하니 보고 있던 후작이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한동안 네게 놀랄 일이 없다고 생각했건만, 3일, 고작 3일 동안 필우스가 아는 모든 춤을 배우고, 필우스 이상으로 춤을 익히다니. 유렌. 너 전투보다, 춤 쪽에 재능 있는 거 같은데?” 

“설마요.” 

3일간 많은 춤을 익혔다. 

물론 춤만 익힌 것이 아니다. 유연한 움직임의 레벨이 올랐고, 변화하는 신체 천무지체가 한 단계 껍질을 벗기 직전이다. 

3일간 사교댄스만 배웠지만, 밤을 새며 수련을 한 것 보다 더 강해져버렸다. 

왕궁에 오고 나서 계속 뜻밖의 이득을 얻고 있었다. 

“이제 준비 하 거라. 3일간 춤만 춘 성과를 보여줘야지.” 

후작이 내게 검녹색의 예복을 건네주며 부드럽게 웃었다. 나도 마주 웃으며 말했다. 

“네. 쓸어버리러 가아죠.” 

** 

이번 축제의 최대 관심사는 유렌 록스였다. 

외모, 인성, 실력 무엇 하나 부족하지 않은 그와 어떻게든 선을 대고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으며, 반대로 더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질시와 질투를 보냈다. 

다만 유렌을 좋아하는 사람이든, 싫어하는 사람이든 상관없이 모두가 동의하는 건 유렌이 3일차에 진행되는 무도회에 참여하지 않을 거라는 점이었다. 

유렌 록스가 춤을 추거나, 사교장에 나온 적이 한 번도 없으니, 사람들은 유렌이 춤으로 망신당하지 않기 위해 나오지 않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유렌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지금까지 중 가장 화려한 예복을 입고 무도회장에 나타났다. 

따라란. 

느릿한 만남의 음악을 시작으로 무도회가 시작되었다. 

만남의 음악이 흐르자마자, 수많은 귀족영애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오른쪽 끝, 유렌의 테이블로 달려왔다. 

유렌에게 춤을 신청하기 위해서였는데, 그는 그 모든 요청을 뒤로 미루고 자신을 흘낏흘낏 쳐다보던 일리아에게 향했다. 

갑옷과 정복만 입던 일리아가 자신의 머리색과 맞춘 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있으니, 진정 여신이 내려온 것 같았다. 

“첫 춤인데, 약혼녀와 춰야지.” 

유렌은 싱긋 웃으며 일리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으...” 

그녀는 붉어진 빰을 보이기 싫은 듯 고개를 살짝 돌리면서 유렌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나 잘 못 춰. 며칠 배우긴 했지만, 나랑 잘 맞지 않아서...” 

일리아는 무대 중앙으로 가면서 자신 없다는 듯 목소리를 죽였다. 

“춤 못 추는 게 죄도 아니고, 뭘 그리 기죽어 있어. 남들은 신경 꺼.” 

“남들이 아니라, 네, 네가 신경 쓰인다고.” 

“일리아 마르쿠스 기사님이 언제부터 유렌 록스의 눈치를 봤지?” 

“윽, 너도 처음이라며, 긴장 될 거 아니야!” 

“글쎄다. 그냥 즐겨.” 

유렌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 일리아가 묘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크크크.” 

유렌이 일리아를 데리고 무대 중앙으로 향할 때 왼쪽 구석에서 조그마한 비웃음 소리가 들렸다. 

“왜?” 

“유렌. 저거 춤 못 춰서 망신당할 생각하니 기분이 좋네.” 

“너 유렌 자작이랑 키본에서 같이 싸웠잖아. 왜 그래?” 

“흥, 같이 싸우긴 무슨! 저거 아주 재수 없는 놈이야. 잘난 척만 드럽게 해대고.” 

유렌을 욕하는 사람은 키본 영지에서 회의를 할 때 리자드맨 킹이 드래곤이 아니냐고 계속 우겼던 리스번 자작이었다. 

유렌 때문에 로페르 공작에게 밉보였다고 생각한 리스번은 전쟁이 끝난 지금도 유렌에게 악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귀족들이 얼마나 춤에 민감한데, 전쟁에서 쌓은 명성을 땅에 떨구는 꼴이나 볼까?” 

“너도 참 못된 놈이야.” 

“크크. 지도 마찬가지면서.” 

“흐흐.” 

친구끼린 통한다고, 리스번의 친구 쿠리판 자작 역시 유렌을 질투하고 있었기에 한쪽 입 꼬리를 올리며 유렌이 춤을 추는 것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뿐만이 아니라, 유렌을 질시하는 많은 귀족들은 유렌을 뒤에서 씹을 거리를 찾았다는 생각에 조금 들떠있었다. 

딴. 

만남의 음악이 끝나고, 음악의 템포가 조금 빠르게 바뀌었다. 춤을 위한 음악이 시작 된 것이다. 

“휴우...” 

아직 긴장하고 있는 일리아의 귀에 유렌이 속삭였다. 

“다른 거 신경 쓰지 말고, 나만 따라와.” 

탁. 

유렌과 일리아가 동시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유렌을 걱정하던 사람들, 유렌을 비웃으려 하던 사람들 모두가 침묵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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