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7화 편리한 노예 획득 (47/241)
  • 편리한 노예 획득

    다른 사람들과 떨어지자마자, 경공을 극성으로 발휘해서 앞으로 달려 나갔다. 

    "여기가 북벽이군."

    예상대로 제 1 방어벽에 있던 몬스터들이 대부분이었는지, 북벽에는 몬스터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이 정도라면 부상자 한 명 없이 바로 북벽을 되찾을 수 있을 거다. 

    북벽을 넘어서 바로 앞에 보이는 험악해 보이는 산으로 올라갔다. 부활을 시키려다가 실패했는지, 산 여기저기에 죽어 있는 대형 몬스터들의 시체가 즐비해 있었다. 

    "누가 봐도 사악한 마법사가 있는 던전이네."

    산의 중턱쯤에 올랐을 때 보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 음습한 분위기의 동굴이 하나 있었다. 

    "하지만 여기가 아니지."

    던전을 무시하고 언덕을 넘어가자, 거대한 바위로 이루어진 벽이 나타났다. 기감을 펼치자 한 곳에서 기의 흐름이 꼬여 있는 것이 느껴졌다.

    [창조주의 눈이 발동합니다.]

    "역시, 보이네."

    창조주의 눈은 벽의 환상조차 간파할 수 있었다. 모두 단단한 바위로 되어 있지만 딱 한 곳은 터널처럼 뻥 뚫려있었다. 

    삑!삑!삑!

    "음."

    놈의 은신처에 발을 집어넣자마자, 비상벨 소리 같은 것이 동굴 전체를 울렸다.

    "알람 마법인가."

    이미 들켰으니, 최대한 빠르게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경공을 사용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어떻게 하고 있으려나.

    놈이 이미 이 은신처로 왔을지, 아니면 아직 던전에서 사람을 기다리고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감각을 최대한 조이면서 움직였다. 

    "하."

    놈의 은신처에 도착하자마자,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놈이 입던 것으로 보이던 로브가 땅에 떨어져 있었고, 그 위에 있는 수정구슬은 좀 전에 내가 지나온 동굴을 비추고 있었다. 

    "크큭."

    가장 웃긴 건 작은 해골바가지가 반투명한 상태로 허공에 둥둥 떠 있는 것이 창조주의 눈에 보이고 있었다. 

    꾹.

    놈을 못 본 척 하면서 환상마법이 걸려있는 벽의 버튼을 눌렀다. 

    "네놈이 어떻게 그 장소를!"

    "그냥 보이거든."

    정말이다. 벽에서 기의 흐름이 꼬여있는 것이 느껴지고, 창조주의 눈을 쓰면 놈의 환상마법은 바로 간파 할 수 있다. 

    누워서 떡먹기보다 쉬운 일이었다. 

    "크으윽!"

    부우웅.

    포메라는 다시 자신의 육체를 생성시키려 하고 있었다. 시꺼먼 연기가 모여들더니, 눈처럼 새하얀 뼈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탁.

    하지만 난 이미 포메라의 목줄을 쥐고 있었다. 놈의 영혼이 들어가 있는 혼의 구슬은 내손에 잡혀 있었으니까.

    "...멍청한 놈!"

    포메라는 아주 잠깐 동안 멈칫 거린 후에 책 옆에 있던 검은 구슬을 자신의 손으로 불러들였다.

    "크크큭. 평범한 수정 구슬을 내 혼의 구슬이라고 생각하다니! 이 구슬이야 말로 나의 영혼이 담긴 혼의 구슬이다!"

    "호오."

    포메라는 검은 구슬을 쓰다듬으며 나를 비웃고 있었다. 표정까지 보였다면 연기 점수 10점을 줬겠지만, 놈은 그저 해골바가지일 뿐이었다.

    "정말 이야?"

    "그런 투명하고 맑은 구슬에 이 몸의 영혼이 있을 리가 있겠느냐!"

    "그럼 부숴버려야겠네."

    히죽 미소를 지으며, 하얀 구슬을 쥐고 있는 손에 살짝 힘을 주었다. 구슬은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탱탱볼 같은 촉감을 가지고 있었다. 

    "크아아악!"

    구슬에 살짝 힘을 주자마자, 포메라가 드러누워서 발광을 하기 시작했다. 

    "왜 그래? 이건 평범한 수정구슬일 뿐이잖아."

    "커억! 네, 네놈."

    "리치는 고통을 못 느낀다고 들었는데, 혼의 구슬을 자극하니 통증을 느끼나보네."

    "다 알고 있었구나!"

    "네 말대로 저기서 하얀 구슬과 검은 구슬이 나오면 대부분은 검은 구슬이 네 혼의 구슬이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난 다 알고 있거든. 연기 잘 하더라."

    리치의 혼의 구슬을 투명하게 설정한 것은 나다. 머리에 총 맞지 않은 이상 포메라의 로봇연기에 속아줄 수는 없었다. 

    "크으으, 인간!"

    포메라의 텅 비어있는 안구에 푸른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이름: 포메라]

    [특성: 구현lv3, 마나 설계lv3, 마나응용lv2, 리치(Lich)]

    [호감도: -94 (살해 충동) ]

    [현재 기분: 죽인 뒤 언데드로 만들고 싶음.]

    호감도와 현재 기분의 상태가 장난이 아니다. 포메라에게 최악의 첫인상을 남긴 모양이다.

    "포메라, 환상의 탑 소속 5서클 마법사, 아, 리치로 타락했으니, 6서클이 됐고, 원래보다 시간이 좀 더 지났으니, 6서클 마스터쯤 됐나?"

    "너 대체 뭐하는 놈이야..."

    "어둠의 마력이 담긴 구슬과 크롤의 흑마법서로 북방에서 여러 가지 실험을 실시하고 도주. 하려다가 내게 잡혔군."

    "으으..."

    뼈들이 갈리는 소리 덕에 포메라가 지금 어떤 기분인지 훤히 알 수 있었다. 

    "타, 탑에서 보낸 것이냐! 나는 십년이 넘는 세월 동안 너희들에게 이용당했다. 이 악마 같은 놈들..."

    "탑은 무슨."

    "뭐? 그럼 너는 대체 누구인데 나를..."

    "나는 유렌 록스다."

    "록스? 록스 후작가?"

    "맞아. 앞으로 네 주인이 되실 몸이니까. 잘 기억해 두도록."

    그 말을 하며 잘 부탁한다는 뜻으로 능청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주인은 무슨! 인간 따위가!"

    "그게 아니지."

    "크아악!"

    포메라의 혼의 구슬에 힘을 주자, 포메라가 비명을 내지르며 주저앉았다. 

    "나도 리치에게 매번 주인님이라고 듣고 싶진 않으니까. 타협해서 주인이라고 해. 말은 높이고."

    "..."

    "탑에서 연구 노예로 15년 가까이 살다가 리치가 된지 1년밖에 안됐으면서 왜 이렇게 고개가 무겁냐."

    "탑과 상관없으면서 어떻게 그것까지 아는 거... 크아아악!"

    포메라가 여전히 말을 놓고 있었기 때문에 다시 혼의 구슬에 힘을 주었다.

    "지금 네 위치를 아직도 모르고 있네."

    이 녀석은 위험한 놈이다. 지금 확실하게 위계를 잡아 놓지 않으면 귀찮아질 거라 생각했다.

    "주, 주인..."

    "좋아. 그리고 너 지금 무섭게 생겼으니까, 아까 공중에 떠있던 작은 해골로 바꿔."

    지금 놈의 눈은 푸른 불이 타오르고 있었고, 몸의 뼈들은 검게 반짝이고 있었다. 솔직히 조금 무서운 외형이다.

    "역시 나를 봤군..., 아니, 봤군요."

    반말을 하다가, 내 손이 다시 움직이는 것을 본 포메라는 존댓말을 시작했다. 

    "후우..."

    "그래. 그 모습이 훨씬 나아."

    한 숨을 내쉰 포메라가 주문을 외우자 두개골과 몸이 점점 작아지면서 해골 인형처럼 변했다.

    "절 죽이지 않을 겁니까?"

    "죽일 거라면, 네가 공중에 떠 있을 때 죽였겠지."

    "그럼 왜 살려주시는 건지..."

    "내 붕붕이로 쓰려고."

    "부, 붕붕이?"

    작아진 포메라는 내 말의 뜻은 모르지만, 어감으로 의미를 파악했는지 이를 딱딱 부딪쳤다. 

    "아, 여긴 그 말이 없구나. 너를 내 개인 마법사로 쓸 생각이야. 워프 노예라던가, 뒤처리 담당이나, 가끔 사람들 겁주는데도 쓰고."

    "미, 미쳤구나! 감히 이 포메라를 어떻게 보고... 그, 그만! 죄, 죄송합니다."

    내 말에 성질이 났는지 포메라가 목소리를 높였지만, 구슬을 한 번 만져주자. 입을 닫고 쭈그러들었다. 

    "흑마법사라고 보조 마법이나, 워프 같은 거 못 쓰는 거 아니잖아?"

    "그, 그렇긴 한데, 진심입니까?"

    "물론."

    평소에는 영체상태로 데리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만 현신시키면 된다. 휴대용 리치 마법사라니, 정말 편할 것 같았다. 

    "으으, 내가 어쩌다..."

    쪼그마한 포메라는 고개를 푹 숙이고, 어깨를 떨었다. 

    "큭."

    왠지 그 모습이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 

    사실 포메라는 나중에 다시 등장하는 악역이다. 

    어둠의 구슬의 힘을 흡수하고, 흑마도서를 마스터해서 훗날 데스나이트까지 부리는 상급의 리치로 재등장한다. 

    지금의 포메라와 그때의 포메라는 존재간 다르지만...

    어찌됐든 귀찮아지기 전에 제거 할 생각으로 온 건데, 놈이 영체로 있는 것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혼의 구슬을 챙긴 뒤에 실컷 부려먹기로.

    "지금 다른 사람들이 어디 있는지, 알아봐."

    "그, 그걸 어떻게 합니까."

    "하, 헛소리 말고 빨리 투명 잠자리 돌려."

    "정말 모르는 게 없어..."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서 일부러 포메라의 모든 것을 다 아는 척을 하며 이야기를 한 건데 이제야 제대로 먹힌 모양이다.

    "으음..."

    포메라가 수정 구슬을 들고 뭐라 주문을 외우자, 사람들이 비춰졌다. 기사단과 병사들은 북벽을 탈환하고 함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이제 가야겠네."

    들고 있던 포메라의 혼의 구슬, 흑구슬, 크롤의 흑마법서 모두를 마법 주머니에 넣었다. 포메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뚱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흠, 너 영체로 변하면 신관들이 알아보냐?"

    "이, 이 몸이 된 후 신관을 만나본적이 없어서 모르겠는데요."

    "그럼. 실험이 필요하겠네."

    **

    "공작 각하."

    "유렌! 자네가 힘써준 덕분에 북벽에 무혈입성 할 수 있었어. 정말 고맙네!"

    "아닙니다. 모두가 함께 한 덕이죠."

    이곳으로 오면서 내 앞에 있던 한두 마리의 언데드만 죽인 게 다였지만, 그의 감사를 조용하게 겸손으로 받아들였다.

    "하하! 정말 이런 인재를 몰라보고, 그런 악독한 소문을 퍼트린 자들이 누구인지, 내 잡히면 가만 안둘 걸세."

    "예전의 저는 정말 망나니가 맞았습니다. 이제야 정신을 차린 거죠."

    "허어, 볼수록 마음에 들어. 내가 딸만 있었어도..."

    "그런 관계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록스와 엘리온이 좋은 우애를 쌓아 가면 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그래. 그렇지!"

    로페르 공작은 내가 정말 마음에 들었는지, 호탕하게 웃으며 내 등을 두드렸다. 

    "그럼 이 일의 배후를 처리하러 가야겠군."

    "제가 이미 다녀왔습니다."

    "뭐?"

    "네?"

    나와 후작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사람들 모두가 나를 쳐다보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자, 자네가 혼자 흑마법사를 죽이고 온 건가?"

    "아뇨. 산의 중턱에 놈의 던전이 있어서 들어가 보았습니다. 이미 떠났는지 아무도 없더군요."

    "다행이군. 하지만 그런 곳에 혼자가다니, 아무리 자네가 강하다고 해도 던전에서의 단독 행동은 위험하네."

    "죄송합니다. 빨리 일을 처리하고, 모두가 편하게 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허어, 정말 자네란 사람은..."

    내 말을 들은 사람들이 다시 한 번 탄성을 내질렀다. 모두의 호감도가 초단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래도 일단 확인을 해보고 와야겠네. 동굴이라, 예전에 그런 것은 없었는데..."

    "그렇게 하시죠. 안내하겠습니다."

    공작과 기사, 마법사, 신관들을 데리고 던전을 찾아갔다. 

    "음, 여기가..."

    "이 뼈들은 대부분 몬스터의 것이군요."

    "흑마법사는 이곳에서 몬스터를 대상으로 실험을 한 모양입니다."

    후작과 마법사, 신관은 각자의 방식으로 포메라의 던전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잠시 뒤 조사를 끝낸 사람들이 밖으로 나왔다. 

    "저 장소는 마탑에서 다시 조사를 나온다고 하네."

    "그렇군요."

    "놈을 잡지 못 한 게 아쉽군. 이놈 어디서 큰일을 벌일 놈 같은데..."

    "겁을 먹고 도망갔으니, 앞으로 나타나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좋겠지만."

    로페르 공작은 흑마법사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 걱정을 하고 있었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그놈은 지금 작게 영체화 된 상태로 빌빌 거리고 있었으니까.

    "북벽을 되찾았으니, 축제라도 열고 싶지만,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네."

    "당연합니다. 몬스터들이 또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니, 성문과 성벽들을 보수하고 대비부터 해야죠."

    "역시 알아주는군. 내 조만간 자네뿐 아니라, 이번 일을 도와준 모든 사람들에게 큰 보상을 줄 터이니, 꼭 다시 와주게나."

    "저는 안주셔도 됩니다. 괜찮습니다."

    "내가 괜찮지 않네. 내가 자네를 찾아갈... 아니다, 그럴 필요 없겠군."

    공작이 무언가가 생각났는지, 나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자네와는 곧 다시 보게 되겠군. 그것도 왕궁에서."


    2