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자드맨 (3)
우우우웅!
우리가 키본을 향해 진격하고 있는 와중에도 화염의 구슬과 얼음의 창들은 리자드맨을 향해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었다.
슈아아앙!
하늘위로 세 번째 마법 뭉치들이 날아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우리가 나설 필요도 없이, 마법만으로 놈들이 전멸할 것 같았지만, 일은 그렇게 쉽게 풀리지 않는다.
이이이잉!
뭔지 모를 이명이 들린 이후 리자드맨들에게 날아가던 마법이 힘을 잃고 땅으로 추락했다. 덕분에 중간지역이 쑥대밭이 되었다.
“크윽! 귀가 울려! 저게 리자드맨 주술사의 힘인가?”
“그렇습니다. 마법 속의 마나 배열을 조작해서 마법을 바닥에 떨어뜨리게 만든 겁니다.”
일왕자의 질문에 실버트가 달리면서 대답했다.
“몬스터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니, 정말 대단하군.”
“이제 저희 차례입니다. 최대한 빨리 쳐들어가서 리자드맨들의 시선을 끌어야 합니다.”
“맞다! 모두 속도를 최대로 높여라!”
일왕자와 실버트의 대화를 들으면서, 실버트에게 눈을 사용해보았다.
[이름: 실버트 리트카]
[특성: 고속 계산lv4, 화속성 강화lv3, 수속성 강화lv3, 마나 응용lv3, 공간 이해lv3]
[호감도: -91(살해 충동) ]
[현재 기분: 어떻게 죽일지 계산을 하고 있음.]
실버트의 상태를 보아하니, 내가 바라던 대로 날 죽일 생각이 충만해 있는 상태다.
“앞에 리자드맨들이 보입니다!”
“20마리! 정찰대인 것 같습니다!”
앞에서 달리는 기사의 말에 정면을 보니, 우리가 달려가는 방향에 리자드맨 20마리가 있었다. 정찰을 위해 나온 놈들인 것 같았다.
“키에에엑!”
놈들도 우리를 보고, 징그러운 울음을 터트리며 녹이 슨 시미터를 들어올렸다.
“저놈들을 놔뒀다간 뒤에서 포위당할 수 있다. 빠르게 처리해라!”
“알겠습니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일왕자의 명령을 들은 기사들이 돌진하려 할 때 실버트가 양손을 들어올렸다.
화르륵.
그의 손에서 화염으로 이루어진 원통 같은 것이 나타났는데, 현대의 장총과 비슷한 형태였다.
펑!
실버트가 화염의 총으로 리자드맨을 가리키자, 그 안에서 나온 화염 탄이 고속으로 날아가 리자드맨들의 머리를 뚫어버렸다.
펑!
펑!
실버트가 화염의 총으로 리자드맨들을 겨누는 족족 놈들은 화염 탄에 머리를 관통당해 쓰러졌다.
슈앙!
순식간에 리자드맨 10마리를 쓰러뜨린 실버트가 다음 리자드맨을 겨누려 할 때 손에 들고 있던 비수를 날려서 리자드맨의 숨통을 끊어버렸다.
슈우웅!
경쟁이라도 하듯 실버트가 노리려는 리자드맨들에게 비수를 날려 전부 처치해 버렸다.
“음, 정말 대단하시네요. 저도 좀 빠른 편인데, 유렌님은 이길 수가 없네요. 하하.”
실버트는 웃으며 다가왔지만, 실제 그의 속마음은 꽤나 열 받은 상태였다. 호감도가 -4나 떨어져서 -95를 찍었으니.
“대, 대단하군.”
일왕자가 나와 실버트를 번갈아보며, 탄성을 질렀다.
“유렌. 어떻게 그렇게 빠르고, 정확하게 던지는 건가?”
“적의 움직임을 예측해서 던졌습니다.”
“정말 대단한 기예야. 눈 호강을 했어.”
일왕자는 이번에 실버트를 보고 입을 열었다.
“방금의 화염 마법이 자네의 주특기라는 레드 스나이핑인가?”
“그렇습니다.”
“마탄의 사수라는 칭호가 정말 잘 어울리는군. 훌륭했네.”
“그래봐야 유렌님만 하겠습니까.”
“아니. 둘 다 대단해. 자네들 덕분에 시간이 전혀 소모되지 않았어. 계속 이대로만 하도록.”
“알겠습니다.”
실버트에겐 두 개의 이명이 있다. 방금 왕자가 말한 마탄의 사수.
그리고 세피로스에서 불리는 사수. 선해 보이는 마법사 실버트가 바로 세피로스의 사수였다.
“다시 출발한다!”
“예!”
20마리의 리자드맨을 처리한 이후 어떤 몬스터도 만나지 않고 조용히 키본의 서쪽에 도착했다.
“남쪽에서 승리의 함성이 들릴 때까지 이곳에서 최대한 놈들의 시선을 끌어야 한다! 목청이 터질 때까지 함성을 지르며 돌진한다!”
“예!”
“실버트.”
“예.”
“마법사들과 함게 화려하고 강력한 마법을 날려.”
“알겠습니다.”
실버트가 마법사들과 같이 연계마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키익!”
“카악!”
우리가 동쪽보다 먼저 도착했는지, 리자드맨들이 파도처럼 밀려오기 시작했다.
“준비됐습니다.”
“날려!”
“썬 버스트!”
“플레어 레인!”
“파이어 볼!”
후와아앙!
소태양이라도 된 것처럼 거대하게 타오르는 화염의 구들이 리자드맨들에게 날아갔다. 하지만 마법들은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중간에 터져버렸다.
이이이잉!
“큭!”
“이, 이 소리는!”
중간에 지팡이를 들고, 가죽이 늘어진 리자드맨에게서 난 소리다. 놈은 다른 리자드맨에 비해 크기는 작았지만, 느껴지는 기세는 더 거대했다.
“저 놈이 리자드맨 주술사입니다. 저놈이 있으면 대형 마법은 쓸 수가 없습니다.”
“젠장!”
“카아아악!”
왼쪽에서 검은 피부를 가진 거대 리자드맨 2마리가 나타났다. 톱날 시미터를 들고 있는 리자드맨 전사였다.
“왼쪽 리자드맨 전사 2마리 입니다.”
“실버트. 리자드맨 주술사를 맡아줄 수 있나?”
“예! 이길 수 있습니다.”
“유렌은 리자드맨 전사를 맡아주게, 다른 리자드맨 전사는...”
“제 부하들이 맡을 수 있습니다.”
뒤에 있는 아린과 크라이드에게 눈빛을 보냈다. 일왕자는 아린과 크라이드를 한 번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우리는 그대로 돌진! 리자드맨들을 모조리 죽여라!”
“우와아아아아!”
기사들과 병사들이 커다란 함성을 지르며 놈들을 향해 돌진했다.
“키아악!”
“키아아아악!”
리자드맨 전사의 울음소리와 손짓에 리자드맨들도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콰아앙!
가장 앞에 있던 리자드맨들과 기사들이 맞부딪쳤다. 난 리자드맨 전사를 처리하기 전에 오른손 검지와 엄지를 비벼서 리자드맨들이 있는 곳에 연휘수를 넓게 뿌렸다.
연휘수는 대상의 능력을 저하시키는 독으로, 리자드맨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힘이 빠지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할 것이다.
[리자드맨 전사]
리자드맨 전사는 리자드맨 보다 강한 무력과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으며, 리자드맨들을 지휘 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가지고 있다. 리자드맨 전사는 곁에 있는 리자드맨들의 힘을 10% 상승시키는 아우라를 발생시킨다.
촤악!
“키아악!”
리자드맨 전사가 빠르게 달려 나가, 기사 한 명을 일격에 베어버렸다. 기사의 강철 갑옷이 솜이불이라도 되는 것처럼 쫙 갈라졌다.
“망할 놈이!”
빠지지직!
뇌익을 사용해서 리자드맨 전사에게 향하며 놈의 양쪽으로 비수를 날렸다.
챠아앙!
리자드맨 전사는 시미터를 휘두르며 비수들을 가볍게 쳐냈다.
후아아앙!
다시 4개의 비수를 동시에 날렸지만, 리자드맨 전사는 시미터를 풍차처럼 돌리며 모든 비수를 막아냈다. 놈의 시미터에서 연녹색의 오러가 나오고 있었다.
“키에엑!”
리자드맨 전사가 날 비웃듯 혓바닥을 내밀며 소리를 질렀다.
“몬스터 주제에 오러를 쓴다는 말이지.”
우웅.
“그게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보여주지.”
우우웅!
검은 비수를 꺼내, 그곳에 내력을 담았다. 내력이 고이던 비수에서 이슬 같은 하얀빛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네가 처음이니, 영광인줄 알아라.”
슈아앙!
하얀빛으로 빛나는 비수를 직사로 내던졌다.
“키에엑!”
리자드맨 전사는 비웃음을 지으며 시미터로 내 비수를 내려쳤지만 빛을 두른 비수는 리자드맨 전사의 오러를 찢고, 시미터를 반으로 가른 다음, 놈의 어깨에 박혔다.
“키아아악!”
리자드맨 전사는 자신의 어깨에 파고 들어간 비수를 뽑으며 비명을 질렀다. 시간을 주지 않고, 두 번째 비수를 날렸다.
“칵!”
리자드맨 전사는 손을 들어 비수를 막으려 했지만, 비수는 앞의 손을 가볍게 뚫어버리고, 놈의 정수리에 박혔다.
정규기사를 일격에 베어버린 리자드맨 전사가 비수 2개에 절명해버린 것이다.
“세상에...”
“저게 대체 무슨 능력인지...”
“유렌 록스... 이름만이 아니었어.”
사람들은 전투 중인데도 불구하고 넋이 나간 표정으로 날 힐끔 거렸다. 그 시선들을 신경 쓰지 않고, 전장을 살펴보았다.
“하앗!”
“크아악!”
아린과 크라이드는 둘이 협공을 하며 리자드맨 전사를 상대하고 있었다. 둘의 합공이 꽤나 잘 맞아 금방 놈을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저기도 거의 끝났군.”
실버트는 속도를 높인 푸른 창과 붉은 화살을 날리며 리자드맨 주술사를 공격하고 있었다.
놈은 힘을 숨기고 있으니, 눈치를 보며 적당한 때 주술사를 쓰러뜨릴 것이다.
일왕자는 가장 앞에서 리자드맨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의 기사들이 곁에서 지키고 있다고 해도 용맹한 모습이었다.
왕자가 가장 앞에서 싸우고 있으니, 기사와 병사들도 물러서지 않고, 죽을힘을 다해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지지직!
퍽!
리자드맨에게 목이 잘릴 것 같은 병사가 보여, 비수를 날려 위험에서 구해주었다.
“가, 감사합니다.”
리자드맨에게 목이 베일 뻔하던 병사가 내게 고개를 숙였다. 다른 위험한 병사들도 구해주며 리자드맨놈들에게 계속 독을 풀어 놈들의 수를 줄여나갔다.
쾅!
“키아아악!”
“카아악!”
새로운 리자드맨 전사 2마리와 100이 넘는 리자드맨들이 추가로 나타났다. 놈들이 움직이기 전에 내가 먼저 움직였다.
컁! 퍽!
“키익...”
공격 명령을 내리려던 리자드맨 전사 둘은 검기가 뿜어지는 비수를 정수리에 박은 채 일격에 절명했다.
기를 두른 비수는 날카로울 뿐만 아니라, 내부를 걸레짝으로 만들어버리니, 절대 버틸 수가 없을 것이다.
쿵.
“하아, 하아...”
“끝이다.”
옆을 보니, 아린과 크라이드가 리자드맨 전사를 쓰러뜨렸고, 실버트도 리자드맨 고속의 마법화살을 박으며 주술사를 처리했다.
“전사와 주술사가 모두 죽었다! 잡졸 도마뱀놈들을 몰아쳐라!”
일왕자가 전사와 주술사가 쓰러진 것을 파악하고, 검으로 하늘을 찌르며 명령을 내렸다.
“우와아아아!”
모든 기사와 병사들이 용기백배하여 앞으로 자신의 몸을 던졌다. 지휘를 하던 놈들이 죽으니, 리자드맨들이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유렌! 정말 잘했어! 우리가 이렇게 밀어붙이고 있으니, 남쪽은 편하게 움직일 수 있을 거야!”
일왕자가 자신의 기사들을 떠나 홀로 있는 내게 다가왔다. 기사들은 나를 믿는지 앞의 전투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다.
왕자의 말을 들으며, 조심스럽게 실버트를 살폈다. 기사들이 리자드맨들을 몰아붙이기 시작하며 전열이 어지러워졌다.
이제 놈이 움직일 타이밍이 된 거다.
탁.
실버트가 주머니에서 작고 투명한 구슬을 꺼내, 조용히 하늘로 튕겼다.
펑!
놈이 던진 구슬이 허공에서 거대한 붉은 버섯으로 변해서 떨어졌다. 버섯은 2m가 넘는 크기에 팔과 다리가 달려있어, 사람이 버섯인형 옷을 입은 것 같았다.
[거대 붉은 싸리버섯]
흰색과 붉은 색이 아름답게 조화되어 멋진 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크기가 2m가 넘고, 높은 공격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나 몸 전체에서 뿜어지는 붉은 싸리 독은 시야를 차단하고, 적아를 구분하기 힘든 혼란을 일으켜서 주의가 필요하다.
“저, 저게 무슨!”
“버섯?”
“키아아...”
거대 붉은 싸리버섯은 공중에서 낙하를 하면서부터 앞이 보이지 않는 검은 연기를 내뿜었다.
푸아아악!
사람들이 놀라고 있을 때 난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
“성공이군.”
실버트는 블링크를 써서 연기의 뒤로 물러나며 빙긋 웃었다.
“완벽한 상황이야.”
승리에 흥분한 기사와 병사들, 자신의 기사들과 떨어져 유렌에게 붙은 일왕자.
지금이 그가 생각한 암살의 타이밍이었다.
그는 손에 얼음을 세공한 것 같은 원통을 만들어냈다. 아까 보았던 레드 스나이핑처럼 장총의 모양이었지만, 더욱 크고 정밀한 외형이었다.
이 마법이 실버트를 세피로스의 사수로 만든 저격 마법 사일런트 스나이핑이다.
슉!
실버트는 공간 마법을 사용해서 일왕자와 유렌의 위치를 파악한 뒤 둘에게 사일런트 스나이핑을 날렸다. 마탄은 소리조차 없이, 빛살이 되어 왕자와 유렌에게 날아갔다.
“성공이군.”
실버트는 서있던 둘이 바닥에 주저 앉은 것을 보고, 저격이 성공했다고 생각하며 그들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블링크를 사용했다.
“으...”
왕자는 벌써 죽었는지 미동도 없이 누워있었고, 유렌은 가슴에 피를 흘리며 무릎을 꿇고 있었다.
실버트는 혹시나 하여 유렌에게 가까이 가지 않고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그를 지켜보았다.
“주제를 모르고 까부니 그 꼴이지.”
“서, 설마 당신이? 대체 왜 왕자님과 나를!”
고개를 든 유렌은 혼 빠진 표정으로 실버트에게 소리를 질렀다.
“아주 높으신 분께서 너희를 죽여 달라고 의뢰 하셨거든.”
“의, 의뢰?”
“그래. 정확히 말하자면 거래지만. 크크.”
“대체 누가!”
“그건 네가 알 거 없다.”
“우리가 죽으면 너도 의심을 피하지 못할 거다!”
“크큭. 괜찮아. 지금 이곳으로 리자드맨킹이 오고 있거든. 그 괴물이 이곳의 모든 인간을 지져 죽일 테니, 내가 너희를 죽였다는 건 아무도 모를 거야. 이번 키본 탈환은 실패로 끝날 거다. 크크크.”
실버트는 허리를 숙이고, 손을 떨고 있는 유렌을 비웃으며 입을 열었다.
“움직이지 못하겠고, 숨이 가빠지지? 내가 개발한 독이다. 네가 죽으면 몸에서 증발해서 증거도 남지 않아.”
“우, 우리를 죽이라고 명령한 건 이왕자 인가?”
“어차피 죽을 놈이 그게 뭐가 궁금해. 그만 가라.”
유렌의 숨통을 끓으려고 할 때 실버트는 갑작스런 통증을 느꼈다.
“크악! 뭐, 뭐야!”
실버트의 다리에 검은색 비수가 박혀 있었다.
“대, 대체 언제!”
“왕자님 일어나시죠. 연기 잘 하시네요.”
유렌이 손을 툭툭 털며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났다.
“음, 자네 말이 정말이었군.”
유렌의 말에 죽은 듯 쓰러져 있던 일왕자도 실버트를 노려보며 일어났다.
“이, 이게! 무슨 일이야! 뭔데!”
다리를 잡고, 절규를 하는 실버트를 보며 유렌이 피식 웃었다.
“뭐긴 뭐야. 낚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