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8화 리자드맨 킹 (108/241)

리자드맨 킹

텅. 

“카악...” 

자신이 쏘아낸 푸른 번개를 모조리 흡수해버리자, 리자드맨 킹은 들고 있던 검은 곡도를 힘없이 늘어뜨리고, 시계추처럼 좌우로 움직이던 혓바닥도 멈춰버렸다. 

몬스터라 표정을 읽기는 어려웠지만, 리자드맨 킹이 소스라칠 정도로 놀란 것은 알 수 있었다. 

“자, 자네는 대체...” 

머리를 감싸고 주저앉아 있던 일왕자가 넋이 나간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번개를 보고 놀라 얼어있던 사람들의 반응역시 다르지 않았다. 

“저 번개조차 막아내다니...” 

“어떻게 저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거지.” 

“말조차 나오지 않는군.” 

사람들이 나를 보며 감탄어린 말들을 내뱉었다. 난 그 반응들은 신경 쓰기보다, 현재 내 상태를 점검해보았다. 

“흐음, 전투 시작이랑 별 차이가 없는데.” 

비수에 검기를 씌우는 것은 강력한 위력을 가지고 있지만 내력 소모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 

여러 번의 검기 사용과 대량의 독을 뿌린 것으로 상당히 많은 내력을 소모했었는데, 흡뇌지력 한 번으로 사용했던 내력의 대부분을 복구했다. 

현재 내공의 양에 있어서 만전의 상태와 거의 다를 바가 없었다. 

“카아악! 어떻게 한 것이냐.” 

어눌한 발음, 뼈를 긁어서 나오는 것 같은 소름끼치는 소리. 리자드맨 킹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놈은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허...” 

내 소설에서 저 녀석은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지 못한다. 원작보다 지능이 높거나 새로운 특성이 생긴 것 같다. 

[창조주의 눈을 사용합니다.] 

[리자드맨 킹 - 레네크로] 

모든 리자드맨들의 위에 군림하는 리자드맨들의 왕이다. 리자드맨들과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은 근력과 민첩성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보다도 뛰어난 지능과 학습능력을 가지고 있다. 두 개의 뿔에나 오는 뇌각(雷角)은 라이트닝 오브보다도 강력한 위력을 가지고 있다. 리자드맨 킹의 주변에 있는 리자드맨들은 능력치가 상승한다. 

특수 능력: 리자드맨들의 왕, 뇌각, 빠른 학습 능력. 

레네크로라는 이름을 보니, 내 원작과는 완전 다른 놈이 되어 있었다. 거기다 특성 역시 원작과 달랐다. 말을 배운 것은 저 빠른 학습 능력 때문인 것 같다. 

“마, 말을?” 

“내, 내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 몬스터가 말을 해?” 

“후, 정말 오늘 별걸 다보는 군. 더 이상 놀랄 일도 없겠어.” 

일왕자와 기사들 역시 리자드맨 킹이 말하는 것을 어이없이 쳐다보았다. 

“내가 말을 하는 게 이상한가? 너희들의 언어는 어렵지 않다.” 

“말은 어떻게 배운 거지?” 

“나에게 인간의 말을 알려준 사람이 있었다. 이곳에서 잡은 인간들을 죽이며 더 많은 것을 배웠다. 크륵. 너희들의 단어로 고문이라고 하던가? 칼로 살을 찢으며 물어보니 친절하게 대답해주었다.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즐겁더군.” 

리자드맨 킹이 고문이라는 소리를 하자, 기사들이 검을 꽉 잡으며, 이를 악물었다. 이번 리자드맨 침공에 죽은 대부분은 기사와 병사들이다. 

그들이 리자드맨들을 막아주어서 일반인들이 도망칠 수 있었던 건데 그 용사들을 고문했다고 하니, 모두가 분노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나 역시 마찬가지로 뚜껑이 열렸다. 

거기다 저 학습능력이라는 특성은 굉장히 위험하다. 놈이 이곳에서 도망친다면 훗날 더 큰 위협으로 나타날 거다.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 

“내가 네 질문에 대답을 해주었으니, 너도 말해라. 어떻게 내 뇌각을 막아낸 것이냐.” 

“지랄한다. 도마뱀새끼야.” 

“지랄? 그게 무슨 뜻인가.” 

입에서 인간의 언어를 뱉고 있지만, 이놈은 절대 인간이 될 수 없다. 그저 몬스터일 뿐이다. 

“이거나 쳐 먹어!” 

슈아앙! 

검기를 두른 비수 3개를 리자드맨 킹의 얼굴, 심장, 가슴 정중앙을 향해 동시에 날렸다. 

부우웅! 

캬컁! 

리자드맨 킹은 본능적으로 위험하다고 생각했는지, 처음부터 녹색 오러를 생성시킨 곡도를 열십(十)자로 휘둘러서 비수를 모조리 쳐냈다. 

부우웅! 

지이잉! 

오러와 검기가 부딪치자, 강렬한 불꽃이 튀기며 놈의 오러가 밀려나갔지만, 끝내 사라지지는 않았다. 

당연하겠지만, 리자드맨 킹은 리자드맨 전사들보다 강한 오러와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정도인가.” 

특수능력을 제외하면 원작과 엄청난 차이가 있는 몬스터는 아니다. 놈의 능력 파악은 끝났다. 나 혼자 충분히 처리 할 수 있는 녀석이다. 

“일왕자님. 저 망할 놈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저 놈 뒤에 있는 리자드맨들을 맡아 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네!” 

“유렌 자작. 부탁하네.” 

“유렌 자작님. 이곳을 지키다 죽은 기사들은 제 친구 놈들입니다. 저 도마뱀새끼를 고통스럽게 죽여주십시오!” 

“유렌님! 나머지는 저희에게 맡겨주세요!” 

기사들이 간절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리자드맨 킹을 죽여주길 부탁하고 있었다. 

본인들이 직접 나서고 싶겠지만, 놈의 번개 한 번에 통구이가 될 것을 알고 유일하게 놈을 죽일 수 있는 내게 부탁을 하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유렌. 자네를 믿겠다! 우리는 우리의 할 일을 한다! 진형 정렬!” 

“우와아아!” 

“그대로 돌격하라!” 

“우와아아아!” 

“도마뱀들을 모조리 죽여라!” 

일왕자의 명령에 기사와 병사들이 하늘을 울릴 것 같은 함성을 내지르며 앞으로 돌진했다. 

빠지지직! 

“우아아아아!” 

리자드맨 킹의 뿔에서 다시 번개가 번쩍이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나를 믿고 있는 것이다. 

“저런 믿음에는 답을 해주는 게 예의지.” 

뇌인신법을 운용해서 순식간에 가장 앞으로 튀어나갔다. 

쩌저저적! 

빠지지직! 

양손에 흡뇌지력을 운용해서 리자드맨 킹의 뿔에서 튀어나오는 번개를 모조리 흡수하며 놈에게 접근했다. 

“크르륵!” 

자신의 번개가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리자드맨 킹은 곡도를 휘어잡고 내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리자드맨 킹과 뒤에 있는 리자드맨들에게 대량을 독을 퍼트리면서 앞으로 달려 나갔다. 

쾅! 

후우웅! 

나와 맞부딪친 리자드맨 킹이 기묘한 각도로 곡도를 내리쳐왔다. 놈의 내려치기에선 체계화 된 검술과 야생의 흉폭함이 동시에 보이고 있었다. 

챠앙! 

쾅! 

검기를 씌운 귀왕살을 낮게 들어 올려서 리자드맨 킹의 검격을 흘려버리자, 놈의 곡도가 땅을 거하게 쳤다. 

쿵. 

샤악! 

천근추를 사용해서 곡도를 밟아, 리자드맨 킹을 꼼짝 못하게 만든 다음 놈의 목을 베려했다. 하지만 리자드맨 킹이 재빠르게 목을 숙여서 목이 아니라 놈의 뿔만 잘려나갔다. 

빠지지직! 

“키아아악!” 

뿔이 잘린 리자드맨 킹의 머리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놈이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고 비명을 내질렀다. 

“의도하진 않았다만 이제 그 잘난 번개 못쓰겠네.” 

“키아아악!” 

“말도 하지 못하는군. 그래 너는 그게 어울려. 도마뱀 자식아.” 

“크르륵. 죽여 버리겠다.” 

“해봐. 할 수 있다면!” 

두개의 뿔을 챙긴 뒤 놈에게 돌진했다. 

훙! 후웅! 

리자드맨 킹의 곡도가 원을 그리며 내게 휘둘러져왔다. 크라시스 왕국 기본 검술 용형세와 비슷한 움직임이다. 그것을 막고 반격을 가하는 현류세를 취했다. 

귀왕살은 일반 검에 비해 짧았지만, 암기를 던지는 내게 그런 거리감 따윈 없는 것과 다름없었다. 

챵! 

퍽! 

리자드맨 킹의 검을 각도를 맞춰 튕겨 내버린 다음 귀왕살을 놈의 가슴어림에 박아버리며 와염독과 고혈작을 흘려보냈다. 

“키아악!” 

리자드맨 킹의 고통스러운 비명에 주변에서 전투를 하던 모든 리자드맨들이 정신이 나간 것처럼 내 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키이이익!” 

“카아악!” 

리자드맨들은 기사들의 칼에 베이고, 병사들의 창에 찔려 걸레가 된 몸을 가지고도, 자신들의 왕을 지키기 위해 내게 뛰어들고 있었다. 

“크르르륵!” 

“크아악!” 

리자드맨들이 달려오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리자드맨 킹을 공격하며 독을 주입했다. 

쿵. 

놈은 큼지막한 자상들과 독기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유렌님! 물러나세요!” 

“유렌! 피해!” 

딱! 

리자드맨 킹을 무릎 꿇리고, 내가 달려드는 수십의 리자드맨 들을 보며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킥?” 

“카악?” 

쿠구구구. 

손에서 난 경쾌한 소리와 동시에 내게 달려오던 수십의 리자드맨들이 모조리 바닥에 굴러 넘어졌다. 

“크르륵...” 

“카륵...” 

움찔 거리던 리자드맨들은 점점 마른 석고처럼 굳어지며 꼼짝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나를 돕기 위해 움직이던 사람들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나와 내 밑에 무너진 리자드맨들을 쳐다보았다. 

“효과 좋네.” 

내가 리자드맨들에게 뿌린 것은 인면지주의 마비독과 내 마비독이 섞여서 탄생한 만연지고(滿連志固)다. 

만연지고는 지독한 마비독성을 가진 채로, 술자가 원하는 때에 마비를 발동시킬 수 있는 유틸 적인 마비 독이다. 

내가 한 것은 이미 이놈들의 몸에 파고든 만연지고를 발동시킨 것뿐이다. 

“크르륵. 인간, 너, 너는 어떻게 그리...” 

만연지고만이 아니라, 와염독과 고혈작, 묵연, 단장독에 중독 된 리자드맨 킹은 고통스러운 기침을 내뱉으며, 입에서 녹색 피를 줄줄 흘렸다. 

샤악! 

“크륵...” 

머뭇거리지 않고, 귀왕살을 들어 올려 리자드맨 킹의 목을 베어버렸다. 

쫘악. 

툭. 

통나무같이 두터운 목이 갈라지며, 리자드맨 킹의 목이 더러운 흙바닥으로 떨어졌다. 

한 순간 인간, 리자드맨 모두가 침묵에 잠겼다. 난 리자드맨 킹의 머리를 하늘로 들어올렸다. 

“놈들의 왕의 목을 벴다! 이 전쟁은 우리의 승리다!” 

“우와아아아아아!” 

“유렌 록스!” 

“유렌 록스!” 

전투 중임에도 기사와 병사 모두가 내 이름을 부르며 환호 했다. 그 환호에 가슴이 뛰고, 등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전쟁에 끝을 고하자!” 

“우와아아아!” 

“가자!” 

“도마뱀들을 모조리 죽이자!” 

기사와 병사들이 아직 서있는 리자드맨 들에게 검을 휘두르며 돌진했다. 왕이 죽은 리자드맨들은 어쩔 줄을 몰라 하며 거품처럼 순식간에 쓸려나갔다. 

“우와아아아!” 

“인간의 승리다!” 

“우리가 이겼다!” 

“유렌 록스 만세!” 

모든 리자드맨들을 처리하고, 기사들과 병사들이 무기로 하늘을 찌르며 함성을 내질렀다. 

“아린은...” 

사람들의 환호를 들으며 아린의 위치를 파악해보았다. 

브리더를 잡아오라고 명령한 아린이 이쪽으로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잠시 후 모습을 드러낸 아린은 나무줄기에 감싸져 있는 사람의 오른팔을 들고 돌아왔다. 

“죄송합니다.” 

사과를 하는 아린의 표정은 평소와 같아보였지만,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낸 난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지금 꽤나 화가 난 상태였다. 

“무슨 일이 있었지?” 

“자작님이 말씀하신 남자를 찾았습니다. 그의 팔을 잘라 생포를 하려고 할 때 어떤 검사가 나타났습니다.” 

“검사?” 

“네. 검은 망토를 두른 남자였는데, 강했습니다.” 

강하다는 말을 하며 아린이 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런... 그 검사 혹시 검은색 검을 쓰지 않았어?” 

“죄송합니다. 검을 뽑지도 않고, 검집만으로 절 물러나게 만들어서, 검의 색은 보지도 못했습니다.” 

브리더를 구출해 갔으니, 세피로스임은 분명하다. 일단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흑검, 만검 그리고 새로 들어왔다던 검귀정도 인 것 같다. 

“수고했어. 미안하다. 다른 놈이 있을 줄은 몰랐어.” 

“아닙니다. 제가 약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런 말 하지 말라고, 넌 정말 강해질 수 있어. 다음에 만나면 네가 이길 수 있을 거야.” 

진심으로 아린을 위로했다. 지금 세피로스 놈들은 거의 완성 된 자들이고, 아린은 성장 중이다. 나중이라면 상대가 누가 됐든 이길 수 있을 거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 팔은 어떻게 할 까요?” 

“필요 없으니 버... 아니, 일단 줘봐.” 

아린에게 받은 팔을 천으로 감싸서 주머니에 넣어놓았다. 왠지 나중에 쓸 일이 있을 것 같다. 

상황 정리가 대충 끝났으니, 리자드맨 킹의 시체로 다가갔다. 예상대로 놈의 목에서 반짝이는 구슬이 보였다. 

“꽤나 큰데...” 

리자드맨 킹의 목에 박혀있는 투명한 구슬의 크기는 상당했다. 여태 보았던 어떤 구슬보다 큰 것 같았다. 

“빽.” 

“너?” 

내가 구슬을 만지는 순간, 여태까지 가만히 있던 빽빽이가 나와서 내 손등에 올라탔다. 

번쩍. 

다시 돌아온 깨어진 방. 하지만 무언가 다른 느낌이 들었다. 이전보다 약간 따뜻해진 느낌이랄까. 

“빽!” 

“인마.” 

빽빽이가 공중으로 날아오를 때 내 손에 있던 구슬이 정면의 벽으로 날아갔다. 

파삭. 

구슬이 벽에 박히며 꽤나 큰 갈라짐이 깔끔하게 사라져버렸다. 

“빽.” 

빽빽이는 그 모습을 보며, 조롱조롱하게 울어댔다. 

“응?” 

원래 이쯤이면 세계의 회복에 일조했다면서 뭐라고 떠야 한다. 하지만 어떠한 내용도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뭐지?” 

의아해 하고 있을 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의 영향으로 과거와 미래가 계속해서 바뀌고 있습니다.] 

“뭐...?” 

“빽!” 

이전과 목소리 자체는 같았다. 하지만 기계 같았던 어조에 조금이지만 감정이 담겨있었다. 

[보이던 것이 사라지고, 보이지 않던 것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지?” 

[이쪽도 준비를 해야겠죠.] 

[당신에게 소혼보주를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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